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823
824장. 도신의 재림.
“양소려가 움직였다고?”
“네. 단주님.”
“겁쟁이 양광을 호위하던 소려가 왜 움직인 거야? 그것도 마카오라니…….”
리장창은 갑자기 전해진 보고를 듣고 의문을 품었다.
한때 의형제처럼 가깝게 지냈던 양광.
양광이 가진 힘은 대단했다.
상해방의 홍콩 지부장이 바로 그였다.
홍콩과 마카오에서는 나는 새도 떨어뜨리는 살아 있는 권력자였다.
장택민 주석 시절, 천지회는 바짝 엎드려 숨을 죽인 채 아부하며 권력을 잡을 기회만을 노렸다.
중국몽을 꿈꿨던 동지들은 등소평과 문화혁명의 거센 물살 속에서 직격탄을 맞았다.
대부분 태자당 소속으로 거대 중국을 하염없이 꿈꿨던 이들.
짓밟히고 쓰러지면서도 훗날을 도모했다.
그 암울했던 때 도움을 주었던 상해방.
장택민 덕분에 대부분 태자당에 속해 있던 천지회 소속 동지들은 자연스럽게 공산당에 숨어 들 수 있었다.
독재자 등소평의 서슬 퍼런 감시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다.
천안문 사태 당시 장택민을 도와 큰 사건을 해결하는 데도 일조했다.
보수파들로부터 진압 수락을 받아낸 것도 천지회의 역량 덕분이었다.
물론 오월동주와 같았던 좋은 관계는 오래가지 않았다.
암울함 속에서도 끊임없이 힘을 키워낸 천지회.
공산당을 장악하고 위대한 중국몽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그 어떤 일도 서슴지 않았다.
우선 상해방과 손을 잡고 공청단의 뒤를 쳤다.
그런 연후에 공청단과 다시 연대해 상해방을 정리했다.
당시는 적과 아군의 구분이 무의미하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중 한 사건이 터졌다.
2년 전이었다.
조용했지만 분명히 큰 반란 사건이었다.
거대해질 대로 거대해진 상해방을 제거하기 위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차기 주자로 키우던 충칭시 서기를 온갖 죄목으로 엮어 실각시켰다.
예상대로 상해방과 장택민이 대노했다.
군대와 맞먹는 무장경찰을 소유한 저우융캉이 중난하이에 진입했다.
군권을 쥐고 있는 후진타오가 총리 원자바오를 편들었다.
그렇게 되면서 경찰과 군인들이 상대 쪽 인사들을 대거 체포했다.
철저히 언론이 통제되었기에 밖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중국 내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놓고 벌어진 살벌한 한판 승부였다.
천지회는 당시 엄청난 활약을 펼쳤다.
상해방을 돕는 척하다가 공청단과 손을 잡고 뒤통수를 제대로 때렸다.
그러면서 장택민과 상해방의 기세가 한풀 꺾였다.
차기 권력자로 내정된 시진핑은 그런 과정을 거쳐 중국의 왕이 됐다.
결과적으로 상해방과 공청단은 천하대적이 됐다.
어부지리(漁父之利).
중국 국가 주석이 된 시진핑은 권력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상해방을 대대적으로 숙청하며 공청단과 연합했다.
하지만 수십 년 간 힘을 축적해온 상해방을 뜻대로 한 방에 정리할 수는 없었다.
공산당 하부조직부터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는 수령이 오래된 묵은 나무의 뿌리.
중국에서는 여전히 그들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물론 홍콩에서도 마찬가지.
그런 상해방의 홍콩 책임자인 양광은 비밀 자금을 주무르며 여전히 물주 노릇을 했다.
마음 같아서는 그를 시원하게 쳐내고 싶었지만 알게 모르게 엮여 있는 비호가 많았다.
더욱이 중국인이 아닌 영국 시민권자.
거기에 양소려는 상해방의 감춰진 고수가 키워낸 제자.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으르렁거리며 리장창과 양광은 서로를 견제했다.
“동행하는 자가 있습니다.”
“동행? 누구?”
“젊은 남자입니다.”
“처음 보는 자인가?”
“CCTV로 분석한 바에 의하면 처음 보는 자입니다.”
“젊은 남자라…….”
리장창은 입맛을 다셨다.
“본토인이 아닌 것 같습니다. 출입국관리소에 연락해 놨습니다. 곧 연락이 올 겁니다.”
제갈유량은 빠르게 진행 사항을 전달했다.
“계속 지켜봐. 뭔가 느낌이 안 좋아.”
“넵!”
“아직 우리는 투쟁 중이야. 언제 어느 때 적들이 뒤를 칠지 몰라. 공청단 녀석들은 음흉해. 믿을 건 우리 천지회의 인사들뿐이지. 절대 적들에 대한 감시를 게을리 하지 말라.”
“존명!”
“그리고…….”
연이어 하달되는 리장창의 지시.
그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그토록 제거하기를 고대하던 이가 현재 제 발로 홍콩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
“시간이 좀 남은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요?”
“그럼 초심자의 행운을 누려볼까요?”
“그러실래요?”
양소려는 배려심이 많았다.
카지노에 입성하는 순간 주변을 압도해 버린 미모.
뭇 남성들이 그녀의 얼굴과 치파오 자락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다리를 힐끔힐끔 훔쳐보느라 정신을 못 차렸다.
“판돈입니다.”
100만 달러짜리 홍콩의 수표 한 장을 내밀었다.
“너무 많은 것 아니에요?”
환율 원화로 1억 5천만 원짜리 수표였다.
양소려가 은근한 시선으로 수표를 바라보며 배시시 웃었다.
“부족하면 언제든 말하십시오.”
“제가 오늘 재신을 만났군요.”
재신?
쿨하게 수표를 넘겼다.
다 투자다.
주저함 없이 수표를 건네받은 양소려.
내가 봤을 때 양소려에게 이 정도 수표는 껌 값에 불과할 것이다.
양광은 중국을 오랫동안 찜 쪄 먹었던 상해방의 자금 관리자 중 한 명.
대충 파악한 자산 규모만 해도 천억 달러 이상.
개혁개방으로 꿀을 쭉쭉 빨았던 상해방이었으니 감춰진 재산 규모는 아예 파악조차 되지 않았다.
일개 지방 고위 관리가 수십조씩 삥땅치는 나라가 중국이었다.
불법 관리 자금 규모도 상상을 뛰어넘었다.
“떨리는군요.”
“전혀 아닌 것 같은데요?”
“혹시라도 행운을 얻는다면 저녁을 대접하겠습니다.”
“데이트 신청인가요?”
“지금 데이트 중 아닌가요?”
기분 좋은 표정으로 생긋 웃는 양소려.
“증복재신의 축복이 함께하시기를.”
– 축복과 저주를 동시에 받았습니다.
“…….”
어이가 없다.
분명 양소려를 향한 축복은 진심이었다.
그러나 중국 재신은 날 탐탁하지 않게 여기는 모양이다.
똥개도 자기 집을 지키기 위해서는 목숨 걸고 싸우는 법.
그 당돌한 도전 흔쾌히 받아들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잠시 후에 볼 게요.”
은은한 향기와 미소의 잔상만 남기고 양소려가 사라졌다.
뭔가 일이 있어 보였다.
아무래도 날 위한 메인이벤트를 준비하는 게 아닌가 싶다.
가벼워진 일신으로 카지노를 본격적으로 살폈다.
한눈에 봐도 규모가 엄청났다.
세계적인 규모의 도박장이라니, 언제 다시 올지 모르겠다.
인간들의 저열한 욕망이 한데 뒤섞여 진하고 눅눅한 검은 오라가 사방에 넘실거렸다.
띠리리리리링.
한쪽에서는 수천 대의 슬롯머신이 요란하게 돌아갔다.
잭팟 누적 금액이 홍콩 달러 60,000,000만을 기록하고 있는 화면이 벽에 떠 있었다.
한국 돈으로 88억 정도.
돈에 눈먼 사람들은 로봇마냥 반복된 움직임으로 슬롯머신 기계와 싸웠다.
승자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누군가는 작은 행운을 움켜쥐겠지만 최종 승자는 언제나 카지노 업자일 수밖에 없다.
인포메이션으로 향했다.
100만 달러짜리 홍콩 수표를 꺼냈다.
마카오 카지노에서는 홍콩 달러가 기준이었다.
“칩은 어떻게 드릴까요?”
“맥시멈 칩으로 부탁합니다.”
“네. 고객님.”
수표를 확인하던 캐셔가 빠르게 칩으로 교환했다.
“조용하게 게임하고 싶습니다.”
최대한 조용한 곳을 요구했다.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이곳에 도착하기 전에 카지노에 대해 좀 알아 놨다.
현금 1억 정도를 들고 가면 준 VIP실에서 게임을 할 수 있었다.
“만나 뵈어 영광입니다. 매니저 크리스티나입니다. 쾌적하고 조용한 곳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어느새 한 여성이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투피스 블랙 정장을 깔끔하게 입은 20대 후반의 여성.
혼혈인 듯한 여성은 꽤나 미인이었다.
동양적 이미지가 강한 마스크에 몸매는 서구적인 체형이었다.
양소려와 쌍벽을 이룰 만큼 미모가 대단했다.
“부탁합니다. 크리스티나.”
장소를 옮기고 싶었다. 베네시스 카지노 1층은 마치 ‘도떼기시장’ 같았다.
돈이 몰고 다니는 광기에 취한 만 명 가까운 사람들이 뿜어내는 열기와 소음으로 귀가 연신 웅웅 울릴 정도였다.
카지노가 마카오 경제의 중심이라는 말이 실감 났다.
“어떤 게임을 원하십니까?”
“‘여신의 축복’인 바카라 게임을 원합니다.”
“따라오십시오.”
크리스티나는 가지런한 치아를 드러내며 웃었다.
전형적인 접대용 미소.
뚜벅뚜벅.
크리스티나와 함께 2층으로 향했다.
보안 요원들이 매니저 없이 위층으로 올라가는 사람들을 막았다.
2층의 한 어느 넓은 방으로 안내되었다.
바카라 테이블 3개가 놓여 있었다.
아래층과 달리 구경꾼까지 모두 해도 수십여 명 정도밖에 없었다.
“미니멈 만 달러, 맥시멈 백만 달러로 게임이 진행됩니다.”
미인 눈요기 값이 장난이 아니다.
홍콩 만 달러는 한 판에 150만 원을 의미했다.
이런 식이면 교환한 100만 홍콩 달러도 한 방이면 날아갈 판이다.
“좋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중국인 남녀 두 명이 게임을 하고 있는 쪽으로 향했다.
6덱짜리 판이었다.
“실례합니다.”
중국어로 실례를 구하고 중앙 자리에 착석했다.
“어서 오십시오.”
중년의 동양인 딜러가 고개를 숙이며 응대했다.
“빨리 진행해!”
배가 불룩 나온 사십대 중반의 대머리 중국인 남자가 신경질을 내며 게임을 재촉했다.
손목에는 스위스 명품 시계를 착용했고 목에는 두꺼운 금체인을 걸었다.
딱 봐도 온몸을 명품으로 도배했지만 졸부의 못 배운 품위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틈에도 내 뒤에 서 있는 크리스티나를 힐끔힐끔 훑었다.
그리고 곧 짜증스런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 있는 여인을 흘겨봤다.
그의 옆에 있는 여인도 외모는 훌륭했지만 풍기는 이미지가 저렴했다. 게다가 딱 봐도 둘은 불륜인 듯했다.
탁탁.
칩을 정리하며 정면을 응시했다.
마법투시!
엄연한 불법이지만 누구도 발견할 수 없는 나만의 무기.
이왕 왔으니 용돈이나 두둑이 좀 벌어 볼 생각이다.
무수한 사람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먹고 부를 쌓아가는 카지노를 좀 털어볼 참이다.
파아아앗.
깔끔한 느낌과 함께 눈에 투영되는 그림들.
철저하게 무표정을 유지했다.
보이지 않던 카드 그림과 숫자가 또렷하게 보였다.
하지만 감춰진 것을 볼 수 있는 능력이 좋은 일만은 아니다.
딜러의 상체가 꿰뚫어 보였다.
털이 잔뜩 난 상남자의 가슴팍.
일부러 카드와 바닥만 봤다.
괜히 고개를 돌렸다가는…….
자칫 마법이 나의 잠재된 변태 욕구를 깨울 수도 있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었다.
처러럭.
“콰이콰이!”
잠시 멈칫거리자 중국인 부자는 플레이어 쪽에 30만 홍콩 달러에 해당하는 칩을 걸었다.
옆에 있던 여인도 10만 정도를 걸었다.
바보들이 분명했다.
나는 느긋하게 30만 달러 정도에 해당하는 칩을 뱅커 쪽에 걸었다.
스스슷.
딜러가 빠르게 카드를 나눴다.
“먼저 하시죠.”
카드 오픈 우선권을 중국인에게 양보했다.
“크크.”
중국인 졸부는 만족스러운 듯 웃음을 지었다
딜러는 에이스 한 장과 식스 카드 한 장을 깠다.
숫자 7.
9가 최고 승리를 안겨주는 숫자였기에 득의만만했다.
나쁘지 않은 수다.
하지만 득의만만했던 웃음은 오래가지 않았다.
뱅커가 오픈한 카드는 퀸과 숫자 나인 다이아몬드였다.
“빌어먹을!”
바로 패하자 중국인의 입이 거칠어졌다.
딜러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나에게 5프로를 제외한 해당 칩을 건넸다.
“!!!”
내게 올 칩을 기다리는 순간이 짜릿했다.
지금껏 맛본 적 없던 도박의 참맛이 이런 것인가.
도박중독자들이 팔목이 잘려 나가도 도박을 끊지 못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 어둠의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도신이 당신을 만나기를 원합니다. 접촉하시겠습니까?
NO!
그깟 도신! 총 맞아 죽는 거 봤다.
그가 없어도 난 지금 최고다.
“빨리! 빨리!”
스으윽.
화가 난 중국인 남자는 플레이어에 50만 달러 칩을 걸었다.
한 판에 한화로 7000만 원이 걸린 거다.
이번에는 딱 10만을 타이에 걸었다.
플레이어와 뱅커 둘 다 같은 숫자의 카드 두 장이 나오면 얻게 되는 8배의 행운을 기대해 본다.
스슥.
카드가 돌았다.
졸부 중국인이 카드를 쪼았다.
딜러가 뱅커 카드를 오픈했다.
중국인의 인상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그가 카드를 오픈했다.
총 숫자 8로 뱅커와 플레이어가 같았다.
“와아!”
구경꾼들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10만 홍콩 달러가 80만 홍콩 달러가 돼서 돌아왔다.
“뭐야?”
“무슨 일 있어?”
어슬렁거리던 몇 몇 사람이 다가왔다.
“타이에 10만?”
다들 크게 놀라는 목소리다.
타이나 페어 지역은 잔돈이나 던져서 간간이 쥐는 행운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무려 10만 홍콩 달러를 던져 80만 달러를 거뒀다.
도합 160만 홍콩 달러.
두 판 만에 판돈에 가까운 돈을 획득했다.
“빨리 더 빨리!”
열이 오른 중국인이 이성을 제어하지 못하고 소리쳤다.
매너 있는 행동은 아니었지만 앞에 수북이 쌓여 있는 칩이 그를 대신하고 있었다.
다시 판돈이 걸렸다.
중국인이 뱅커에 100만을 걸었다.
나는 이번에도 플레이어 쪽에 100만을 걸었다.
“하우스 오픈.”
카드를 직접 살피지 않고 딜러에게 오픈을 맡겼다.
그리고 결과는…….
“와우!!!”
“오오오오오!”
사방에서 크게 터지는 진짜 함성.
“대단해요.”
지켜보고 있던 크리스티나가 흥분했는지 내 옆으로 다가와 오른쪽 어깨를 만졌다.
“별것 아니…….”
은은한 향수 냄새에 이끌려 고개를 돌렸다.
“!!!”
급하게 머리 쪽으로 쏠리는 혈압.
마법 때문에 예기치 못하게 선명하게 눈에 들어온 크리스티나의 상체 라인.
“헙…….”
터져 나오려다 목에 걸린 비명.
카지노는…… 여러모로 욕망의 보고였다!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