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87
86장. 졸업빵
“태산아, 졸업 축하한다.”
아버지가 감격에 찬 눈으로 날 봤다.
정신없던 졸업식이 끝났다.
귀빈들이 떠나고 손에는 각종 상이 한 아름이다.
이사장님, 시장님, 동문회장님 등등 시에서 방귀 좀 뀌는 분들은 모두 나에게 상장과 소소한 장학금을 안겼다.
한국대 법대 졸업 후에 판사나 검사가 될 거라 다들 생각했다.
“아들……, 고마워.”
엄마는 손에 꽃다발을 들고 눈물을 글썽였다.
오늘 잘난 아들 덕분에 주변의 부러움을 많이 받았다.
“부모님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부모님께 고개 숙여 진심으로 인사를 올렸다.
지난 생에는 정말 미안하고 모자란 아들이었다.
그러나 한 번도 실망하지 않고 끝까지 믿어주었던 부모님이다.
다시 사는 인생 이거 이쯤 되니 적극 추천이다.
과거에는 대학에 떨어지고 쫓기듯 중국집에서 점심을 먹고 헤어졌다.
친구들과 다시 만나 술을 마시며 괴로워했던 고등학교 졸업식 날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었다.
상을 받으러 단상에 올라갈 때마다 친구들이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내 덕분에 정화된 학교에서 마음껏 놀고 뛰고 공부했다.
대학교 합격생이 장주고등학교 역사 상 역대급 수준이다.
한국대에 10명이나 합격했고 고영대와 연지대에 50여 명 가까이 진학했다.
지방에서 이 정도라면 특수고 저리 가라 수준의 성적이다.
“오빠, 정말 자랑스러워! 짱짱!”
“오빠. 오늘 쪼금 더 멋진 것 같아. 헤에.”
오늘 한껏 멋을 낸 쌍둥이들이 내 팔에 달라붙었다.
고삐리가 아니라 성숙한 숙녀들이 다 됐다.
로션만 발랐음에도 피부 광택이 쩔었다.
키도 쑥쑥 커서 모델급 몸매다.
다들 엄마를 닮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랐다.
하루가 다르게 미모가 남달라지는 쌍둥이들은 졸업식장 안에서 확실하게 눈에 띄었다.
잘 먹고 평안하게 학교생활에 충실한 쌍둥이들은 낭랑 18세의 아름다움으로 포장됐다.
주변에 친구 놈들이 진을 쳤다.
한껏 패딩과 쫙 빠진 청바지로 멋을 낸 쌍둥이들에 대한 연모다.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 놈들이다.
“야! 니들 뭐야! 어디서 침 흘려! 저리 안 가!!! 훠이~ 훠이~.”
애들을 손으로 파리처럼 쫒았다.
“태산아, 네 친구들 아니니?”
어머니가 아는 체를 했다.
“장인 장모님, 아니 어머님! 첫째 사위 인사드립니다!”
“전 둘째 사위입니다!”
“야! 이 양심도 없는 놈들아! 내가 첫째야!”
“장인어른, 저 기억하시죠? 가을에 사과 따러 갔던 형식이입니다. 저 보고 아버님이 사위 삼으면 좋겠다고 하셨지 않습니까!”
기다렸다는 듯 친구들 10여 명이 우르르 몰려왔다.
개판이 되는 건 순식간이다.
“우리 정정당당하게 가위바위보로 정하자!”
“콜!”
가, 가위바위보?
내 어여쁜 쌍둥이들 인생이 겨우 가위바위보?
하아……, 이 개또라이들 같으니라고!
여기는 신성한 내 졸업식이라고! 외치고 싶었지만 친구 놈들은 부모님께 눈도장 찍으려고 난리가 났다.
쌍둥이들은 새침한 표정으로 내 친구들 간을 봤다.
친구들아 니들이 몰라서 그러는데 쟤들도 꼬리 달린 여우다.
남자 친구를 만나도 어색하지 않는 나이다.
엄격한 오빠 덕분에 사잇길로 새지 않았지만 소녀들의 마음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법이다.
그래도 쌍둥아……, 저기 있는 몇 놈들은 절대 안 돼!
놈들과 나눈 진한 우정을 기억하는 한 절대 너희들을 내줄 수 없단다.
“꺼져. 내 눈에 흙하고 시멘트가 동시에 들어가도 니들에게 줄 여동생은 없어!”
각각 대학교에 입학해서 신입생이 된 놈들이 학교 졸입식장에서는 고삐리 티를 여전히 벗지 못했다.
나 역시 친구 놈들과 똑같이 행동했다.
“하하. 다들 안목이 있구나.”
아버지가 호쾌하게 웃으셨다.
미녀 딸 가진 분의 여유다.
아빠 속지 마세요. 저 새끼들 마음속에는 음란마귀들이 가득하답니다!
“넵! 아버님! 큰 사위 형철이입니다!”
“충성! 둘째 사위 형식이입니다!”
골이 띵하고 울렸다.
저 대책 없는 놈들은 얼굴에 철판을 몇 겹 정도 용접하고 나타났다.
“아버님! 오늘 약주 한잔하시죠.”
헐, 약주란다. 미친놈!
졸업해도 미성년자 주제에 크게 놀았다.
“장모님, 그때 잡아주셨던 씨암탉은 선불로 받은 걸로 하겠습니다. 하하하.”
그게 선불이 아니라 노동의 대가야 이 밥통아!
어이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이 파상공세가 계속됐다.
“오빠들, 안녕하세요~.”
막둥이 주희가 생글거리며 나섰다.
“어, 어……, 그래.”
“내가 누군 줄 아세요?”
“주아???”
“피이. 뭐야. 저에게 장가오겠다면서 이름도 몰라요?”
으아! 여우가 꼬리를 흔든다!
내 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주희가 웃자 주변이 환하게 밝아졌다.
멍청한 친구 놈들은 넋이 반쯤 나갔다.
“미, 미안합니다.”
“자주 얼굴을 안 봐서 그러는 거예요. 그쵸?”
“그렇지…… 요!”
그렇기는 개뿔! 매일 봤던 나도 쌍둥이들 얼굴 분간하기 힘들 때가 있다.
“대학교 가서도 잊지 말고 쉬는 날이나 방학 때 아르바이트하러 오세요. 자꾸 봐야 가족같이 느껴지지 않겠어요?”
배시시 웃는 불여우.
“아버님! 일요일마다 찾아뵙겠습니다.”
“겨울 방학 때 힘 좋은 머슴 필요하지 않습니까? 가까운 국립대에 합격해서 시간이 팡팡 남아돕니다!”
“전 언 땅도 곡괭이만 주시면 다 갈아 엎어드리겠습니다!”
저, 저 멍청한 놈들을 내가 친구들이라고 처먹인 게 아까웠다.
“어머~ 오빠들 진짜 멋있다. 그럼 여기 전화번호 찍어줘요.”
“주희 씨! 영광입니다!”
“저, 저도 있습니다!”
“오빠들, 줄들 서세요.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주희 말에 멍청한 노예들 30여 명이 순식간에 줄을 섰다.
착한 주아라면 모를까 주희에게 걸렸으니……,
당분간 아버지 농사일은 걱정 없을 것 같다.
고개를 저었다.
자초위난은 법에서도 보호받지 못한다.
그래도 악덕 업주가 아니라 용돈벌이는 쏠쏠하게 될 것이다.
‘주희가 은근히 사업가 기질이 있네. 나중에 하나 맡겨봐?’
동시에 기회를 적극 활용할 줄 아는 주희에 대해 점수를 후하게 줬다.
기업 경영도 적절한 인력 활용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획득하는 게 기본이다.
그런 점에서 주희는 사업가 자질이 보였다.
지이이이잉 지이이이잉.
그때 진동으로 돌려놨던 핸드폰이 강하게 울었다.
‘누구지?’
모르는 번호였다.
“장태산입니다.”
“오빠!!!”
“서련이?”
“사랑하는 우리 오빠~.”
서련은 곱디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불렀다.
“졸업 축하합니다~ 졸업 축하합니다~♫.”
그때 화음으로 졸업을 축하는 노래가 들렸다.
FOB 멤버들의 떼창이 시작된 거다.
핸드폰을 통해서만 듣기에는 너무나 아까웠다.
가만히 그들의 노래를 듣고 있으니 입가에 행복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 어떤 졸업선물보다 값졌다.
“오빠. 진심 진심 백만 배로 졸업 축하해~♬.”
언제 들어도 활달한 서련의 목소리가 귀에 흥겹게 들렸다.
“태산 오빠. 졸업 축하드려요! 서련이가 미치게 사랑한대요. 밤마다 오빠 이름 부르며 인형을 껴안고 자요.”
누군가 전화기 너머에서 소리치며 서련의 행동을 알렸다.
“흥. 니들이 내 깊고 숭고한 사랑을 알아? 가서 엄마 젖 더 먹고 와. 어린 것들아.”
서련이 강하게 나갔다.
“호호호호호호호호호~.”
소녀들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는 덤이었다.
FOB 멤버들은 언제나 밝았다.
아직 나이가 어리기도 했지만 성격 자체가 밝은 것 같다.
신곡이 대박은 아니어도 중박은 터트렸다.
겨울과 어울리는 신곡으로 자주 방송에 나왔다.
신인치고는 그래도 얼굴이 잘 팔린 편이다.
센터 중앙 얼굴 담당 서련도 간간이 티비에서 봤다.
평소 모습과 달리 신인 아이돌답게 조신한 모습이 얼마나 가식적으로 보이던지.
고1 때 나를 당당하게 찍던 그녀의 모습은 티비에서 볼 수 없었다.
누가 보면 청순하고 가련한 10대 소녀로 착각하기 딱 좋았다.
“그래, 다들 고맙다. 오빠가 맛있는 밥 살게.”
“정말? 꺄아아아아! 오빠 최고! 히히히.”
밥이라는 소리에 최고 소리가 서라운드로 들렸다.
몸매 관리를 위해 살인적으로 다이어트 중인 아이돌에게는 먹을 게 최고다.
졸업식 날을 기억하고 바쁜 와중에도 연락한 서련이 고마웠다.
돈 벌어 사법고시 뒷바라지하겠다는 서련의 말이 귓가에 쟁쟁했다.
서련과 그녀 멤버들을 위해 조만간 선물 하나 투척해야 할 것 같다.
“오빠 서울에 있는 거 알지?”
“응. 그래서 요즘 더 든든해. 같은 하늘아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벅차~.”
말도 참 싸가지 있게 예쁘다.
서련의 저런 매력을 나만 아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이 번호로 연락해도 돼?”
“아니, 아직……. 사장님이 본전 더 뽑기 전에는 안 줄 것 같아.”
아이돌의 삶이란…….
그런데 의외로 서련은 연예계 속성을 너무 잘 아는 것 같다.
원래 눈치가 빠른 애였으니 사장의 본전 생각을 모를 리 없었다.
‘건들기만 해봐. 그냥…….’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서 힘든 시절이 있지만 서련에게 이상한 짓 하면 바로 아웃시켜 버릴 생각이다.
주변 청소는 가족, 그리고 주변 인연으로 확장되는 게 정석이다.
나를 위해주는 서련에게 그 정도 보답은 당연했다.
“언제나 시간 되니까 연락해. 수업 중에는 못 받으니까 문자하고.”
“오빠와 함께 한국대 캠퍼스를 걷고 싶은데…….”
서련의 목소리가 침울해졌다.
아이돌의 살인적 일과에서 시간을 빼는 건 어려운 일이다.
“그런 날이 곧 올 거니까 걱정 마.”
이벤트를 생각하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응. 나도 그날을 기다리며 버틸게.”
서련이 날 사랑하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녀도 힘든 세상을 버티기 위해 내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도 좋았다.
요즘 누가 졸업식 때 단체로 걸그룹의 졸업 축하 노래를 들을 수 있단 말인가.
“서련아, 힘내. FOB도 파이팅!”
“오빠……, 내가 무지 사랑한다~. 쪽쪽!”
서련이 뽀뽀를 했다.
같은 공간이 아니라는 게 오늘따라 아쉬웠다.
“끄아아아! 뽀, 뽀뽀를 했어.”
“서련 언니 너무해!!!”
서련의 행동에 또 자지러지는 소녀들.
그렇게 짧았지만 후끈했던 통화가 끝났다.
그리고…….
“오, 오빠 방금 그 통화 뭐야?”
일꾼들 전화번호를 저장 중이던 주희가 깜작 놀라서 물었다.
“뭐가?”
“FOB? 내가 아는 그 FOB 맞는 거야?”
주희를 비롯해 주변에 있던 친구들 눈빛이 경악에 물들었다.
그들도 귀가 있으니 못 들었을 리가 없다.
“맞다! 저 자식 아직도 서련이 하고 연락하고 있었어!”
“끄아아아아아! 나쁜 놈! 우리에게는 정리됐다고 말해놓고 호박씨를 까?”
“장태산, 나쁜 놈!”
사방에서 적의 가득한 레이저가 발사됐다.
새끼들 눈이 돌아갔다.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된 듯 사방으로 퍼졌다.
“친구들이여, 저 악당을 응징하라! 돌격!”
“와아아아아아아아!”
학교를 빛낸 영웅에서 갑작스럽게 천하의 악당으로 몰렸다.
그리고…….
부우욱 찌이이이익 찌지지직.
둘러싼 수십 개의 친구들 손에 교복이 사정없이 찢겨 나갔다.
인정사정 볼 것 없는 질투에 눈먼 루저들의 공격에 난 부동심으로 맞섰다.
추억 속의 졸업빵.
서련과 FOB 멤버들의 응원에 힘입어 굳세게 웃음으로 이겨냈다.
이 또한 지나가는 한때의 추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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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