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878
884장. 차이나타운.
– 네? LA 다운타운을 매입하라는 말씀입니까? 갱들이 점령하고 있는 그 저주받은 동네를 말입니까?
로버트 라이언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저주라는 말까지 나오는 걸 보니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게 분명했다.
“땅을 갈아엎으면 흙이 달라집니다. 위치가 좋더군요. 싹 갈아서 새로운 도시를 만들 생각입니다.”
회귀 전 미국 뉴스를 통해서 본 기억이 있다.
이런저런 일을 찾아보기 위해 자격증을 따던 기간에 획득한 정보.
2018년 LA 주 정부가 대대적으로 갱단을 소탕하고 도시 재개발 사업을 추진한다.
그 사업을 내가 먼저 먹겠다는 계획이다.
뭐니 뭐니 해도 땅장사가 최고다.
– 갈아엎다니요?
웬만하면 묻지 않고 모든 일을 수용해 오던 로버트 라이언이 이번 일만큼은 많이 궁금한 모양이다.
“제 친구가 어제 거기 갱들 보스 먹었습니다.”
– 아! 그래서 아침 뉴스가 시끄러웠군요.
어제 일을 마무리하고 그렉을 불렀다.
아무 일 없다고 묻어버리기에는 이래저래 얽혀 있는 갱들의 눈이 많았다.
그렇다고 시신을 그대로 놔둘 수도 없었다.
순식간에 마약 단속국을 비롯해 FBI 정예 요원들이 다운타운을 점령했다.
아무리 약에 취해 사는 갱들이라 해도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았다.
수백 명이 넘는 기동 타격대의 등장에 쥐죽은 듯 숨을 죽였다.
커질 수도 있었던 사건은 간단하게 해결됐다.
멕시코 카르텔과 LA 갱들의 충돌 사고로 보도되며 마무리 됐다.
로버트 말대로 그 일로 아침 뉴스가 떠들썩했다.
막상 일반 미국 시민들은 갱들과의 싸움이 일상인 듯 크게 놀라지 않았다.
총격전 소란과 죽어나간 갱들, 그리고 멕시코 카르텔 부하들이 사건 전반의 증거가 됐다.
패드로가 쏜 샷건의 자탄을 모아 후안 파비오의 몸에 덧씌웠다.
후안의 총알은 패드로의 이마에 박아 넣었다.
이상함 점이 있지만 조용히 묻혔다.
그렉이 중심이 되어 출동한 만큼 그 이상의 소문은 나지 않았다.
간간이 벌어졌던 갱들과 마약상의 전투로 간주되어 사건은 막을 내렸다.
“뉴타운을 건설할 겁니다.”
– …….
로버트가 말문이 박힌 듯 입을 다물었다.
아무리 보스의 지시라 해도 나의 투자 방식이 황당하게 느껴질 수는 있다.
뜬금없는 LA 다운타운 개발이라니.
몇 년을 겪어오면서 이런 상황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 자금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부동산 업체를 중심으로, 그리고 여러 루트를 통해 투자 자금을 투입하십시오.”
지시 사항은 명확했다.
내가 그리는 큰 그림에 로버트는 언제나 핵심 조력자였다.
– 네.
“우선 간단하게 1000억 달러 가죠.”
– ……그 정도 금액이면 다운타운의 상당 부분이 매입 가능하겠습니다.
“제 쪽에서도 움직일 겁니다. 최종 목표는 다운타운 전체 면적입니다.”
– 알겠습니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로버트는 이래서 좋다.
말을 길게 할 필요가 없다.
“고마워요. 로버트.”
– 보스는 영원한 제 보스입니다.
카를로가 나를 부르던 보스의 느낌과 어감이 달랐다.
월가 스타일답게 좀 더 담백하고 깔끔했다.
“그리고 복지기금을 지출해 주십시오.”
“어느 곳에 지원하면 됩니까?”
월가 투자 이익금 비용처리를 위해서는 사회 복지 투자가 필요했다.
원활한 투자를 위해 복지 재단을 설립했다.
그리고 곳곳에서 벌어들인 수익의 일정 부분을 복지 재단 쪽에 저축했다.
“다운타운에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체육시설이 필요합니다. 공립학교에 지원도 넉넉하게 넣어주십시오.”
“규모는…….”
“동부의 돈 많은 사립학교가 기준입니다.”
“……존경합니다. 보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했습니다.
– 더 이상 오를 수 없는 없는 인간 친밀도가 모기꼬리만큼 증가했습니다.
모기꼬리?
“곧바로 시행해 주십시오. 그리고 일자리도 부탁합니다. 경비원과 청소부 등등. 국가가 아닌 지역 단체를 섭외해 자금을 투입하십시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돈이라는 건 이렇게 쓰는 거다.
지금 다운타운은 한참 갱들 소탕 작전이 벌어지고 있다.
여러모로 명분이 좋았다.
패드로 라이언의 지하 금고에 있던 현찰을 모조리 빼돌렸다.
5000만 달러가 넘었다.
금고를 비우고 무기와 마약들을 저택 곳곳에 늘어놓았다.
FBI와 마약 단속국은 그것들을 주워 먹었다.
카를로를 통해 입수한 악질 갱들 명단도 함께 제공했다.
며칠 동안 대대적인 쓰레기 청소는 계속될 것이다.
그 기간 안에 다운타운을 재정비해 볼 생각이다.
돈이 부족해서 생긴 문제들은 돈으로 해결하면 된다.
여기는 자본주의의 심장이라고 할 만한 미국.
일자리가 충분하고 치안이 안정되면 사람들은 평온한 일상을 누리게 될 것이다.
아이들은 더 이상 갱으로서의 인생을 살지 않아도 된다.
범죄자를 더 키워내서는 안 된다.
그 모든 결과는 다 어른들의 잘못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깨끗한 거리를 거닐고 안전하게 학교에 다니고 평범한 일상을 사는, 축복 가득한 인생을 살게 만들어 주고 싶었다.
“며칠 후에 와인 한잔하도록 하죠.”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럼.”
띠릭.
필요한 얘기를 전달하고 통화를 끝냈다.
“다음은…….”
티디딕.
스마트폰 번호를 다시 눌렀다.
뚜우우우우.
간결한 신호음이 들렸다.
그리고.
***
–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다니엘!!!”
사라 요한슨은 개인 집무실에서 일을 하다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오래도록 기다리던 남자와의 통화.
평소 침착하던 사라마저 흥분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 하하. 그렇게 반가워요?
“어디에요? LA인가요?”
– 소문났어요?
“수상한 냄새가 났어요.”
사라는 다니엘의 정보를 찾기 위해 몹시 바쁜 날들을 보냈다.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도통 찾아낼 수가 없었다.
그러다 어제 늦은 밤에야 그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그것도 FBI를 통해서였다.
다니엘과 관련된 자가 LA에 있다는 소식이었다.
곧바로 투입할 수 있는 모든 정보기관을 가동한 사라 요한슨.
여러 정황들을 통해 그제야 다니엘이 LA 있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 사라의 직감에 경의를 표합니다.
남자의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가볍고 활기가 넘쳤다.
역시 듣기 좋았다.
‘저렇게 태연해도 돼?’
이해할 수 없는 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어제 갱들과 전쟁 같은 사건을 벌인 다니엘의 친구라는 사람의 정체가 자꾸 의심스러웠다.
정보에 의하면 장립이라는 자였다.
CCTV를 통해 인상착의와 기본 신상 정보는 확인했다.
문제는 다니엘도 그와 연관이 되어 있다는 것.
하지만 더 접근할 수 없도록 FBI에서 커버를 쳤다.
탑 시크릿 정보에 올려 버려 대통령이나 겨우 확인할 수 있게 만들어 버렸다.
“뉴욕에는 언제 올 거예요?”
– 이곳 일이 마무리 되면 찾아가겠습니다.
“로리아나가 절 힘들게 하고 있어요.”
– 이 통화가 끝나는 대로 연락할 생각입니다.
“제가 먼저였나요?”
– 사라 당신과의 인연이 더 깊습니다.
“…….”
로리아나에 앞서 먼저 전화를 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사라는 기분이 좋아졌다.
사라는 본인도 모르게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여자에게 호감이 있는 남자의 사소한 칭찬과 관심은 마약 못지않은 약성을 발휘했다.
“보고 싶어요…….”
어렵게 속마음을 고백하는 사라.
– 나도 당신과 와인을 마시고 싶습니다.
‘와인…….’
사라의 심장이 콩닥콩닥 뛰었다.
다니엘과 보냈던 뜨거웠던 밤, 그리고 달콤한 와인.
추억이 되어 버린 일이지만 어제 일처럼 아직 기억 속에서는 생생했다.
–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요?”
다니엘의 입에서 쉽게 듣기 힘든 부탁이라는 단어가 흘러나왔다.
– LA 주지사와 친하죠?
“물론이에요.”
– 그럼 다운타운 치안을 부탁해 줘요.
“다운타운 치안요?”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다니엘과 다운타운 치안이라니.
– 아이들이 많더군요. 그들을 보호해 주고 싶습니다.
“아!”
– 로버트도 돕기로 했습니다.
“그런 일이라면 제가 빠질 수 없죠.”
‘정말 순수한 사람이야.’
악에는 악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하지만 선에는 선함으로 그 영향력을 배가시키는 다니엘.
몇 년간 그의 행적을 조사하면서 사라 요한슨은 다니엘에게 더욱 더 빠져들었다.
자기만의 신념으로 힘든 길을 뚜벅뚜벅 걸었다.
엄청난 부를 축적하는 중에도 지구의 환경과 인권 보호에 지극한 애정을 보였다.
그가 뿌리는 기금은 상상을 뛰어넘는다는 비공식 보고도 받았다.
한마디로 가슴이 따뜻한 남자가 다니엘이었다.
그런 그의 일이라면 무조건 돕고 싶었다.
– 투자도 진행해 주십시오.
“투자요?”
– 제가 그곳을…… 사람 사는 곳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
***
“맛있게 드십시오.”
드르르륵.
딤섬이 담긴 카트가 사라졌다.
그리고 식탁에는 딤섬이 담긴 찜 그릇이 수북하게 쌓였다.
무려 열 칸이 넘었다.
– 어, 어서 먹어 봐요! 침 넘어 가잖아요.
장립은 곧 숨이 넘어갈 것처럼 재촉했다.
“냄새는 좋네.”
– 그렇죠? 으흐흐. 이곳이 죽기 전 제 단골집이었어요. 일 끝내고 출출할 때 와서 딤섬 몇 판을 먹어치우고 나면……. 그게 행복이었죠.
LA 차이나타운.
붉고 커다란 대형 문을 밀고 들어서자 걸출한 중국어가 나를 반겼다.
미국 안의 작은 중국 도시.
오가는 이들 중 반절 이상이 중국어를 사용했다.
북경어를 비롯해 여러 성의 사투리가 혼합돼 들렸다.
관광객들도 꽤 많았다.
시간은 저녁 7시.
퇴근한 미국 직장인들도 친구들과 식당에 둘러앉아 익숙하게 딤섬을 즐겼다.
“주문한 홍요우차우쇼 나왔습니다.”
특별히 주문한 사천식 만두.
– 꿀꺽.
장립이 또 침을 삼켰다.
죽은 귀신에게는 허락되지 않는 맛있는 음식 먹기.
살아 있는 인간들만의 축복이자 사치였다.
내가 맛보지 않는 이상 장립은 결코 맛을 느낄 수 없는 이 오묘한 상황.
– 할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사천식 만두에요…….
장립은 생전 함께 살았다던 할머니와의 추억이 많은 듯했다.
묵힌 간장과 식초, 고추기름, 마늘, 조미료와 소금의 배합으로 만들어진 매콤한 사천 만둣국.
스푼을 들어 국물을 한술 떠서 입에 넣었다.
– 크으! 바로 이 맛이야!!!
내 육신이 나의 것인지 장립의 것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나와 연결되어 있어 장립도 만둣국의 맛을 제대로 느꼈다.
“좋아?”
– 행복해요!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요.
잠깐……. 너 죽었거든!
귀신이 내뱉는 헛소리에 혼자 앉아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매콤한 만두를 맛봤다.
“!!!”
진짜 맛이 기가 막혔다.
보드라운 만두피가 미끌리듯 입으로 쑥 들어와 톡 터졌다.
특별한 구석은 없었지만 입안에서 묘한 맛의 조화를 이뤘다.
“후룩.”
국물과 함께 먹을 때면 만두를 꽉 채운 속 재료들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 생강소스에 찍어 봐요. 그게 또 예술이에요.
귀신이 미식가다.
장립의 말대로 생강소스를 찍었다.
“흠.”
상쾌하고 깔끔한 맛이 입안을 상쾌하게 했다.
또로로록.
비어 있던 잔에 술을 채웠다.
베이다이허에서 마셨던 마오타이주가 중독 수준에 이르렀다.
꿀꺽.
단숨에 잔을 비웠다.
중국 요리에는 중국술이 제격이다.
– 하아아…… 고향의 맛이에요.
나른한 목소리로 카타르시스에 빠진 듯 장립이 행복하게 중얼거렸다.
귀신의 만족과 행복감에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번졌다.
바로 그때였다.
“립?”
회귀의 전설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