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
8장. 골방개미의 신화
“준비는 끝났다 이제부터 전쟁이다!”
아침 수련을 마쳤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수련은 내 몸에 착 달라붙었다.
일주일 정도 밖에 안 됐지만 효과는 엄청났다.
천룡신군께서 심어준 내공 효능이 상상을 뛰어넘었다.
가냘픈 뼈들이 튼튼해졌다.
몸에 적당히 근육이 붙었다.
머리는 항상 맑고 개운했다.
과거 반쯤 포기했던 수학도 공식을 보면 대부분 이해가 갔다.
영어 단어와 문장도 빠르게 습득이 됐다.
이거 완전 신세계다.
몸에 노폐물이 빠지면서 뇌에 들어차 있던 기름때도 빠진 것 같다.
동시에 태극오행양의심법이 점점 더 익숙해졌다.
천룡신군 불법 과외 쌤은 말했다.
어느 순간 경지에 이르면 뇌를 두 개로 분리해서 사용할 수 있다고 말이다.
아직 그 경지는 아니었다.
일찍 일어난 김에 예초기로 과수원 풀들을 베었다.
작은 과수원이라 한 시간이면 끝났다.
처음 해보는 효자 놀이였다.
낯설지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부모님이 풀을 베고 들어오는 나를 보고 경악했다.
그 모습에…… 많이 반성했다.
과수원 농부 아들로 태어나 불효가 취미 생활이었다.
눈물까지 글썽이는 아버지 모습에 그냥 부끄러웠다.
쌍둥이 여동생들은 오늘 해가 거꾸로 떴다고 난리였다.
과거에는 공부 한다는 핑계로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방에서 책이나 읽고 인터넷 서핑 하는 게 전부였다.
사람이 죽다 살아오니까 성격도 변했다.
참 좋은데…… 추천은 못할 짓이다.
“오랜만에 보는구나.”
그 어떤 명화보다 아름다운 그래프가 내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색색의 선들이 황홀했다.
주식은 그래프로 시작해서 그래프로 끝난다.
세력과 개미, 시대의 사건과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그림이었다.
어제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았다.
구닥다리 컴퓨터가 버거워할 증권회사 프로그램을 깔았다.
일명 HTS 프로그램.
한때 증권회사에 근무했던 경력을 살려 내가 편하도록 프로그램을 최적화했다.
세팅은 끝났다.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용하던 카움 증권 효웅문을 켰다.
푸르고 붉고 노란 선들이 나를 반겼다.
그래프를 보자 첫사랑을 보는 것처럼 두근거렸다.
미성년자인 나에게도 카움은 부모님 보증으로 미수계좌를 열어줬다.
미래와 달리 아직 증권회사들은 내 편이었다.
하지만 제약도 많았다.
2006년도에는 20세까지 미성년자였다.
아직도 성년이 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하루 세 끼를 해치워야 하는지 몰랐다.
“첫날부터 미수로 직행이다!”
과감함을 전신에 코팅했다.
내가 노리던 코스닥 플래닛77 호가창을 열었다.
머릿속에 플래닛77의 그래프가 떠올랐다.
아직 공시가 뜨기 전이라 매매는 평온했다.
이미 작전 세력들은 진작 물량을 확보한 상태일 것이다.
플래닛 77은 이 작전 1년 뒤에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안타깝지만 그 사실을 발설할 수 없었다.
주식시장은 국가가 허락한 합법적 도박시장이었다.
모두들 위험을 감수할 책임이 존재했다.
금융의 탈을 쓴 악마들의 시장이었다.
주식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었다.
중독.
그 이름 앞에 버틸 인간은 성자뿐이다.
“훗, 매수와 매도 물량을 잔뜩 쌓아놓았네. 자식들 귀엽네.”
전형적인 찍어 누르기 수단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 이거지? 니들 오늘 다 뒈졌어!”
일정한 호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물량을 상한가와 하한가에 걸쳐 놓는 수법이다.
정보가 없는 개미들은 물량에 눌려 감히 접근하지 못했다.
별다른 호재가 없는 주식이라 투자자도 많지 않았다.
더군다나 오늘이 작업 날이다.
다른 세력의 침범을 잔뜩 경계하는 모습이 그래프와 호가창에서 느꼈다.
“들어가 볼까!”
가볍게 매수를 시작했다.
하락장으로 시작한 단가 2,250원에 시가총액 5백 억짜리 소형주다.
이 녀석이 몇 배로 뻥튀기 된다.
지금 가지고 놀기에 딱이다.
타다다다닥 타다닥.
경쾌한 타자 소리가 방에 울렸다.
띠링! 띠링.
증권맨답게 손가락이 빠르게 매수를 체결했다.
천천히 낚시꾼의 밑밥처럼 주식을 자극했다.
작전 세력들이 예민할 때라 조심해서 나쁠 게 없었다.
그렇게 오전장이 끝나는 2시간 전에 난 2천만 원 자본금으로 40퍼센트 증거율을 풀로 땡기며 5천만 원의 결제를 모두 마쳤다.
미수금이 만들어내는 마술이었다.
나로 인해 하락장이 빨간불이 빛나는 상승장으로 변했다.
최종평균단가 2,500원에 정확히 2만 주를 구입했다.
“자식들 쫄았겠네.”
세력들의 당황하는 모습이 떠올랐다.
급등주 연구자인 내 눈에는 모든 상황이 훤히 보였다.
아침나절에 체결된 5천만 원은 소형주 세력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는 됐다.
주식 초보자들은 몰랐다.
모든 주식의 폭등 이면에는 대주주에게 허락 받은 작전세력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형님들~.”
거래 창을 닫았다.
주가 그래프와 추세선과 추세대, 이동편균선, 봉차트, 스토캐스틱, 볼린저 밴드, 매물대, 투자심리선 등등의 지표는 하등 소용없다.
모든 지표는 세력이 만드는 법이다.
그걸 알고 있는 난 조용히 깨끗하기만 한 수학문제지를 꺼냈다.
열려 있는 창문으로 솔솔 들어오는 산바람.
시원하게 터트릴 대박을 기다리며 난 나만의 수행에 빠졌다.
**
“카움에서 자금이 움직였습니다!”
“얼마야!”
“대략 2만 주쯤 됩니다.”
“흐음……, 어떤 새끼가 눈치채고 뽀리 뜯으러 왔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해! 잠시 후에 공시 뜬다. 그 정도는 나눠먹어야지. 누군지 몰라도 재수 좋은 새끼네.”
강남의 오피스텔에 위치한 작업장은 뜨거운 열기가 가득했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이번 작업으로 대략 수백억 원의 이익이 예상되었다.
대주주와 나눠 먹어도 전주는 많은 걸 챙길 것이다.
주식 시장이 뜨거웠다.
주택시장에서 빠져 나온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렸다.
이럴 때 작업해야 뒤탈이 없다는 걸 주식작전 세력을 알고 있었다.
금융감독원도 증시 활황시에는 입을 다물었다.
모두 다 주식에 미칠 때 괜히 건드려 봐야 대중의 반감만 살 뿐이었다.
“다른 새끼들 들어올지 모르니까. 잘 들여다봐. 여기서 쫑나면 우리는 다 죽는 거야!”
팀장이 인상을 쓰며 경고를 날렸다.
사채자본이 들어왔다.
만약 일이 틀리면 10여 명쯤은 피가 묻어야 끝이 났다.
***
매도 주문을 눌렀다.
호가창 상단에 몰려있는 매수창에 상한가로 던졌다.
띠링! 띠링!
매도 주문이 완결되며 경쾌한 울림이 울렸다.
“그렇지!”
카움증권 계좌정보 화면을 보고 주먹을 움켜줬다.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죽어 봤기에 이 시절의 하루가 어떤 의미인지를 알았다.
세상에 나가기 전에 주어진 넘쳐나지만 부족한 준비 기간이다.
매일같이 규칙적인 생활을 했다.
천룡신군의 충고대로(?) 야구 동영상도 멀리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산에 가서 운동하고 내려왔다.
해가 뜨기 전에 과수원에 들러 풀을 제거했다.
유기농 사과를 만들기에 농약을 사용 못했다.
농부의 땀 한 방울을 거름으로 농작물은 세상에 태어나는 것이다.
경건한 수도승의 마음으로 지냈다.
지금껏 구입만 해놓고 쌓아 놓았던 문제지들을 풀었다.
과거 낮잠 깔판 대용으로 사용했던 침 자국이 날 부끄럽게 만들었다.
한두 장도 아니고 얼굴 기름 때 묻은 교과서와 문제지는 내 젊은 날의 자화상이었다.
“이, 이게 다 돈이야?”
정산란에 기록된 빨간 숫자에 심장이 빨갛게 됐다.
대박이었다!
3거래일 마감까지 미수 풀로 땡겨놨던 플래닛77을 모두 정리했다.
미수거래의 마술이 만들어 낸 내 수확물이었다.
3일 연속 상한가였다.
전자부품연구원과 함께 생체인식용 진단기를 개발했다는 공시와 함께 3일 연속 상한가였다.
30퍼센트짜리 미래와 달리 현재는 달랑 하루 상한가 15퍼센트가 맥스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대박이었다.
“하아, 3일 만에 4,600만 원이라니……. 진짜 무섭다.”
자본금 2천만 원이 황금알을 낳았다.
미수금을 정리하고도 3일 수익이 2,600만 원이 남았다.
수수료와 미수 이자를 지불하고 남은 돈이다.
이래서 주식이 무서운 것이다.
주식중독자는 도박중독자와 똑같은 호르몬에 중독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멍하니 잠시 4,600만원이라는 숫자를 바라봤다.
단 한 번도 평생 만져보지 못한 돈이었다.
“후후우우우우.”
길게 심호흡을 했다.
들끓던 마음이 차분히 진정되었다.
“아직 시작도 안 했다.”
이 정도 돈에 감동 먹는다면 회귀 반납해야 한다.
“더 바짝 땡긴다! 난…… 배가 고파”
투지가 활활 불타올랐다.
돈은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돈이 없어 한 끼만 먹었던 시절을 난 잊지 않았다.
컵밥 곱빼기 한 번 먹는 게 소원이던 노량진 시절이다.
“오늘은 네가 당첨이다!”
돈은 돌고 돌아야 돈인 법이다.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는 그래프들 중에 한 녀석을 끄집어냈다.
다음 주에 신약 개발 공시가 뜰 놈이다.
스카이뉴리팜.
하늘로 치솟을 어여쁜 그래프가 그려졌다.
급등주 연구가 이렇게 유용할지 몰랐다.
가슴이 뿌듯했다.
과거 증권맨 시절에도 이런 수익 횡재는 없었다.
오직 내게만 주어진 주식 치트키.
못 먹으면 상병신이다.
“미수 풀!”
주식제도가 창조한 미수금의 마술은 단기간에 나를 부의 세계로 인도해 줄 동아줄이다.
기회도 엄청 좋았다.
2007년도에 시행된 유가증권시장 업무규정 제89조는 제1항 규정은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미수금 활용자의 한 달 간 사용정지 규정이 없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회였다.
“미수금아 내가 너 격하게 사랑하는 거 알지?”
바쁘게 미수금으로 주식을 쓸어 담았다.
한여름의 무더위가 식지 않은 시골집 골방.
낡고 쓰러질 것 같은 골방에서 탄생하는 개미의 신화를 썼다.
그리고 그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
# 9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