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1
90장. 오빠가 쏜다!
이 말투 아주 꿀 대사다.
입에 쫙쫙 붙는 게 상대 열 받게 만들기에 충분하고 넘치는 단어다.
상대방 얼굴이 썩어가는 게 확실히 보였다.
“저 봐! 아주 근본 없는 집안이라니까! 무식한 첩 자식 애미를 닮아 무식하다니까!”
남편의 응원에 순자 아줌마가 신이 났다.
딱 여기까지!
“사자에 대한 사자 명예훼손죄, 그리고 어머니에 대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하겠습니다.”
“뭐, 뭐라고!”
“당신의 아내분께서 제 어머니께 바람둥이 아버지, 첩실의 딸 그리고 근본 없는 집안, 무식한 애미라는 말을 연달아 사용하셨습니다. 동문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만한 모욕은 없습니다. 고소하겠습니다.”
“!!!”
변호사 아저씨 당신이 딱 봐도 명예훼손이지?
순자 아줌마가 무식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대번에 순자 아줌마 남편 얼굴이 굳었다.
이걸로 끝날 줄 알았지?
천만에 난 시작도 안 했다니까.
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단축 번호 9번을 길게 눌렀다.
“장 대표, 무슨 일이야. 밤에 다 전화를 주고.”
“조 이사님. 사건 의뢰를 하고 싶어 전화 드렸습니다.”
“그래? 무슨 일인데?”
“명예훼손죄입니다.”
“……쯧쯧. 누군지 몰라도 잘못 걸렸네.”
“당사자가 앞에 있는데 바꿔 드리겠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야?”
“삼우 로펌 소속이라고 합니다.”
“뭐? 삼우 로펌?”
하늘은 이래서 정말 공평한 거다.
순자 아줌마 남편이 하필이면 삼우 로펌 소속일까.
씨익 웃으며 핸드폰을 건넸다.
“받으세요.”
“뭐, 뭔데!”
아직도 기가 죽지 않은 상대편이었다.
스피커폰을 활성화시켰다.
며칠 전 엘자전자에서 나온 핸드폰으로 바꿨다.
아직 스마트폰의 전 단계지만 터치스크린이 적용된 뷰티 시리즈다.
“여보세요.”
조 이사님의 나긋나긋하면서 묵직한 음성이 울렸다.
“여보세요. 누군지 모르지만 방금 전 사건은 맞고소 예정입니다. 전 참고로 변호사입니다.”
“그러십니까? 그런데 삼우 로펌 소속입니까?”
검찰 차장검사 출신답게 묻는 게 아주 예의가 있었다.
“삼우 로펌 소속 이동광이라고 합니다.”
“…….”
잠시 말을 잇지 못하는 조 이사님.
“야! 이동광 이 개새끼야!”
버럭 터진 조윤태 이사님 욕설이 쩌렁쩌렁 연회장에 퍼졌다.
아우! 이 양반 성질은 정말 알아줘야 한다니까.
“누, 누구야!”
“나 조윤태 이사다! 이 멍청한 돌대가리 새끼야!”
“허억!”
순자 아줌마 남편 이동광 변호사 얼굴이 순간 샛노랗게 변했다.
느낌 팍 오지?
“서, 선배님…….”
선배라고 부르는 걸 보니 꼴에 검사 출신인 것 같다.
“너 거기 어디야! 도대체 너 누구를 건드린 거야? 당장 사과하고 사무실로 튀어와. 바보 같은 돼지 새끼야!”
뚝!
길게 말하지 않는 조윤태 이사님의 스타일이 오늘따라 더 멋져 보였다.
아우 속 시원해!
핸드폰이 끊기자 이동광 변호사는 정신이 태양계 밖으로 가출한 표정이다.
내가 삼우 로펌 3대 주주라는 걸 몰라서 일어난 참사다.
그러게 평소에 착하게 살아야 하는 거다.
로펌에서 쫓겨나면 쉽게 다른 로펌에 취직 가능한 건 전관이 확실하거나 능력이 탁월한 인재 한에서 허용되는 일이다.
딱 보니 그렇게 호감이 가는 스타일도 아니다.
관상으로 보니……, 중년부터 겨우 밥 빌어먹고 살 운명이다.
순자 아줌마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히 보이는 관상이다.
“제 변호사님하고 이야기 잘 됐습니까?”
분위기를 이렇게 망치고 싶지 않았다.
빨리 쓰레기들은 담아서 버리는 게 상책이다.
엄마의 오랜만의 화려한 외출 날에 이 정도 살풀이면 됐다.
“죄송합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변호사 아저씨 허리가 폴더 폰처럼 접혔다.
그런데 어쩌나.
전혀 용서할 마음이 없다.
이번 위기를 벗어나면 더 큰 올가미로 엄마를 괴롭힐 게 빤한 인물들이다.
“당신 지금 뭐 해요! 이까짓 게 뭐라고 허리를 숙여요!”
“닥쳐!”
쫘아아아아악!
얼씨구 와이프 뺨을 때려?
아무리 상황이 난감해도 그렇지 부부간에 먹칠을 제대로 했다.
앞으로 동창회 나와서 어깨뽕 자랑하기는 힘들 것 같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뺨을 맞고 순자 아줌마가 애처럼 크게 울었다.
“따라와!”
그런 순자 아줌마를 뚱뚱 변호사 남편이 끌고 나갔다.
막장드라마의 마지막 엔딩 장면과 흡사했다.
“…….”
장내에 침묵이 감돌았다.
4중주 악단도 이 어이없는 광경에 할 말을 잃고 연주를 멈췄다.
다만 그중에서 우리 엄마만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순자 아줌마 악행을 과거부터 알고 있지만 넓은 아량으로 이해하고 있었던 엄마다.
오늘따라 더 존경스러워 보였다.
“하, 하하하하. 오늘 동창회가 좀 화끈하네요.”
장찬우라는 분이 어색하게 웃었다.
“그, 그러게……, 순자 남편 보기보다 파워 있네. 순자를 끌고 갈 정도로…….”
“그렇지? 나 순자 남편 검사 출신이라는 거 오늘부터 믿기로 했다.”
“설란아, 미안해하지 마. 순자 저게 심보가 아주 고약했어. 그치 얘들아?”
“말이 나와서 그렇지. 순자가 얼마나 애들 뒤통수치고 다녔니. 아주 속이 다 시원하네!”
“설란아. 너 진짜 멋있었어. 요즘 말로 짱짱!”
대세가 변한 걸 아줌마들이 눈치 챘다.
다들 순자 아줌마를 까고 엄마를 치켜세웠다.
“애들아 미안하다. 동창회에 나와 소란만 피웠네.”
착한 엄마가 진심으로 사과를 전했다.
“됐어. 니가 뭘 잘못한 게 있니. 저 계집애가 성격이 못돼 처먹은 걸.”
“그런데 니 아들 정말 한국대 법대 다녀? 훈남에 공부까지 잘하네……, 우리 딸이 올해 고1인데 조금만 기다려 줄래? 우리 사돈 맺자.”
“어머머! 얘가 선수를 다 치네~. 태산 군. 우리 딸은 올해 이대 입학했어. 연락처 줄게. 한 번 만나 볼 거지?”
갑자기 아줌마들이 나에게 관심을 급 표명했다.
“어머님, 아버님들 분란만 일으켜 죄송합니다. 앞으로 어머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며 양해를 구했다.
“괜찮아. 어른들 감정싸움에 네가 무슨 죄냐. 미안하다. 홍인대 회화과 교수 장찬우라고 하네. 동창회 회장으로서 용서를 구하겠네.”
장찬우라는 분이 회장이었다.
생각보다 괜찮은 분이다.
“송구합니다.”
“이리와 술 한 잔 받아. 설란이 아들이라 아주 잘생겼어~.”
그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내가 인사를 하자 분위기가 한층 더 훈훈해졌다.
특히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말에 다들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사라진 순자 아줌마보다 더 효용가치가 있는 엄마와 나를 향해 사람들이 빠르게 마음을 열었다.
“주시면 감사히 마시겠습니다.”
이 순간부터는 잘난 엄마 아들 노릇하면 됐다.
목표했던 순자 아줌마와 그 남편은 사라졌다.
무사는 검을 뽑을 때와 거둘 때를 아는 법이라 했다.
“설란아. 우리도 한잔해야지. 설란이의 화려한 동문회 복귀를 축하하며!”
“호호호호. 보고 싶었어. 설란아. 너 없는 서울 하늘이 그렇게 싫더라.”
아줌마들 입에 침도 안 바르고 거짓말을 술술 뱉었다.
“나도 그리웠어. 너희들이.”
물론 우리 엄마도 그런 아줌마 중에 한 분이셨다.
“지배인님. 시원한 맥주하고 양주 좀 부탁합니다.”
회장님이 대기하고 있던 지배인을 불러 조용히 주문했다.
“알겠습니다.”
흥을 돋는데 와인보다는 독주가 제격이다.
지나가는 지배인님을 조용히 붙잡았다.
손에서 카드를 몰래 꺼내 줬다.
“최고급으로 준비해 주십시오.”
조용히 속삭였다.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지배인이 고개를 짧게 숙였다.
내가 바라던 놀자판이다.
고상한 와인도 좋지만 시원한 맥주와 화끈한 양주가 빠지면 섭했다.
탁자에 발렌타인 30년산과 로얄샬루트, 죠니워커 블루, 글렌피딕 30년산 같은 고급 양주와 각종 꼬냑이 깔렸다.
안주도 기가 막혔다.
계속해서 신선하고 따끈따끈한 요리들이 깔렸다.
호텔 뷔페보다 훨씬 더 고급졌다.
팔딱이는 자연산 돔 생선회까지 등장했으니 말 다 했다.
지금 호텔 뷔페 요리보다 이곳이 더 먹을 게 많을 것 같았다.
“양주는 마실 줄 알지?”
“없어서 못 마십니다!”
“그래? 하하하. 태산 군은 딱 보니까 상남자야. 자 한 잔 받아.”
“감사합니다. 회장님.”
엄마 아들이라는 이유로 더 환대를 받았다.
장 교수는 나를 붙잡고 잔을 내밀었다.
“회장은 무슨. 언제 우리 학교에 놀러 와. 내가 딸이 없어서 사위를 삼을 수는 없고 아주 괜찮은 제자들 소개시켜 줄게.”
“꼭 찾아뵙겠습니다!”
“그래. 진짜 말만 하지 말고 놀러 와라. 꼭!”
엄마 친구 교수님이 원하는데 반드시 가야 할 것 같았다.
홍인대는 전생에도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다.
미술의 메카로 알려진 홍인대.
미대생들의 미모로도 유명했다.
“다들 잔을 채웁시다. 여자 동기들과 제수씨들은 질투하지 마세요. 여왕은 재학 중일 때부터 우리와 격이 달랐습니다.”
장찬우 교수님이 분위기 파악할 줄 알았다.
엄마를 한껏 띄웠다.
사실 엄마가 여왕이라 불릴 정도로 위세를 누렸다는 걸 처음 알았다.
“여왕의 귀환과 홍인대 84학번의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위하여!”
회장의 선창에 장내에 위하여라는 말이 울렸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술판이 벌어졌다.
상류층이라고 별반 다를 건 없었다.
소주 대신 양주를 마실 뿐이다.
마시면 취하는 건 똑같았다.
동기들이라 그런지 야! 너!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순자 아줌마가 사라진 뒤에 와인 같은 술은 한쪽으로 치워졌다.
“태산아. 내 잔도 받아라.”
“네. 아버님.”
“하하. 어쩌냐. 우리 딸은 늦둥이라 이제 중1이다.”
“세월 금방 가더라고요.”
“푸하하하하하. 맞아. 어린 녀석이 별 걸 다 아는구나.”
무늬만 대학교 신입생입니다.
“고시는 준비 중이야?”
“곧 시작할 예정입니다.”
“삼우 로펌 이사님과도 친분이 있는 거야? 벌써 취직자리는 아닐 테고…….”
정보를 캐려는 분들도 있었다.
“사건 의뢰인이었다가 인연이 됐습니다.”
“그래?”
물론 적당히 나이를 먹어 의뢰라는 말에는 신뢰하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는 사이…….
우르르르르.
짧은 반바지를 입은 소녀들 무리가 연회장 문을 열고 나타나 무대로 향했다.
“뭐야?”
“누구야?”
술자리로 적당히 달아오른 순간에 나타난 소녀들의 모습에 다들 의아해했다.
하지만 소녀들은 얼굴에 미소만 지은 채 무대 위에 섰다.
오늘도 바쁘게 행사장을 누볐던 듯 피곤에 지친 모습이다.
일곱 명의 소녀는 빠르게 자기 자리를 잡았다.
그리고 티비에서 보던 모습처럼 리더의 지시에 따라 집단으로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신인 그룹 FOB입니다~.”
“어! 쟤들 신인 걸그룹 아냐?”
“어머나~ 귀엽기도 해라.”
“누가 불렀어? 회장 니가 불렀어?”
“나? 난 아닌데…….”
“그럼 누구야? 총지배인 서비스야?”
총지배인 서비스?
무슨 섭한 소리십니까.
제가 불렀습니다.
1년이 넘어서야 오늘 서련을 보았다.
그리고 밥 사주기로 약속했던 FOB 멤버들.
모두 다 내가 불렀다.
오늘 따뜻한 밥 한 끼 오빠가 쏜다!!!
# 91
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