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2
91장. 배고픈 걸그룹의 구세주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여기 정체가 뭐야?’
서련과 FOB의 멤버들은 마지막 야간 행사장에 와서 몹시 당황했다.
노래가 뜨면서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행사를 뛰었다.
새벽 4시에 일어나 머리 손질하고 녹화장을 비롯해 여기저기 전국구로 불려 다녔다.
투자한 비용이 있어 뜰 때 사장은 바짝 땡기려 했다.
멤버들도 투자비용이 빠져야 정산을 받기에 묵묵히 따랐다.
잘 나갈 때 노 저으라는 격언은 연예계에 가장 잘 어울렸다.
인기 절정에서 하루아침에 녹아내린 얼음 인형이 되는 동료가 한 둘이 아니다.
다음 음반 작업비를 벌기 위해서도 최선을 다했다.
그런데 오늘은 정말 힘들었다.
강원도 스키장에 아침 행사를 갔다가 진부령 황태 행사장을 거쳐 방송국 촬영 찍고 이곳에 도착했다.
추운 날씨까지 겹쳐 몸이 녹아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찾아온 마지막 일정.
저녁 8시부터 자정까지 예약이 됐다.
그 시간 동안에는 평소 행사비 두 배가 지급이 되는 조건이라고 매니저가 말했다.
호텔이라 특별 행사인 줄 알았다.
하지만…….
‘동창회? 그것도 84학번???’
현수막에 떡 하니 붙어 있는 문구는 눈을 의심하게 만들었다.
걸그룹이라 행사 한 번에 1,000만 원이 넘었다.
아직 A급 대우는 받지 못했다.
그래도 동창회를 위해 두 배인 2,000만 원을 들이기에는 장소가 참 이상했다.
서련은 대형을 유지한 채 이상함을 느꼈다.
인사를 건네도 환호성 같은 건 없었다.
그저 신기한 눈빛으로 자신들을 보는 50대 정도 되는 어른들이었다.
‘배고파…….’
그뿐만 아니라 연회장 뒤편에 마련된 요리들에서 황홀한 음식 냄새가 풍겼다.
침이 꼴딱 넘어갔다.
아침에는 샐러드, 점심에는 닭가슴살 도시락이 오늘 식사의 전부였다.
학교 다닐 때 친구들과 먹었던 동네 피자핫이 격하게 생각나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때 만났던 첫사랑 오빠도 보고 싶었다.
‘태산 오빠…….’
그렇게 많은 시간을 함께하거나 사랑한다는 고백은 받지 못했다.
그래도 그를 생각하며 서련은 버텼다.
괜히 생각나면 기분이 좋았다.
돈 벌어 고시 뒷바라지하겠다는 당찬 생각도 품었다.
태어나 처음으로 좋아했던 남자 장태산.
오늘처럼 힘든 날은 그가 더욱 그리웠다.
“이렇게 귀한 자리에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예쁘게 봐주세요~.”
리더 주민이 운을 뗐다.
저절로 몸이 움직이며 리듬을 탈 준비를 했다.
따라라라~♪.
반주가 깔렸다.
그리고 격한 안무에 립싱크만 할 예정이었다.
“하얀 눈이 내려와~ ♬.”
AR에 따라 수천 번도 더 연습했던 안무 동작이 시작됐다.
“어머~ 몸매도 예쁘고 춤도 잘 추네~.”
“아는 신인들이야?”
“노래는 들어본 것 같아.”
중년 부부들은 눈앞에서 직접 보는 아이들의 격한 율동에 고개를 끄덕이며 즐겼다.
그렇게 빠른 댄스곡이 아니어서 리듬을 따라갈 정도는 됐다.
그렇게 노래 몇 곡이 빠르게 끝났다.
술이 적당히 취한 홍인대 동문들은 걸그룹이 뿜어내는 젊음에 취했다.
“하나, 둘, 셋! 여러분의 귀염둥이 FOB였습니다!”
노래는 부르지 않고 안무도 격하지 않은 곡이었는데 아이들은 진이 빠졌다.
그래도 활짝 웃고 마무리를 했다.
“수고했어요.”
“아가씨들 잘 될 것 같으니까. 힘내~.”
“네에! 감사합니다!”
활기찬 인사까지 마치고 연회장을 나섰다.
그때.
“저녁식사가 준비됐습니다.”
갑자기 호텔 직원이 나타났다.
“네? 누구세요???”
“팰튼 호텔 지배인 안창수라고 합니다.”
“저희 실장님은요?”
리더 주민이 물었다.
행사가 끝나면 입구에서 항상 대기하며 감시하던 실장 겸 매니저가 보이지 않았다.
“매니저님도 허락한 부분입니다. 이쪽으로 오십시오.”
“네…….”
“우리 밥 주는 거야?”
“와아……, 이 호텔 짱 좋다!”
“나 배고파 죽는 줄 알았어…….”
“갑자기 무슨 일이야?”
밖에서는 팬들에게 여신으로 추앙받는 걸그룹이지만 지금은 배고픔에 지친 소녀들일 뿐이다.
그녀들은 기대 가득한 마음으로 지배인 뒤를 따랐다.
방금 노래했던 연회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룸으로 안내되었다.
10여 명 정도가 사용하는 긴 식탁과 의자가 보였다.
“앉으십시오. 바로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저, 저기요. 진짜 먹어도 돼요?”
“물론입니다. 전화로 확인해도 됩니다.”
안창수가 핸드폰을 내밀었다.
주민이 급히 매니저에게 전화했다.
“왜?”
언제나 들리는 까칠한 말투.
“황 실장님. 저희 진짜 밥 먹어도 돼요?”
“휴우…….”
매니저의 깊은 한숨이 흘러나왔다.
뭔가 말 못 할 고충이 있는 것 같았다.
멤버들이 핸드폰 주위에 몰려 귀를 쫑긋 세웠다.
몸매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처럼 극단적 식단을 유지해 먹고 싶은 욕망은 극에 달했다.
“어떡해요……, 실장님.”
리더가 마지막으로 의견을 구했다.
“먹어라. 먹어! 단, 내일 오후 스케줄에 지장 없게 적당히 쓸어 담아! 명심해!”
“네에!!!!!”
“감사합니다. 실장님! 사랑합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소녀들의 하이톤 비명이 사방으로 퍼졌다.
“지배인님, 저희들 뭐 먹어요?”
“아무거나 주셔도 돼요. 밥하고 김치라도 괜찮아요!”
밥을 먹어도 된다는 소리에 모두 광분했다.
침은 꼴딱, 위장은 꼬로록, 세팅된 포크와 나이프를 잡고 열혈 푸드 파이터가 되었다.
“그럼 요리 올리겠습니다.”
지배인이 웃으며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직원들이 카트에 줄줄이 각종 요리들을 가지고 들어왔다.
“그릴 옥수수와 바삭한 토르티야 샐러드가 곁들어진 저크 포크입니다.”
안심 돼지고기와 옥수수, 로메인 상추, 아보카도, 라임, 방울토마토가 바삭한 토르티야 위에 수북이 담겨져 나왔다.
서빙 담당 여자 직원이 뚜껑을 열며 요리에 대해 설명했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고기 완전 사랑해!”
“고기! 고기! 고기!”
걸그룹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을 단백질과 야채, 과일로 이뤄진 요리였다.
“적양파 파슬리 겉절이와 밥이 어우러진 비프 스트로가노프입니다. 총괄 쉐프님이 직접 요리하셨습니다.”
무빙 카트에 담긴 은빛 접시가 연속 개봉되었다.
“꺄아아아! 소고기 드, 등심이다!!!”
“우아아아……, 나 눈물 나려고 그래.”
멤버들 중에 요리를 보고 눈물을 흘리는 이들도 있었다.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이 많은 청소년 시기를 성공을 위해 투자하고 있지만 소녀는 소녀였다.
“플레인 요거트 브로콜리 치킨 샐러드입니다. 상큼한 맛이 환상입니다.”
FOB의 반응에 여직원은 웃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순수했던 저 시절이 생각났다.
“그리스식 샐러드가 곁들어진 새끼 양갈비 쾨프테입니다.”
“야, 양고기까지…….”
“시칠리아풍 펜넬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 링귀네입니다.”
“파스타아아아아아아아!!!”
면이 빠지면 서운했다.
“맛있게 드십시오. 밖에서 대기 중이니 부족하시면 부르십시오.”
여직원이 자리를 빠져줬다.
“어, 언니 우리 진짜 먹어도 돼요?”
“매니저님이……, 먹으라고 했잖아.”
침을 꿀꺽 삼키면서도 그동안 절제했던 습관에 따라 몸이 굳었다.
서로 눈치를 보는 멤버들.
“야! 오늘 못 먹으면 이번 생에는 다시 기회가 안 올지도 몰라! 모두 해치워!!!”
용감한 서련이 먼저 포크를 날렸다.
“에라 나도 모르겠다! 모두 먹어!!!”
넘버 투 서련이 나서자 리더 주민도 함께 포크를 들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나 고기! 고기!”
“나 오늘만 살고 죽을래!”
FOB 멤버들 일곱 명은 미친 듯 포크와 젓가락을 이용해 음식들을 맹공격했다.
휙휙 젓가락과 포크가 빛의 속도로 움직였다.
딸그락 딸그락 접시 소리가 요란했다.
“주, 죽음이야!”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을 것 같아…….”
멤버들은 대형 접시에 담겨 있는 요리들을 모조리 격파해갔다.
게 눈 감추듯 대형 접시에 담겨 있던 음식들은 모습을 감췄다.
폭발한 소녀들의 식욕은 무서웠다.
평소 먹던 무맛 닭가슴살 샐러드와 비교할 수 없는 고단백 저칼로리에 맛까지 훌륭했다.
“꺼억.”
아무도 없다고 트림까지 뱉었다.
“아우우……, 배 터지겠네.”
그렇게 30분을 싸우던 FOB 멤버들은 몸을 젖히고 헐떡였다.
줄어든 위장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음식을 담았다.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를 모두 날려 보냈다.
세상 다 가진 자의 여유로움이 룸 안에 맴돌았다.
“이게 행복이었어……,”
“이대로 침실로 갔으면…….”
배가 불러 나른해진 멤버들은 침실을 그리워했다.
배가 부르자 등 따뜻하기를 원했다.
“디저트 가져왔습니다.”
젊은 남자 직원 목소리가 밖에서 들렸다.
배불리 먹고 입가심거리를 찾고 있던 멤버들은 디저트라는 말에 정신을 차렸다.
“드, 들어오세요.”
리더 주민이 정신을 차리고 답했다.
다들 자세를 잡았다.
괜히 꼬투리 잡히면 걸그룹 이미지가 망가진다.
키가 훤칠한 남자가 카트를 밀고 들어왔다.
‘뭐야? 뭐 이렇게 잘생겼어?’
‘직원 맞아? 우와와…….’
먼지 하나 없는 단추 두 개가 열린 블랙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 호텔리어는 누가 봐도 연예인급이다.
멤버들은 새침을 떨었다.
남자가 끌고 오는 카트 위에는 달콤한 아이스크림과 딸기, 키위, 바나나 같은 과일과 주스가 보였다.
“그만 처먹자……, 배 터지겠다.”
음식과 전쟁을 끝낸 서련은 배부름에 찾아온 졸음에 눈도 뜨지 않고 말했다.
동료들이 새침을 떼는 줄도 모르고 평소처럼 강하게 나갔다.
남자는 조용히 탁자 빈자리에 과일과 주스를 놓았다.
“감사합니다.”
“저희가 직접 해도 되는데~.”
“오빠. 고맙습니다.”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거나 눈을 마주치며 생긋 웃는 FOB 멤버들이었다.
남자 아이돌 중에 저렇게 키가 크고 완벽한 몸매의 훈남은 드물었다.
화면빨을 위해서는 키와 얼굴이 작아야만 했다.
그러나 눈앞의 호텔 직원은 달랐다.
겨울임에도 얇은 검정 셔츠 아래로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웃고 있는 미소 또한 아이스크림처럼 달달했다.
그런 남자가 서련 앞에 다가갔다.
조용히 아이스크림과 딸기 주스 한 잔을 세팅했다.
그리고 서련의 귓가에 얼굴을 천천히 가져갔다.
“!!!”
지켜보던 멤버들은 깜짝 놀랐다.
순간 변태나 치한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다.
여섯 개의 눈이 남자를 노려봤다.
“서련아. 아이스크림 먹자.”
“???”
다정스럽게 서련이를 부르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누, 누구야!!!”
귓가에서 들리는 남자 목소리에 졸던 서련이 번쩍 눈을 떴다.
“으아아아아! 당신 뭐예요!”
그리고 화들짝 놀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여, 여기요! 변태가 있어요!!!”
서련을 지켜보고 있던 멤버들이 벌떡 일어나 외쳤다.
걸그룹이라 이런 일들이 가끔 있었다.
“흑…….”
그때 서련이 갑자기 흑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리고…….
“오빠아아아아아아아!”
서련은 자리를 박차고 그대로 남자 품에 힘껏 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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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