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 of the Regression RAW novel - Chapter 98
97장. 내 귀에 사탕
“안녕하세요. 겨울에 태어난 여러분의 귀염둥이 FOB입니다!”
리더 주민의 인사로 선전포고를 열었다.
두둥 칙 둥둥~♫.
사람들이 놀라는 사이 바로 노래가 시작됐다.
“하얀 눈이 내려와~ 우리의 겨울을 축복하네~♬…….”
음악에 맞춰 멤버들이 무선 이어 마이크를 착용하고 라이브로 노래를 불렀다.
치이이이이이이익.
법학과 10조 멤버들이 무대 앞을 지나가며 양손으로 스프레이 눈을 뿌렸다.
얼굴에는 한껏 부끄러움이 드러났다.
거저먹으려는 자의 부끄러운 양심이 발현됐다.
“뭐, 뭐야? 걸그룹이 여기에 왜 와?”
“법학과 10조 장기가 저거야?”
상큼한 걸그룹의 등장에 환호가 터졌다.
그 와중에 의문을 표하는 자들은 있었다.
스프레이 뿌리고 장기자랑을 걸그룹으로 때우려는 법학과 10조라고 생각했다.
법학과 교수들 표정도 냉랭해졌다.
경영학과 교수들은 자기들끼리 수군거리며 비웃음을 지었다.
돈으로 때우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그대여~ 겨울눈처럼 다가온~♪.”
사정을 모르는 FOB의 노래가 계속 울려 퍼졌다.
그때!
“헤이~ 그건 사랑이라고 말할 수 없잖아. 겨울눈처럼 사라지는 환상은 싫어~♬~”
갑자기 강렬한 피처링과 함께 등장하는 한 남자.
헐렁한 힙합 복장에 목에는 큼지막한 금목걸이를 걸고 모자는 반쯤 삐딱하게 눌러쓴 채 나타났다.
“!!!”
모두 다 귀가 번쩍 띄었다.
힙합 보이는 상당히 큰 키에 어울리는 강력한 성량과 맑은 목소리는 놀라울 정도로 듣기 좋았다.
“믿으세요. 우리의 반짝이는 눈송이들은 사랑의 약속이랍니다~.♫.”
받아치는 리더 주민의 가사.
“약속은 약속일뿐 완성은 아니잖아~. 속삭이지 마~ 난 이제 그런 말은 믿지 않아~♪.”
힙합 보이는 거칠게 턴을 하며 주민에게 총을 쏘는 자세를 취했다.
뿐만 아니라 그 자리에서 허공을 한 바퀴 멋지게 돌며 떠나는 비보이 동작을 선보였다.
“가지 말아요~ 우리 사랑은 아직 시작도 안 했잖아요~♫.”
“싫어! 난 그런 거짓말은 이제 믿지 않아!~♭.”
주민의 라이브 목소리.
걸그룹의 칼군무.
그 사이사이 파고드는 힙합 비보이의 강렬한 춤사위.
“아…….”
“멋있어!”
여자들이 먼저 감동에 빠졌다.
남자의 거칠면서 허스키한 노래는 들으면 들을수록 귀를 타고 뇌에 전달됐다.
중독성 넘치는 비트와 목소리.
“겨울 눈꽃은 사랑이랍니다~. 차가운 그대여~♩♬.”
노래가 클라이맥스로 흘렀다.
“난 그냥 이대로가 좋아! 혼자 있게 놔둬~ 눈꽃 사랑 따윈 나에게 사치야~♪♫.”
걸그룹에게서 떨어져 있던 힙합 비보이가 한 손을 바닥에 짚고 빠르게 회전하며 연속 비보이 동작을 완성해갔다.
누가 봐도 수준급을 넘어선 완벽한 동작이었다.
큰 키에 어울리는 파워와 절도,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스와윕스와 윈드밀이 연속으로 터졌다.
“꺄악!”
“우와와와와와와와와!”
신입생들은 비롯해 대부분 나이가 어린 학부생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상큼 걸그룹 댄스 동작과 노래에 완벽하게 하나가 되는 힙합 비보이.
“누구야? 법대생이야?”
“남자 신입생 아냐?”
“아! 맞아! ……, 오만둥이다!!!”
“헉! 오만둥이 장태산???”
법대생들이 놀라 수군거렸다.
거친 춤을 추는 와중에 모자가 날아갔다.
그리고 드러난 얼굴에 그를 아는 모든 법대생들이 놀라고 말았다.
둥!
마지막 화음과 동작이 끝났다.
어설픈 학생들의 프로그램이 아니라 프로들의 끝장나는 공연이었다.
숨을 들이키며 모두 숨을 죽였다.
갑자기 압도당한 뒤에 나타난 정신적 충격의 후유증이다.
“이제 진짜 신나게 한 번 놀아볼까요?”
숨 한번 거칠어지지 않은 상태로 장태산이 씨익 웃으며 이어 마이크로 놀란 이들을 깨웠다.
“두 번째 공연은…….”
***
둥두르르 둥 둥두르르 둥 둥 둥두르르르~♫♬.
강렬한 비트가 강당에 가득 울렸다.
클럽에 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모든 귀에 파고들었다.
팟! 파앗! 파파팟!
어설픈 사이키 조명까지 더해지자 모두의 어깨가 본능적으로 들썩이는 게 보였다.
– 라라라~ 라라라라라~ 라라라라라아아아아~.
어느새 블랙 가죽바지로 갈아입은 서련이 내 귀에 사탕의 첫 구절을 부르며 등장했다.
머리를 풀고 섹시함의 절정에 오른 눈빛과 동작은 남자들의 영혼을 단숨에 빼앗았다.
그 뒤로 가죽 반바지를 입고 아낌없이 백댄서로 등장하는 나머지 멤버들.
순간 후끈함이 공간을 지배했다.
– 네가 원하는 그 의미가 뭔지 나에게 말해봐~♬.
허스키하고 진득한 목소리가 울렸다.
목소리에 내공을 본격적으로 담아냈다.
욕망을 갈구하는 짐승 같은 사내의 마음을 담았다.
촤아아앗.
입고 있던 힙합맨의 덜렁거리는 옷을 찢어서 던졌다.
그러자 드러나는 몸에 착 달라붙는 가죽 쫄티.
“꺄아아아아아아아아악!”
앞자리에서 보고 있던 여자들이 모조리 한 소리로 비명을 질렀다.
– 네가 무슨 말들을 해도 나는 갈 거야~♪.
서련이 새침하면서도 요염하게 골반을 흔들며 꼬리를 쳤다.
눈빛마저 요염녀에 빙의된 듯 그냥 죽여줬다.
– 가장 달콤한 그 말을 원하면 나를 봐~♫.
손으로 확 끌어들이는 동작으로 서련 주위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헐렁한 힙합 바지도 찢어 던졌다.
“꺅! 꺄아아악!”
“아아앗!”
안에 입고 있던 옷은 서련과 세트로 맞춘 가죽 쫄바지다.
탱탱한 허벅지 근육이 그대로 드러났다.
시방 위험한 짐승이라는 걸 대대적으로 드러내는 코디다.
완벽하게 변신이 됐다.
– 사랑해~ 아이 러브 유~♪.
서련과 눈이 마주쳤다.
– 모든 말을 원해도 모두 다 니 귀에 해줄게~♫.
그리고 서련에게 다가가 그녀의 귀에 뜨겁게 속삭였다.
– 넌 오늘 밤 내 거야~♪♬.
나도 빙의 상태다.
사랑스럽고 요염하며 섹시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그대로의 감정을 담았다.
서련의 볼이 순식간에 붉어지고 숨결이 거칠어졌다.
그녀의 가슴이 거칠게 뛰는 게 보였다.
‘아우! 진이 누님, 이건 너무 화끈하잖아요!’
나도 날 진정시킬 수 없다.
나 원래 이런 놈 아니다.
조신하고 조용하게 대학 생활을 만끽하고 싶었다.
그러나 황진이 누님의 능력을 이어받자 내 정신이 나를 배신했다.
황진이 누님을 만난 뒤 난 그곳에서 48시간을 춤만 췄다.
다른 신들처럼 그냥 기억만 이식해 주면 될 것을 춤은 그 흥과 맛을 알아야 한다면 뺑뺑 돌렸다.
나쁘지는 않았다.
신들 세계에서도 탑급이 분명한 진이 누나와 48시간 추는 춤들은 뜨겁고, 격정적이었으며 에로틱하였다.
신이 되어서도 진이 누님은 끼를 살렸다.
신들의 황혼부터 새벽까지라는 클럽을 운영하고 계셨다.
신들이 포인트를 버는 방법은 참으로 인간스러웠다.
나름 신들 세계에서 성공한 진이 누님이다.
그녀와 그곳에서 난 지금까지 나왔던 모든 춤들을 마스터했다.
그리고 오늘 세상에 첫 선을 보였다.
내공을 사용했기에 더욱 더 감칠맛 나고 화끈했다.
교수들까지 턱을 벌리고 침을 흘릴 정도다.
신들의 춤은 그렇게 무서웠다.
“깍! 꺄아악!”
“와우! 와아아아아아아!”
집단 빙의가 된 채 모두의 눈동자가 달아올랐다.
신이 부리는 끼에 전염된 좀비들 같았다.
지금 뿌리고 있는 기운은 욕망의 정렬이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뇌에서는 넘쳐나는 도파민에 어쩔 줄 모르고 몸의 통제권을 상실했다.
자리를 박차고 흥에 겨워 춤을 추는 애들도 보였다.
그렇게 노래는 절정을 향해 치달았다.
서련과 내 몸은 서로 닿을 듯 말 듯 아슬아슬한 경계를 이뤘다.
누가 봐도 이건 정렬의 썸이다.
서련은 나를 유혹하기 위해 필사적이다.
전염이 된 서련은 오늘 경험으로 한 단계 더 발전하게 될 것이다.
알게 모르게 내가 뿌린 신의 기운에 물들었다.
– 내 귀에 사탕~ 하니처럼 달콤했니~♪.
네 목소리로 날 녹여줘어어어~♬.
라 라 라라 라라라라라 라라라라~♫.
그렇게 서련과의 커플 댄스곡이 마무리됐다.
딱 밀착된 몸.
그냥 피가 뜨거워 터져나갈 것 같았다.
“…….”
그리고 찾아온 정적.
모두 다 자신의 자리에서 시선을 우리에게 고정한 채 굳었다.
이제는 끝내야 할 댄스 타임.
“공연 마음에 드셨습니까?”
서련에게서 떨어졌다.
활짝 웃으며 모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휘이익! 휘이이익! 최고다, 최고!!!”
“장태산! 장태산! 장태산!!!”
대부분 사람들이 일어나 기립박수를 쳤다.
– 카르마 포인트를 획득하셨습니다!
춤추고 보너스도 받았다.
내가 투자한 포인트와 황진이 누나에게 배운 춤을 봤으면 저 정도 보답은 당연한 거다.
특히 여성팬들은 눈빛이 그냥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다.
한껏 마음이 달아올랐을 것이다.
여자에게 구애하는 남자의 끝장 춤과 끼를 그들은 맛봤다.
앞으로 어지간한 남자들의 춤에는 감동하기 힘들 거다.
“대, 대단합니다……, 박지영 씨와 오택연 씨도 이와 같은 콜라보레이션은 이뤄내기 힘들었을 겁니다! 최곱니다! 최고!”
고병만 씨가 나타나 엄지를 척 하고 올렸다.
“이렇게 불러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의 사랑꾼 FOB였습니다~.”
어느새 섹시미를 감추고 청춘미로 무장한 FOB 멤버들이 무대 인사를 나누고 등을 돌렸다.
그들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법학과 10조라고 하셨죠? 어떻게 이런 무대를 꾸밀 생각을 했어요? 걸그룹을 데려와 장기자랑이라니……, 역시 한국대 법학과 신입생 스케일은 다르네요~.”
고병만 씨가 법학과를 띄워줬다.
법학과 교수들과 참가한 동문들도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이, 이건 반칙입니다. 장기자랑에 걸그룹이라뇨! 이건 무효입니다! 무효!”
경영학과 교수 하나가 무효라고 외쳤다.
“장명기 교수님.”
교수 이름이 보였다.
명찰을 차고 있던 교수 이름을 불렀다.
“말하게.”
깐깐해 보이는 교수와 눈을 맞췄다.
“제가 알기로 이번 합동 장기자랑에 제한은 없었습니다. 그 어떤 자유로운 방식으로도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틀리나요?”
“맞네. 하지만 이런 식이면 곤란하네.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가!”
“교수님 조금 전에 손뼉을 치고 계시던데 아니셨나요?”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부분이다.
하지만 장기자랑에 제한은 처음부터 없었다.
절대 신의칙에 어긋나는 행동이 아니다.
“조금 전 경영학과 10조 연극 잘 봤습니다. 그 대사 중에 감명 깊은 말이 있더군요. 성공한 M&A는 처벌받지 않는다. 그와 비슷한 경우가 아닐까요? 자본이 어느 정도 투자됐지만 이만큼 즐거웠다면 성공한 장기자랑이 아닐까요? 여러분 어떻습니까? 제 말이 틀렸나요?”
“맞아요! 꿀잼이었습니다!”
“두 말하면 잔소리! 법학과 10조 장기자랑이 최곱니다!”
“장태산! 장태산! 장태산!”
아직 흥분이 덜 가라앉은 군중들을 이용했다.
고리타분한 교수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에는 그들이 받았던 감명은 특별했다.
그걸로 끝났다.교수는 입을 다물었다.
“감사했습니다. 법학과 10조 장태산과 그의 친구들이었습니다!”
허수아비 노릇한 애들이 단상 밑에서 꾸벅 인사를 했다.
눈이라도 뿌려서 10조원의 역할을 다했다.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들이 투입되었다면 오늘 감동을 맛볼 수 없다는 걸 모두 알았다.
법학과 교수들이 날 보는 게 느껴졌다.
교수들에게 무언으로 말했다.
다시 사는 두 번째 인생.
앞으로도 나 살고 싶은 대로 살다 갈 거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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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의 전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