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Blacksmith's Vengeance RAW novel - Chapter (144)
Epilogue
1
“신작 게임의 설정이 완성되었다고?”
정경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석진이 내미는 파일을 신주단지처럼 고이 받아 들었다.
그는 우선 표지의 제목부터 살폈다.
제목은 굵고 샤프한 필체로 ‘아이언 에이지(Iron Age)’라고 적혀 있었다. 제목 아래에는 게임을 상징하는 이미지라 할 수 있는 강철 거인 병기의 디테일이 그려졌다.
“흠. 아르페디아 온라인에 있는 강철 골렘 같은 건가?”
“아뇨, 이건 조종사가 직접 탑승하는 겁니다.”
“오호!”
정경욱은 조심스럽게 페이지를 넘겼다. 맨 앞의 1, 2 페이지에는 게임의 무대가 되는 대륙 지도가 상세히 그려져 있었다. ‘유테라’ 라고 이름 붙여진 이 대륙에서 유저들은 새로운 모험과 전투를 만끽하게 될 것이다.
다음 페이지를 넘기자 유저들이 선택하고 즐길 수 있는 직업군이 여럿 나왔다.
아르페디아 온라인처럼 크게 생산직과 전투직으로 나뉠 수 있었으며, 그중에 가장 볼 만한 직업군이 ‘마이스터(Meister)’ 와 ‘라이더(Rider)’ 였다.
“배경 스토리도 괜찮구먼. 여기 이건 주요 NPC들인가?”
정경욱은 페이지튤 넘기며 여러 NPC들의 러프 일러스트를 둘러보다가 한 군데에 집중했다.
의지가 강해 보이는 케이라는 이름의 소년 마법사였다.
“거인의 전설을 알고 있는 강철 마법사?”
“그 녀석은 중요 히든 피스 입니다. 유저들은 플레이하면서 그 녀석과의 관계를 돈독히 쌓으면 전설의 거인을 찾울 수 있습니다.”
“흠, 고놈 생긴 것도 깔끔한 게 여자 유저들이 좋아할 인상이군.”
설정집을 다 본 정경욱은 손석진에게 그것을 돌려 주면서 그간의 노고를 치하했다.
“수고했어. 앞으로 만들 차기작을 잘 부탁하네.”
“아르페디아 온라인보다 더 재미있게 만들어 보겠습니다.”
손석진이 물러나려 할 때, 정경욱은 아직 더 할 말이 남았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혹시 그 차기작 서비스되면 그 녀석이 할까?”
“그 녀석이라 하면‥‥‥.”
“지그 말이야. 아이언 마스터 지그.”
천공의 문을 열고 올라가 토르를 이겨 최고의 대장장이가 된 지그.
정경욱은 아르페디아 온라인을 들었다 놨다 하는 그 녀석이 차기작에서도 굉장한 활약을 보여 줄 것이라 판단했다. 개인적으로 좀 만에 안 드는 녀석이긴 하지만.
“글쎄요, 좀 힘들 것 같습니다.”
“하긴, 지존처럼 군림하는 게임을 놔두고 다른 게임에서 새로 시작하기는 쉽지 않겠지. 아르페디아 온라인 서비스를 중단하지 않는 이상은.”
“그 때문이 아닙니다.”
“그럼 왜?”
혹시 손석진과 얽힌 어떤 개인적인 사정 때문인가?
그러나 그런 이유도 아니었다.
“아이언 에이지를 개발하고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할 쯤이면. 유한 군은 FPS게임을 겸한 서바이벌 게임을 즐기고 있을 겁니다.”
“어? 그거 혹시?”
“국가에서 무조건 의무적으로 하게 만드는 게임이죠.”
“그렇군!”
그 게임은 젊은 시절 정경욱도 해 본 적이 있었다. 군대라는 이상한 세계에 떨어져, 전방이란 지역에서 온갖 힘든 퀘스트를 완수한 끝에 말년 병장의 칭호를 받고 현실로 돌아왔다.
그리고 몇 년 동안 동원 예비군 퀘스트를 수행한 뒤. 완전히 그 게임을 접었다.
“하긴 그놈도 갈 때가 되었군.”
“어디 가서든 잘 지낼 겁니다. 유한 군은 강하니까요.”
“그래. 자네 말이 맞아.”
낄낄 웃은 정경욱은 고개를 들어 스크린을 바라보았다. 마침 문제의 아이언 마스터 지그가 작업 중이었다.
그는 어떤 광석이 지천으로 깔린 바위산의 유적에서 열심히 쇠를 꼬아 두들기며 합금을 만들고 있었다.
어느 정도 완성이 되었는지. 그는 집게로 합금을 들어 이리저리 살펴 보았다. 벌겋게 달아오른 합금은 떠오르는 태양에서 떼 낸 것처럼 환하게 빛났다.
어둠을 불사르는 또 다른 빛이라도 되는 것처럼.
2
유한이 아이언 마스터가 된 지도 어느덧 7개월이 지났다.
그사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유한은 아르페디아 대륙의 금속 시장과 무구 시장을 완전히 장악했고, 채린은 게임보다 성적을 올리는 데 열중하여, 유한과 같은 대학에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리지스는 마침내 골드러시 상인 연합을 누르고 최고의 상인이 되었다. 현재 그녀는 후소 대륙의 상권으로 마수를 뻗고 있는 중이다.
입시생이 된 옌스는 일시적인 좌절감에 빠졌다. 에이린이 가족들을 따라 해외로 이민을 가 버린 탓이다. 게임에서는 계속 만날 수 있는 게 그나마 다행.
그 밖에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목표를 향하여 삶을 찾아 갔다. 게임에서든, 현실에서든 유한은 그들이 부지런히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자, 이것으로 2035학년도 명일 대학교 신입생 입학식을 마치겠습니다.”
사회자의 안내와 함께 강당을 가득 채우고 있던 신입생과 학부모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유한아!”
유한이 강당 밖으로 나오자 채린이 손을 혼들며 그를 반겼다.
“어, 채린아! 근데 입학식에는 참석하지 않고 어딜 간 거야?”
“부모님이 늦게 오셔서 마중 나간다고‥‥‥.”
그러고 보니 채린의 뒤에는 송태수와 황 여사가 서 있었다. 유한은 장래의 장인어른과 장모님에게 다가가 얼른 인사를 했다.
“오셨습니까?”
“호호. 유한이는 갈수록 듬직해 보이네.
수능이 끝난 뒤로 유한은 채린이네 집에 자주 놀러 갔다. 처음엔 송태수에게 두들겨 맞을까 봐 안 가려 했지만, 황 여사가 반갑게 맞아 주었기에 생각을 바꿨다.
“아하하, 고맙습니다.”
유한은 멋쩍어 뒤통수를 긁적였다.
“흥, 듬직하기는. 비실비실해 빠져 가지곤.”
황 여사는 투덜거리는 남편의 명치를 손등으로 퍽 하고 때렸다. 보기에는 가볍게 때린 것 같은데 생각보다 강했는지. 극기도의 창시자인 송태수가 고통에 몸을 비틀어야 했다.
‘역시 아주머니가 송건달보다 세구나.’
어릴 때도 그런 것은 느꼈고, 근래에 놀러 갔을 떄도 황 여사에게 꼼짝 못하는 송태수를 보았다. 황 여사는 단순히 기세만 높은 게 아니라 실제로도 송태수보다 고수인듯.
유한은 송태수가 당하는 것을 흐뭇하게 바라보았지만. 언제까지 그럴 수는 없었다. 불현듯 저것이 미래 자신의 모습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지수 양은 어딜 갔죠?”
“저와 함께 있었는데 곧 나올 겁니다.”
그렇지 않아도 입구를 통해 지수가 나오고 있었다. 그녀는 송태수 부부를 발견하고는 조르르 달려와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어머님!”
“그래 너도 입학 축하한다.”
황 여사는 유한과 지수에게 꽃다발을 하나씩 안겼다.
유한과 채린, 지수는 운 좋게도 모두 같은 대학교에 입학했다. 유한은 기계 공학과에 들어갔고 채린은 체육학과, 그리고 이지수는 수학 교육학과였다.
“자자. 그럼 우리는 학교를 좀 둘러보고 올 테니까 너희끼리 이야기 나누고 있으렴.”
황 여사는 송태수의 팔을 끝고 자리를 비켜 주었다. 감격스러운 날, 그들끼리 할 말이 많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
세 명만 남게 되자 유한이 지수를 향해 물었다.
“그런데 넌 경제통상학과나 경영학과를 같 줄 알았는데 왜 수학 교육학과에 지원한 거냐?”
아르페디아 온라인의 최고 상인이 된 리지스다. 돈에 환장한 그녀기 왜 장기를 살리지 않고 엉뚱한 수학 교육학과에 들어갔는지 그게 궁금했다.
“아. 그거?”
이지수는 별것 아니라는 투로 말했다.
“어떤 시대든 교육산업이 돈이 되니 말이지. 더구나 교사는 안전한 철밥통 직업이기도 하고‥‥‥.”
“역시 돈이냐?”
그러면 그렇지 싶은 유한과 채린이었다.
“거기다 학부모들에게서 건네지는 격려금도 있잖아, 문제집 출판사에서 찔러 주는 로비 자금도 대단하다더라.”
“너 그러다 티쳐스 선생들 꼴 된다?”
작년에 시험지 유출로 물의를 일으켰던 학림 재단과 그들과 공모한 선생들은 3심까지 가는 재판 끝에 중형을 선고 받았다.
교육은 100년의 대계이고, 학생들은 국가의 미래다.
재판장은 국가의 미래를 무너트리는 이 같은 일이 두번 다시 반복되어선 안 된다며 중형을 내렸고, 끈질기게 항소하던 학림 재단 일당은 완전히 나락으로 내려앉았다.
현재 학림고는 교육부에서 관리하고 있었는데, 조만간 이름까지 바뀌게 될 거라고 했다.
“야, 농담이야. 농담! 내가 진짜 그런 작자들처럼 될 거라고 생각해?”
“응!’
“너, 이 자식!”
유한이 너무나 주저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지수는 발끈했다.
그녀는 유한을 향해 주먹을 날렸지만. 그 주먹은 허공에서 멈췄다. 그녀의 외투 속에서 들려온 전화벨 소리 때문이었다.
지수는 냉큼 휴대폰을 꺼내 받았다.
“여보세요. 어머, 준수니? 응, 그래그래. 입학식 다 끝났어. 지금 시내에서 보자고? 아잉~ 뭘 그렇게 서두르니.”
방금 전 울컥했을 때와 완선히 달라진 애교 섞인 말투였다.
유한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이지수가 오펜, 아니 준수와 통화하는 것을 듣고 있었다.
대체 이 녀석 언제 순진한 준수와[준수를→준수와 by. 곰] 사귄 것, 아니 꼬신건지.
아무튼 통화를 끝낸 이지수는 발그레하게 얼굴을 붉히며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나 그만 가 봐야겠어. 준수랑 약속 있어서.”
김준수는 역시 전교 1등답게 서울 대학교에 입학했는데 마침 입학식 날짜가 같았다.
“그래. 다음에 보자.”
“준수 적당히 벗겨 먹어라.”
“어휴. 강유한 넌[이건→넌 by. 곰] 말하는 게 매번‥‥‥ 암튼 나 간다!”
이지수는 그렇게 바람같이 사라졌다.
장내에 남은 것은 유한과 채린뿐.
두 사람은 앞으로 자신들이 다닐 대학교,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캠퍼스를 천천히 거닐며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채린은 문득 중간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와, 매화나무다.”
아담한 매화나무에 붉은 꽃이 가득 핀 것을 멍하니 보고 있던 채린은 유한을 돌아보며 말했다.
“생각나니? 우리 초등학교 다닐 적에 교내에 매화나무가 있었던 거.”
“아, 그거? 그건 이거보다 작았어.”
유한도 기억을 하고 있었다.
아마 기억 속에 그 작은 나무도 지금은 많이 자랐을 것이다.
자신과 채린이 이만큼 자라난 것처럼.
“언제 한 번 찾아가 보자. 어떻게 변했을지 많이 궁금해.”
“그래? 그럼 지금 당장 가 볼까?”
유한이 팔을 내밀자. 체린은 냉큼 팔짱을 끼었다.
두 사람은 그리운 추억의 장소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드러운 봄바람이 앞으로 나가는 두 사람의 마음을 가득 가득 채워 주었다.
(대장장이 지그 완결)
작가 후기
작년 7월에 책이 나왔으니 꼬박 1년 동안 대장장이 지그릍 쓴 셈이네요. 그동안 사랑해 주신 독자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사실 대장장이 지그는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게임 판타지는 이번이 처음이었고, 14권이라는 긴 장편을 써 보는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시도와 도전을 했고 또한 발전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성장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재밌는 작품으로 여러분들을 찾아가겠습니다.
차기작은 ‘강철 마법사’로 속칭 기갑 판타지가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왔던 숱한 기갑 판타지와 궤를 달리 하는 강찬만의 기갑 판타지를 만들었습니다.
앞서 에필로그에서 잠깐 언급되었던 유테라 대륙의 케이가 주인공입니다. 강철 마법사 케이의 기간트를 만들기 위한 모험과 여정이 주 내용이 될 것입니다.
9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는 즈음에 ‘강철 마법사’로 돌아올 것을 약속드리며 이만 말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독자 여러분 행복하십시오.
– 무더운 여름 대구에서 강찬 드림.
★이 텍스트는 독불장군 블로그에서 타이핑팀이 제작한 텍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