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0)
【10】9
“세계를 공략해야 한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잖아?”
레오의 뒤를 따라 걸으며 첼시가 고개를 저었다.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는 건 루메른 학생들에게도 어려운 일인데 그걸 입학 후보생들에게 시키겠어?”
그 말대로였다.
루메른에서 최고의 교육을 받은 영웅 후보생들에게도 쉽지 않은 것이 바로 영웅의 세계 공략이었다.
그런데 그 어려운 걸 수험생들에게 시키다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레오의 생각은 달랐다.
“지금 우리는 영웅의 자격을 시험 받고 있는 거잖아?”
“응.”
“그럼 영웅이 해야 하는 건 당연히 해낼 수 있어야 하지 않겠어? 게다가 시험이라면 시련 역시 이겨낼 수 있는 범위에서 주어질 거야.”
그 말에 첼시가 멈칫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었다.’
“으음! 그럼 공략 조건이 뭘까? 수험생들이 공략할만한 수준의 시련이라면 역시나 알비의 초창기 활약일 텐데. 마안의 마법사의 행적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게 없는데.”
팔짱을 끼고 머리를 굴리는 첼시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우수한 애네.’
실력이 뛰어나고 명가로서의 자존심이 강한 소녀였다.
보통 그런 아이들은 또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첼시는 레오의 말을 듣고 타당하다고 생각하고 바로 공략법에 대해 생각했다.
‘사고가 유연해. 그 점은 마법사로서 좋은 점이지.’
아직 미숙하지만, 영웅 후보생에 어울리는 소녀라고 생각하며 레오가 말했다.
“토벌일 확률이 높겠지.”
“확실히 그러네.”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몬스터가 출몰하는 곳에서 이룬 위업이라면 역시 무언가를 쓰러트릴 확률이 높았다.
그리고 레오는 쓰러트려야 할 대상에 대해 짐작이 갔다.
‘시간이 시간인 만큼 다른 놈일 수도 있지만.’
조금 전 몬스터들의 시체를 보며 주먹을 쥐락펴락하던 레오가 첼시의 손목을 잡았다.
“이게 무슨 짓이야?”
느닷없는 레오의 행동에 첼시가 까칠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화악-!
레오가 첼시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겼다.
파바바밧-!
첼시가 있던 자리에 화살 두 개가 날아와 꽂혔다.
그걸 본 첼시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어? 어?”
휘청-! 쿵!
“아코!”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찍었다.
눈물을 찔끔 흘리며 엉덩이를 문지르던 첼시가 쌍심지를 꼈다.
“잡아당겼으면 안 넘어지게 안아 줘야 할 거 아니야!”
“어, 미안. 함부로 안으면 화낼 것 같아서.”
“이렇게 넘어지게 하는 게 더 화나거든!”
“그래서 고맙다는 말은?”
“흥! 너 아니었어도 화살 같은 건 나한테 아무런 피해를 못 주거든?”
“오러가 담겨 있었는데.”
레오의 지적에 첼시가 멈칫했다.
“미, 미리 외워뒀던 실드 마법에 막혔을 거야!”
그렇게 말한 첼시였지만 이내 뚱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 어쨌든 고마워.”
그 반응에 레오가 웃음을 터트렸다.
“쳇!”
“첼시 르왈린부터 쓰러트릴 수 있었는데!”
수풀을 헤치고 나타난 다른 수험생들이 레오와 첼시를 노려보았다.
“너희.”
첼시가 앞으로 나서자 다섯 명으로 이루어진 수험생 무리가 긴장한 표정을 지었다.
“싸우지 말고 우리랑 협력하자.”
“뭐?”
느닷 없는 첼시의 말에 그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너희 파티는 기사로만 이루어져 있잖아? 마법사인 내가 파티에 들어가면 나쁠 게 없지? 그럼 협력하는 게 맞지 않겠어?”
방금 전 공격 당했음에도 첼시는 별다른 기분 나쁜 기색 없이 협력을 제의했다.
어차피 시험인 만큼 남을 떨어트리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남을 탈락시키는 시험이라면 가차 없이 공격했지만, 지금은 영웅의 세계를 공략해야 하니까.’
첼시가 의견을 구하듯 자신을 돌아보자 레오도 고개를 끄덕였다.
“협력을 해서…….”
“우리는 기사들뿐이지만 원거리 공격이 가능해서 파티 밸런스는 맞거든?”
“응?”
그때 리더로 보이는 수험생이 비웃음을 날렸다.
“너희는 고작 두 명뿐이잖아? 지금 싸우면 우리가 훨씬 유리해.”
“맞아, 영웅 명가라고 떠들어 봤자 우리랑 같은 나이잖아!”
“겁나니까 협력을 제의 한 거 누가 모를 줄 알아?”
첼시가 숙이고 들어갔다고 생각하자 그들은 기세가 올랐다.
“널 쓰러트리면 강력한 입학 후보 한 명이 사라지는 거야! 그런데 왜 우리가 너랑 협력해야 해?”
“맞아! 맞아!”
전투 태세를 취하는 그들을 보며 첼시가 뭐라 말을 하려 했다.
“그만둬, 어차피 더 이상 말이 안 통해.”
“그치만.”
첼시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뛰어난 이 소녀는 자신의 말도 듣지 않으려 드는 다른 수험생들이 갑갑했다.
레오는 검을 뽑으며 말했다.
“저쪽이 싸움을 원한다면 싸워줘야지.”
“어쩔 수 없네.”
첼시가 한숨을 쉬며 지팡이를 들었다.
그런 첼시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넌 뒤에서 지원해 줘.”
“뭐?”
“저런 조무래기들을 상대로 마력을 소모하는 건 낭비야.”
“제정신이야? 쟤들은 오러를 사용하는데?”
“맡겨 둬.”
“흥. 당해도 난 모른다?”
쌀쌀맞게 말하면서도 첼시는 레오가 위험하면 도와줄 생각이었다.
‘방금 전 빚도 갚아야 하니.’
첼시가 지팡이를 만지작거렸다.
한편 다른 수험생들은 레오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넌 뭐야?”
“혼자 우리를 상대하겠다고?”
“응. 잘 부탁해.”
“이 자식이!”
레오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생각한 화살을 든 수험생이 바로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화악-!
오러가 담기지 않은 화살이 레오에게 날아갔다.
오러 화살은 오러를 낭비하는 만큼 첼시와의 싸움을 대비하여 아껴두기로 한 것이다.
‘피하면 빈틈이 생기지! 그때 포위해서 끝장내버리면…….’
덥석-!
“……!”
“힘을 아낄 때가 아닐 텐데.”
화살을 잡은 레오가 시큰둥하게 화살을 부러트리며 말했다.
“마, 말도 안 돼! 내 화살을 맨손으로……!”
화악-!
수험생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레오가 달려들었다.
“마, 막아!”
“포위해버려!”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을 보며 빠르게 눈을 굴렸다.
하지만 수험생들은 온전히 레오에게 집중하지 못했다.
‘전투에 참여하지 않아도 존재 자체만으로 견제가 되는군.’
무명의 레오와 다르게 네임드급 수험생인 첼시가 있으니 그쪽으로 신경이 쏠릴 수밖에 없었다.
‘나야 고맙지.’
채앵- 퍼억!
“커억?”
검을 쳐낸 레오가 그대로 명치에 주먹을 꽂나 넣었다.
“이 자식! 오러를 쓴 기미는 보이지 않았는데?!”
“당연하지 맨몸이니까.”
착각하는 상대를 보며 덤덤하게 말한 레오가 몸을 회전시켰다.
레오의 등을 노리던 상대는 마치 뒤통수에 눈이라도 달린 듯 회피를 하는 레오를 보며 당황했다.
퍼억-!
“꾸엑!”
옆구리에 발차기를 먹여 준 레오가 둘밖에 남지 않은 다른 수험생들을 노렸다.
“오러를 써!”
“젠장!”
레오는 혼자서 다섯 명을 압도했다.
한편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진짜 쟤는 어떻게 오러도 안 쓰고 저렇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마법사지만 배틀 메이지 지망인 만큼 첼시는 무술 수련 역시 열심히 했다.
그렇기에 레오의 움직임이 얼마나 신기에 가까운지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멋있다!’
가슴이 콩닥거리는 걸 느끼던 첼시가 화들짝 놀랐다.
‘안 돼! 상대는 셀리아 제르딩거랑 어울리던 녀석이라고! 정신 차려! 첼시!’
고개를 휙휙 저으면서도 첼시는 레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
응시자들은 빠르게 탈락했다.
경쟁자를 떨어트리기 위해 과하게 움직인 결과였다.
‘자기들 딴에는 적극적으로 움직였다고 생각하나 보군.’
알비가 몇몇 학생을 주시했다.
자신이 몇몇을 떨어트렸는지 자랑스럽게 떠드는 이들이 보였다.
물론 시험과는 아무 관련 없다.
시험 시간이 한 시간 지났을 무렵.
569명의 응시자 중 이제 남은 오십 명 정도만 남게 되었다.
“알비님. 저 응시자들은 모두…….”
“탈락이다.”
차갑게 말하는 알비를 보며 루메른에서 파견 나온 보좌관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하, 하지만 알비님. 저들도 충분히 우수한 인재들입니다. 게다가 한 시험에서 평균적으로 백여 명의 학생을 뽑는 것이…….”
알비의 서늘한 시선이 보좌관을 향했다.
그 눈빛에 보좌관이 숨을 들이켰다.
“교장께서 날 시험관으로 임명하실 때 나 역시 너와 똑같은 소리를 했다. 나를 시험관으로 임명하면 내 기준에 충족하지 않은 놈들은 모조리 탈락하게 될 거라고. 그런데도 그분께서는 내게 시험관 직을 맡기셨지.”
“으음!”
“시험관으로서 어떤 학생을 통과시키든 그건 시험관의 권한이다. 그러니 이에 관해서는 더 이상 이야기하지 말도록.”
딱 잘라서 이야기한 알비가 마법 거울로 시선을 돌렸다.
그의 시선에 들어 온 건 다름 아닌 레오였다.
‘숲의 이변을 눈치챈 모양이군.’
알비가 자신의 왼쪽 눈을 만지작거렸다.
‘과연 그 세계를 공략할 수 있을까?’
***
“첼시, 무사했구나.”
“물론이죠. 오라버니.”
시험이 시작되고 두 시간이 지났을 무렵.
레오는 셀리아와 아바드 파티에 무사히 합류할 수 있었다.
“역시 무사했구나. 그런데 첼시 르왈린이랑 같이 있었어?”
“시험 초반에 만나서 협력했거든.”
“응? 쟤 자존심이랑 고집이 상당한데 순순히 너한테 협력했어?”
“잘 설득했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 레오를 보며 셀리아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무슨 짓 했구나.’
일주일간의 생활로 셀리아는 이 사촌의 악랄함에 대해 잘 파악했다.
“너도 버터라느니 재수 없다느니 했으면서 같이 다닌 모양이네.”
“시험 통과 기준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싸울 순 없으니까.”
셀리아가 머리를 쓸어넘기며 대답했다.
“그나저나 일행이 많군.”
“나랑 아바드는 빠르게 움직일 수 있거든. 그래서 숲을 누비며 협력할 사람들을 모았어. 뭐 대다수 로드렌 제국 사람들이지만.”
로드렌 제국의 양대 가문.
제르딩거와 르왈린이 협력을 권하는데 그걸 거절할 제국 사람은 없었다.
“잘했어.”
“응? 왜?”
“이 시험 과제 통과 방법을 알 것 같아.”
“오? 알아낸 거야?”
셀리아가 눈을 빛냈다.
“세계 공략이야.”
“세계 공략?”
셀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이번 시험은 너무 이질적이야. 세계 공략이라도 해도 이상할 건 없겠어.”
“그렇지?”
“그럼 여기서 문제가 하나 생기는데. 공략 조건이 대체 뭘까?”
영웅의 세계에는 공략 조건이 있다.
영웅학이라는 학문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영웅의 행적을 조사하고 연구하는 행위는 곧 영웅의 세계 공략법으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웅담이 있는 영웅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영웅도 존재하는 법.
특히나 살아 있는 영웅의 세계는 공략되는 경우가 드물다.
공략한다 해도 보상이 없을뿐더러 세계를 열 수 있는 건 영웅 본인뿐.
다른 이가 조건을 달성해 열 수 있는 영웅의 세계는 과거의 영웅들 것뿐이다.
“알비는 명성은 높지만, 과거 행적에 대해서는 거의 드러나지 않은 영웅. 공략 단서가 될만한 게 없는데.”
“그 부분도 짐작 가는 게 있어.”
“정말?”
“그래.”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지금 마물의 숲은 이변이 일어난 상태야.”
“이변?”
“그래. 마물의 숲치고는 몬스터들이 너무 안 나타나지 않아?”
“확실히…….”
원래는 좀 더 쉴새 없이 몬스터들의 습격이 이어져야 정상이다.
하지만 알비의 세계에서는 몬스터 출현 빈도가 너무 낮다.
‘마치 무언가에 겁먹은 것처럼?’
거기까지 생각한 셀리아의 얼굴이 심각해졌다.
“아마 숲의 몬스터들을 겁먹게 할 상위 몬스터가 나타났을 거야.”
“알비는 그걸 토벌해서 위업을 이룬 거구나?”
“맞아.”
“마물의 숲 전체를 겁먹게 할 상위 몬스터가 대체 뭘까? 그런 이변이 있었다는 기록은 본 적 없는데.”
“그건…….”
셀리아의 의문에 레오가 답하려 할 때였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멀리서 비명이 메아리쳤다.
“아무래도 나타난 모양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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