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11)
【111】110.
다음 날 아침.
콜로세움 앞은 아조니아 입학식을 관람하기 위해 온 이들로 북적거렸다.
사람들은 안내를 받아 차례차례 입장하고 있었다.
투기장 가운데는 입학 후보생들이 긴장된 얼굴로 몸을 풀고 있었다.
이곳에서 출발한 입학 후보생들은 아즈렉 내의 트랙을 따라 이동한 후 대사막으로 진출한다.
도시를 순회하는 이유는 많은 이들에게 영웅 후보생들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이었다.
콜로세움 관중석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후보생들에게 열열한 환호를 보내주고 있었다.
레오는 입학후보생들 중에서도 가장 구석진 곳에 서 있었다.
베레모 뒤로 삐죽 튀어나온 토끼귀가 익숙해지지 않는지 만지작거리던 레오가 베레모를 깊게 눌러 썼다.
폴리모프 마법으로 수인으로 변장하고 머리카락 색도 바뀌어 평상시와는 인상이 달랐지만, 아는 이가 본다면 충분히 알아볼 만한 수준이었다.
‘게다가 얼굴 팔려서 좋을 건 없으니까.’
“거기 소년! 힘내!”
“하하! 여유가 넘치는데! 응원해줄게!”
하지만 관중석의 사람들은 구석에 있는 레오에게도 열심히 응원을 보내주었다.
‘어딜 가든 영웅 후보생은 환영받는군.’
재앙의 시대가 끝나고 세상은 평화를 맞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는 아직도 영웅을 갈망하고 있다.
그들이 위대한 위업을 이룬 존재라서?
아니면 세계를 변혁시킬 위인이라서?
‘아니, 사람들도 알고 있는 거야.’
레오의 눈이 살짝 가라앉았다.
‘재앙의 불씨가 아직 꺼지지 않았다는 걸.’
에레보스가 여러 조각으로 나뉘었다지만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에레보스의 군대라고 할 수 있는 타르타로스는 여전히 건재했으며 그들은 호시탐탐 재앙의 재림을 원하며 수작질을 부리고 있다.
‘진짜 평화는 영웅의 시대가 끝난 이후에 찾아오겠지.’
더 이상 많은 영웅이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
대영웅들이 추구했던 평화가 바로 그것이었다.
오래전 맹세를 떠올리고 있을 때였다.
“검은 토끼!”
아르가 성큼성큼 다가왔다.
“어제 약속 잊지는 않았겠지? 너의 인정을 꼭 받고 말겠어!”
“그래. 그래. 그런데 왜 그렇게 다크 서클이 내려왔어?”
아르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눈을 부릅떴다.
“기대감에 한숨도 못 잤어!”
당당하게 소리치는 아르를 보며 레오가 혀를 찼다.
“괜찮겠어?”
“당연히 괜찮지! 그러니까 오늘 시험에서 어디 가지 말고 나만 따라 다녀! 알겠지?”
“시험인데 너만 따라다닐 순 없지.”
“내 활약상을 조금이라도 놓치지 마! 나만 봐! 나만 보란 말이야! 나만!”
새끼 고양이가 칭얼거리듯 아르가 레오 곁에서 떠들어 댔다.
그러는 사이 다른 입학 후보생들이 아르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아르 튠이지? 반가워! 난 리베드라고 하는데 이번 시험 잘 부탁해.”
“혹시 입학하게 되면 베르가 교관님께 배울 수 있게 추천해줄 수 있니?”
“이번 입학식에서 나랑 팀 짤 생각 없어?”
“어? 어?”
다른 입학 후보생들이 몰려들자 아르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추천 후보생을 아니꼽게 보는 이들은 많지만 반대로 추천 후보생을 인정하는 자들도 많았다.
거기다 아르는 영웅 명가 튠의 후계자.
입학 전에 잘 보이려는 학생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입학 후보생들이 한자리에 모이자 자연스럽게 관중들의 시선도 몰렸다.
그걸 느낀 레오가 자리를 떠났다.
다른 입학 후보생들에게 둘러싸여 있던 아르는 그걸 발견하고 눈을 치켜떴다.
“어디 가냐! 검은 토끼! 내 옆에 있으라니까!”
노발대발한 아르는 자신에게 말을 거는 후보생들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한 후 우다다다! 레오의 뒤를 쫓았다.
그걸 본 입학 후보생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저 토끼 놈은 대체 뭐야!’
‘뭔데 아르 튠이 저렇게 챙기는 건데! 추천 후보생이면 다야?’
본의 아니게 레오가 질투를 한 몸에 샀다.
***
관중석에 앉은 유라는 이번 아조니아의 추천 후보생들의 명단을 보며 말했다.
“튠, 덴, 루알에 베가까지. 우리 꼬맹이들도 역대급이지만 올해 아조니아 추천 후보생들도 면면이 장난이 아닌데요?”
“확실히 그렇군.”
“그런데 카일? 시작의 영웅을 이름을 쓰는 애는 처음 보네. 게다가 가문명도 없잖아? 뭐 하는 애일까요?”
“보면 알겠지.”
매년 아조니아의 입학식 때마다 각 영웅 사관 학교의 교육자들이 초청을 받는다.
앞으로 자신들의 1학년 학생들과 경쟁하게 될 학생들을 체크하기 위해 각 영웅 아카데미에서도 그 초청에 응했다.
그리고 올해 루메른에서는 1학년 학과 대표 교수들이 오게 되었다.
원래는 렌까지 와야 했지만, 그는 2학기 수업 준비를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건방진 녀석! 선배들은 다 출장을 오는데 자기만 쏙 빠지고!”
“굳이 셋이 다 올 필요는 없지. 또 수업 준비 때문에 바쁘다는 걸 걸 뭐라 할 수도 없고.”
“아인 선배는 은근히 이런 부분에서는 관대하네요. 그러니까 렌 녀석이 겁 없이 기어오르잖아요! 선배로서 위엄을 보여주세요.”
“네가 할 말은 아닌 것 같다만?”
“내가 왜요?”
“교수님. 솔직히 말하면 아인 교수님에게 제일 많이 대드는 후배 교수님이 바로 교수님이신데요.”
유라의 옆에 앉은 카를로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잠시 자신의 부교수를 바라보던 유라는 손날을 세워 카를로의 목젖을 쳐 버렸다.
“커억! 컥! 컥!”
괴로워하는 부교수를 외면한 유라가 말했다.
“어쨌든 렌 녀석. 진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네요. 수업 준비를 열심히 하든 말든 레오는 소환학과를 선택할 텐데 말이죠,”
“무슨 소리지? 레오 플로브는 기사학과다만?”
우쭐한 표정을 짓는 유라에게 정정해주었지만, 유라는 듣지 않았다.
“그나저나 선배. 아조니아의 베르가 교관과는 친분 있는 사이 아니었어요? 안 만나러 가요?”
“이번에는 놈과 별로 마주치고 싶지 않군.”
“왜요?”
“우리 1학년들과 자기 입학 후보생들과 일일이 비교하며 귀찮게 굴 테니까.”
“그럴 수도 있겠네요.”
고개를 끄덕이던 유라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인상을 썼다.
관중석에는 그늘이 있음에도 무척이나 더웠다.
‘이래서 오기 싫었는데.’
더위는 딱 질색인 유라가 수분 보충을 위해 음료수에 입을 가져다 댔다.
그러다가 투기장에서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눈을 부릅떴다.
“컥? 켁! 쿠억! 쿨럭! 쿨럭!”
“또 사레들린 건가?”
아인이 한심하다는 듯 유라를 보았다.
미친 듯이 기침을 하던 유라가 아인의 머리를 덥석 잡았다.
“이건 무슨 짓…….”
우드득!
그리고 고개를 꺾어 버렸다.
아인의 목에서 난 심상치 않은 소리에 카를로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아무래도 후배에게 관대하다는 네 말이 맞는 것 같구나, 유라 마르닌.”
뚜두둑- 뚜두둑-
아인이 손가락 관절을 풀며 유라를 응징하려 했다.
사레가 진정된 유라가 다급히 소리쳤다.
“우웁! 컥! 선배! 저것! 켁! 좀 보라고요! 콜록! 콜록! 저기 레오가 있어요!”
“무슨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살기를 내뿜으며 인상을 쓰던 아인의 눈에 순간 토끼 수인 한 명이 들어왔다.
침묵하던 아인이 말했다.
“일단 놔라.”
유라의 손을 떨친 아인이 눈을 몇 번 비비고 토끼 수인을 보았다.
머리카락 색과 수인이라는 점만 빼면 몹시 레오와 너무 똑같이 생긴 수인이었다.
‘저놈은 대체 저기서 뭘 하는 거지?’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레오를 노려보던 아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잠시 베르가 녀석에게 다녀오겠다.”
***
“모두 정렬!”
단상 위에 선 아조니아 교관의 외침 입학 후보생들이 일사불란하게 섰다.
후보생들이 도열하자 진행 교관이 말했다.
“추천 후보생들, 앞으로.”
그 말에 다섯 명의 입학 후보생들이 단상 앞으로 나왔다.
“너희는 후보생들 대표해서 선언문을 낭독할 것이다. 선언문에 쓰인 순서대로 앞으로 나와 낭독을 하면 된다.”
진행 교관이 학생들에게 선언문을 나누어주었다.
다른 추천 후보생들이 선언문을 읽고 있는 동안 레오가 물었다.
“그냥 낭독하면 되는 건가요?”
“그래 우리는 아르온님의 후예로서 존경의 마음을 담아 아르온님의 히어로 레코드에 손을 올리고 영웅으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을 낭독하지.”
‘아르온의 히어로 레코드라고? 이런 식으로 보게되다니.’
레오가 속으로 놀라며 선언문을 읽었다.
그렇게 추천 후보생들이 선언문 내용 확인을 끝내자 시계를 확인한 진행 교관이 확성 마법이 걸린 마이크에 대고 말했다.
[지금부터 입학식 거행에 앞서 추천 후보생들의 선서가 있겠습니다. 추천 후보생들 앞으로.]그 말과 함께 관중들의 시선이 다섯 후보생들에게 모였다.
진행 교관이 눈짓하자 대기 하고 있던 교관이 비단 쿠션 위에 올려진 아르온의 페이지를 가져와 당상 위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관중들이 그걸 보고 웅성거렸다.
“저게 아르온님의 히어로 레코드로군.”
“오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영웅의 페이지를 본 관중들은 감동에 찬 표정을 지었고 그중에는 기도를 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이 영웅의 페이지야말로 위대한 대영웅이 세계를 구했다는 증거였다.
[선언문 낭독.]진행 교관의 엄숙한 목소리에 가장 왼쪽에 있던 레오가 아르온의 페이지 앞으로 다가갔다.
저벅-
앞에 서고 히어로 레코드를 내려다보았다.
>서장>이라고 쓰인 아르온의 페이지는 낡고 바래 글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확실하게 신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무사하구나.’
망가질 대로 망가져 영웅의 페이지라 부르기도 민망할 수준의 카일의 페이지 조각들을 떠올리며 레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뭐하나? 빨리 낭독하지 않고?”
진행 교관이 독촉하자 레오가 아르온의 페이지에 손을 올렸다.
“하나, 위대한 용자의 이름 앞에 비겁한 행동을 하지 않겠습니다.”
웅-
순간 아르온의 페이지에서 일어난 반응에 레오가 멈칫했다.
‘뭐지?’
우웅-!
‘이건……!’
아르온의 페이지에서 일어난 변화를 감지한 레오가 자신의 뒤를 이어 선언문에 손을 올리는 아르에게 다급히 말했다.
“둘, 위대한 용자의 이름 앞에 부끄럽게 행동하지 않…….”
“멈춰! 손 떼.”
“우억? 뭐, 뭐 하는 짓이야?”
레오가 아르를 밀치려 했지만 아르는 본능적으로 그 손길을 피했다.
그 순간.
우웅-!
아르온의 페이지가 빛을 발했다.
“이게 무슨?”
진행 교관이 당황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히어로 레코드 오픈.]“뭐?”
“자, 잠깐!”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에 아르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아르온의 세계. 챕터: 서장-시작]우웅- 화악-!
강렬한 빛이 시야를 가렸다.
레오와 아르가 눈을 질끔 감았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두 사람은 거리에 서 있었다.
“바, 방금 분명 히어로 레코드 오픈이라고 했는데?”
아르가 당황하는 사이.
레오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레오를 따라 아르 역시 하늘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얼굴을 굳혔다.
“저게 대체 뭐야? 하늘이 왜 저래?”
평화의 시대를 살아온 아르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낯선 하늘이었다.
반대로 레오에게는 지긋지긋할 정도로 익숙한 하늘이었다.
푸르름이라고는 온데간데없는 우울하기 짝이 없는 잿빛 하늘.
세계가 멸망으로 치닫는다는 증거.
레오가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재앙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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