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13)
【113】112.
“오늘 밤은 여기서 머물면 될 거다.”
레오와 아르를 습격했던 남자, 아곤은 두 사람을 낡은 집으로 안내해 주었다.
이곳은 레이사르 남부 끝자락.
거대한 난민 도시에서 ‘저주받은 땅’이라고 불리는 곳이었다.
실제 레이사르의 중앙 정부에서도 이곳을 출입 금지 구역으로 삼았다.
거주민들은 이미 떠난 지 오래, 심지어 몬스터들이 출몰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그 덕분에 빈집은 넘쳐났고 이 집 역시 그런 곳 중 한 곳이었다.
“내일 아침, 다시 찾아오겠다.”
그 말을 남기고 아곤은 집을 떠났다.
아르온의 이름을 댄 덕분에 싸움은 피할 수 있었지만 아곤은 아직 레오와 아르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아르를 방 한쪽에 눕힌 레오가 창밖을 보았다.
불길한 붉은 달이 보였다.
‘저 빌어먹을 달은 다시 봐도 익숙해지지 않는군.’
잿빛 하늘이 재앙의 시대의 낮을 상징한다면 저 불길한 붉은 달은 재앙의 시대의 밤을 상징했다.
15년 만에 다시 보게 된 달은 여전히 소름 끼치고 불길했다.
‘자, 그럼.’
레오가 집을 나섰다.
오러 스텝을 이용해 가벼운 몸놀림으로 지붕에 올라간 레오는 레이사르 남부 성벽을 향해 달렸다.
중앙 정부의 통제를 벗어난 구역이라 그런지 레오의 기억대로 경비병은 없었다,
성벽 위에 도달한 레오가 레이사르 바깥을 향해 손을 뻗었다.
텁-!
마치 보이지 않는 벽에라도 막힌 듯 레오의 손이 막혔다.
“이 세계에서 활동이 허락된 지역은 레이사르뿐이란 건가?”
레오는 영웅학 수업의 내용을 떠올렸다.
‘진짜 같아도 영웅의 세계는 결국 가짜. 그렇다 보니 이런 식으로 활동 범위가 정해져 있다고 했었지?’
만약 이 영웅의 세계가 이미 몇 번이고 공략된 세계였다면 굳이 이런 확인 작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이 영웅의 세계에 들어온 건 레오와 아르가 최초.
공략 방법을 알지 못하는 세계에 왔을 때는 일단 활동할 수 있는 범위를 파악하는 게 최우선이었다.
레오는 다시 한번 바깥과의 통신을 시도했다.
“카일입니다. 응답 바랍니다.”
여전히 응답은 없었다.
눈을 가늘게 뜬 레오가 허공을 바라보았다.
[공략 목표: 레이사르에서 아르온을 찾으십시오.]‘공략 목표는 여전해.’
중간고사 때는 츄바른을 쓰러트릴 때까지 공략 목표가 나오지 않았었다.
‘그렇다면 폭주는 아니야. 그런데 왜 외부에서 영웅의 세계를 통제하지 못하는 거지?’
레오는 영웅의 세계에 들어오기 전 상황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내가 건드리자 아르온의 페이지가 반응했어.’
레오는 한 가지 가설을 생각했다.
‘영웅의 세계를 여는 데 필요한 열쇠로 알려진 건 세계의 주인, 혹은 주인과 인연이 깊은 물건이야. 이것들은 영웅의 세계를 통제하기 위한 것들이기도 하지. 하지만 열쇠가 하나 더 있다면? 가령 인연이 깊은 인물이라던가?’
물론 그러한 법칙이 있었다면 발견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레오가 영웅의 세계를 공략할 때마다 다른 이들과 다른 점을 보여왔다.
원래라면 공략 보상이 존재하지 않는 알비의 세계에서 공략 보상을 두 번이나 얻었다.
심지어 두 번 모두 알비와는 관계없는 보상이었다.
‘아르온의 세계가 열린 게 나 때문이라면 바깥에서 이 세계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도 설명이 돼.’
통제 수단이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있는 셈이다.
물론 억측일 수도 있다.
하지만…….
레오가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내가 기억을 가지고 환생을 한 게 과연 우연일까?’
과거 재앙의 시대에도 위대한 영웅은 많았다.
멸망으로 치닫는 세계.
영웅이라 불린 수많은 사람이 세계를 구하기 위해 힘을 모았다.
하지만 그들 모두가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결국 모든 이들이 절망하고 말았다.
세상을 구할 거라는 자를 ‘어리석은 자’라 칭할 정도로 말이다.
리시나스와 카일, 루나, 아르온, 드웨노는 그 불가능한 위업을 끝내 이루어냈다.
그래서 신들이 그들을 대영웅이라 칭송하는 것이다.
오직 그들만이 가능했던 위업이었기 때문이다.
‘만약 내가 기억을 가지고 다시 태어난 게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면?’
재앙의 시대 최후의 영웅이자 지금의 시대를 연 시작의 영웅 카일이지만, 그 위업은 결코 혼자서 이룬 게 아니었다.
친우들의 힘을 계승했기에 가능했던 일.
히어로 레코드가 미래에 다시 태어날 대영웅을 위한 안배라면?
‘내가 다시 한번 녀석들의 힘을 계승할 수 있다면…….’
꽈악- 주먹을 쥔 레오가 생각했다.
‘에레보스의 완전한 토벌도 불가능한 게 아니야.’
***
“우윽!”
아르가 지끈 거리를 머리를 부여잡았다.
비몽사몽했지만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 기억을 떠올렸다.
순간 귀와 꼬리를 바짝 세운 아르가 주변을 경계했다.
“응?”
하지만 낯선 집일 뿐.
경계할 만한 것이 전혀 없다는 걸 깨닫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고개를 돌리던 아르는 한쪽에서 잠을 자고 있는 레오에게 다급히 다가갔다.
“일어나! 검은 토끼.”
“아, 깼냐?”
“어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그 남자는 뭐였어?”
“오해가 있었어.”
“오해?”
“그래. 어제 그 남자가 우리를 침입자로 착각했던 모양이야. 그래도 이야기로 잘 풀었어.”
“그렇구나.”
“그나저나 괜찮아? 어제 그 남자 굉장히 강했는데?”
“내가 몸 하나는 튼튼해!”
아르는 별것 아니라는 듯 팔을 굽혀 보이며 쾌활하게 웃었다.
‘충격이 상당했을 텐데?’
튼튼하다고 알려진 수인이지만 어제 아르가 싸웠던 아곤은 엄청난 강자였다.
아곤.
그는 재앙의 시대 이전부터 활약을 해온 명성 높은 영웅 중 한 명이었다.
에레보스가 준동하고 재앙의 시대가 시작된 이후에는 수많은 마족을 쓰러트리며 더더욱 명성을 쌓았다.
실제 지금 시간대에서 6년 전까지만 해도 그가 싸웠던 전장의 하늘은 푸른색이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창천의 수호자].
하지만 그런 영웅조차도 결국 에레보스와 타르타로스의 진격을 막아내지 못하고 패했다.
‘그리고 레이사르로 흘러들어와 이곳에 자리 잡았지.’
지금은 전장을 떠나 있지만 그렇다고 해도 재앙의 시대 최전선에서 싸웠던 실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그런 그에게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르는 굉장히 멀쩡했다.
이미 상처도 회복되었다.
수인의 튼튼함과 생명력을 고려한다 해도 놀라운 일이었다.
“호오?”
레오가 감탄사를 터트리며 자신을 바라보자 아르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뭐야? 새삼 이 몸의 아름다운 자태를 감상하는 거야?”
“튼튼한 게 방패로 삼으면 딱 좋겠다 싶어서.”
“누구더라 방패라는 거야! 이 무례한 토깽이 자식아!”
도끼눈을 뜬 아르가 레오에게 덤벼들었다.
손을 뻗어 그런 아르를 저지하고 있을 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며 아곤이 들어왔다.
아르는 바짝 긴장한 자세를 취했다.
오해였다고 해도 어제 갑작스럽게 습격을 받은 기억이 남아있었기에 본능에서 나온 행동이었다.
그런 아르를 보며 아곤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벌써 회복한 건가? 포션이라도 쓴 건가?”
“자연 회복 능력인데요.”
“놀랍군.”
바짝 경계하며 대답하는 아르를 보며 아곤이 감탄했다.
그러고는 레오와 아르를 찬찬히 살피더니 낯빛을 굳혔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어리군.”
살짝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던 아곤이 이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따라와라, 어제 있었던 일에 대한 사과의 의미로 아침을 대접하도록 하지.”
그 말을 남기고 아곤은 집을 나섰다.
그 뒷모습을 보며 아르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어제 있었던 일을 고작 아침으로 퉁 치겠다고? 나였으니 망정이지 약골 늑대였다면 아직도 끙끙거리고 있을걸?”
“약골 늑대라면 어제 친해 보이던 그 친구?”
“안 친하거든?”
레오를 향해 눈을 흘기던 아르가 팔짱을 끼더니 코웃음을 쳤다.
“어제 공격해놓고 느닷없이 식사를 대접한다는 게 수상해. 이대로 떠나는 게 어떨까?”
“나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검은 토끼. 너 은근히 무른 구석이 있구나?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해서는 안 돼. 당장 저렇게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언제 돌변할지 몰…….”
꼬르륵-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레오에게 충고하던 아르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생각해 보면 어제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일단 밥부터 먹자.”
“그래도…….”
“우리는 지금 영웅의 세계에 있어.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최대한 체력을 유지해야 해.”
“으.”
레오의 말에 아르는 아무런 반박도 하지 못했다.
그런 아르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그리고 걱정 안 해도 돼. 저 사람, 아르온과 아는 사이 같으니까.”
“뭐? 진짜?”
‘단순히 아는 정도가 아니라 아르온의 스승이지.’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리며 아곤의 뒤를 따랐다.
어릴 때 고아였던 아르온을 거두고 아르온의 영웅으로서의 가치관을 확립시켜준 아버지 같은 존재.
지금의 [용자]가 있는 건 아곤이라는 고결했던 남자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원래 카일 일행이 토벌대에 영입하려 했던 인물 역시 아르온이 아닌 아곤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 이미 의지가 꺾여 있었지만.’
카일 일행이 레이사르에 도착했을 때에는 창천의 수호자라는 명성에 걸맞는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아곤은 멀쩡한 상태라고 할 수 있었다.
그 이유에 관해서는 아르온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궁금증으로만 남아 있었다.
***
아곤을 따라 도착한 곳은 넓은 공터였다.
공터에 도착한 아르는 입을 떡 벌렸다.
“이, 이게 대체!”
공터에는 어린아이들이 식사하고 있었다.
인간, 수인, 드워프, 엘프.
종족도 가지각색, 연령대도 가지각색.
하지만 공통점은 모두 레오와 아르보다 훨씬 어리고 삐쩍 말랐다는 점이었다.
“아곤 아저씨! 아침밥 드세요!”
그중에서 나이가 가장 많아 보이는 엘프 소녀가 활짝 웃으며 다가왔다.
물론 나이가 있어 봤자 열두세 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거기 있는 언니랑 오빠는 누구인가요?”
“손님이다. 내 몫은 되었으니 이 두 사람에게 식사를 대접해 줘라.”
엘프 소녀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언니, 오빠. 이리 와요. 아침밥 드릴게요.”
나이답지 않게 어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온 엘프 소녀를 보며 아르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잠시 어깨를 떨던 그녀가 이내 고개를 번쩍 들며 소리쳤다.
“아저씨! 제가 오해하고 있었어요! 좋은 사람이었군요!”
눈물을 글썽이며 소리치는 아르의 모습은 산전수전 다 겪은 아곤조차 순간적으로 당황하게 할 정도였다.
그런 아르를 보며 피식 웃던 레오가 공터에 앉은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구석에 앉아 있는 검은 머리카락의 소녀를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설마?’
레오가 소녀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순간 소녀도 레오의 존재를 눈치챘는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녀는 레오를 몰랐지만, 레오는 그 소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니, 아는 정도가 아니다.
레오가 오른손등을 문질렀다.
과거 자신과 계약했던 대정령.
‘그림자 정령 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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