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21)
121.
플로브 가문에 갑작스러운 방문객이 찾아온 건 공교롭게도 레오가 아조니아 입학시험에 참석한 날이었다.
“마님.”
저택 정원에서 느긋하게 다과를 즐기던 레이나는 자신에게 다가온 시녀를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니?”
“손님이 찾아왔습니다.”
“손님?”
팔락-
아침 신문을 넘기며 레이나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플로브 가에는 손님이 오는 경우는 드물었다.
델라드에서는 명망 높은 가문이긴 했지만 가주 데이드 플로브는 사교계에는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고 레이나 역시 사교 파티에 가는 경우가 드물었다.
물론 레오가 유명해진 이후부터 만남을 요청하는 이들이 부쩍 늘었다.
하지만 계속 만남을 거절해왔기에 손님이 왔다는 이야기가 레이나에게까지 올 일은 없었다.
“누구라고 하니?”
“도련님의 학교 친구분이라고 하십니다.”
“그래? 그럼 일단 여기로 데려올래?”
“네.”
현재 플로브가의 저택에는 데이드도 레오도 부재중이다.
손님을 맞이할 만한 사람은 레이나 밖에 없었다.
원래는 정식으로 손님을 맞이해야 했지만.
‘어느 가문인지 밝히지 않고 레오의 학교 친구라고 이야기 한 거라면 정말로 순수하게 놀러 왔다는 의미겠지.’
정식 방문이 아닌 상대에게 예의를 차리는 것도 부담을 주는 행동이다.
그래서 레이나는 친구의 부모님으로서 손님을 맞이하기로 했다.
‘이런 식으로 서슴없이 방문한다는 건 레오와 친하다는 소리일 테고. 어떤 아이이려나?’
아들의 학교 친구 방문에 레이나는 콧노래를 불렀다.
잠시 후, 시녀와 함께 하얀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오는 게 보였다.
레이나 앞에 선 연하늘색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 첼시는 레이나를 보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안녕하세요, 레오 오빠와 같은 반 친구인 첼시라고 합니다.”
예의 바르게 인사한 첼시는 살짝 긴장된 얼굴로 레이나를 보았다.
레오의 어머니가 제르딩거 사람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레이나 역시 척 보기에도 르왈린 가문의 사람인 첼시를 보고 조금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입학시험 때 레오랑 팀을 짰던 애네.’
당시에 레오에게 협박당하던 첼시를 떠올리며 레이나가 빙긋 웃었다.
“어서 와요. 여기 앉을래요?”
“네!”
환하게 웃은 첼시가 레이나 앞에 앉았다.
“아, 이건 제가 사 온 선물이에요.”
첼시가 출발 전 사 온 케이크와 다과를 건넸다.
로드렌 제국 수도에서 유명한 메이커였다.
“이 가게도 오랜만이네요.”
“저기…… 말씀 편하게 하세요!”
“그럼 그렇게 할까?”
빙긋 웃은 레이나가 말했다.
“그런데 우리 아들이 며칠 동안 집을 비웠는데…… 괜히 기다리게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네.”
“괜찮아요! 어차피 여름 방학 동안 델라드에 며칠 머물 생각이었으니까요.”
“그렇니? 후후. 다행이네. 그나저나 우리 아들은 학교생활을 어떻게 보내고 있니? 아들이 사소한 것까지는 이야기를 안 해줘서 말이야.”
“완전 우등생이죠! 레오 오빠는 진짜 대단해요!”
첼시는 환하게 웃으며 레오의 학교생활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레오의 이야기를 즐겁게 하는 첼시를 보며 레이나는 빙긋 웃었다.
“후후, 네 이야기를 듣다 보니 나도 학창 시절이 떠오르네.”
“레이나님도 루메른 학생이셨나요?”
“응. 네 아버지인 체이드 르왈린이 내 2년 선배였으니까 서로 잘 알지.”
“아버지랑 같이 학교생활을 하셨군요!”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워했다.
“응.”
“돌아가면 아버지에게 레이나님의 학창 시절에 대해 물어봐야겠네요!”
‘좋은 이야기는 많이 안 할 텐데.’
레이나가 쿡쿡 웃었다.
확실히 학창 시절 무지막지했던 레이나 덕분에 2년 선배였던 체이드 르왈린은 상당한 고생을 했었다.
“첼시. 이 아줌마는 너와 이야기하는 게 몹시 즐겁단다. 괜찮으면 레오가 올 때까지 우리 집에서 머물지 않으련?”
“그래도 되나요?”
“그럼.”
“그럼 우리 집이다, 생각하고 편하게 머물렴.”
“네! 감사합니다!”
첼시가 활짝 웃으며 감사 인사를 전했다.
레이나가 그런 첼시를 귀엽다는 듯 바라보았다.
***
델라드 왕국으로 돌아온 레오는 집에서 레이나와 담소를 나누고 있는 첼시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첼시? 언제 왔어?”
“이틀 전에 왔어.”
“시간이 어긋났었네.”
“괜찮아. 레이나님에게 옛날 학교 이야기 듣는 건 무척 즐거웠어!”
방긋 웃으며 말하는 첼시를 보며 레이나가 기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이나는 발랄하고 애교 많은 첼시가 상당히 마음에 든 모양이었다.
제르딩거와 르왈린 사이의 관계도 레이나는 제르딩거의 이름을 버렸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생각보다 일찍 왔구나, 레오.”
“예. 일이 조금 있었어요.”
“일?”
“나중에 이야기해드릴게요.”
“그래. 일단 방에 올라가서 쉬렴.”
“네, 가자. 첼시.”
“응.”
첼시가 레이나에게 꾸벅 인사하고 레오를 따라 방으로 올라갔다.
“방학 동안 어딜 갔었어?”
“아즈렉에 잠시 갔었어.”
“아즈렉? 거긴 왜? 아! 혹시 아조니아 입학식을 관람하러 간 거야?”
“아니, 입학식에 참여하러 간 건데.”
“뭐?”
첼시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그런 첼시에게 레오는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와, 레오 오빠는 방학까지 스펙터클하게 보내는구나?”
“그러게.”
레오가 웃음을 터트리며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방문 앞에서 첼시가 멈칫했다.
‘레오 오빠의 방.’
밝은 성격의 첼시인 만큼 어려서부터 주변에 친구들은 많았다.
실제 몇 번 친구 집에 놀러 간 적이 있었지만, 이성 친구의 집에 놀러 간 적은 없었다.
그래서 학교 친구의 방이라도 또래 남자의 방에 묘한 두근거림을 느꼈다.
레오의 뒤를 따라 들어간 첼시가 찬찬히 방을 둘러보았다.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에 학교 최고의 우등생인 만큼 뭔가 다를 게 있을까 싶었는데 특별한 건 없었다.
“어머니랑 대화가 잘 통해?”
“물론! 내가 말했잖아? 날 귀여워해 주실 거라고!”
우쭐한 표정을 지으며! 후후! 웃은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레오 오빠는 숙제는 어쩌고 있어?”
“하고 있어, 넌?”
“난 몰아서 다 해 버렸어.”
첼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방학 초기에 숙제를 빨리 해치워 버리고 방학 기간은 편하게 휴식을 취한다는 게 첼시의 설명이었다.
물론 루메른 숙제의 양은 방대하지만, 첼시 역시 1학년 중 손에 꼽히는 우등생.
특유의 추진력으로 숙제를 빨리 끝내버린 것이다.
“보여줄까?”
“베끼면 교수님들이 귀신같이 알아볼걸?”
“하긴.”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아조니아 입학식은 어땠어?”
“난리였어. 아르온의 영웅의 세계가 열렸거든.”
“뭐? 입학식 중에?”
첼시가 깜짝 놀랐다.
“응. 그중 입학 후보생들이 아르온의 세계에 들어가서 사막 횡단 마라톤은 하루 미뤄지게 됐어.”
“대박! 그래서? 아르온님의 영웅의 세계는 어떻게 됐어?”
“입학 후보생들이 공략했어.”
“후아! 아조니아 애들도 장난 아니구나. 대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다니!”
레오는 자신이 공략했다고 이야기할까 하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아인과 유라가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기 때문이다.
“끄응! 방학이 이제 절반 남았네.”
첼시는 기지개를 쭉 켰다.
“시간이 잘 가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정신없었던 1학기를 떠올리며 첼시가 다리를 까딱거렸다.
“어쨌든 며칠 동안 나랑 놀자! 여기 맛집도 좀 데려가 줘!”
“알았어.”
레오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첼시가 콧노래를 부르며 즐거워했다.
***
그날 늦은 밤.
레오는 방에서 빛의 보옥을 손에 올렸다.
빛의 보옥 안에는 그림자 정령, 엘시의 존재감이 확연하게 느껴졌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레오는 이때까지 영웅의 세계를 공략해내면서 받을 수 없는 보상을 받아 왔다.
하지만 과거의 존재인 엘시가 영웅의 세계에서 현실로 넘어오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역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건…… 내가 카일이기 때문인가?’
깊게 고민했지만 떠오르는 건 없었다.
‘일단 엘시의 상태를 봐야겠어.’
깊이 잠든 듯 반응이 없는 엘시를 깨우기 위해 레오가 영력을 일으켰다.
우웅-
빛의 보옥이 순간 까맣게 물들었다.
그 검은빛은 이내 빛의 보옥을 빠져나와 레오의 손바닥 위에 뭉쳤다.
마치 그림자가 살아서 꿈틀거리는 듯했다.
잠시 후, 작은 어둠이 걷히고 손바닥 크기의 엘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엘시의 감긴 눈이 파르르 떨렸다.
[여긴…… 어디죠?]“깨어났냐?”
[어라? 토끼 귀는 어디 갔나요?]엘시가 레오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을 들은 레오는 아르온의 세계에서 만난 엘시가 그대로 현실로 넘어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게 대체.”
[왠지 모르게 답답해요! 힘을 완전히 낼 수 없는 것 같아요.]마치 좁은 곳에 갇힌 것처럼 엘시가 갑갑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가 엘시의 상태를 파악했다.
‘과연, 온전한 상태는 아니군.’
엘시의 힘은 대정령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했다.
물론 힘을 잃은 건 아니었다.
엘시의 안에는 여전히 대정령의 힘이 잠재되어 있었다.
다만 엘시는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끌어낼 수 없었다.
힘을 끌어내려면 계약자인 레오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에게 귀속된 건가?’
레오가 손등을 바라보았다.
엘시는 레오에게 완전히 귀속된 상태였다.
마치 특정 물건에 깃든 정령과도 같았다.
레오와의 계약이 해제되면 소멸할 것이다.
말 그대로 레오의 존재가 까마득한 과거의 정령인 엘시를 현대에 유지 시키고 있었다.
‘하하. 영웅의 세계에 이런 능력이 숨겨져 있을 줄이야.’
머나먼 과거의 이능을 지금 시대에 구현하는 힘.
그 카테고리에는 놀랍게도 정령이나 환수 역시 포함되었다.
레오가 경악할 때 갑갑하다는 표정으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던 엘시가 창밖을 보았다.
그리고 무언가를 발견하고 멈칫했다.
[어?]엘시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밤하늘에 본 적 없는 빛의 알갱이들이 무수하게 보였다.
창문에 찰싹 붙어 그것들을 뚫어져라 올려다 보던 엘시가 흥분한 듯 레오를 돌아보았다.
[카일! 달이 붉지 않아요! 밤하늘에 이상한 빛의 알갱이들이 있어요! 저게 뭘까요? 마치! 이야기로만 듣던 별빛 같은데?]한 손으로는 밤하늘을 가리키고 다른 손으로는 무언가 설명하려는 듯 팔을 마구 휘젓는 엘시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저건 별이야.”
엘시의 눈이 휘둥그레 떠졌다.
“잘 들어, 엘시.”
레오는 심호흡을 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넌 지금 미래에 와 있어.”
[네?]“지금은 에레보스가 토벌되고 500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후의 세상이야.”
엘시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게 가능한가요? 그렇다면 당신이 미래로 데려왔다는 소린데…… 카일, 당신은 누구인가요?]“지금 내 이름은 레오 플로브야.”
[레오 플로브?]“그래, 그리고 5000년전 재앙의 시대에는 ‘살아남는 영웅’ 카일이라고 불렸지.”
[……!]“난 에레보스를 토벌하고 지금 시대에 환생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