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23)
123.
루메리아 시티로 가는 날 아침.
플로브 가문에 손님이 찾아왔다.
“흐아아암. 레오 오빠, 좋은 아침.”
“뭐야. 첼시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
“응?”
늘어져라 하품하던 첼시는 잠이 확 깼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리고 레오와 이야기를 하는 셀리아를 발견하고는 팔짱을 꼈다.
“당연히 레오 오빠 집에서 놀러 왔지!”
“레오, 쟤 여기 얼마나 있었어?”
“한 달 정도?”
“한 달이나 눌러앉았다고? 뻔뻔하구나?”
“네가 무슨 상관이야? 베-!”
“이게!”
만나자마자 투닥거리는 두 소녀를 보며 레오가 혀를 찼다.
“너희 대체 언제 철들 거야?”
두 소녀는 레오 때문에 자주 어울렸지만, 여전히 앙숙이었다.
“어머, 셀리아 왔구나.”
“앗! 고모님!”
셀리아가 레이나에게 달려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그래. 아침부터 여긴 웬일이니?”
“레오와 같이 루메리아 시티로 가려고요.”
“그래? 아침은 먹었니?”
“아직이요.”
“그럼 식사부터 하자꾸나.”
“네!”
아침 식사 시간.
오랜만에 레이나와 이야기를 나누던 셀리아는 친근하게 대화에 참여하는 첼시를 보며 눈을 게슴츠레 떴다.
그리고 레오의 옆구리를 콕콕 찔렀다.
“왜.”
“고모님이랑 첼시랑 많이 친한 것 같은데?”
“첼시가 원래 친화력이 좋잖아. 어른에게 살갑게 굴기도 하고. 어머니가 이전부터 딸을 갖고 싶어 하셔서 그런지 첼시를 많이 귀여워하셔.”
“흥. 요망한 녀석.”
셀리아가 첼시를 향해 눈을 흘겼다.
“넌 방학 동안 놀러 온다고 하더니 한 번도 안 왔네?”
“가문 문제로 조금 바빴어. 너랑도 관련 있는 일이니까 나중에 자세히 이야기해줄게.”
“알았어.”
아침 식사가 마치고 레오는 짐을 들고 현관으로 나왔다.
그리고 마중 나온 레이나와 데이드에게 인사했다.
“다녀올게요.”
“그래, 잘 다녀오렴.”
“몸 건강해야 한다? 공부 열심히 하고.”
“예.”
레오가 인사를 끝내자 첼시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플로브 후작님, 레이나님. 한 달 동안 신세를 졌습니다. 정말 즐거웠어요!”
“호호호. 우리도 즐거웠단다. 다음에 또 놀러 오렴.”
“네! 겨울 방학 때 꼭 놀러 올게요!”
“고모님. 저도 방학 때는 꼭 올게요.”
“그래. 오라버니랑 지스에게 안부 전해주고. 리스에게도 졸업 마무리 잘하라고 말해주렴.”
“네.”
인사를 끝내고 저택을 나선 세 사람이 같은 마차에 몸을 실었다.
델란의 워프 게이트로 향하는 길에 셀리아가 물었다.
“그나저나 레오, 넌 방학 숙제는 다 했어?”
“당연하지.”
“기사학 뿐만 아니라 마법학, 소환학도 해야 하니까 엄청 힘들었을 것 같은데?”
“힘들지는 않았어.”
“하긴. 너라면 문제없겠지.”
“넌 다 했냐?”
“당연하지. 뭐, 특별활동 숙제 때문에 고생을 하긴 했지만.”
“그건 나도 까다로웠어.”
첼시가 툴툴거렸다.
특별활동 숙제.
말 그대로 방학 기간 내에 무언가 특별한 경험을 하고 그 경험을 바탕으로 레포트를 작성하는 숙제였다.
“레오 오빠는 걱정 없겠네.”
“그래? 방학 동안 뭘 했길래?”
“아조니아의 입학식에 참석했었데.”
“뭣?”
셀리아가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이번 아조니아 입학식 때는 아르온의 페이지가 공략되어서 난리가 났었잖아? 그걸 직접 본 거야?”
직접보다 못해 공략까지 했지만, 그 사실은 말해서는 안 되었기에 고개만 끄덕였다.
“입학식에는 어떻게 참석한 건데?”
“어머니가 옛날 일 때문에 아조니아 입학 추천서를 가지고 계셨거든. 그거 덕분에 참석할 수 있었어. 도중에 아인 교수님이랑 유라 교수님한테 걸려서 다 못 끝내고 돌아와야 했지만.”
“재밌었겠는데?”
셀리아가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조니아의 학생들은 모두가 뛰어난 전사다.
그래서 아조니아의 입학 후보생들과 경쟁을 해본 레오가 부러웠다.
“역시 뛰어난 애들이 많았지?”
“응. 그중 아르는 조금 특별했지.”
“아르 튠. 이번 아조니아 입학 수석을 말하는 거구나?”
셀리아가 눈을 빛냈다.
“한번 붙어보고 싶네.”
붉은 눈을 반짝이며 호승심을 불태우는 셀리아를 보며 레오가 턱을 괴고 아르를 떠올렸다.
‘잘하고 있을지 모르겠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세 사람을 태운 마차가 워프 게이트에 도착했다.
워프 게이트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셋을 발견하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잠깐, 저거 루메른 교복 아니야?”
“남학생은 레오 플로브 같은데 여학생들은 누구지?”
“헉? 잠깐. 셀리아 제르딩거와 첼시 르왈린 아니야?”
델란에서 반년 전 입학식을 쳤기에 셀리아와 첼시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게이트 이용 수속 절차를 끝내고 승무원에게 다가가자 그는 바짝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루메른 학년 대표와 영웅 명가의 여식들.
눈앞에 세계를 떠들썩하게 한 명성 높은 영웅 후보생들이 있으니 절로 긴장이 되었다.
“성함을 확인하겠습니다. 레오 플로브님. 셀리아 제르딩거님. 첼시 르왈린님 맞으십니까?”
“네.”
“감사합니다. 그럼 워프 게이트에 올라가시죠. 게이트를 발동시키겠습니다.”
세 사람이 루메리아 시티로 향하는 워프 게이트에 몸을 실었다.
번쩍-!
밝은 빛과 함께 눈앞의 풍경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레오가 게이트 건물을 빠져나왔다.
바깥 풍경에 광활한 루메리아 호숫가 펼쳐져 있었다.
“두 달 만에 보는데 엄청 오랜만인 것처럼 느껴지네.”
불어오는 바람에 셀리아가 머리를 쓸어 넘기며 피식 웃었다.
“첼시 아가씨.”
그때 마법사 로브를 입은 청년이 첼시에게 다가왔다.
“르윈 경.”
“방학은 잘 지내셨습니까?”
“물론이죠.”
르왈린 가문의 마법사인 르윈은 첼시에게 정중하게 인사를 한 다름 레오와 셀리아에게도 고개를 숙였다.
“르윈 프람트라고 합니다.”
“오랜만이네요. 프람트 경.”
“오랜만입니다, 셀리아 아가씨.”
르윈 프람트는 제국에서도 유명한 실력자였기에 셀리아와도 안면이 있었다.
“부가주님께 아가씨를 모셔 오라는 명을 받았습니다.”
“알았어요. 난 먼저 숙소로 가봐야 할 것 같아.”
“그래. 그 전에 볼 수 있으면 보고. 안 되면 개학 날 보자.”
“알았어! 먼저 간다!”
“얼른 가버려, 훠이. 훠이.”
“흥!”
셀리아가 손을 휘휘 저으며 말하자 첼시는 혓바닥을 쏙 내밀고는 르윈과 자리를 떴다.
“쟤는 날이 갈수록 얄미워지는 것 같아.”
“귀여운데 뭐.”
“난 전혀 안 귀엽거든?”
눈을 흘긴 셀리아가 루메리아 시티의 쿠라주 거리로 향하며 말했다.
“우리도 일단 숙소에 가자. 저녁에 지스 삼촌이 오실 거야. 너에게 할 말이 있으셔.”
“할 말?”
“응. 여름 방학 동안 가문 내에서 네 지위를 놓고 말이 많았거든.”
레이나의 아들인 데다가 피닉스 브레스를 익힌 레오였지만 제르딩거 가문의 호적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레오가 1학년 1학기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여주면서 가문 내의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네가 내 사촌이라는 걸 공식적으로 알리는 건 가문 사람들 대부분이 동의했어.”
1학기 동안 레오는 자신의 가치를 충분히 증명해냈다.
당장에 여러 나라, 여러 세력에서 레오를 주의 깊게 지켜보고 있는 만큼 제르딩거도 발 빠르게 움직일 필요가 있었다.
아무리 제르딩거가 명성 높은 영웅 명가라도 레오 정도의 인재를 놓치는 건 손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는 여전히 논의 중이래.”
“어떤 문젠데.”
“네 계승권 문제.”
셀리아가 진지하게 말했고 레오는 놀랐다.
“계승권?”
“응.”
현재 제르딩거 가문의 제 1후계자는 누가 뭐라 해도 리스다.
그다음 계승권을 가진 제 2후계자가 바로 셀리아.
그 외에는 공식적인 계승권자가 없다.
그런데 레오가 제 3후계자로 거론되고 있다는 소리다.
이건 단순히 제르딩거의 혈족으로 인정받는 의미가 아니다.
말 그대로 제르딩거 내에서 권력이 생긴다는 걸 의미했다.
“뭐, 반발이 굉장히 심해서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셀리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그러고는 레오를 보며 짓궂게 미소 지었다.
“왜? 계승권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니까 기대돼?”
“그게 쉽게 될 리가 있냐? 그리고 설령 계승권을 받아도 리스 형이랑 네가 있는데 뭐.”
“꼭 가주가 안 되더라도 제르딩거 내에서 상당한 권한이 생기면 좋잖아?”
“관심 없어.”
심드렁한 표정을 짓는 레오를 보며 셀리아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올해 초만 해도 이런 말을 들었다면 어이가 없다는 눈으로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레오이다 보니 이해가 갔다.
‘이 녀석은 그릇이 큰 건지, 야망이 없는 건지 헷갈린단 말이지.’
설레설레 고개를 저은 셀리아가 말했다.
“일단 지스 삼촌이 오기 전까지 숙소에서 쉬고 있자. 2학기 준비는 내일부터 하면 될 거야.”
아직 개학까지는 며칠이 남았음에도 일찍 루메리아 시티에 온 이유는 2학기에 필요한 준비물을 사기 위해서였다.
“1학기 때 보다 준비물이 훨씬 늘었어. 뭐랄까, 이제 진짜 본격적으로 루메른 생활이 시작되는 것 같네.”
준비물 목록을 보며 중얼거리던 셀리아가 레오에게 말했다.
“넌 마법이랑 소환 쪽도 준비해야 하니까 정신없겠다.”
“그렇게까지 정신없진 않아.”
레오가 준비물 리스트를 체크하며 대답했다.
숙소에 도착한 두 사람은 곧바로 짐을 풀었다.
레오가 방 침대에 눕자 엘시가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 이 멋진 도시는 대체 뭔가요?]“루메리아 시티.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도시 중 하나야.”
[와! 우와! 굉장해요!]창에 찰싹 달라붙은 엘시가 거리 풍경을 구경하며 감탄을 터트렸다.
“구경하고 싶어?”
[어…… 쉬어야 하지 않나요?]“워프 게이트로 이동했는데 쉴 필요는 없지.”
피식 웃은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셀리아에게 바깥 구경을 하고 오겠다고 말 한 후 거리로 나갔다.
레오의 어깨에 앉은 엘시는 5000년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활기가 넘치는 도시 풍경을 보며 즐거워했다.
그 모습을 보며 웃은 레오도 느긋하게 루메리아 시티를 돌아다녔다.
“뭐라고? 우린 루메른의 학생이라고!”
“맞아! 영웅 후보생! 그런데 왜 들여보내 주지 않는 거야!”
거리 한쪽에서 소란이 일었다.
그곳에는 루메른 교복을 입은 이들이 서 있었다.
‘영웅의 쉼터’라는 이름의 카페였다.
겉으로는 평범해 보였지만 이곳에 입장이 가능한 건 ‘루메른’ 학생과 교직원뿐.
즉, 루메리아 시티 내에 있는 루메른 전용 쉼터인 셈이었다.
“그러니까 학생증을 제출해주시기 바랍니다.”
“놔두고 왔어! 오래 있지도 않을 거야! 잠깐만 들여보내 달라고! 내 얼굴 모르는 것도 아니잖아!”
발끈하는 학생 무리를 유심히 바라보던 레오가 혀를 찼다.
‘기말고사 때 자퇴 권고받은 애들이군.’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루메른 학생이었지만 더이상은 아니다.
그러니 영웅의 쉼터에 들어갈 수 있을 턱이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익숙하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들어가서 교수들에게 제발 기회를 달라고 부탁하러 온 모양인데.”
“저런 일이 하루 이틀이 아니니.”
“그런데 재입학한 학생들은 이때까지 한 번도 없었잖나?”
주변 사람들이 수군거렸다.
그걸 듣고 레오가 고개를 저을 때였다.
“안 비키면 힘으로라도!”
대표로 보이는 소년이 오러를 일으켰다.
그걸 보고 주변 이들이 놀란 표정을 지을 때였다.
“소란스럽네.”
어딘지 모르게 의욕 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곳으로 고개를 돌린 레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검은 머리카락에 검은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루메른은 쫓겨난 이에게 두 번의 기회를 주지 않아. 포기하고 너희의 길을 걸어라. 영웅이 되는 길이 꼭 루메른을 다니는 것만은 아니니까.”
“당신 뭐야?”
“우리 아직 안 쫓겨났거든!”
자퇴생들이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본 남자가 손을 들어 올렸다.
꾸물-!
“헉!”
순식간에 자퇴생들이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정확하게는 그림자에 빨려 들어갔다.
모든 이들이 눈을 부릅뜬 가운데 남자는 의욕 없는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귀찮군. 올해 1학년들은 대단하다고 하더니 이렇게 창피도 모르고 날뛰는 자퇴생들을 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은데…… 칼리안은 대체 왜 날 부른 거야?”
나태한 목소리로 중얼거린 남자를 보며 레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는 어렵지 않게 남자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드래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