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31)
131.
알비는 분신의 공격을 손쉽게 디스펠 하는 레오를 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괴물이군.’
레오에 앞서 미러 포스를 쓰러트린 세 학생.
첼시, 클로에, 아바드가 승리를 차지한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자기 자신을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지.’
셋이 승리할 수 있었던 요인은 자기 자신에 대해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레오는 그 수준을 뛰어넘었다.
‘자신이 쓰는 마법 숙련도가 극한에 이르렀다는 소리야. 이게 열다섯 살이라니.’
이건 단순한 재능의 영역이 아니다.
‘렌은 레오 플로브를 단순히 엄청난 천재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나는 잘 모르겠군.’
알비는 눈앞의 1학년을 어떻게 정의 내려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레오가 마법을 전개했다.
레오의 주변에 엄청난 수의 파이어 볼이 생성되었다.
알비는 한눈에 단순한 파이어 볼이 아니라는 사실을 꿰뚫어 봤다.
‘위력 증강 술식으로 도배되어 있군.’
어지간한 상위급 화염 마법보다 강력한 위력을 발휘할 정도로 마개조가 된 파이어 볼을 보며 알비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래봤자 파이어 볼. 이런 게 통하지 않는다는 건 본인이 가장 잘 알 텐데?’
미러 포스로 만들어진 복제는 진짜와 동일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알비의 생각대로 미러 포스로 만들어진 레오가 순식간에 파이어 볼을 디스펠했다.
화악-!
하지만 파이어 볼이 노린 건 복제가 아니었다.
“헉!”
학생들 사이에서 경악성이 터져 나왔다.
파이어 볼이 노린 건 다름 아닌 알비였다.
“분신과의 결투가 아니라 교수님과 저의 결투죠?”
그 말대로였다.
학생들이 결투하는 대상은 다름 아닌 알비였다.
레오의 말에 알비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자신을 노리는 파이어 볼을 순식간에 디스펠 해버렸다.
파이어 볼이 사라지는 건 말 그대로 찰나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레오에게는 그 짧은 시간이 필요했다.
레오가 순식간에 복제와의 거리를 좁혔다.
화르르륵-!
복제가 마법으로 거대한 화염 벽을 만들어냈다.
그걸 본 레오도 빠르게 마법을 전개했다.
“플레임 익스플로전.”
화륵-
레오의 왼손에 화염의 폭탄이 생성되었다.
“윈드 스톰.”
화염의 폭탄이 폭풍에 휘감겼다.
레오가 마법을 완성하는 사이 분신이 만들어낸 화염의 벽이 레오를 덮쳤다.
그걸 본 레오가 마법을 해방시켰다.
퍼엉-! 화르르르륵-!
압축된 화염의 폭탄은 엄청난 파괴력을 자랑하며 화염의 벽을 날려 버렸다.
그 모습을 보고 여기저기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마법과 마법의 조합은 루메른 학생에게 어려운 기술이 아니다.
하지만 마법 조합으로 상승된 위력의 주문을 통제하는 건 쉽지 않다.
특히나 저 정도 위력이라면 마법을 컨트롤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는다.
하지만 레오는 그걸 간단하게 해냈다.
렌은 그 모습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더 복잡한 마법도 어렵지 않게 디스펠 했는데 왜 구조가 더 단순한 파이어 월은 마법으로 상쇄시키는 번거로운 짓을 한 거지?’
그런 의문을 느낀 순간.
분신 앞까지 도달한 레오가 손을 뻗었다.
그걸 본 알비의 눈이 꿈틀했다.
레오의 손에 디스펠 주문이 깃든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알비는 레오의 디스펠에 대응하기 위해 술식 구조를 변경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보다 레오의 손이 미러 포스에 닿는 게 빨랐다.
레오가 파이어 볼로 만들어낸 찰나의 순간은 이걸 위한 포석이었다.
렌은 눈을 부릅떴고 안나는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의 손에 닿은 분신이 순식간에 해제 되었다.
“분신을 쓰러트린 거지?”
“무슨 마법을 쓴 거야.”
학생들이 의아한 얼굴로 웅성거렸다.
미러 포스가 사라지자 알비가 마력을 거두었다.
분신을 쓰러트린 순간 결투는 끝이 났다.
“요정의 마법에 대해 알고 있나?”
“네.”
“네 술식 해석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말은 렌이 입이 닳도록 칭찬해 알고 있었다.”
알비가 감격에 몸을 떨고 있는 렌을 힐끗 보며 말했다.
‘요정의 마법을 알고 있었다면 술식을 해제하는 건 어렵지 않겠지. 그렇다고 해도 내 마법을 디스펠 하기 위해 철저하게 판을 짜 놓고 움직이다니…….’
“다른 교수들은 단순히 너를 천재 정도로 여기는 것 같다만.”
알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입학시험 때부터 너에 대한 의문을 느꼈다. 레오 플로브, 넌 대체 뭐지?”
아무리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재능으로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게 있다.
레오의 능력은 단순히 재능으로 설명하기 힘든 무언가가 있었다.
“글쎄요, 전 뭘까요?”
날카로운 물음에 장난스럽게 대답하는 레오를 잠시 바라보던 알비가 고개를 저었다.
“실언을 했군. 조금 전 질문은 잊어라. 수업에서 내 역할은 여기까지다. 가서 렌의 수업을 듣도록.”
“예.”
알비의 말을 듣고 레오가 렌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 뒷모습을 보며 알비가 생각했다.
‘영웅의 재목이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끝을 알 수 없군.’
영웅으로서 가능성을 보인다고 해도 모든 이들이 영웅이 되는 건 아니다.
‘아무리 뛰어난 학생이라도 영웅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는 경우는 많지.’
말 그대로 선택받은 소수만을 위한 자리.
하지만 지금의 레오를 본다면…….
‘마치 영웅이 되기 위해 타고난 사람 같군.’
영웅이 된 자가 품고 있는 특유의 카리스마.
레오는 그걸 가지고 있었다.
‘어쩌면…… 졸업하기도 전에 나를 뛰어넘을지도 모르겠군.’
***
“뭘 그리 보고 있나?”
루메른 영웅의 탑 꼭대기.
교장실에 앉은 칼리안이 오랜 친우에게 물었다.
그런 칼리안을 보며 리벤이 대답했다.
“1학년들을 보고 있다.”
리벤의 눈에 지상 아래 교정을 걷고 있는 1학년들의 모습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그래서, 1학년들은 어떤가?”
칼리안의 말에 리벤이 대답했다.
“매우 뛰어난 학생들이군. 내가 루메른에 있으면서 만난 세대 중 손에 꼽힐 정도로 우수해.”
“그것 보게, 내가 뛰어나다고 하지 않았나?”
리벤은 품에서 쪽지를 칼리안 쪽으로 날렸다.
마법에 의해 펼쳐진 종이가 팔락거리며 칼리안 앞으로 날아갔다.
“이건……?”
“내가 지난 4년 동안 세계를 돌아다니며 얻은 영웅 던전에 대한 단서들일세.”
리벤의 말을 듣고 칼리안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루메른의 교감은 대대로 드래곤이었다.
루메른 뿐만 아니다.
다른 종족의 영웅사관학교 역시 모두 드래곤이 교감을 맡아왔다.
재앙의 시대 당시.
지혜의 왕 리시나스가 대영웅들을 규합하여 에레보스를 토벌한 이후부터 영웅을 선별하는 건 드래곤들의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각 영웅 사관 학교는 설립 당시부터 드래곤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드래곤 로드의 명령 받은 드래곤들은 영웅 사관 학교의 교감으로 파견되어 영웅의 탄생을 도왔다.
리벤 역시 열정적으로 자신의 임무에 임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임무에 손을 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지난 4년 동안 그는 꾸준하게 루메른을 위해 탐색을 했던 것이다.
“영웅 던전이 있는 게 확실하지는 않지만, 학생들을 파견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걸세.”
“그렇겠군. 고맙네. 리벤.”
칼리안이 친우를 보며 웃었다.
그런 칼리안을 보며 리벤이 말했다.
“칼리안.”
“응?”
“자네가 나를 부른 게 단순히 1학년들 때문만은 아니란 걸 알고 있네.”
“그래. 지금 타르타로스의 움직임이 심상치가 않아.”
루메른 내에 있는 배신자.
아니, 루메른 뿐만 아니다.
이미 세이룬 내에서도 배신자가 나온 상황이다.
아마 모든 영웅 사관 학교에 타르타로스의 마수가 뻗어 있을 것이다.
‘타르타로스에게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것이 영웅 사관 학교니까 말이야.’
오랫동안 유지되던 평화가 흔들리려 하고 있다.
숨죽이고 있던 타르타로스가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자체가 그 증거였다.
“나도 늙은 게지.”
늙은 영웅 칼리안이 깊은 한숨을 쉬었다.
“시대를 짊어지고 있는 자네에게 묻겠네.”
80년 전, 젊은 검성을 선택했던 드래곤은 진지하게 물었다.
“후대에게 시대를 맡길 준비는 되었나?”
영웅은 많다.
하지만 칼리안과 같은 영향력을 지닌 영웅이 있냐고 묻는다면 감히 대답할 이는 없었다.
그가 최고의 영웅으로 평가받는 이유는 그로 인해 오랜 세월 타르타로스가 대외적인 활동을 멈췄기 때문이다.
존재 자체만으로 그는 타르타로스에 대한 강력한 억제력을 발휘했다.
그런 검성의 억제력이 흔들리고 있다.
검성의 시대가 끝나간다는 걸 타르타로스도 알고 있다.
그래서 그를 위대한 영웅으로 선택했던 드래곤이 묻는 것이다.
자신의 시대를 끝마칠 준비가 되었느냐고.
“자네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오랫동안 루메른의 교장으로서 학생들을 지켜봐 왔네.”
칼리안이 빙긋 웃었다.
“나는 언제든 준비가 되어 있었네.”
“좋아. 그럼 나도 자네 뜻에 따르겠어.”
과거, 세계를 변혁시킨 영웅과 드래곤은 서로를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
2학기가 시작되고 일주일이 지난 방과 후.
할린드가 말했다.
“오늘부터 임무 실습이 시작된다.”
그 말에 5반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임무 실습이요?”
“그래.”
할린드는 심드렁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교실동 1층 게시판에 임무가 공지가 뜰 거다.”
영웅은 세계 각지에서 일어나는 문제의 해결사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도움이 필요한 곳은 루메른 아카데미에 의뢰를 요청한다.
루메른 상층부에서는 세계 각지에 들어온 의뢰를 판별하고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고 판단되면 학생들을 파견한다.
이 경우에는 의뢰비가 발생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임무 수행 비용은 학교에서 지급한다.
하지만 의뢰자가 사적인 의뢰를 맡길 경우에는 의뢰비를 걸고 파견 요청해야 한다.
돈은 들지만 빠르게 루메른 학생들이 파견을 온다는 장점이 있었다.
학생들은 경험을 쌓을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는 데다가 심지어 학점까지 챙길 수 있는 임무 실습에 사활을 건다.
중간고사나 기말시험 결과가 나빠도 어떤 임무 실습을 치르느냐에 따라 성적이 갈릴 수 있으니 어떻게 보면 시험만큼이나 중요한 게 임무 실습이었다.
그런 만큼 임무 실습이 시작된다는 말에 1학년들의 관심은 확 몰릴 수밖에 없었다.
흥분한 담당 학생들을 보며 할린드가 말했다.
“의뢰의 등급은 정해져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실력에 맞는 의뢰를 받아라. 이렇게 말해도 매년 무리하는 학생들이 있지. 임무 실습은 다른 학과 활동과는 다르게 실전이다.”
할린드의 싸늘한 시선이 반 아이들에게로 향했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 말에 학생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들떴던 분위기가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학생들에게 한차례 경고해준 할린드가 말했다.
“오늘 공지 사항은 끝이다. 다들 가서 의뢰 내용을 한번 체크 해보도록.”
그 말에 5반 학생들이 반을 나섰다.
그리고 교실동 1층 중앙 복도로 향했다.
할린드는 일찍 학생들을 보내주는 편이기에 5반 학생들은 제일 먼저 의뢰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 이러면 좋은 의뢰를 선점할 수 있겠는데? 할린드 교수님은 확실히 이런 면에서 센스가 있다니까!”
칼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어디 보자. 오! 루메리아 시티에서 할 수 있는 의뢰도 있는데?”
그 말과 동시에 누군가 냉큼 손을 뻗었다.
“야! 일리아나! 내가 먼저 봐뒀거든?”
“응. 빠른 사람이 임자야.”
티격태격하는 일리아나와 칼을 보며 테이드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장소가 중요해? 내용이 중요하지.”
반 학생들이 의뢰서를 놓고 떠드는 사이.
레오는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의뢰서로 손을 뻗었다.
그걸 본 첼시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 오빠. 거긴 완전 시골 촌 동네인데 거기로 가게? 의뢰 내용도 도적 소탕이라서 가서 고생만 할 것 같은데?”
도적 소탕.
학년 대표인 레오가 가기에는 너무도 볼품없는 의뢰 내용이었다.
아니, 그 어떤 학생들도 가려하지 않을 게 뻔했다.
첼시의 물음에 레오가 웃었다.
“옛날부터 이 지역에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
“응? 그냥 대륙 서남부에 있는 중립 지역이잖아. 여긴 왜 가보고 싶은 거야?”
일리아나가 티격태격하던 칼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음에도 레오는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레오가 가고 싶었던 이곳.
역사서에서도 어딘지 정확하게 알 수 없는 전설의 도시가 있던 곳이다.
5000년 전, 이곳에 있었던 도시.
시작의 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곳.
‘가드스론.’
카일과 리시나스가 만난 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