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33)
133.
일순간 엘레나가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엘레나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농담이에요.”
‘날 놀려?’
학교의 여왕이라 불리는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놀리는 맹랑한 1학년을 보며 엘레나는 실소를 터트렸다.
“그럼 파티에 합류하는 거지?”
“아니요. 전 임무 실습할 곳을 정해둬서요.”
“혹시 다른 공략 파티의 권유를 받았어?”
“그런 건 아니에요.”
“그럼 왜 공략 파티에 참가하지 않는 거야? 너한테 이득이잖아.”
“왜 공략 파티에 들어가는 게 이득이에요?”
의아한 표정으로 되묻는 레오를 보며 엘레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1학년에게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웅 던전의 공략 보상을 떠먹여 주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거절하는 거지? 설마 영웅의 세계의 가치를 모르나?’
그럴 리 없다.
레오는 학년 대표를 할 정도로 매우 우수한 학생이다.
그런 학생이 영웅의 세계를 공략한다는 의미와 그 가치를 모를 리 없다.
‘아니면 단순히 자존심 때문에?’
하지만 엘레나가 봤을 때 레오는 딱히 그러한 감정을 내세울 타입도 아니었다.
“더 이상 할 말이 없으시면 전 이만 가볼게요.”
고개를 꾸벅 숙인 레오가 자리를 떠났다.
그 뒷모습을 보며 엘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응.”
엘레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손가락으로 머리카락 끝을 살살 꼬았다.
블루 문 파티원들이 눈을 부릅뜨고 레오와 엘레나를 번갈아 보았다.
감히 루메른의 여왕이라 불리는 엘레나의 권유를 거절하다니!
다른 학생들 역시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레오를 보았다.
블루 문 파티원들 사이에서 분노에 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저 건방진 자식! 감히 엘레나의 권유를 거절해?”
“학년 대표라고 눈에 보이는 게 없는 거야?”
“엘레나 선배님! 제가 따끔하게 교육시킬까요?”
이때다 싶어 블루 문 파티원들이 앞다투어 말했다.
지금 엘레나에게 잘 보이면 혹시 이번 공략에 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머리카락을 꼬던 엘레나가 그들을 보며 빙긋 웃었다.
“누가 나에게 함부로 말을 걸라고 했어?”
그 말에 블루 문 파티원들이 흠칫했다.
블루 문 파티에는 엘레나보다 학년이 높은 4학년들도 있었다.
그런데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들을 보며 한 번 웃어준 엘레나가 또각- 또각- 구두 굽 소리를 내며 1학년 기숙사를 떠났다.
‘굴욕이네.’
많은 이들이 보는 앞에서 파티 가입 제의를 거절당했다.
내일이면 학교 신문에 까지 대문짝만하게 날 일이다.
물론 엘레나는 그런 일이 생긴다 해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런 가치가 없는 인간들이 떠드는 소리 따위에 귀를 기울이는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능력이 전혀 통하지 않네.’
엘레나의 분홍색 눈동자가 요사스러운 빛을 발했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사람을 이끄는 매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건 단순히 타고난 배경이나 재능, 그리고 외모를 의미하는 게 아니었다.
그녀는 본인과 주변을 철저하게 불행으로 몰고 갈 저주와도 같은 마성의 매력을 타고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 저주는 압도적인 영웅의 재능과 어우러져 그녀의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
그녀의 눈빛만으로 보통 사람을 복종시킬 수 있었다.
강한 정신을 가진 자라도 그녀에게 강한 호감을 느낀다.
그 능력을 아는 사람들은 그녀를 두려워하거나 적대했다.
그런데 레오는 엘레나의 마성이 조금도 통하지 않았다.
“오르베.”
“예, 아가씨.”
“레오 플로브가 어느 지역으로 임무 실습을 가는지 알아 와 주세요.”
엘레나의 시종, 오르베는 그 말을 듣고 멈칫했다.
“학생의 개인 사항을 알아내는 건 교칙 위반입니다만.”
“내가 그런 거 신경 쓰는 사람이 아니란 거 알고 있죠?”
엘레나가 머리카락 끝을 살살 꼬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조아린 오르베가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밤의 학교를 혼자 걸으며 엘레나가 중얼거렸다.
“레오 플로브…….”
엘레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재미있네.”
***
다음 날 아침.
레오가 엘레나의 파티 합류 제의를 거절했다는 소문은 학교 전체로 퍼져나갔다.
“푸하하하하하!”
4학년 대표 하르크는 안대를 올린 채 신문을 읽으며 폭소를 터트렸다.
2학년 대표 릴은 신문을 읽으며 아침을 먹다가 포크를 떨어트린 채 입을 뻐끔거렸다.
“우리 학교 신문부, 너무 기사를 자극적으로 쓰는 것 같지 않아?”
매일 아침, 반마다 배부되는 학교 신문을 보며 첼시가 중얼거리자 칼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어쩌겠어. 신문부도 먹고 살아야 할 거 아니야.”
신문의 해드라인에는 [여왕의 굴욕]이라는 제목이 대문짝만하게 쓰여 있었다.
“그나저나 신문부도 용감하다니까.”
“걔들 가끔 광기 어린 짓도 하잖아.”
칼이 킥킥 웃더니 레오에게 물었다.
“여왕님께 굴욕을 선사한 기분이 어때?”
“딱히.”
“그나저나 이렇게 대대적으로 망신을 당했는데 보복 같은 거 하지 않으려나?”
“그럴 일은 없을 거야.”
‘보복 같은 걸 해서 평판을 깎아 먹을 애는 아니지. 애초에 남이 뭐라 떠들든 신경도 안 쓸 타입이지만.’
문제는 엘레나의 추종자들이다.
‘여왕의 추종자들은 질투심이 강하거든요.’
일전에 릴이 해줬던 말이 떠올랐다.
‘뭐, 어차피 그런 부류의 녀석들이 날뛰어도 상관없지만. 조금 귀찮긴 해도 말이야.’
어중이떠중이들은 어차피 레오에게도 관심 밖이었다.
‘금서고에 들어가려면 엘레나의 허락이 필요하긴 한데.’
히어로 레코드에 대해 조사하기 위해서는 이사장 대리인 엘레나의 허락이 필요하다고 했다.
일전에는 이야기조차 들어주지 않았지만, 지금은 무슨 변덕인지 부탁을 들어주겠다고 한다.
‘그게 금서고에 들어갈 수 있다는 소리는 아니지만.’
내용을 들어 보고 거절할 수 있다.
‘게다가 금서고에 들어가겠다고 학교생활이 묶이는 건 사절이야.’
엘레나는 강력한 차기 회장 후보.
그런 그녀의 리더로 있는 던전 공략자 파티에 들어가면 귀찮은 일을 떠안을 게 분명했다.
‘안 그래도 바쁘단 말이지.’
금서고에 들어가서 히어로 레코드가 나뉜 이유를 아는 것도 중요했지만 지금 우선순위는 루메른 내에 있는 배신자를 찾는 것이다.
‘금서고는 천천히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되겠지.’
드륵-
교실 문이 열리고 할린드가 들어왔다.
학생들이 허둥지둥 자리에 앉자 교탁에 선 할린드가 말했다.
“어제 임무 실습에 의뢰 내용들은 모두 확인했나?”
“네!”
“그렇다면 어제 선택한 의뢰를 맡은 이유에 대한 간단한 임무 계획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도록.”
“알겠습니다!”
5반 신속하게 임무 계획서를 작성했다.
이후 할린드는 학생들이 선택한 의뢰가 과하지는 않은지.
수행할 능력은 충분한지에 대해 꼼꼼히 체크했다.
그러는 와중에 레오의 임무 계획서를 보고 멈칫했다.
보통은 임무 실습을 처음 나가는 1학년들은 자신의 능력에 맞춰서 의뢰를 잘 선택한다.
간혹 의욕이 너무 앞서 감당하기 힘든 의뢰를 선택할 때도 있지만 자신의 능력보다 지나치게 난이도가 낮은 의뢰를 선택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력에 비해 쉬운 의뢰를 선택하는 경우는 고학년 중 임무 실습 점수는 충분히 채웠지만,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의뢰 횟수가 남았을 경우다.
“가란 지방의 도적 토벌 임무가 확실한가? 레오 플로브.”
“예.”
“흐음. 넌 여러모로 날 당황스럽게 하는군.”
할린드가 턱을 쓰다듬었다.
실력에 맞지 않은 과한 의뢰를 맡으려 하는 학생은 교수가 지도해야 하지만 이런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었다.
‘뭐, 다 생각이 있겠지.’
레오라면 계획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던 할린드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고작 1학년을 이렇게 신뢰하게 될 줄이야.’
고개를 저으면서 할린드는 임무 실습 계획서에 도장을 찍어주었다.
짧은 면담이 끝나고 할린드가 말했다.
“임무 실습 시작은 이틀 후다. 각자 준비를 잘하도록.”
“네!”
***
휘오오오오오오-!
차가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1년 내내 차가운 겨울의 땅.
아름다운 엘프 학생들이 영웅이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곳. 세이룬.
“헤취!”
세이룬의 복도를 걸으며 붉은 머리카락의 소녀, 루니아가 재채기했다.
“크흐응-!”
코를 문지르며 코맹맹이 소리를 내는 루니아를 보며 에이란이 걱정스럽다는 듯 말했다.
“루니아 양. 괜찮아요?”
“응. 훌쩍-!”
추운 지방에 사는 만큼 엘프들은 겨울에 강하다.
특히나 피닉스의 힘을 사용하는 룬드아 가문의 후계자인 루니아는 더 추위에 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추위에 강한 것과 체질적으로 추위를 싫어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특히 루니아는 추위를 매우 싫어했다.
“그나저나 헤르디움 선생님께서 레오님이 교환 학생으로 올 수 있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되었을까요?”
에이란이 살짝 들뜬 목소리로 묻자 루니아가 고개를 저었다.
“안 될걸. 거의 반 학기를 이곳으로 보내라고 제의했다는데 루메른 측에서 레오 같은 학생을 그렇게 오래 보낼 리가 없지.”
이미 레오 플로브라는 이름은 세이룬 내에서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했다.
‘그 자식. 멀찍이 앞서가 버리네. 게다가 루메른 1학년 중에 레오만 있는 것도 아니고.’
앞으로 학교생활 내내 경쟁해야 할 루메른의 1학년들을 떠올리며 루니아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루니아는 상대가 쓰러트릴 가치가 있을수록 더욱 불타오르는 성격이었다.
‘재미있겠네.’
그녀가 호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눈을 반짝이고 있을 때였다.
“학년 대표답지 않은 표정이군.”
깐깐한 목소리가 들렸다.
루니아는 눈앞에 나타난 남학생을 발견하고는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이란은 허둥지둥 고개를 숙였다.
“하딘 선배님, 안녕하세요.”
“흥. 에이란. 듣자하니 요즘은 정신을 차린 모양이군.”
하딘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에이란을 바라보며 안경을 고쳐 썼다.
“네가 학년 대표로서 세이룬의 이름에 먹칠을 한 건 잘 알고 있지?”
하딘의 말에 에이란이 움츠러들었다.
“더 이상 학년 대표로서 학교의 품위에 손상되는 짓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군.”
그 말에 에이란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루니아는 뚱한 표정으로 하딘을 노려보았다.
“그리고, 루니아. 그런 표정을 짓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이야기했지?”
“제 표정이 어때서요?”
“길거리 깡패 같은 표정이야.”
그렇게 지적하면서 하딘이 힐끗- 루니아의 복장을 살폈다.
교복 상의 단추를 몇 개 풀고 상의를 치마 밖으로 끄집어낸 루니아는 매우 편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게다가 또 그런 불량한 복장을 하고 있군.
하딘 데르티안.
세이룬 3학년 수석.
즉, 3학년의 학년 대표인 남학생이었다.
세이룬 학생으로 자부심이 강한 그는 툭하면 루니아에게 지적하는 선배였다.
“학년 대표로서 품행이 단정해야 한다고 내가 몇 번을 이야기했지?”
“네~ 네~ 알겠습니다.”
루니아는 삐딱하게 대답하며 지으며 상의 단추를 잠그고 교복을 단정하게 입었다.
“됐죠?”
“흥.”
안경을 고쳐 쓴 하딘이 코웃음을 쳤다.
“그런데 1학년 교실까지는 웬일이세요?”
“이번 임무에 너와 내가 함께 가기로 했다.”
“…….”
루니아가 피곤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기뻐하지 않아도 된다.”
“이게 기뻐하는 걸로 보이세요?”
“이참에 선배로서 네게 학년 대표에 어울리는 품행을 가르쳐 주겠다.”
‘아오, 재수 없어. 들이박아 버릴까?’
루니아가 속으로 이를 갈았다.
“그래서? 임무 실습은 어디로 가면 되죠?”
“대륙 남서쪽 끝자락에 있는 가란이라는 지역이다.”
“가란?”
‘일단 따뜻해서 좋겠네.’
“거긴 인간과 수인의 영역 아닌가요? 왜 거기까지 가나요?”
에이란이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그곳에 ‘발견되지 않은 영웅 던전’ 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교감님께서 말씀하셨다. 어쨌든 루니아. 출발은 이틀 후다. 철저하게 준비하도록.”
그 말을 남기고 하딘이 자리를 떴다.
그러다가 문득 말했다.
“에이란. 지금까지처럼 똑바로 해라.”
“네.”
“흥.”
에이란의 대답에 차갑게 코웃음을 치며 걸어갔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고민하던 루니아가 눈을 모으기 시작했다.
눈 뭉치 안에 작은 돌멩이 하나 넣는 걸 잊지 않은 루니아는 정성스럽게 눈 뭉치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냅다 하딘의 머리를 향해 던지려 했다.
에이란이 기겁하며 루니아의 팔에 매달렸다.
“루, 루니아 양! 그러면 선배님이랑 싸움 나요!”
“괜찮아. 저 재수 없는 작자는 저 정도로 안 다쳐.”
“안 된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