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34)
134.
1학년의 임무 실습 시작 날이 되었다.
임무 실습이 진행되는 일주일 동안 수업은 진행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일찍 임무 실습을 끝낸 학생들은 학교로 돌아와 자유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선배들과 같이 임무 실습을 하는 학생들은 조금 늦게 임무 실습을 출발하기도 했다.
워프 게이트 앞에서 임무 실습을 떠나는 1학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가란 지방 쪽으로 가는 건 너뿐인가 보네.”
“그런 것 같아.”
“알아서 잘할 거란 건 알지만…… 그래도 왜 점수도 높지 않은 임무 실습을 하는지.”
셀리아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자기 차례가 되자 손을 흔들었다.
“어쨌든 임무 실습 끝나고 보자.”
“잘 다녀와. 조심하고.”
“내가 누구라고 생각해? 걱정 마.”
생긋 웃으며 언제나처럼 자신만만하게 머리를 쓸어 넘긴 셀리아가 워프 게이트에 올라갔다.
차례차례, 학생들이 워프 게이트에 오르는 가운데.
레오는 가장 마지막에 워프 게이트에 올랐다.
번쩍-!
밝은 빛과 함께 시야가 바뀌었다.
가란 지역의 워프 게이트에 도착한 레오는 휑한 게이트 내부를 볼 수 있었다.
어딜 가든 워프 게이트는 화려한 편이다.
하지만 가란 지방 자체가 낙후된 지역이다 보니 워프 게이트조차 제대로 보수가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웬일로 이 지역에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사람이?”
늙은 마법사가 의아한 표정을 짓다가 레오의 복장을 알아보고는 감탄사를 터트렸다.
“허! 자네 설마 루메른 학생인가?”
“네.”
“이런 촌구석에 위대한 영웅 후보생께서 무슨 일이신가?”
신기하다는 얼굴로 묻는 늙은 마법사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가란 지방의 의뢰를 해결하러 왔습니다.”
“의뢰? 아아! 그 도적놈들을 말하는 거군!”
늙은 마법사의 얼굴이 밝아졌다.
“잘됐군! 그 고얀 놈들 때문에 지방 사람들이 힘들었는데 말일세!”
대륙 서부와 남부 사이에 있는 가란 지방은 중립 지역으로 어느 왕국에도 소속되지 않은 영주가 다스리고 있었다.
가란 지방의 영주는 왕국이라 주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도저히 왕국이라 부를 수 없는 수준이었다.
상황이 그렇다 보니 대규모 도적들이 발생해도 국가 차원에서 토벌할 능력이 없었다.
늙은 마법사의 반응에 레오가 혀를 찼다.
‘생각보다 도적들이 더 날뛰는 모양이네.’
가란 지방에 온 목적은 옛 가드스론의 성터를 조사하기 위해서였지만 그렇다고 의뢰를 게으르게 할 생각은 없었다.
‘아주 그냥 도적들의 씨를 말려 버려야지.’
레오는 도적을 매우 혐오했다.
전생 시절, 세계가 멸망하는 가운데 어떻게든 많은 사람을 구하고 도우려 했던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위해 남을 짓밟는 짓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자들도 있었다.
레오에게 있어 도적이란 그런 부류의 인간이었다.
늙은 마법사는 레오에게 영주 성으로 가는 길을 자세히 알려주었다.
그의 환대를 받으며 레오는 워프 게이트를 나섰다.
워프 게이트를 나서자 도시의 풍경이 펼쳐졌다.
역시나 시골답게 많이 낙후되었다는 느낌이 드는 도시였다.
‘과거에는 이 일대가 전부 가드스론이었는데 말이야.’
레오는 도시 풍경을 살피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지상 최후의 방어선이라 불렸던 가드스론인 만큼 도시의 규모는 상상도 못 할 정도로 컸다.
영주성으로 향하는 레오에게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모였다.
외지인은 드물기에 모두가 호기심 어린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영주성 앞에 도착하자 문지기들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레오를 보았다.
“넌 뭐야? 처음 보는 얼굴인데?”
“보아하니 외지인이군. 영주성에는 무슨 볼일이지?”
“영주님을 만나러 왔는데요.”
그 말을 듣고 문지기들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더니 웃음을 터트렸다.
“외지인이 무슨 일로 영주님을 보려고?”
“영주님이 함부로 뵐 수 있는 분인 줄 아냐?”
그들의 반응에 레오가 품에서 의뢰서를 꺼냈다.
“도적 토벌 의뢰를 받고 왔는데요.”
“도적 토벌? 하! 무슨 애송이 놈이 도적 토벌을 한다고.”
“대체 이 종이 쪼가리가 뭐길래 도적 토벌을…….”
레오가 건네주는 의뢰서를 보며 콧방귀를 끼던 문지기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의뢰서에 쓰여 있는 문구를 본 그들의 몸이 덜덜 떨렸다.
“루, 루메른 아카데미?”
“영웅 후보생?”
눈을 부릅뜨고 의뢰서와 레오를 번갈아 보는 그들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영주님을 불러 주겠어요?”
“기, 기다려 주십시오!”
문지기 한 명이 허둥지둥 안으로 들어갔다.
남은 문지기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말했다.
“겨, 결례를 범했습니다! 루메른 학생이신지도 모르고!”
“그렇게까지 사과할 것 없어요. 모르면 그럴 수도 있죠. 다만 앞으로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섣부르게 판단하지 마세요.”
레오는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는 사이 안에서 시종으로 보이는 이가 허둥지둥 달려왔다.
“위대한 영웅 후보생을 뵙습니다!”
그 과한 반응에 레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루메른 학생이라는 타이틀이 엄청나긴 한 모양이군.’
레오의 주변 인물 모두가 한가락하는 인물이다 보니 루메른 학생의 대외적인 지위를 직접적으로 느낀 적은 없었다.
하지만 임무 실습을 혼자 나오니 확연하게 느껴졌다.
레오는 시종의 정중히 안내받으며 영주 집무실로 향했다.
“아이고~ 위대한 루메른 영웅 후보생께서 이런 누추한 곳에 행차하셨군요! 영광입니다!”
삐쩍 마른 영주는 양손을 싹싹 비비며 레오에게 허리를 계속해서 굽혔다.
“자자! 루메른 학생님! 이곳에 앉으시죠.”
영주는 집무실 창가에 있는 손님용 소파를 가리켰다.
그곳에 앉자 영주가 냉큼 앞에 앉으며 말했다.
“오랜 여행에 피곤하진 않으십니까? 당장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아뇨. 그건 됐고요. 도적들이 어디 있는지만 알려주세요.”
레오의 말에 가란 영주가 멈칫했다.
그러고는 대기하고 있는 시종을 향해 눈짓했다.
그러자 시종이 허둥지둥 지도를 가져와 탁자 위에 펼쳤다.
익숙한 지형이 한눈에 펼쳐졌다.
이전에 있던 거대한 도시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지만, 지형이 변하지는 않았다.
“도적들이 자리를 잡은 곳은 고대의 성터입니다.”
“고대의 성터요?”
“예. 어느 시대의 건물인지는 알 수 없지만, 가론 지방 동쪽 끝에는 성터가 남아 있습니다. 뭐, 거의 다 쓰러져가는 폐허지만요.”
영주는 지도 끝에 있는 위치를 가리켰다.
그 위치를 빤히 바라보던 레오가 눈을 빛냈다.
‘여긴 가드스론의 방어선이 있던 곳이군.’
타르타로스의 군대를 막아내기 위해 구축했던 방어선.
과거 카일이 가장 많이 머물렀던 지역임과 동시에 이 성벽 바깥에서 카일과 리시나스가 만났다.
레오가 지도에 집중하고 있을 때였다.
벌컥!
“여, 영주님! 큰일입니다!”
“무슨 일인가! 지금 중요한 손님을 맞이하고 있는데!”
“소, 손님이 찾아왔다고 합니다!”
“손님? 무슨 손님?”
‘루메른 학생보다 중요한 손님이 어디 있다고!’
얼굴을 일그러트리는 영주를 보며 집무실로 난입한 하인이 말했다.
“세, 세이룬의 학생들이 영주님을 뵙자고 합니다!”
순간 영주는 하인의 말을 순간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세이룬의 학생? 엘프 영웅 사관 학교? 아니야. 세이룬이 왜 이런 시골에 왔겠어? 그럼 대체 세이룬 학생이란 게 뭐지?’
잠시 고민을 해보았지만, 엘프 영웅 사관 학교 이외의 세이룬은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 옆에 있는 집무실 창문 밖을 보았다.
“진짜 세이룬이군요.”
“예?”
영주는 멍청한 소리를 내며 창밖을 보았다.
그리고 저택 입구에 있는 다섯 명의 엘프를 발견하고는 헉-! 하는 표정을 지었다.
“세, 세이룬이 왜 여기에!”
“글쎄요. 이유가 있겠죠. 영주님은 손님을 맞으러 가세요.”
피식 웃으며 말한 레오가 지도를 품에 갈무리했다.
“도적의 위치는 대략 알겠네요. 그럼 전 토벌을 하러 갈게요.”
어차피 영주성에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레오가 이 지방에 온 이유는 가드스론 유적을 탐방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방은 과거 레오와 리시나스의 거점 도시였으며 옛 영웅들이 살아 숨 쉬던 곳.
혹여나 그때와 관련된 물건을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작은 기대감을 품고 이곳에 왔다.
임무 실습은 일주일 안에 끝내야 했기에 레오는 최대한 빨리 의뢰를 끝내고 가드스론의 유적을 찾고 싶었다.
레오의 말에 영주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로서는 영웅 후보생인 레오와 인연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런데 뭐가 바쁜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레오를 보며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 소년은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생각이 없군! 으음!’
영주가 눈을 굴렸다.
‘차라리 세이룬 학생들에게 잘 보이는 게 좋을지도!’
종족은 달랐지만 그래도 영웅 사관 학교.
인맥을 쌓으면 분명 도움이 될 게 분명했다.
“알겠습니다! 그럼 도적 무리를 잘 부탁드립니다!”
‘이 영주. 태세전환이 엄청 빠르군.’
레오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뭐, 귀찮게 매달리는 것보다는 낫나?’
그렇게 생각하며 레오는 집무실을 나섰다.
“세이룬 학생분들을 맞을 준비를 해! 어서!”
안에서 바쁜 소리가 들리는 걸 뒤로 하고 저택 입구로 향했다.
아까 레오에게 사과했던 문지기는 갑작스러운 세이룬 학생들의 등장에 레오 때 보다 더한 패닉에 빠져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시골에서는 세이룬 학생은 고사하고 평범한 엘프들도 볼 일이 없었다.
엘프 자체가 인간의 영역에 오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시 사람들 역시 엘프들의 등장에 웅성거리며 몰려들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레오가 저택 문을 나섰다.
“어?”
세이룬 학생 쪽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다.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고는 레오도 소녀와 비슷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
“루니아?”
조금 놀란 표정을 짓는 루메른과 세이룬의 1학년 대표.
그리고 그런 루니아의 반응에 다른 세이룬 학생들의 시선 역시 레오에게 쏠렸다.
“루메른 학생?”
“루니아 양. 방금 분명 레오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레오 플로브.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가 되진 않았지만 이미 세이룬 학생들 사이에서는 레오가 성운의 시조의 마법.
꽃을 피우는 마법을 해석한 것으로 유명했다.
하딘의 서늘한 시선이 레오에게 향했다.
‘이 인간이 레오 플로브인가?’
“여긴 웬일인가요?”
루니아가 방긋 웃으며 레오에게 물었다.
그런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힐끗, 루니아의 일행들을 보았다.
1학년으로 보이는 이들이 한 명도 없었다.
‘내숭 떨어야 할 상황인가 보군.’
레오는 루니아를 보며 웃었다.
“평소대로 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레오.”
“성격 참으면 병 생긴다.”
빠직-!
자신을 놀리는 레오를 보며 일순간 루니아의 이마에 힘줄이 솟았다.
“호호호- 레오. 전에도 생각했지만 짓궂은 면이 있으시군요.”
‘아오! 이걸 진짜! 보는 눈이 많아서 멱살 잡고 짤짤 흔들어 줄 수도 없고!’
“그래서 레오. 여기까지 무슨 일인가요?”
“임무 실습을 나왔어. 이 지역에 도적 소탕을 해야 하거든.”
그 말에 루니아의 눈이 번뜩였다.
‘이거다!’
속으로 소리친 루니아가 말했다.
“어머? 도적이요? 그거 큰일이군요.”
입을 가리고 우아하게 탄성을 내지르는 루니아를 보며 레오가 쯧- 하고 혀를 찼다.
그 모습에 다시 한번 울컥한 루니아였지만, 가까스로 참았다.
그러고는 근심 어린 표정을 지었다.
“이곳 주민분들이 정말 힘들겠군요.”
누가 봐도 가련하지만, 마음씨 곱고 내면은 강직한 한 떨기 꽃 같은…… 그러니까 그녀와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 전형적인 세이룬의 여학생 연기를 하는 루니아를 보며 도시의 주민들이 탄성을 내질렀다.
“레오. 저도 당신을 돕겠어요.”
“루니아 양. 무슨 소린가요?”
“하지만 선배님들. 이곳 주민분들이 도적 무리 때문에 힘들어하시잖아요? 세이룬의 학생으로 그걸 지켜볼 수만은 없어요!”
강경하게 말한 루니아가 레오와 눈을 마주치며 말했다.
“레오! 그러니 난 당신을 돕겠어요!”
‘데려가! 데려가! 데려가! 제발 데려가 줘! 제발! 데려가!’
어쩐지 무척이나 간절한 눈빛을 보내는 루니아를 보며 헛웃음을 터트린 레오가 말했다.
“돕겠다면야, 뭐.”
‘좋았어!’
루니아가 쾌재를 부르며 선배들을 보았다.
‘이 갑갑한 것들이랑 안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