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43)
143
레오의 응원을 들은 루나의 얼굴이 상기 되었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런 응원이 통하지 않았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레오의 말은 확실하게 루나에게 닿았다.
비록 역사는 뒤틀렸을지라도 그 이전부터 쌓아온 유대는 남아 있기 때문이다.
루나에게 마법을 가르쳐주고 마치 딸처럼 돌봤던 아킨트의 말이 아니었다면 그저 빈말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었다.
‘육체의 원래 주인에게 감사해야 하나.’
레오가 속으로 웃음을 터트렸다.
어둠이 드리웠던 눈동자가 별처럼 반짝반짝 빛나기 시작했다.
축 늘어졌던 귀가 쫑긋- 쫑긋- 거렸다.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한 루나는 상기 된 표정을 지었다.
“그쵸? 선생님도 그렇게 생각하시죠!”
다시 살아난 루나가 에헴! 하는 표정을 지으며 가슴을 활짝 폈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처럼 될 존재.’
그건 루나의 입버릇이었다.
‘유치하다며 모두가 놀려 댔지.’
그런데도 루나는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당연하다는 듯 그 말을 떠들어댔다.
그리고 정말 그렇게 되었다.
눈을 별처럼 빛내며 자신감을 되찾은 루나의 모습을 보며 레오는 웃음을 터트렸다.
어린 시절이든 절망의 시대 당시든.
루나는 루나였다.
언제나 기고만장한 철부지 아가씨.
스스로 최고라 부르짖으며, 실제로도 최고인 아름다운 엘프.
언제나 입버릇처럼 위대한 마법사가 될 거라고 부르짖던 기죽을 줄 모르던 친우를 떠올리며 레오가 웃었다.
‘그래, 넌 이런 모습이 어울려.’
축 처져 있는 모습 따위.
조금도 어울리지 않는다.
아르온의 뒷모습이 카일을 이끌어주었다면.
루나의 주문은 카일의 등을 떠밀어 주었다.
이제는 추억이 되어 버린 머나먼 과거를 떠올리며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파티에 가볼까?”
“네!”
이제 모든 걸 되돌려 놓을 차례다.
‘영웅의 세계에 타르타로스가 있는 것은 확실해.’
레오가 주먹을 쥐락펴락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야.’
전생부터.
그리고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단 하나의 결론.
‘놈들을 쓰러트린다.’
***
엘프왕의 탄신일은 엘프 종족 전체의 기념일이었다.
이날 밤은 모든 엘프가 왕의 탄신을 축복했다.
이날 만큼은 평소에 죄악으로 여기던 행위들 역시 용서받는다.
품위를 중시하는 엘프들이 유일하게 모든 걸 내려놓는 날이기도 했다.
그건 하이 엘프의 도시라도 다를 건 없었다.
모두가 거리에서 방종의 시간을 누렸다.
밤에 방종이 허락되는 이유는 어둠이 자신들의 죄를 가려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사실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지금 엘프들의 모습은 신기해 보일 뿐이었다.
“옛날 엘프들은 참 자유분방하네요.”
뒷골목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엘레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하딘이 미간을 좁혔다.
“낮에 모습을 생각한다면 그런 것 같지는 않았는데.”
짧은 시간일 뿐이지만 하딘이 경험한 이 시대의 엘프는 현재 보다 훨씬 더 예법을 중시하고 딱딱한 느낌이었다.
둘의 대화에 우물쭈물하던 메린이 말했다.
“저…… 그, 오늘은 엘프왕 전하의 탄신일이라서요.”
“응?”
“오늘 밤 만큼은 자유의 방종이 주어진다고 들었어요.”
비록 노예라 할지라도 바르하르룬에 사는 노예다.
그런 만큼 기본적인 예법과 교양 교육은 받는다.
메린의 말을 듣고 엘레나가 납득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쨌든 레오군은 만났다고 했었죠, 하딘.”
“그래. 아킨트라는 선생의 몸에 들어간 것 같더군.”
“선생이라.”
엘레나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일단 바르하르룬 아카데미는 빠져나왔다.
문제는 앞으로였다.
‘하딘을 데리고 나오는 과정에서 마족을 쓰러트렸어.’
엘레나와 하딘의 입장에서는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지만 지금 엘프들에게는 아닐 것이다.
침입자가 바르하르룬 내에서 살인을 저지른 것이다. 그것도 엘프왕의 생일에.
인파 속에서 누군가를 찾는 기사들의 모습과 함께 작은 소란이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를 찾고 있겠지.’
엘레나가 머리카락 끝을 살살 꼬았다.
‘신의 시대라…….’
역사 문헌에 거의 남아 있지 않은 과거의 시대.
하지만 가장 평화로웠던 시대라는 것만큼은 잘 알려져 있다.
‘딱히 위협적인 실력자는 없어.’
지금까지 바르하르룬에 있는 엘프 중 엘레나와 하딘에게 위협이 될만한 이는 없었다.
‘하긴. 지금은 평화의 시대고 이때 히어로 레코드 같은 게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
엘레나는 현실에서도 강자이지만 이 시대에서는 더욱 적수를 찾기 힘들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어.’
어느 시대나 강자는 있다.
특히 이만한 규모의 도시라면 엘레나보다 강한 자가 있을지도 모른다.
‘결정적으로 타르타로스까지.’
영웅 던전에 침투한 타르타로스가 언제부터 이곳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지하 감옥에 직접 하딘을 죽이러 올 정도라면 바르하르룬에 매우 깊숙이 침투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괜히 도시 전체를 적으로 돌릴 필요는 없겠지. 일단 최대한 조용히 두 사람과 합류하는 방향으로…….’
그런 생각을 하던 엘레나가 힐끗 뒷골목의 깊숙한 곳을 보았다.
팔짱을 낀 채 벽에 등을 기대고 있던 하딘 역시 팔짱을 풀고 똑바로 섰다.
키기기긱- 키키킥- 키키키키킥-
쇠를 긁는 듯한 기묘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메린.”
“네?”
“잠깐 눈을 감을래요?”
엘레나가 엘프 소녀를 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 말에 메린이 눈을 감았다.
화악-!
그와 함께 엘레나의 뒤에 나타난 거대한 스켈레톤이 레니아를 향해 이가 빠진 대검을 휘둘렀다.
챙-! 서걱-!
부와아아악-!
쇠를 튕기는 소리와 함께 은색 검광이 번뜩였다.
어느새 검을 발검한 하딘이 대검째로 스켈레톤을 양단해 버렸다.
퍼석-! 사아아아아-!
바닥에 쓰러진 스켈레톤이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네크로맨서가 있는 모양이네요.”
엘레나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까드득- 까득-!
키히힉! 키킥!
그 말과 동시에 뒷골목에서 언데드 무리가 쏟아져 나왔다.
“이 도시는 정말이지 극단적이군.”
하딘이 오러를 일으키며 눈을 가늘게 떴다.
“바깥은 저렇게나 화려한데 안은 이렇게 썩어 있다니.”
“그러게요. 재미있는 도시에요.”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더러운 뒷골목으로는 누구 하나 오려 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타르타로스가 마음껏 날뛸 수 있었다.
“이 언데드들이 우리가 있는 곳을 정확하게 찾아 온 걸 보면 아무래도 우리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모양이에요.”
“과연 도시 전체가 놈들의 손아귀에 있다는 건가?”
하딘이 혀를 찼다.
이대로 뒷골목을 빠져나가도 추격을 뿌리칠 수는 없다는 의미였다.
“이렇게 된 이상 선택지는 하나네요.”
엘레나가 마력을 일으켰다.
“이대로 이 뒷골목을 장악하고 있는 네크로맨서를 쓰러트리죠.”
“레오와 루니아와 합류하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공략에 차질이 생길 텐데?”
“레오군은 이미 루나님과 만났다고 했었죠?”
“그래.”
“그렇다면 이 세계의 공략은 후배들에게 맡겨 두죠.”
“진심인가?”
“네.”
“아무리 학년 대표라지만 1학년이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는 건 쉽지 않을 거다. 게다가 이건 다른 영웅도 아닌 루나님의 세계다. 1학년에게 맡길 수는…….”
“아마 우리보다 레오군이 나을 거예요. 레오군은 이미 다른 대영웅의 세계를 공략한 적이 있으니까요.”
“뭐?”
엘레나의 말에 하딘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레오군은 다른 영웅 후보생들과는 조금 달라요.”
“뭐가 다르단 거지?”
“음…… 이건 말로 표현하기 어렵네요.”
검지를 물고 잠시 고민하던 엘레나가 피식 웃었다.
“레오군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드는 힘을 가진 사람이에요.”
“그게 무슨 뜻이지?”
“단순히 영웅의 자질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는 뜻이죠.”
단지 반년.
레오가 영웅 사관 학교를 다닌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레오는 수 없는 수라장을 헤쳐왔다.
그리고 레오가 해낸 것들은 모두 기적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위업들.
“레오군은 말이죠.”
엘레나는 빙그레 웃었다.
“대영웅의 자질을 타고난 사람이에요.”
***
세계수 광장.
화려한 장식과 호화스러운 음식.
값비싼 술.
부드러운 음악의 향연.
말 그대로 선택받은 자를 위한 파티라는 인식이 강하게 들었다.
그 파티 속에서 왕녀 세르지아는 호화로운 의자에 앉아 심호흡을 하고 있었다.
수많은 엘프가 왕녀에게 인사를 하러 왔다.
아직 오늘 파티의 주인공인 엘프왕 에르겐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눈도장을 찍어야 하는 건 바로 왕녀인 세르지아였다.
한참 엘프들과 인사를 나누는 가운데.
옆에서 세르지아를 보필하던 에테르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세르지아님. 아까부터 안색이 안 좋으십니다.”
“아니에요, 에테르 경. 잠시 현기증이 났을 뿐이에요.”
세르지아, 루니아가 힘겹게 미소 지었다.
조금 전 알현실에서 본 광경이 아직도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깊은 잠에 빠져들었던 에레보스.
그러한 에레보스와 마주한 것만으로도 루니아는 겁에 질릴 정도였다.
비명을 지르지 않은 게 다행이었다.
비명을 질렀다가 그 괴물이 깨어나기라도 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했다.
‘아니…… 비명조차 지를 수 없었다는 게 맞겠지.’
에레보스를 떠올리자 루니아의 손이 덜덜 떨렸다.
‘대체…… 대체 어떻게 그게 여기 있는 거야? 지금이 과거의 시대라서? 그렇다면 나 말고는 왜 아무도 그걸 인식하지 못했지?’
영웅의 세계 속에 있는 가짜.
우연히 자신의 눈에 보인 것일 수도 있다.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었지만 루니아는 가짜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생물체로서의 본능이 이야기해 주고 있었다.
그건 자신과 같은 진짜라고.
이 거짓된 세계의 주민이 아닌.
자신과 같은 현실의 괴물이라고.
‘무서워.’
루니아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양팔을 감쌌다.
그런 루니아를 보며 에테르가 더욱 굳은 표정을 지었다.
“왕녀님. 몸이 너무 안 좋아 보이십니다. 들어가서 휴식을…….”
에테르는 루니아를 세계수 쪽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아, 아뇨. 괜찮아요. 에테르 경.”
루니아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생물체로서의 본능이 에레보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걸 거부했다.
새삼 동경의 대상으로만 삼았던 대영웅들의 위대함이 느껴졌다.
그들은 대체 어떻게 저 괴물과 맞서 싸웠단 말인가?
‘어떻게 저 괴물을 쓰러트린 거지?’
그게 가능한 이야기란 말인가?
끝없는 공포가 루니아를 엄습했다.
누구와 인사를 하고 누구와 이야기를 나누는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저 시선을 아래로 두고 공포를 이겨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태초의 악과 마주한 것만으로 엘프 소녀의 의지는 꺾여 있었다.
루니아가 끝없는 공포와 싸우고 있을 때 작은 발이 시야에 들어왔다.
여린 소녀의 발이었다.
“저어…… 왕녀님을 뵈옵니다.”
발의 주인이 무릎을 꿇고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잎사귀를 생각나게 하는 연은빛 머리카락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목소리를 듣는다면 자신 또래…… 어쩌면 더 어릴지도 몰랐다.
그 앳된 목소리는 확실하게 루니아의 귀를 사로잡았다.
들은 적이 있는 목소리다.
아니, 기억보다 어쩌면 좀 더 어린 느낌.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그 찰나의 순간.
가장 동경하고 가장 사랑했던 동화책의 주인공.
발끝이라도 따라가고 싶다고 매일매일 바라왔던 위대한 이의 목소리를 어떻게 잊을 수 있단 말인가?
루니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보았다.
마치 별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아름다운 소녀를.
자신과 비슷한 나이 또래의 시조를.
“루나 루비넌스라고 합니다.”
어린 시절의 동경과 마주한 순간.
루니아는 거짓말처럼 공포가 가시는 걸 느꼈다.
***
‘……어떻게 저 증오스러운 계집이 이곳에 있는 거지?’
바르하르룬의 교감, 시드는 왕녀와 인사를 나누는 소녀 루나를 보며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분명 저 소녀는 이곳에 초대받지 않았을 터다.
그런데 어떻게 이곳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쥐새끼들의 소행인가?’
불쾌한 표정을 짓던 시드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오히려 잘 됐군. 숨어든 쥐새끼를 찾기 딱 좋…….’
“너희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아. 쥐새끼처럼 숨어드는 걸 정말 잘한단 말이야?”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시드가 멈칫했다.
“무슨 소린가, 아킨트 선생.”
“아, 시치미를 떼시겠다? 타르타로스.”
레오는 싸늘하게 웃었다.
“……어떻게 안 거지?”
시드가 싸늘한 얼굴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런 시드를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몰랐다면 모를까…… 너희가 있다는 걸 안 이상 냄새를 숨길 수가 없거든.”
“냄새?”
“그래. 코가 썩어 문드러질 것 같은 악취가 나.”
레오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감히 이 세계에서 장난질을 친 대가는 받아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