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5)
【15】14
“너희는 너희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냐?”
“예?”
“너희는 루메른의 학생. 즉, 영웅 후보생이다! 위기에 처했다면 스스로 이겨낼 생각부터 하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되지 않나?”
아인의 호통에 학생들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때 아인의 눈에 망설임 없이 움직이는 레오의 모습이 비쳤다.
“제대로 된 녀석도 있군.”
치솟은 크라켄의 다리가 빠른 속도로 덮쳐왔다.
서걱-!
검을 뽑은 레오가 다리를 잘라 버렸다.
철퍽-!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리는 크라켄의 촉수를 걷어차 호수로 밀어낸 레오가 소리쳤다.
“덩치에 겁먹지 마! 너희 능력이라면 충분히 대처 가능하니까!”
레오의 시선은 정확하게 셀리아와 클로에를 향하고 있었다.
“흥! 누가 겁먹었다고 그래?”
발끈한 클로에가 코웃음을 쳤고 셀리아도 지지 않겠다는 듯 검을 뽑았다.
“날 뭐로 보는 거야, 레오?”
화르륵-!
그녀의 검에서 제르딩거의 상징인 불꽃의 오러가 피어올랐다.
“내가 이런 오징어한테 겁을 먹을 것 같……!”
촤아아악!
“꺄아아아악!”
크라켄의 촉수 끝에서 물대포가 뿜어져 나와 셀리아를 덮쳤다.
오러 아머를 이용해 방어하긴 했지만 셀리아는 순식간에 쫄딱 젖은 생쥐 꼴이 되었다.
“크라켄의 습성이야. 열기에 반응해서 물대포를 쏘지.”
레오가 끅끅- 웃음을 참으며 셀리아의 이마를 톡 건드렸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 같은데?”
“으-! 너랑 나랑 동갑이거든! 경험 운운하지 마!”
붉어진 얼굴로 이마를 문지르며 셀리아가 빽 소리쳤다.
그러는 사이 크라켄이 다시 덮쳐왔다.
셀리아의 눈이 사납게 치켜 떠졌다.
“이 망할 오징어 자식이! 오징어채로 만들어주마!”
화악-!
셀리아의 검이 화려한 궤적을 그렸다.
파바바밧!
잘게 썰린 크라켄의 촉수가 흩날렸다.
어때! 하는 얼굴로 돌아보는 셀리아를 향해 미소 지어준 레오가 검을 휘둘렀다.
부왕-!
무지막지한 바람 소리와 함께 크라켄의 촉수가 셀리아가 베어낸 것보다 더욱 잘게 썰려 흩날렸다.
“이익! 질까 보냐!”
그 모습에 자극받은 셀리아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검술이 대단하네?”
그러는 사이 클로에가 마법 지팡이를 들어 올리고 룬어를 외웠다.
쩌저저정-!
“아이시클.”
허공에 얼음 알갱이가 뭉치더니 거대한 고드름 형태가 되었다.
클로에가 주문을 해방하자 아이시클이 날아갔다.
퍼억-! 쩌저저적-! 쨍그랑!
마법이 작렬하자 얼어붙은 크라켄의 촉수는 이내 산산조각났다.
“호호호! 기사들처럼 앞으로 나서서 땀 흘릴 필요가 뭐 있어? 이렇게 뒤에서 스마트하게…… 에에엑??!”
우쭐한 표정을 짓던 클로에가 크라켄의 표적이 되었다.
상상 이상으로 빠른 크라켄의 공격에 당황하는 사이, 레오가 클로에의 뒷덜미를 잡고 잡아끌었다.
“마법사가 앞에서 나대는 거 아니다.”
서걱-!
레오가 검을 휘둘러 크라켄의 촉수를 잘라냈다.
“크라켄은 마나에 반응하니까 신중하게 마법을 써.”
“아, 알았어.”
습격에 패닉에 빠졌던 신입생들도 정신을 차리고 반격에 나섰다.
크라켄은 상위 몬스터였지만 루메른의 학생들은 저항도 없이 곱게 당해 줄 정도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인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올해 신입생들은 매우 우수하군.’
신입생들을 꾸짖던 아인 교수는 지금 매우 만족한 상태였다.
이 호수는 온갖 수중 몬스터들이 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렇다 보니 수중 몬스터의 습격은 일종의 연례행사에 가까웠다.
루메른에 입학생은 모두 재능이 뛰어나다.
그리고 최고의 명문인 루메른에 입학한 것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하기까지 했다.
실력, 배경, 학력.
어느 것 하나 꿀리지 않게 된 신입생들은 모두 기고만장하기 마련이다.
‘그런 정신 상태로 루메른의 수업을 제대로 쫓아갈 수 없지.’
신입생들은 모른다.
자신이 겨우 루메른에서 배우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했다는 사실을.
그렇기에 경각심을 줄 필요가 있었고 그것이 루메른에서 수중 몬스터의 습격을 방치하는 이유였다.
물론 무방비로 몬스터들과 싸우게 하지는 않았다.
그 증거로 크라켄에 습격당했을 때 가장 큰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선체의 파괴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물론 신입생들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하고 눈앞에 크라켄을 막아내기 급급했다.
‘역시나 수석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군.’
신입생들의 실력을 가늠하던 아인의 시선에 레오의 모습이 잡혔다.
‘인상 깊군.’
아인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검술이다.
게다가 크라켄의 움직임을 훤히 예상하기라도 하듯 가벼운 몸놀림으로 크라켄의 촉수를 잘라내고 있었다.
‘기억해둬야겠어.’
검을 다루는 걸 보면 기사학과 지망이 분명했다.
뛰어난 학생을 찾았다고 생각하며 아인이 만족스럽게 웃었다.
***
신입생들은 가까스로 크라켄을 물리쳤지만, 이후에도 수중 몬스터의 공격은 끊이질 않았다.
조금 전까지의 선상 파티는 꿈이라도 된 듯 몬스터 퍼레이드가 펼쳐졌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 무렵에는 신입생들은 하나같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교복은 쫄딱 젖어 있었고 온몸은 땀 범벅이었으며 얼굴은 피곤에 찌들어있었다.
밀려드는 몬스터들의 습격에 정신없이 싸우기 바빴다.
“이제 더는 못 싸워! 마력도 바닥났단 말이야!”
바닥에 대자로 누운 클로에가 소리쳤다.
“으으…… 마나포션 남은 사람?”
칼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물었지만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허억- 허억-”
셀리아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힐끗 레오를 보았다.
‘이 체력 괴물 자식!’
레오는 여전히 지친 기색 없이 물가를 경계하고 있었다.
대체 같은 나이인데 이 지치지 않는 체력은 어디서 오는 걸까?
“후우-!”
이를 악물고 심호흡을 한 셀리아가 레오 옆에 섰다.
그때였다.
“선착장이 보인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도 끝이다!”
“우와아아아아아!”
갑판에서 함성이 쏟아졌다.
오랜 싸움으로 지친 학생들에게 이보다 기쁜 소식은 없었다.
잠시 후, 선착장에 정박했고 학생들은 지긋지긋하다는 듯 배에서 내렸다.
선착장에서 신입생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정장 차림의 안경을 쓴 작은 체구의 여성이었다.
“다행이다! 큰일은 없었던 모양이군요!”
그 말에 학생들은 속으로 울컥했다.
‘별일이 없었기는! 몬스터의 습격을 받았는데!’
물론 눈치 없이 항의하는 학생은 없었다.
신입생들을 마중 나왔다면 루메른의 교수일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었다.
“아인 교수님. 신입생들 인솔 수고했어요! 이제부터는 제가 인솔을 맡을게요.”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아인이 신입생들을 보며 말했다.
“나는 올해 1학년 기사학 수업을 맡는다.”
기사학과 학생들이 흠칫한 표정을 지었다.
“기사학과 학생 중 일부는 내 수업을 듣겠지.”
레오를 포함한 몇몇 학생을 본 아인이 씩- 웃었다.
“높은 경지에 오르고 싶은 녀석은 내 수업에 와라!”
“옙!”
“알겠습니다! 아인 교수님!”
기사학과 학생들이 소리 높여 대답했다.
그 대답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던 아인 교수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인솔 교사님의 말은 잘 듣도록.”
그 말을 남기고 자리를 떠났다.
“내 이름은 아르티안 니에르에요. 1학년 소환학과 수업을 맡게 되었답니다.”
안경을 고쳐 쓴 그녀가 친절하게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아르티안 니에르? 들은 적 없는 이름인데?”
셀리아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메른의 교수직을 맡을 정도면 각 분야에서 매우 유명인사다.
하지만 아르티안 니에르라는 이름은 들어 적이 없었다.
“아르티안 니에르라면 중부에서는 꽤 유명해.”
그때 칼이 말했다.
“어떤 사람이야?”
“영령술사라고 하던걸?”
“영령술사?”
셀리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소환술은 크게 세 분야로 나뉜다.
정령과 계약하는 정령술.
환수를 부리는 환수술.
마지막으로 영령을 부르는 영령술.
그중 영령이라 불리는 자의 편린을 불러내는 영령술은 매우 귀한 능력이었다.
‘리시나스의 주특기 중 하나였지.’
영령술은 타고난 특수 능력의 영역이기에 올 클래스였던 카일도 배울 수 없었던 능력이다.
“그럼 입학식장으로 갈까요?”
아르티안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학생들이 반발했다.
“교수님! 옷을 갈아입을 곳이 없을까요?”
“맞아요! 이런 꼴로 입학식에 참석할 수 없어요!”
아인 교수 때는 고분고분하던 학생들이 앞다투어 소리쳤다.
모두 귀족 학생들이었다.
이안 교수 때는 빙해의 기사라는 이름에 주눅 들었다.
하지만 유명하지 않은 데다가 연약한 인상의 아르티안에게는 즉각 불만을 토로했다.
“아, 아니! 그러니까 일정에 맞춰야…….”
“이런 몰골을 하고 중요한 자리에 나서는 걸 우리 가문에서 절대 용납할 리 없습니다!”
“맞아요! 우린 루메른에 당당하게 입학했다고요! 이런 대우라니! 말도 안 돼!”
“맞아! 맞아! 가문을 통해 정식으로 항의할 거예요!”
“여, 여러분?!”
실제로 순한 성격인 아르티안은 학생들의 항의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움츠러들 뿐이었다.
그 모습에 의기양양해진 학생들이 더욱 목소리를 높였다.
“말려야 할 것 같은데.”
셀리아가 인상을 찡그리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안 그래도 될 것 같은데?”
“뭐?”
아르티안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
“이 빌어먹을 애송이 새끼들이! 보자 보자 하니까 내가 호구로 보이냐?! 어디 신입생 따위가 감히 교수한테 기어오르고 지랄들이야!”
고개를 번쩍 든 아르티안의 입에서 일갈이 쏟아졌다.
조금 전 얌전하던 분위기와 달리 눈에서는 살벌한 안광이 쏟아졌다.
소리를 높이던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정신을 못 차린 한 남학생이 다급히 소리쳤다.
“아무리 교수님이라지만 그런 폭언은 용납할…….”
“이 새끼 봐라? 아직 분위기 파악 못 했지?”
콱!
“어? 어어?”
아르티안이 살벌한 미소를 지으며 남학생의 멱살을 잡아 올렸다.
그 남학생은 다른 신입생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클 정도로 덩치가 컸다.
그러나 멱살을 쥔 아르티안은 힘든 기색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녀의 몸에서 황금색 기운이 흘러나왔다.
“헉? 오, 오러?”
“듀얼 클래스?”
학생들이 기겁했다.
멱살을 잡힌 남학생도 하얗게 질린 표정을 지었다.
아르티안이 남학생을 호숫가로 집어 던졌다.
“으아아아악!”
풍덩-! 철푸덕! 철푸덕!
호수에 빠진 남학생이 허우적거렸다.
아르티안이 살벌하게 경고했다.
“앞으로 함부로 반항하는 새끼가 있으면 가만 안 둘……!”
아르티안이 채 말을 끝내기도 전에 인상이 바뀌었다.
“곤란하군요.”
이번에는 차가운 분위기로 바뀐 그녀는 한숨을 쉬고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이번에는 황금색 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아르티안은 마법으로 물에 빠진 학생을 구해주었다.
학생들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분명 소환학과 교수라고 했는데 오러와 마법을 쓰다니!
“역시 그랬군.”
“저 능력에 대해 알아?”
놀라던 셀리아가 레오의 중얼거림을 듣고 다급히 물었다.
“영령의 영혼을 몸에 깃들게 한 거야. 성격이 바뀐 건 계약한 영혼들 때문이고.”
“강령술? 말로만 듣던 능력이잖아!”
영령술사 중에서도 극히 드문 능력에 셀리아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과연 아까 아인 교수가 괜히 말을 잘 들으라고 한 게 아니었다.
“미안해요, 미안해요. 나와 계약한 영령들이 성격이 급하다 보니!”
원래 인격으로 돌아온 아르티안이 잔뜩 당황해서 사과했지만, 학생들은 눈치만 봤다.
눈앞의 교수가 명성만 없지, 자신들은 상대 안 되는 거물이란 걸 단번에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아르티안이 활짝 웃으며 말했다.
“어쨌든 여러분! 입학식을 치르러 가죠!”
“네에…….”
학생들은 눈치를 살피며 힘없이 대답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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