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50)
150.
레오의 마법을 본 루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예쁘다.”
너무도 새하얀 순백의 마법은 감탄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아름다웠다.
검은 불꽃을 내뿜던 에레보스가 레오의 마법을 본 순간 맹렬한 살기를 내뿜었다.
명백한 적의가 느껴졌다.
‘역시 이놈은 날 노리고 있어.’
싸늘한 표정을 지은 레오가 이노센트를 에레보스에게 날려 보냈다.
화악-!
순백의 마력의 탄환이 날아갔다.
화르르륵-!
모든 것을 불태우는 검은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마치 사나운 짐승과도 같이 아가리를 쩍 벌린 불꽃이 이노센트를 집어삼켰다.
고오오오오오오오-!
검은 불꽃이 미친 듯이 날뛰었다.
그 순간.
화악-!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에레보스의 불꽃이 이내 폭발했다.
퍼엉-!
사방으로 불꽃이 튀었다.
그러나 허공에 흩어진 검은 불꽃은 더 이상 타오르지 못하고 사그라들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폭발의 영향을 받은 에레보스 본체도 휘청거렸다.
쿠웅-!
그워어어어!
에레보스가 분노에 찬 포효를 내질렀다.
“공격해!”
레오가 소리쳤다.
그와 함께 루나가 마력을 전개했다.
번쩍-!
허공을 수놓은 수많은 마법진.
경이롭기까지 한 소녀 대마법사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번쩍! 콰가가가가가강-!
조금 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마법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수많은 마법에 직격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에레보스는 멀쩡했다.
“이것도 안 통해?”
루나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을 본 레오가 인상을 찡그렸다.
‘왜 루나의 공격이 통하지 않지?’
레오가 회색의 오러를 휘둘렀다.
콰악-!
워어어어어어!
분노에 찬 에레보스의 포효 소리가 들렸다.
통한다.
루나의 공격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약한 레오의 공격이 통했다.
‘설마 루나가 영웅의 세계의 존재이기 때문에 루나의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건가?’
그럴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다.
레오가 조급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이 파티에서 루나는 전방을 사수하는 전위이자 파티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마법사이기도 했다.
‘루나의 공격이 통하지 않으면 타격이 큰데.’
레오가 조급함을 느끼는 사이.
후방에 있는 루니아의 몸에서 불꽃이 타올랐다.
화르르륵-!
루니아가 자신의 손 위에서 불타는 작은 불꽃을 움켜쥐었다.
화아악-!
일순간 불꽃의 날개가 펼쳐졌다.
룬드아 가문의 상징.
오랫동안 피닉스의 맹약자로서 세대와 세대를 이어 내려온 불꽃.
“성화.”
스스로마저 불태우는 금기 된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불꽃을 유지하는 건 다름 아닌 루니아.
그 의지가 꺼지지 않는 이상 루니아의 몸은 장작처럼 불타오른다.
그걸 본 엘레나가 웃었다.
“이게 룬드아 가문의 불꽃이구나.”
엘레나는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루니아에게 다가갔다.
“잠깐! 위험…….”
루니아가 당황한 얼굴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엘레나가 루니아를 껴안는 게 먼저였다.
미친 듯이 날뛰는 불꽃이 엘레나를 위협했다.
하지만 엘레나는 개의치 않고 루니아를 껴안은 팔에 힘을 더 주고 루니아의 어깨에 턱을 올렸다.
“거친 불꽃의 향기. 그렇네. 너도 조금 위험한 아이구나?”
목표한 것에 거리낌 없이 달려든다.
설령 스스로 불타 사라진다고 해도 이 엘프 소녀는 망설이지 않을 것이다.
루니아를 살짝 떼어낸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엘레나의 몸에서 분홍색 마력이 흘러나왔다.
화르륵-!
엘레나의 몸에 불이 붙었다.
그걸 본 루니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이 마법은…….”
“세크리파이스. 엘프 성녀, 메나멜이 남긴 영웅 마법이야.”
“잠깐만요! 세크리파이스는 분명……!”
“그래. 최강의 치유 마법이지. 메나멜은 이걸로 죽은 사람조차 살렸다고 하잖아?”
“네! 하지만 이 마법은……!”
피술자의 상처를 시술자가 대신 떠안는다.
말 그대로 등가 교환의 마법이다.
“지금 우리 중 최강의 공격력을 지닌 사람은 너야.”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피닉스의 불꽃은 타오르는 한 끝없이 강해진다.
룬드아의 불꽃 역시 타오르면 타오를수록 강해진다.
하지만 피닉스와 다르게 한계가 있었다.
무한한 생명력을 지닌 피닉스에게는 강대한 힘이지만 그렇지 못한 엘프에게는 양날의 검.
즉, 몸이 버티지 못하는 순간이 룬드아의 불꽃의 한계라고 할 수 있었다.
엘레나는 루니아에게 그 한계의 제약을 없애 주었다.
“하지만 엘레나씨가……!”
“어머. 1학년 꼬마가 걱정해야 할 정도로 3학년은 나약하지 않아.”
엘레나는 개의치 않는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러니 더욱 타올라.”
고고한 여왕의 표정을 지은 엘레나가 말했다.
“네 가치를 보여줘, 루니아 엘 룬드아.”
“……후회해도 난 몰라요.”
화르르르르륵-!
불꽃의 날개가 더욱 커졌다.
그에 따라 엘레나의 고통은 더더욱 커져 갔다.
하지만 엘레나는 고고하게 웃었다.
‘정말이지…… 세이룬도 방심을 못 하겠다니까.’
쿵- 쿠구궁-!
쓰러진 에레보스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맹렬하게 타오르는 루니아의 불꽃을 보고는 포효했다.
우오오오오오오오!
에레보스의 손끝에 불꽃의 창이 생성되었다.
그 창을 루니아와 엘레나를 향해 정확하게 날렸다.
그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하딘이 에레보스의 창을 향해 날아갔다.
우웅-!
주변의 대기가 하딘의 부름에 응답한다.
바람의 지배권을 손에 넣은 하딘이 검 끝에 오러를 집중시켰다.
그와 함께 양손으로 검을 내질렀다.
화악! 콰가가가강-!
치솟은 바람의 칼날이 에레보스의 불꽃 창을 쳐냈다.
순간 전해지는 소름 돋는 열기에 하딘이 굳은 표정을 지으며 온몸에 힘을 주었다.
콰앙-!
불꽃의 창이 흩어졌다.
‘이것이 전설의 대재앙……!’
단 일격의 공격을 막은 것만으로 온몸의 기운이 쭉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
하딘의 눈에 최전방에서 루나와 합을 맞춰 에레보스를 저지하고 있는 레오의 뒷모습이 들어왔다.
‘……레오 플로브.’
루메른의 1학년 학년 대표.
당장에 힘은 자신이 우위일지 몰랐다.
‘하지만 서 있는 곳이 달라.’
이미 저 소년은 닿을 수 없는 곳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1학년과 3학년…… 학년의 격차 같은 건 순식간에 추월당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격지심이라던가 시기심 같은 건 들지 않았다.
그저 감탄이 나왔다.
목표로 잡은 엘레나와는 또 달랐다.
‘그래.’
자신이 가진 감정의 정체를 깨달은 하딘은 웃음을 터트렸다.
‘경외야.’
자신보다 어린 인간 소년에게 하딘은 경외를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설 수 없는 곳에.
대영웅과 같은 곳에 서 있는 레오에게 경외감을 느꼈다.
그 순간.
쿠과가가가가강-!
뒤편에서 붉은색 불길의 기둥이 솟았다.
하딘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경악스러운 화력을 내뿜는 불꽃을 만들어낸 루니아가 서 있었다.
“간다!”
루니아가 양손으로 치켜든 거대한 불꽃을 에레보스를 향해 날려 보냈다.
그걸 본 레오가 무언가를 떠올렸다.
“루나.”
“왜?”
“저 마법, 네가 더 강화시킬 수 있어?”
레오가 턱짓으로 루니아의 ‘성화’를 가리켰다.
그걸 본 루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만한 고위 마법을 통제해서 더 강하게 만든다고? 차라리 디스펠이 훨씬 쉽겠다!”
“못 해?”
“가능한 걸 이야기하세요! 가능한걸! 너도 마법사잖아?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
남이 사용한 마법의 통제권을 빼앗아 오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실력차가 필요하다.
실력차가 있다고 해도 상대의 마법이 복잡한 마법 술식으로 이루어진 고위 마법이라면 통제권을 얻는 건 불가능하다.
어떻게든 빼앗는다고 해도 위력은 형편없을 정도로 줄어든다.
그런데 더 강화시키라니.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루나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넌 할 수 있어.”
“뭐?”
“넌 천재잖아.”
그 말에 루나의 귀가 쫑긋했다.
쉽게 기고만장하는 루나는 레오의 말에 또 기고만장했다.
“뭐. 이 몸이 천재긴 하지.”
루나가 에헴! 헛기침을 했다.
“생각해보니 이론적으로는 불가능한 것도 아니잖아?”
히죽- 웃은 루나가 폴리움을 다잡았다.
“좋아! 까짓거! 한 번 해보지.”
“단순하기는.”
“뭐라고?”
“너만 믿는다고.”
레오의 중얼거림에 획! 돌아보던 루나가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레오를 보며 훗-! 하고 웃었다.
그리고 눈을 감고 마력을 일으켰다.
우우웅-!
루나의 마력이 루니아의 성화를 감쌌다.
순간 루나의 의식은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어라? 이 마법 술식…… 낯익어.’
루나는 신기함을 느꼈다.
아까 전 레오의 마법도.
그리고 이 마법도.
자신이 연구하는 마법과 비슷했다.
술식의 구조를 파악하고 이해하는 루나는 감탄했다.
‘이 술식을 만든 사람은 분명 천재야. 나만큼 천재!’
자신이 추구하는 이상과 너무도 똑같다.
루나는 미래의 자신이 만든 술식을 탐구하고 또 탐구했다.
찰나의 순간 루나는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오오오오-!
순간 에레보스가 루나를 향해 덤벼들었다.
하지만 마법에 빠져든 루나는 반응하지 못했다.
콰가가각-!
순간 회색의 검기가 에레보스의 팔목을 잘랐다.
“두 번은 안 돼.”
레오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놈에게 두 번은 빼앗기지 않아.”
살기가 깃든 목소리에 대재앙의 편린이 흠칫한다.
일순간 눈빛만으로 에레보스의 파편을 압도한 레오가 검을 쥐었다.
그오오오오오오오오!
루나의 앞을 지키기 위해 가로막은 레오를 향해 분노한 에레보스가 팔을 휘둘렀다.
레오는 피하지 않았다.
피하는 순간 위험에 루나가 위험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콱-!
에레보스의 거대한 손이 레오를 움켜쥐었다.
콰가가가각-
검은 불꽃이 에레보스의 손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걸 본 하딘과 루니아, 엘레나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 순간.
공략자들의 눈앞에 메시지가 떴다.
모두가 놀라는 가운데.
“그 정도로 죽는 건 아니지?”
루나가 환하게 웃으며 물었다.
번쩍! 콰가가각-!
회색의 오러가 번뜩임과 동시 자신을 붙잡은 에레보스의 손을 베어내고 탈출한 레오가 히죽 웃었다.
“당연하지.”
몸 곳곳은 불타 있었다.
검은 불꽃이 피부를 타고 들어갔다.
고통에 얼굴이 일그러졌지만, 입가만큼은 웃고 있었다.
“자, 그럼.”
루나는 통제에 성공한 마법을 보며 빙긋 웃었다.
“끝이다, 이 빌어먹은 시껌댕이야.”
번쩍-!
마치 하나의 태양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불꽃의 구체가 에레보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우오오오오오오-!
쿵!
에레보스가 떠받들 듯 마법을 막아냈다.
쾅-!
하지만 이내 무릎이 굽혀졌다.
그어어어어-!
고통에 찬 포효를 내지르던 에레보스가 이내 힘에 못 이겨 마법에 짓이겨졌다.
쿵! 콰가가가가가가강-!
거대한 불꽃 기둥이 하늘로 치솟았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악!
에레보스의 비명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하지만 이내 형체로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불타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
***
불길한 하늘이 원래 상태를 되찾았다.
남은 거라고는 반파된 바르하르룬 성.
그 가운데 루니아가 중얼거렸다.
“끄, 끝났다.”
그녀의 몸이 기쁨으로 떨렸다.
“우리가 에레보스를 쓰러 트렸…… 히이이익?”
“음. 탄내가 날 줄 알았는데 평상시에는 제법 싱그러운 향기가 나네.”
루니아가 자신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는 엘레나를 기겁하며 떨쳐냈다.
“무슨 짓이에요!”
귀까지 빨개진 루니아를 보며 엘레나가 쿡쿡 웃었다.
“반응이 귀엽네. 마음에 들어. 납치해서 루메른으로 데려가 버릴까?”
“절대 거부합니다! 전 자랑스러운 세이룬의 학년 대표에요!”
마음에 든 장난감을 발견한 엘레나를 보며 루니아가 붉어진 얼굴로 도리질을 쳤다.
“어머나, 아쉬워라.”
입맛을 다시고 있을 때였다.
“해냈어! 우리가 그 괴물 딱지를 쓰러트렸다고! 그리고 오랫동안 연구하던 마법도 완성했어!”
하하하하! 루나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짜식들! 제법이던데! 엘프들은 다 갑갑한 사람들만 있을 줄 알았는데 너희 같은 사람들도 있구나!”
“그렇게 평가해주시니 영광…… 헙?”
공손하게 대답하던 하딘이 자신에게 헤드락을 걸듯 어깨동무를 하는 루나의 행동에 경악했다.
루나는 남은 팔을 루니아의 목에 걸며 발랄하게 웃었다.
“루, 루나님이랑 어깨동무……!”
“이, 이건 꿈일 거야! 아니! 꿈이면 안 돼!”
넋이 나간 두 엘프를 보며 엘레나가 쿡쿡 웃었다.
“세이룬 학년 대표들의 바보 같은 모습. 사진으로 남겨두면 볼만 하겠네.”
“대영웅인데 저 정도는 이상한 것도 아니지 않나요?”
레오가 엘레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부축해주려고 했다.
그런 레오의 손을 엘레나가 빙긋 웃으며 찰싹 쳐냈다.
“숙녀를 함부로 만지면 안 돼.”
그 말에 레오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루니아에게는 잘만 기대지 않았나요?”
아까 넉살 좋게 장난친 걸로 넘기긴 했지만, 현재 엘레나의 상태는 고개조차 들기 힘들 정도였다.
“흐응. 눈썰미가 좋네.”
엘레나가 눈을 게슴츠레 떴다.
태연을 가장하고 있지만, 현재 엘레나의 상태는 최악이었다.
그만한 마법을 썼음에도 루니아가 멀쩡한 건 그녀가 감당해야할 불꽃을 엘레나가 모두 떠안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배려 필요 없어.”
엘레나가 생긋 웃었다.
“여왕님은 고고한 꽃으로 내버려 두는 거야, 레오군.”
“여왕님이라고 하기에는 아직 어리지 않나요. 공주님이면 몰라도.”
“흐응. 하긴. 난 어릴 때 동화책에 영웅보다는 구해지는 공주님 쪽이 좋기는 했지. 그쪽을 더 동경하게 되더라고.”
엘레나가 쿡쿡 웃었다.
“뭐, 난 왕자님이나 영웅님이 구해주기 전에 알아서 탈출할 타입이지만.”
거기까지 말한 엘레나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나저나 날 배려하기 전에 너부터 신경 써야 할 것 같은데?”
현재 파티원 중 가장 심각한 부상을 입은 건 다름 아닌 레오였다.
“익숙해요.”
하지만 레오는 태연하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렇게 두 사람이 루나에게 다가갔다.
“이걸로 내 궁극의 마법에 한 발자국 다가선 거야!”
잔뜩 들뜬 루나가 외쳤다.
그 말에 엘레나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루나님이 목표로 하는 궁극의 마법이 대체 뭔가요?”
“듣고 놀라지 마시라! 바로 꽃을 피우는 마법!”
“…….”
“…….”
“…….”
루니아, 엘레나, 하딘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루나의 목표가 너무 어처구니가 없기 때문이 아니다.
셋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레오에게 향했다.
루나가 말한 꽃을 피우는 마법.
학년 수학여행 당시 레오가 복원에 성공했던 시조의 잊혀진 마법이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난 너희를 따라갈게!”
루나가 씩 웃었다.
“너희들 나갈 거지? 바깥세상으로? 데려가 줘!”
“안 돼.”
레오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에 루나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에이. 쩨쩨하게 그러지 말고 데려가 줘.”
“안 돼. 그럴 순 없어.”
“왜?”
“우리에게는 우리의 길이 있고. 너에게는 너의 길이 있어.”
레오가 선을 그었다.
같이 갈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보다 기쁜 일은 없겠지.’
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엘시 때와는 또 달랐다.
엘시는 어디까지나 레오와 계약한 일종의 ‘능력’의 범주.
그와 다르게 루나는 이 세계의 주인이다.
아무리 영웅의 세계가 대단하다고 해도 대영웅까지 살릴 수는 없을 것이다.
잔뜩 골이 난 표정을 짓던 루나의 얼굴이 순간 당황으로 물들었다.
“너……?”
루니아와 엘레나, 하딘은 볼 수 없었지만.
레오는 입술을 꽉 깨물고 있었다.
레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 순간.
갑작스러운 만남에.
갑작스러운 이별을 고하듯.
[루나의 세계: 서장- 바르하르룬이 공략되었습니다.]세계가 끝을 알려왔다.
화악-!
그리고 그와 동시에 레오를 제외한 공략자들이 모습을 감추었다.
원래 세계로 돌아간 것이다.
이것이 현실이다.
과거를 살아야 하는 루나와 미래를 살아야 하는 레오.
그 차이는 너무도 컸다.
일그러지는 얼굴을 강제로 펴며 레오가 말했다.
“분명 만날 거야…… 너와 함께 대단한 일들을 할 위대한 동료들을.”
“…….”
“너에게는 너의 모험이 기다리고 있어.”
“……너도 이제 갈 거야?”
“그래야 할 것 같아.”
루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자신은 눈앞의 소년과 함께할 수 없음을.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루나답지 않게 축 처진 귀가 보였다.
순간 세계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끝이 다가온다.
그 순간 레오가 손을 뻗었다.
“루나 루비넌스.”
“응?”
화악-!
레오의 손에서 꽃이 피어났다.
그걸 본 루나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넌 누구보다 위대한 마법사가 될 거야. 세상을 구하고…… 모든 엘프들에게 존경받으며 성운의 시조라 불릴 거야.”
레오가 얼마 남지 않은 마력을 쥐어 짜냈다.
황폐해진 폐허가 일순간 꽃으로 물들었다.
“네 미래는…… 그 누구보다 찬란할 거야.”
너무 놀란 루나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그러니 기죽지 마. 넌.”
레오가 손을 뻗어 루나의 머리카락을 흐트러트려 주었다.
“당당한 게 어울려.”
“……응!”
루나가 활짝 웃었다.
그 환한 미소를 보며 레오가 한 발자국 물러섰다.
그 웃음에 레오도 미소로 보답했다.
시야가 밝은 빛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