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54)
154
교관이라는 말에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가 다른 학원 학생들을 가르치는 건가요?”
셀리아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검은 머리카락이 찰랑였다.
“그래.”
그 대답에 손톱을 다듬고 있던 엘리자가 말했다.
“교관. 나쁘지 않죠. 하지만 아무리 루메른과 3대 클래스 학원의 수준 차이가 있다고 해도 같은 학생 신분인데…… 그들이 우리가 가르치는 걸 납득할까요?”
눈을 게슴츠레 뜨는 엘리자의 의견은 매우 타당했다.
그들에게도 자부심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루메른이라 해도 같은 학생들에게 통제를 받는다니 달갑지 않을 게 분명했다.
엘리자의 말에 다른 학생들도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괜찮다. 너희들이 가르칠 학생들은 루메른 입학 후보생들이니까.”
그 말에 다른 학생들이 멈칫했다.
루메른 입학 후보생.
즉 내년에 입학 시험을 치를 학생이라는 소리였다.
3대 클래스 학원은 루메른 입학을 준비하기 위해 공부하는 학생도 가르치고 있다.
실제 루메른 학생 중에는 3대 클래스 학원에서 입학 공부를 하다 온 이들도 제법 많다.
“물론 하고 싶지 않으면 거절해도 된다. 합동 수업 기간 동안 이리저리 바쁠 테니까. 개인 공부나 수련에 신경을 못 쓸 수도 있다. 이번 일은 딱히 추가 학점 같은 것도 없다.”
할린드의 말에 클로에가 빙긋 웃었다.
“그런데도 저희에게 말씀하신 건 저희가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 아닌가요?”
각 학년을 대표하는 얼굴마담은 학년 대표지만 학과 상위권 학생들의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
그런 만큼 대외적인 행사에도 많이 나갔다.
할린드가 이들을 부른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게다가 기간테스 사건으로 인지도가 하늘을 찌르고 있는 만큼 이번 행사에서 학과 탑3 학생들의 역할이 중요했다.
“맞아요. 기사학과 1등으로서 이런 자리에 빠질 수 없죠.”
셀리아도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며 가슴을 활짝 폈다.
짝짝짝짝!
“엘레강스! 엘레강스! 역시 클로에 학생과 셀리아 학생이야! 나의 자랑스러운 제자들다워! 루메른 학생으로서 품격이 느껴져!”
세드젠이 박수를 치며 등장했다.
그리고 척-! 하고 할린드 곁에 섰다.
“그래. 교관 자리를 거절할 학생이 있나?”
그 물음에 고개를 젓는 학생은 없었다.
이건 일종의 학교를 대표하는 자리.
아무런 이득이 없지만 이런 자리에 나가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명예였다.
아무도 나가는 이가 없자 세드젠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네! 나 세드젠! 입학 후보생들을 담당 교수가 되었지!”
“할린드 교수님이 아니라요?”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레오의 질문에 세드젠의 눈이 꿈틀거렸다.
“왜 할린드가 그런 중요한 일을 맡을 거라고 생각했나, 레오 학생.”
할린드에게 라이벌 의식이 있는 세드젠은 사사건건 모든 면에서 할린드에게 이겨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이었다.
그런 가운데 할린드의 담당 학생이라고 할 수 있는 레오가 입학 후보생을 미리 파악할 수 있는 자리에 할린드가 아닌 자신이 앉은 것에 의문을 표했다.
세드젠 입장에서는 레오의 의문 제기에 자극당하기 충분했다.
‘뭐, 담당 교수를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건 기특하지만.’
“레오 학생. 자네는 나보다 할린드가 입학 후보생들을 관리하는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나?”
“두 교수님 모두 우수하시니까 우열을 가릴 수 없죠.”
“그런데 왜 할린드가 하지 않은 것에 의문을 표했지?”
“할린드 교수님은 우리 학교에서 가장 유명한 교수님이잖아요.”
눈만 마주쳐도 루메른 모든 학생들이 겁에 질리는 할린드다.
그만큼 외부에도 유명하다.
“할린드 교수님이면 기선 제압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루메른 입학 후보생 중에는 벌써부터 자신이 루메른 학생인 줄 알고 기고만장할 이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그런 후보생들이 사고 치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는 할린드만큼 최적화된 교수도 없었다.
“확실히.”
“할린드 교수님을 보면 다들 겁먹어서 덜덜 떨 것 같아.”
“하지만 학생들을 보듬어 주실 수 있는 분은 세드젠 교수님인걸?”
“호오? 난 학생들을 보듬어 주지 못한다는 소린가?”
“네? 그,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말실수한 셀리아의 얼굴이 하얗게 질릴 때였다.
“나도…….”
세드젠이 주먹에 힘을 불끈 쥐었다.
“나도 할린드 만큼 무서운 교수가 될 수 있다! 좋다! 너희에게 호랑이 교수 세드젠의 모습을 보여주겠다! 이제부터 루메른에서 가장 무서운 교수는 바로 나! 세드…….”
“시끄럽다.”
또다시 폭주하는 오랜 지기의 입을 틀어막은 할린드가 깊게 한숨을 쉬었다.
“나는 3대 클래스 학원의 강사들과 함께해야 한다. 그리고 셀리아 제르딩거의 말대로다. 신입 후보생들을 담당하기에는 나보다 세드젠이 더 잘 어울리지. 학생들을 잘 보듬어 줄 테니까.”
그 말에 폭주하던 세드젠이 멈칫하더니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할린드…… 자네. 그렇게나 나를 인정하고 있었나?”
“당연하지. 자네는 내 친우이자 경쟁자이지 않은가.”
“과연! 할린드! 역시 자네는 내 생에 최고의 라이벌이야! 후하하하하하하!”
기분이 좋아진 세드젠이 얼굴에 손을 올리고 기분 좋게 웃음을 터트렸다.
열 명의 학생은 그 모습을 기이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아니. 웬일로 립 서비스를 저렇게 해주시는 거지?’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 할린드가 레오에게 말했다.
“앞으로 세드젠 앞에서는 그런 말을 주의하도록, 레오 플로브. 놈이 어쭙잖게 내 흉내를 내면 좋을 게 없으니까.”
“무슨 일 있었나요?”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할린드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지옥을 보게 될 거다.”
무덤덤하고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말.
하지만 그 말에 학생 일동은 소름이 돋는 걸 느꼈다.
‘아니, 할린드 교수님이 이렇게 말할 정도면 대체 어떻게 되는 건데!’
“궁금하긴 하네요.”
‘궁금해하지 마!’
모두가 태연하게 중얼거리는 레오를 노려보았다.
“어쨌든 너희 모두 교관 임무를 수락하는 걸로 알겠다. 앞으로 세드젠의 호출이 자주 있을 테니 준비하고 있도록. 그럼 해산이다.”
할린드의 말과 동시에 열 명의 학생들이 교무실 복도를 빠져나왔다.
“입학 후보생들 교관이라. 이런 것도 해보네.”
“왠지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네.”
“오라버니도 그렇게 생각해요? 나도요! 나도!”
첼시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아바드의 말에 동의했다.
그 모습을 보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긴 셀리아가 말했다.
“이코트 학원 학생들은 수준이 어떨지 궁금했는데 잘됐네. 이 기회에 그들의 검술을 견식 해 볼 수 있겠어.”
“셀리아,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넌 매사에 의욕이 넘치는구나.”
“가훈이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해라.”
클로에의 말에 셀리아가 빙긋 웃었다.
그에 클로에는 듀란을 보았다.
“듀란 넌 후배들에게 관심 없다고 거절할 줄 알았는데.”
그 말에 듀란이 훗- 하고 웃었다.
“입학 후보생들 실력이 어느 정도 될지 궁금해서 말이야.”
특유의 거만한 표정을 짓자 엘리자가 조소했다.
“그쪽이 남 실력을 평가할 수준이 되시나요?”
“지금 시비 거는 건가? 엘리자 헤르긴.”
“네.”
“훗. 다음 주부터 있을 대련 평가까지 기다릴 필요도 없겠군. 당장 격이란 걸 보여주마.”
“마음이 잘 맞네요. 나도 개학식 날 승부를 내지 못해서 찝찝해하고 있었는데.”
개학식 날 레오를 노렸다가 얼떨결에 싸우게 된 둘은 결국 그날 승부를 내지 못했다.
성격 안 좋기로는 서러운 둘이 서로를 노려보며 신경전을 벌이자 첸 시아가 빙긋 웃으며 그 사이에 끼어들었다.
“자자. 그만들 하세요. 그러다 정분나겠어요. 음…… 아닌가. 그럼 사이가 좋아질 테니 좋은 건가?”
“무슨 소리냐, 첸 시아.”
“맞아요. 이 인간이랑 사이가 좋아질 것 같나요?”
듀란과 엘리자가 동시에 발끈했다.
그 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가운데 레오가 말했다.
“좀 있으면 마법 수업이야. 가자.”
“응! 레오 오빠!”
“오늘은 별의 마법과 관련돼서 특별 강의가 있다고 했지? 기대하고 있을게, 레오.”
첼시와 클로에가 레오의 뒤를 따랐다.
그 뒤를 따르려던 아바드가 멈칫하고 워레든을 보았다.
“아까부터 뭐해? 워레든.”
워레든은 아까 전부터 가만히 서서 레오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가늠하고 있다.”
“가늠?”
“나와 레오 플로브의 차이를.”
그 말에 아바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흐응? 다음 주부터 있을 대련 평가 때문인가?”
“그래. 나는 여기 있는 누구와 싸워도 이길 자신이 있거든.”
워레든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 말에 주변 이들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야야. 워레든. 너무 도발적이잖아.”
소환학과 3등 쥬레든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비록 소환학과 3등이지만 기간테스 레이드에 참여했던 다른 학생들과의 격차가 있었다.
물론 쥬레든 역시 그 사실 알기에 워레든의 말에 도발 당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른 학생들은 달랐다.
모두 실력에 자부심이 강하다는 걸 알기에 쥬레든은 식은땀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흥. 어차피 여기 있는 녀석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니 상관없다.”
워레든이 차갑게 냉소했다.
그 말에 쥬레든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게 도발하면 다들 발끈하지!’
그러든 말든 쥬레든은 덤덤하게 말을 이었다.
“하지만 레오 플로브 만큼은 장담할 수 없어.”
쥬레든이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보기에 워레든은 충분히 괴물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
‘솔직히 말하면 누구에게 진다는 게 상상이 안 가기는 해.’
같은 소환학과라서가 아니다.
객관적으로 평가했을 때 워레든은 괴물이었다.
남부 출신들의 말을 들어 봐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워레든이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언급하다니.
“그래서 놈을 쓰러트리는 게 내 목적이다.”
싸늘하게 웃는 워레든을 보며 듀란이 팔짱을 꼈다.
“마치 난 안중에도 없다는 것처럼 말을 하는군.”
그 말에 워레든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건 너도 마찬가지 아닌가? 듀란 모이라.”
워레든이 동급생들을 훑어보았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서로 안중에 없지. 왜냐하면 보고 말았거든.”
워레든이 멀찍이 걸어가는 레오의 뒷모습을 보았다.
“건방지게 머리 위에 있는 게 당연하다는 듯 앞에 있는 놈의 등을.”
워레든이 팔짱을 끼고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리더라도 된 것마냥 우리를 이끌던 놈의 모습을.”
워레든의 얼굴에 호전성이 드러났다.
“그리고 그 사실을 납득 해 버린 자신들을 알아차리고 말았지.”
워레든이 터벅- 터벅- 걸어갔다.
“피차 남이 머리 위에 있는 걸 인정하지 못하고 살아오지 않았나? 그렇다면 목적은 같을 수밖에.”
레오 플로브를 쓰러트린다.
앞으로 있을 학교 생활의 목표가.
아니 어쩌면 인생의 목표가 정해진 순간일지도 몰랐다.
“물론 놈을 쓰러트리는 건 나지만.”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돼, 워레든.”
아바드가 웃었다.
“내가 먼저거든.”
“웃기지 마라. 내가 먼저다.”
경쟁하듯 말하는 세 남학생을 보며 엘리자가 한심하다는 얼굴로 손톱을 다듬었다.
“남자들은 애 같다니까요. 누가 먼저 쓰러트리면 어때요? 그냥 쓰러트리면 되지.”
“그 부분이 귀엽지 않아요?”
첸 시아가 빙긋 웃으며 티격태격하는 세 남학생을 보았다.
“셀리아 양도 저런 모습 귀엽지 않나요.”
“흥. 귀엽긴. 징그러워. 그리고 너희!”
팔짱을 낀 셀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레오를 쓰러트리는 건 나거든!”
당당하게 선언하며 남학생들이랑 티격태격하는 셀리아를 보며 엘리자가 한숨을 쉬었다.
“셀리아는 의외로 선머슴 같은 구석이 있네요.”
엘리자의 말에 첸 시아가 입을 막고 쿡쿡 웃었다.
***
합동 수업 교류회가 공지가 된 날.
루메른은 손님맞이로 분주했다.
대규모 학생들 맞이하는 것만큼 불편함 없이 공부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했다.
급사들이 바쁘게 뛰어다녔다.
학생들 역시 수업에 앞서 환영회를 준비했다.
어쨌든 외부 손님들의 방문이었기에 전체적으로 들뜬 분위기였다.
그런 가운데.
루메리아 시티로 나오는 학생들도 있었다.
“평일날 이렇게 루메리아 시티로 나오다니. 뭔가 신기한데.”
배 위에서 첼시가 살짝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놀러가는 거 아니니까 너무 들뜨지 마.”
셀리아가 눈을 흘겼다.
“흥! 알거든! 베!”
“요게!”
언제나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교관을 맡은 학생들은 3대 클래스 학원의 마중 하러 루메리아 시티로 향하고 있었다.
‘후배 후보생들이라…… 어떤 애들이 있을지 조금 기대되네.’
눈을 빛내는 사이 배가 선착장에 도착했다.
레오가 배에서 내렸다.
“일단 아직 모일 시간은 아닌데. 그전까지 자유 시간이니까 구경 좀 할까?”
“그럴까?”
셀리아의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레오 플로브.”
선착장에서 누군가 레오를 불렀다.
레오가 앞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이를 보고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셀리아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교감 선생님.”
그곳에 서 있는 건 다름 아닌 루메른의 교감 리벤이었다.
개학식 이후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그의 등장.
모두가 다른 학생들도 당황하고 있을 때였다.
“레오 플로브. 잠시 이야기를 좀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