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60)
160
첼시는 어려서부터 남부러울 것 없이 자라 온 소녀였다.
좋은 가문에서 태어났으며 훌륭한 부모님과 좋은 환경.
그리고 뛰어난 재능까지.
가문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했고 실제로 하고 싶은 걸 모두 하고 살았다.
어쩌면 엇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법한 환경.
하지만 엇나가지 않고 성장할 수 있었던 건 바로 곁에 존경할 만한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바드 르왈린.
첼시의 친오빠이자 르왈린 가문의 후계자.
첼시는 그런 아바드의 뒤를 따르고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처음에는 아바드처럼 만능형 마법사가 되는 걸 추구했지만 자신이 전투형 마법사에 더욱 재능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지망을 바꾸기도 했다.
모든 건 미래의 가문과 오라버니를 돕기 위한 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소년과 만났다.
어릴 때부터 경쟁해 온 셀리아 제르딩거와 함께 있는 하얀 머리카락의 소년.
처음에는 아니꼽고 얄밉다고 생각했다.
셀리아와 어울리는 만큼 아바드가 최고가 되는데 장애물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곧 바뀌었다.
그날.
망설임 없이 불가능에 도전하던 그 뒷모습은 첼시의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마치 어릴 때부터 읽어온 동화 속의 영웅처럼.
레오의 모습은 강렬하게 첼시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첼시의 꿈은 위대한 영웅이 아니었다.
영웅을 동경하고 목표로 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존경하는 오빠를 위한 노력일 뿐.
그녀는 순수하게 오빠를 돕고 싶다는 열망으로 모든 노력을 해왔다.
그렇기에 어떤 의미에서 레오라는 소년은 첼시가 처음으로 팔아 본 한 눈이었다.
‘지금도 오라버니를 존경해.’
첼시가 지팡이를 다잡았다.
‘오라버니와 가문에 큰 도움이 되고 싶어.’
그 생각은 변함없다.
‘하지만 그러면서 내가 쫓고 싶은 걸 쫓는 건 되잖아?’
어느 순간부터 마음속 한편에 자리 잡은 소년.
바라보면 바라볼수록.
동경하면 동경할수록.
더더욱 그 뒤를 쫓고 깊게 만드는 동경의 대상은 어느새 존경의 대상만큼이나 첼시의 인생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레오 오빠는 동화 속에 나오는 영웅 같은 사람이야.’
막연하게 영웅을 꿈꾸던 소녀는 이제 없었다.
‘보고 있으면 두근두근해.’
책으로만 접하던 영웅담을 실제로 만난 느낌.
‘되고 싶어. 레오 오빠 같은 사람이. 누군가에게 동경의 대상이 될 만한 대단한 사람이.’
아직 구체적이진 않지만, 첼시는 마음속으로 조금씩.
그리고 확실하게 자신이 되고 싶은 미래의 모습을 그려 나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멀리서 지켜보던 아바드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후와. 네 동생 장난 아닌데?”
8반의 부반장, 쥬레든은 같은 반 반장인 아바드 곁으로 다가가 혀를 내둘렀다.
“저 정도까지는 아니지 않았어? 아무리 배틀 메이지라고 하지만 근접전에서 하비든과 맞먹다니.”
“그러게. 깜짝 놀랄 정도로 달라졌어.”
콰가가가각-
첼시의 바람이 휘몰아쳤다.
휘오오오-!
연무장 바깥쪽까지 날아온 바람이 아바드의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그래, 첼시. 바람은 한 방향으로만 부는 게 아니야. 자유로워야 해. 넌 무엇이든 될 수 있어.’
꿈을 좇게 된 동생을 보며 아바드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주변에 있던 여학생들이 그런 아바드의 미소에 꺅- 꺅- 비명을 내질렀다.
아바드가 힐끗- 5반 쪽을 보았다.
턱을 괴고 첼시의 모습을 지켜보는 레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동생이 변하게 된 계기가 레오라는 건 아바드도 알고 있었다.
‘조금 질투가 나는군.’
피식 웃으며 아바드가 다시 첼시를 바라보았다.
‘달라진 네 모습을 보여줘. 첼시.’
***
화악-!
“큭!”
하비든의 눈이 부릅떠졌다.
창을 고쳐 쥔 하비든이 첼시를 향해 창날을 휘둘렀다.
콰가각-! 챙-!
바람의 오러가 흩어졌다.
그와 함께 첼시의 지팡이에 하비든의 공격이 막혔다.
“건방지게! 마법사가 기사 흉내를 내?!”
하비든이 악에 받친 고함을 내질렀다.
그에 첼시가 히죽 웃었다.
“기사 흉내? 난 딱히 그런 적 없는데?”
휘리리릭-
첼시의 주변으로 바람의 마력이 휘몰아쳤다.
“말했잖아? 바람은 그렇게 다루는 게 아니라고.”
일전에 누군가 자신에게 해줬던 말을 고스란히 하며 첼시의 몸이 빠르게 움직였다.
콰가각-!
“헉!”
순간 첼시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하비든이 헛바람을 들이켜며 오러 아머를 전개했다.
첼시가 모습을 드러낸 건 하비든의 등 뒤였다.
첼시가 지팡이로 하비든의 등을 찔렀다.
휘오오오! 팡-!
순간 하비든을 보호하던 바람이 흩어졌다.
첼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윈드 브레이크!”
콰가가가가가각-!
“크억!”
지근거리에서 마법에 직격당한 하비든이 정령과 함께 튕겨 나갔다.
촤아아악-!
“큭!”
하비든의 눈이 부릅떠졌다.
‘내 바람을 무력화시키고 있어? 어떻게?’
바람의 오러가 첼시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순수하게 바람을 다루는 능력이 첼시와는 비교되지 않는다는 증거였지만 하비든은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오러의 출력이 부족한 거야!’
콰가가가가각-!
오러의 돌풍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첼시는 그런 것 따위는 조금도 위협되지 않는다는 듯 바람을 이용해 하비든의 공격을 튕겨냈다.
“어, 어떻게.”
“난 너보다 훨씬 강력한 바람의 오러를 다루는 사람을 늘 상대하고 있거든? 이런 공격 따윈 가소롭단 말이지.”
턱을 치켜들며 자신을 깔보는 첼시를 보며 하비든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그렇다면 이것도 막아 봐라!”
고오오오오오오-!
하비든의 창끝에 오러가 맺혔다.
그걸 본 첼시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바람으로 무장한 첼시는 바람의 정령을 타고 돌격해오는 하비든의 공격을 근접에서 쉴 틈 없이 막아냈다.
그걸 본 기사학과 학생들의 얼굴이 굳어가기 시작했다.
“야, 아무리 그래도 저게 말이 돼?”
“저 정도 근접 실력이면 거의 기사학과 수준이잖아?”
첼시가 배틀 메이지 지망이라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그리고 근접 전투 훈련도 열심히 하고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다.
하지만 첼시의 근접 전투 실력은 기사학과 학생들로 하여금 충격을 받게 만들기 충분했다.
하비든의 공격을 정면에서 막아내는 첼시의 움직임은 척 보기에도 예사롭지 않았기 때문이다.
“쟤 마검사였어?”
기사학과 학생 한 명이 당황한 얼굴로 말할 때였다.
“반장! 첼시에게 무슨 마법을 부린 거야?”
일리아나가 깜짝 놀라 물었다.
“딱히 마법을 부린 건 아닌데?”
“그럼?”
“그냥 같이 수련할 때마다 열심히 대련했지.”
레오가 첼시를 데리고 학기 초부터 훈련을 하는 건 이미 유명한 사실이다.
다만 어느 정도 수준까지 단련하는지는 모두가 몰랐다.
지금까지는 첼시의 마법적 능력만 부각되었을 뿐 근접 전투 실력을 보여줄 일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간고사, 수학여행, 학과대항전, 임무 실습, 학과 내부 자체 대련 등등.
첼시의 근접 전투 실력을 본격적으로 보여줄 만한 것이 없었다.
하지만 2학기부터는 다르다.
말 그대로 자신이 가진 모든 역량을 내비쳐야 할 시기였다.
지난 1학기 동안 레오와 함께 수련을 한 성과 역시 지금에 와서 빛을 발한 것이다.
“대박.”
일리아나가 입을 쩍 벌리며 첼시의 모습을 보았다.
사실 놀랍기는 해도 무술로서 첼시에게 진다고 생각하는 기사학과 학생은 없었다.
문제는 첼시가 마법사라는 점이다.
‘본격적으로 마법을 쓰게 되면 기사학과 애들에게는 재앙이나 마찬가지잖아!’
특히나 대련 평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수많은 기사학과 학생들은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말이 안 되긴.”
첼시가 조소했다.
“세상이 넓다는 걸 알렴. 우물 안 개구리야.”
첼시가 지팡이를 바닥에 내리꽂았다.
콰가가가각-!
그러자 강렬한 돌개바람이 휘몰아쳤다.
키기긱-! 키기기기기긱!
“크아아아아악!”
돌개바람에 휘말린 하비든이 탈곡기에 들어간 것처럼 빙글빙글 돌며 털리기 시작했다.
화악-!
쿵-!
마법 해체되고 바닥에 추락한 하비든이 입을 가로막았다.
“우욱! 우웩!”
세상이 미친 듯이 도는 기분이었다.
처참하게 패배를 맞이한 하비든을 보며 코웃음을 친 첼시가 연무장을 내려왔다.
“오오오!”
“첼시! 첼시!”
“멋져요! 누님!”
“작고 강해!”
루메른 학생 사이에서 환성이 쏟아졌다.
특히 남학생들 사이에서 반응이 열렬했다.
당연하게도 첼시는 여학생 중에서 최고로 인기 있는 학생 중 한 명이었다.
동급생들의 반응에 첼시가 자신만만하게 웃으며 V를 그리더니 레오 앞으로 달려갔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여기저기 탄식이 쏟아졌다.
“레오 플로브.”
“부러운 자식!”
그러든지 말든지 레오 앞에 선 첼시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레오 오빠! 레오 오빠! 어땠어? 잘했지? 훌륭했지? 칼처럼 칭찬해 줘.”
자신을 향해 머리를 들이밀며 조잘조잘 떠드는 첼시를 보며 웃음을 터트린 레오가 손을 뻗어 첼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래. 잘했어. 놀랄 만큼 성장했네.”
“헤헤헤헤.”
“이제 나랑 수련할 필요도 없겠는데?”
“응?”
레오가 피식 웃었다.
“갈 길을 잡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야.”
배틀 메이지로서 첼시는 완벽하게 스타일을 완성 시킨 느낌이었다.
한 사람의 어엿한 마법사로 불려도 손색이 없는 수준이었다.
그런 레오의 말을 듣고 첼시가 잔뜩 당황했다.
“나, 나는 아직 부족하고! 레오 오빠에게도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그러니까…… 그게…… 그 뭐시냐.”
“레오의 수련을 받고 싶다고.”
“응!”
칼이 옆에서 거들자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오우, 첼시. 그 힘든 수련을 받고 싶은 걸 보니 너 그런 쪽으로 눈을 뜬…….”
“무슨 헛소리야! 죽고 싶어!”
도끼눈을 뜬 첼시가 칼의 옆구리에 풀스윙으로 주먹을 찔러 넣었다.
“크헉!”
옆구리를 부여잡고 바닥을 뒹구는 칼을 첼시가 망설임 없이 걷어찼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웃음을 터트릴 때였다.
“첼시 르왈린!”
하비든이 입가를 닦으며 비틀거리며 다가왔다.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무는 게 어지러움을 참고 있는 모양이었다.
‘굴욕이다!’
같은 나이의 또래에게 이렇게 처참하게 무릎 꿇은 건 처음이었다.
거기다 남들이 다 보는 앞에서 토악질까지 했다.
한 나라의 왕자로서.
그리고 천재라고 칭송받아 왔던 기사로서 평생 처음 겪어 보는 굴욕.
그에 하비든의 몸이 떨렸다.
리키드는 그런 하비든을 부축하며 작게 한숨을 쉬었다.
“또 뭐야? 덜 혼났어?”
첼시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하자 하비든이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패배를 인정한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응?”
“오늘부터 너를 따라잡기 위해 수련에 박차를 가하겠다!”
“웃기고 있네. 난 너 같은 거 안중에도 없거든?”
첼시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후…… 그렇겠지. 넌 압도적으로 강했으니까. 하지만 네가 나를 돌아보게 만들도록 노력하겠다!”
“야. 킥킥- 쟤 너한테 반했나 보다.”
옆구리를 부여잡고 끙끙거리던 칼이 킬킬거렸다.
첼시는 사나운 얼굴로 칼을 마구 짓밟았다.
“그래. 칼 선배의 말대로 반했는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순순히 인정하는 하비든을 보며 첼시가 인상을 팍 썼다.
그와 함께 5반에서 야유가 쏟아졌다.
“올~ 역시 우리 막내.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고백 같은 것도 받네.”
“풋풋할 때다.”
“애들은 귀엽다니까.”
여기저기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에 첼시가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다들 뒷감당할 자신은 있나 봐?”
“헉!”
모두가 기겁하며 도망쳤다.
첼시는 그런 그들을 쫓으려다가 하비든을 보더니 혓바닥을 쏙 내밀었다.
“나한테 고백하고 싶으면 최소한 레오 오빠만큼은 강해지고 오셔!”
그러고는 도끼눈을 뜨고 자신을 놀렸던 동급생들을 뒤쫓았다.
“너희들 죽었어!”
사나운 첼시의 목소리와 함께 여기저기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비든이 그걸 말리기 위해 다가가는 레오의 뒷모습을 보며 주먹을 쥐었다.
“저 사람만 따라잡으면……!”
그런 하비든을 보며 칼이 옆구리를 부여잡고 일어났다.
“얘가 뭘 모르네.”
“그게 무슨?”
“반장만큼 강해지고 오라는 건 말이야.”
옆에서 일리아나가 쯔쯔쯔-! 혀를 차며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평생 네 고백 같은 건 들을 일 없다는 소리나 마찬가지거든.”
히죽 웃은 일리아나의 말을 받아 테이드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오르지도 못할 나무 쳐다도 보지 말라는 뜻이지, 뭐.”
그들의 말에 하비든이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그래도 같은 사람인데…….”
“같은 사람?”
칼, 일리아나, 테이드가 고개를 저었다.
“쟨 격이 달라.”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은 넬라가 레오의 뒷모습을 보며 말했다.
“가끔 다른 세계 사람 같다니까.”
입을 모아 말하는 루메른 학생들을 보며 하비든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