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61)
161
루메른 1학년 교무실.
아홉 명의 남녀가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굳은 자세로 서 있는 그들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뚜벅- 뚜벅-
그들 앞으로 날카로운 인상의 중년 교수가 걸어왔다.
그 교수들을 본 아홉 명의 남녀는 더욱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그대들이 이번에 선정된 임시 교사인가?”
“넵! 그렇습니다!”
그 루메른 교수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아홉 명을 쭉 훑어보았다.
그리고 팔짱을 끼며 드르륵-! 의자를 끌어와 그들 앞에 앉았다.
‘엄청난 압박감이다!’
‘루메른에서 우리들을 담당할 교수님은 할린드 교수님이라고 하셨으니 저분이 할린드 교수님이겠군.’
‘이, 이것이 루메른 최고의 교수 중 한 사람!’
이코트, 에메랄, 스카운의 유망하고 젊은 교수들은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켰다.
그들 모두가 루메른의 임시 교사로 영웅 사관 학교에 연수를 받으러 왔다.
루메른에 부교수로 임명될 수도 있는 기회였다.
바짝 정신을 차리고 루메른 교수의 말을 경청했다.
“좋아. 그럼 자네.”
“네, 넵?”
그는 가장 좌측에 있는 이코트의 여교수에게 턱짓했다.
“교수로서의 마음가짐에 대해 이야기해보게.”
“교수란 학생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입니다. 학생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틀렸다! 다음!”
“교수는 학생을 이끄는 사람…….”
“자네도 틀렸어! 다음!”
가차 없는 루메른 교수를 보며 뒤의 임시 교수들이 긴장된 표정을 지었다.
‘역시 루메른……!’
‘교육 가치관에 심오한 철학이 있는 게 분명해!’
모두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아홉 명 중 그 누구도 그를 만족시키는 대답을 한 이는 없었다.
“후우- 뛰어난 교수들이라 해서 기대했는데 실망스럽군.”
“죄, 죄송합니다.”
“아니. 죄송할 것 없네. 그대들 역시 아직 배우는 입장이 아닌가? 아니. 사실 사람이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무언가를 배우는 생물이지. 나 역시 때때로 학생들에게 배울 때가 있네.”
그는 조금 전과 다르게 부드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 교수를 보며 임시 교수들이 감동한 표정을 지었다.
‘할린드 교수님은 매우 무섭다고 들었는데?’
‘소문이 잘못되었구나.’
‘인품이 남다르셔. 많은 걸 배울 수 있겠어.’
“그렇다면 교수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그건 바로!”
그 교수가 팔짱을 꼈다.
“엘레강스함이지.”
“네?”
“엘레강스! 그것이야말로 교사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지! 교사란 학생들에게 언제나 선망이 되어야 하는 존재! 학생들이 우러러볼 수 있도록 언제든지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 자! 그럼 지금부터 자기 소개를 하겠다! 모두 엘레강스하게 자기 자신을 어필해 보도록!”
“뭘 하고 있지. 세드젠?”
“왔나, 할린드.”
“자네는 학생 담당일 텐데?”
“훗. 유망한 젊은 교사들이 왔다고 하길래 잠시 가르침을 전해주러 왔네. 한 시간 정도만 기다리게.”
“끌어내.”
의욕적인 세드젠을 보며 할린드가 가차 없이 말했다.
그러자 함께 왔던 아인과 렌이 세드젠을 붙잡고 교무실 밖으로 끌고 갔다.
“아인! 렌! 내 가르침이 있기에 지금의 자네들이 있는 거 아닌가! 앞날이 창창한 젊은 교수들일세! 분명 내게 배울 점이 분명 많을…… 이익! 놔라! 놔! 이 할린드의 개들아! 놓으란 말이다!”
세드젠의 처절한 외침이 울려 퍼졌지만 아인과 렌은 자신의 스승을 가차 없이 교무실 밖으로 끌고 나갔다.
“저, 저래도 되는 건가요?”
그때 에메랄의 교수가 조심스럽게 묻자 할린드와 함께 온 유라가 빙긋 웃었다.
“일상이니까 익숙해지면 됩니다.”
실제 한바탕 소란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교무실에서 업무를 보는 다른 교수들은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며 임시 교수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 할린드가 세드젠이 앉아 있던 의자에 앉으며 말했다.
“지금부터 학과 일정에 대해 공지하겠다.”
“저…… 자기소개는 안 해도 되나요?”
가장 왼쪽에 있던 여교수가 손을 들고 조심스럽게 말하자 할린드의 서늘한 시선이 그녀에게 향했다.
“그런 걸 왜 해야 하지?”
“히익!”
할린드에 압도당한 그녀는 겁에 질린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서 시선을 뗀 할린드는 일정에 대해 읊기 시작했다.
그런 할린드를 보며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지은 스카운의 교수 한 명이 다급히 손을 들었다.
“교, 교수님! 메모할 시간을……!”
“자네들 모두 젊고 유능한 교수라고 들었다.”
할린드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이 정도는 단번에 알아들을 수 있을 테지?”
그렇게 말한 할린드는 다시 일정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홉 교수는 어떻게든 할린드의 말을 모두 머릿속에 욱여넣기 위해 노력했다.
빠르게 말을 끝낸 할린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질문 있나?”
그 물음에 임시 교수들은 아무 질문도 하지 못했다.
어떻게든 머릿속에 들어온 할린드의 말을 정리하느라 바빴다.
“역시 우수한 교수들답군. 단번에 이해하다니 말이야.”
입꼬리를 말아 올린 할린드가 턱짓했다.
“그럼 가보도록.”
그렇게 말한 할린드가 자기 자리로 갔다.
임시 교수들은 울상을 지으며 유라를 바라보았다.
그들의 시선을 받은 유라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일상이니까 익숙해지면 됩니다.”
조금 전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은 유라의 말에 임시 교수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스카운 교수님들은 따라오세요. 점심시간 이후에는 소환학 전공 수업이니까요.”
유라의 말에 스카운의 교수들이 유라를 따라 교무실을 나섰다.
세드젠을 교무실 밖으로 내보내고 돌아온 아인과 렌도 각각 이코트와 에메랄 교수들을 데리고 수업 준비를 위해 교무실을 떠났다.
자신의 집무 책상에 앉은 할린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저들 중 첩자가 있을까?’
학기 동안 타르타로스는 루메른에 여러 가지 공작을 해왔다.
큰 사건의 뒤편에는 언제나 타르타로스가 있었다.
그리고 루메른의 상층부에서는 여전히 학교 내에 있는 타르타로스의 꼬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외부 인원을 수백 명씩 받았다.
타르타로스에서 또 다른 수작을 부리지 말하는 법은 없다.
‘놈들의 목적은 천천히. 그리고 확실하게 루메른을 뒤흔드는 거겠지.’
실제로 1학기 동안 있었던 사건으로 인해 루메른의 입지는 흔들렸다.
그 결과가 이번 합동 수업이다.
물론 여전히 루메른의 명성과 영향력에는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흔들림은 언젠가 작은 균열을 만들고 작은 균열은 거대한 균열이 되지.’
이런 상황에서는 외부와의 교류를 끊고 내부에 집중하는 것이 최선책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루메른은 외부 학생들을 받았다.
‘해볼 테면 해보라는 교장님의 뜻이겠지.’
지금 시대에서 가장 위대한 영웅.
타르타로스의 군단장을 토벌한 영웅.
검성, 칼리안 베이드안.
칼리안은 자신의 건재함을 다시 알리는 의미에서 이번 합동 수업을 진행했다.
무슨 사건이 일어난다면 최전방에 나설 것이다라는 의지의 표명.
‘잘 보좌해드려야겠지.’
할린드는 깊은 한숨을 쉬며 학생 명단을 펼쳤다.
실질적으로 다른 학원 학생을 관리하는 건 세드젠의 역할이지만 뒷조사는 할린드의 역할이다.
그 덕분에 루메른 최상층부의 인력이 현재 할린드에게 붙어 있었다.
아까 전 세드젠이 느닷없이 교수들을 맡은 건 그런 할린드의 짐을 어느 정도 덜어 주려는 배려이기도 했다.
할린드는 날카로운 눈으로 학생 명단을 넘기기 시작했다.
***
점심시간.
레오는 느긋하게 루메른의 대서고를 거닐고 있었다.
대서고에는 레오 외에도 다른 학원의 학생들이 많았다.
그들은 감탄사를 터트리며 루메른의 대서고를 돌아다녔다.
점심시간 후 레오와 함께 소환학 수업을 듣는 첸 시아가 웃으면서 다가왔다.
“영웅의 전당에는 사람들이 잔뜩 있네요.”
유물 창고라고도 불리는 영웅의 전당.
그곳에는 수많은 현역 영웅들이 활약하면서 쓴 전설적인 무구들이 잠들어있는 곳이다.
그리고 지금 영웅의 전당에는 검성 칼리안의 검이 전시되어 있었다.
교장임에도 불구하고 루메른 학생들도 보기 힘든 게 칼리안이다.
그런 만큼 다른 학원 학생들은 어떻게든 이 시대의 가장 위대한 영웅, 칼리안의 업적과 함께 한 명검을 보기 위해 대서고로 몰려들었다.
“그러고 보니 레오 도령은 교장님과 몇 번이고 대화를 나누어 보셨죠?”
첸 시아가 눈을 반짝였다.
“어떤 분인가요?”
“그냥 옆집 할아버지 같던데.”
“검성을 옆집 할아버지 같다고 말하는 건 세상에 레오 학생뿐일 것 같네요.”
첸 시아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책장에서 책을 뽑았다.
시작의 영웅 카일에 관한 책이었다.
“마침 있네요. 요즘 시작의 영웅에 관한 책이 인기라 다른 학생들 많이 빌려 가서 보기 힘든데 말이죠.”
“너도 관심 있어?”
“당연하죠. 그러고 보니 레오 도령. 시작의 영웅과 관련된 동아리를 만든다고 하지 않았어요?”
“응. 이제 부원만 받으면 승인이 떨어질걸.”
학과 일정을 진행하며 레오는 꾸준히 동아리 준비를 해왔다.
“뭐, 다들 진작 동아리 가입을 다 해서 친한 애들 중에는 가입할 애가 없지만.”
레오의 말에 첸 시아가 멈칫하더니 빙긋 웃었다.
“난 동아리 활동 안 하는데 내가 가입해 줄까요?”
“오? 그래 줄래?”
“대신.”
첸 시아가 빙긋 웃더니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누나라고 한번 해줘요.”
“……그거 꼭 해야 돼?”
“물론이죠. 늘 날 연하 취급하는데 난 레오 도령 보다 두 살 많은 걸요. 엄연히 제가 연상이에요.”
턱을 치켜든 첸 시아가 천천히 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 어딘지 묘하게 그윽한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어른의 매력이 느껴지죠?”
“어린 애가 어른 흉내 내는 것 같은데.”
첸 시아가 뚱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였다.
웅성- 웅성-
대서고가 시끄러워졌다.
레오와 첸 시아가 의아한 얼굴로 입구 쪽을 보았다.
그곳에는 상당히 기묘한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스카운의 교복을 입은 금발의 여학생이 루메른 학생들을 대동한 채 대서고에 들어오고 있었다.
심지어 뒤따라 오는 루메른 학생들은 학년도 제각각이었다.
‘누구길래 저렇게 줄줄 따라다니는 거야. 응? 잠깐. 익숙한 얼굴도 보이는데.’
레오는 학생 무리 가운데 낯익은 몇 명을 보았다.
서부 입학시험을 같이 치른 동기생들 및 서부 입학시험을 치른 선배들이었다.
공통점은 모두 로드렌 제국의 귀족이라는 점이었다.
레오가 신기하다는 듯 학생들 무리를 바라볼 때 대서고 내부를 훑어보던 소녀가 이내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빙긋 웃더니 레오 앞으로 다가왔다.
“레오 플로브 맞죠?”
첼시 또래의 소녀는 우아한 목소리로 레오에게 물었다.
“응, 그런데. 넌 누구야?”
“절 모르시나요?”
소녀는 조금 당황한 목소리로 물었다.
“오늘 처음 보는데 당연히 모르지. 뭐 유명한 애야?”
레오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말하자 옆에 있던 1학년들이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무언가를 알려주려는 듯 입을 뻥긋거렸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 2학년, 제르딩거의 방계 혈통인 바든이 인상을 쓰며 호통치듯 말했다.
“건방진 소리 하지 마라, 레오 플로브. 이분은 로드렌 제국의 황세녀이신 샤샤 시에느 로드렌님이시다.”
바든의 소개에 레오가 오- 하는 표정을 지었다.
로드렌 제국의 양대 영웅 명가.
제르딩거와 르왈린.
둘은 오래전부터 로드렌을 지탱해왔고 한 가문의 가신으로서 지내왔다.
바로 황가인 로드렌.
가신들에게 막강한 권세를 선물한 로드렌 황가였지만 그 주종 관계는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흔들리지 않고 유지 되고 있다.
그건 로드렌 황가 역시 수많은 영웅을 배출한 영웅 명가이기 때문이다.
제르딩거와 르왈린이 기사와 마법사라면 로드렌은 ‘소환사’.
제국이 위기에 닥쳤을 때.
최후의 영웅으로 나라를 지키기 위해 나서는 것이 바로 로드렌의 황제였다.
그런 만큼 로드렌은 오직 ‘실력’ 에 의해 차기 황제가 결정된다.
그리고 올해 14살이 되는 샤샤는 4년 전 이미 남매들을 제치고 당당히 황태녀의 자리에 올랐다.
레오 역시 익히 셀리아와 첼시에게 이야기를 들어 샤샤에 대해 알고 있었다.
“황녀님이 나에게는 무슨 일로?”
“미래의 신하를 만나러 왔답니다.”
샤샤의 말에 대서고 전체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3대 명문 클래스 학원에는 세계를 좌지우지할 만한 권력자들의 자제들도 많이 있다.
샤샤는 그런 이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런 그가 모두가 보는 앞에서 레오를 미래에 제국의 인재로 받아 들이겠다고 선언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레오와 샤샤를 주목했다.
로드렌 제국 출신 학생들도 이런 상황은 예상 못 했는지 몹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의미에서 레오 플로브. 아니, 내년에 저도 루메른 학생이 될 테니 ‘선배’라고 불러드릴게요. 레오 선배.”
샤샤는 우아하게 손을 레오에게 내밀며 말했다.
“다음 소환학 수업에 저를 에스코트해 주실래요?”
아무리 루메른에서는 실력이 우선 된다고 해도 로드렌 제국의 황녀.
그것도 황태녀 정도 되면 함부로 할 수 없다.
하물며 그녀는 내년에 루메른 학생이 될 몸.
모두가 레오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했다.
‘여기서 거절하는 것도 곤란하지.’
‘어쨌든 레오 플로브에게 눈독을 들이는 다른 세력도 견제하겠다는 거잖아?’
‘머리 잘 썼군.’
학생들이 감탄할 때였다.
레오는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건방진 꼬맹이가 뭐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