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63)
163
웅성- 웅성-
모든 수업이 끝난 저녁.
남자 기숙사에 돌아온 레오는 소란스러워진 기숙사를 보며 주변을 지나가는 동급생에게 물었다.
“무슨 일 있어?”
“헉? 레오?”
그는 레오를 보며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법학과로 평소 걸핏하면 레오의 집안과 출신을 가지고 깎아 내리던 학생이었다.
루메른 내에 명문가가 많은 만큼 아무리 엄청난 위업을 쌓아 올렸다고 해도 변방 왕국 출신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학생은 매우 많았다.
하지만 웬일인지 레오의 눈을 슬금슬금 살피고 있다.
그걸 본 레오는 어렵지 않게 기숙사가 소란스러운 이유를 파악했다.
‘소문 다 났군.’
레오의 외가가 제르딩거라는 사실이 학교 전체에 다 알려진 모양이었다.
레오가 기숙사 내부로 들어오자 남학생들의 시선이 일제히 레오에게 향했다.
그 시선을 싹 무시하고 레오는 기숙사 방으로 올라갔다.
저녁에 쉬지도 못하고 나중에 황녀에게 개인 교습을 해주기 위해 나가야 해서 레오는 심기가 불편했다.
덜컥-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난장판이 된 방 내부 모습이 보였다.
가장 먼저 보인 건 폴리모프한 피오라가 침대를 세우고 그 뒤에 숨은 모습.
방 내부를 둘러보자 방에서 가장 높은 위치.
옷장 위에서 레오의 교과서를 마치 성벽처럼 쌓아 올린 키르안의 모습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창가에 앉아 구경하는 엘시가 보였다.
“뭐 하는 거야?”
침대에서 고개를 들던 피오라가 레오의 물음에 고개를 돌렸다.
“레오! 나와 함께 저 악독한 요정을 물리…….”
휘익-! 따악-!
키르안이 옷장 위에서 재빠르게 모습을 드러내더니 돌멩이를 던져 피오라의 뒤통수에 명중시켰다.
[우하하하하! 이걸로 89번째 명중이다! 역시 허접하구만!]피오라가 신경질적으로 돌멩이를 주워 반격했지만 키르안은 얄밉게 책 뒤로 숨을 뿐이었다.
그에 피오라가 분한 듯 볼에 바람을 가득 넣고 푸들푸들 떨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레오의 물음에 엘시가 볼을 긁적였다.
[키르안이 피오라가 숨겨 놓은 간식을 다 훔쳐 먹은 모양이에요.] [아니야! 쟤가 먼저 내가 만든 작품들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작품은 무슨! 환수의 섬에서 학생들을 골탕 먹이려고 만든 한심한 장난감들이잖아요!”
[이 병아리가 한심하다고 했겠다!]“바보 요정!”
유치하게 말싸움을 하는 피닉스와 요정을 보며 레오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밖에 있는 소환사들이 요정과 피닉스가 이런다는 걸 알면 얼마나 통곡할까.’
“그만 싸우고 둘 다 와 봐.”
레오의 말에 피오라와 키르안이 뚱한 표정을 지으며 레오 앞으로 왔다.
“너희는 무려 3대 환수로 불리는 대환수들이잖아. 유치한 걸로 그만 싸워. 화해의 의미로 악수해.”
레오의 중재에 피오라와 키르안은 하기 싫다는 티를 팍팍 냈다.
하지만 이내 마지못해 키르안이 손을 내밀었다.
[흥! 연장자이자 대장인 내가 화합을 위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지! 페어리 프린스의 사과를 받는 걸 영광으로 알도록!]우쭐한 표정을 짓는 키르안의 작은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피오라가 그 손을 잡았다.
[훗-! 내 넓은 아량에 감동…… 우억-!]키르안의 팔을 잡자마자 피오라가 미친 듯이 팔을 빙빙 돌렸다.
피오라의 손에서 가까스로 벗어난 키르안이 표독스럽게 소리쳤다.
[역시 먹을 것만 밝히는 병아리 따위에게 사과를 하는 게 아니었어! 각오해라!]“바라던 바에요!”
휙-! 휙-!
두 사람은 다시금 자신의 요새로 달려가 대치를 계속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오가 말했다.
“내가 다시 돌아올 때까지 끝내라.”
그 말을 남기고 레오가 방을 나갔다.
밤에 외출 신청서를 내기 위해서였다.
엘시는 그런 레오의 뒷모습을 보며 손을 흔들었다.
[잘 다녀오세요.]***
“셀리아, 첼시. 두 사람의 말대로 레오 선배는 뛰어난 인재더라?”
루메른 중앙.
영웅의 탑 주변에 있는 고급 레스토랑에서 샤샤가 우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서로를 못마땅하게 바라보던 셀리아와 첼시가 의아한 얼굴로 샤샤를 보았다.
“스카우트 제의를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고 들었는데?”
첼시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샤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레오 선배는 자신이 인정한 자가 이끄는 세력에 들어갈 생각인 것 같더라고.”
세 사람은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로드렌의 오른팔과 왼팔인 제르딩거와 르왈린.
일반적인 군신 관계와 달리 세 사람의 사이는 조금 달랐다.
초대 제르딩거와 르왈린은 개국 공신이기 이전에 긴밀한 친우 관계였다.
그 전통적인 관계는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남아있었다.
그렇다 보니 세 소녀의 관계도 군신 관계보다는 친구에 가까웠다.
공석에서는 예를 취하지만 사석에서는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기에 샤샤의 말을 듣고 셀리아와 첼시는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그 녀석이 인정하는 사람 밑으로 들어간다고? 걔가 그럴 성격이 아닌데.’
사촌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셀리아는 고민에 빠졌다.
첼시도 셀리아와 비슷한 생각인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이 착각 많은 황녀님이 레오의 말을 멋대로 해석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조금 있다가 레오 선배를 만나러 가기로 했어.”
“뭐? 걔랑 단둘?”
셀리아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응, 소환술에 관해 나한테 조언을 해준다고 하더라? 조금 귀엽지 않아?”
턱을 괸 샤샤가 빙긋 웃었다.
“나에게 소환술에 관한 조언을 해준다는 게 말이야. 아무리 올클래스라고 해도 난 로드렌 가문의 사람인데 말이야.”
샤사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로드렌 황가는 제국의 지배자로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한 소환사 가문이기도 했다.
로드렌의 혈통은 모두 강력한 소환술사로서의 자질을 타고난다.
혹자는 한 제국의 황가만 아니었다면 매우 강력한 소환 영웅 명가가 되었을 거라 평가할 정도로 그 능력만큼은 진짜였다.
그리고 샤샤는 그런 로드렌의 피를 매우 진하게 타고난 소환술사였다.
“게다가 굳이 그런 구실을 만들어서 나를 만나려고 하다니, 혹시 나한테 반했나?”
입을 가리고 호호호- 웃는 샤샤를 보며 셀리아와 첼시가 서로를 바라보았다.
앙숙으로 유명한 두 사람이었지만 지금만큼은 소꿉친구인 샤샤가 걱정되었다.
게다가 두 사람 모두 검술과 마법으로 레오 앞에서 오기를 부리다가 ‘호되게’ 당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그래도 황태녀 신분으로 또래 남자와 야심한 밤에 만나는 건 조금 그렇지 않아?”
“맞아. 맞아. 우리가 같이 가 줄까?”
셀리아와 첼시의 말에 샤샤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안 돼. 난 오늘 레오 선배와 단둘이서 소환술에 관해 공부하기로 했어.”
혼자 착각하게 된 샤샤는 말리기 힘들다.
결국 두 사람은 각자의 조언을 해줄 수밖에 없었다.
“괜히 오기 부리다가 이상한 내기 하지 마.”
그래서 일주일 동안 하녀 노릇을 한 셀리아가 말했다.
“괜히 권유하는데 자존심 세운다고 거부하지도 말고.”
그래서 엉덩이가 홀라당 타 버릴 뻔한 첼시가 말했다.
두 친구의 충고에도 샤샤는 기대된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훗- 분명 내 실력에 깜짝 놀라겠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며 셀리아와 첼시는 불안한 표정을 지었다.
***
야심한 시각 대서고.
모든 학생에게 오픈된 이 공간은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공부를 원하는 학생들에게 개인 공부실이 오픈된다.
복잡한 과제 준비나 참고 문헌이 많이 필요할 때는 늦게까지 대서고를 이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이걸 연애에 악용하는 학생도 가끔 있었다.
‘그러다 걸리면 그대로 지옥이 펼쳐지지만.’
물론 혈기왕성한 십대들이 이용하는 곳인 만큼 사서들이 눈을 부릅뜨고 경계하고 있었기에 용감하게 애정행각을 하는 학생은 잘 없었다.
레오는 자신의 앞에 앉아있는 샤샤를 보고 말했다.
“네가 왜 페가수스와 가계약을 했음에도 정식 계약을 못 하는 것 같아?”
“그거야 제 역량이 부족하니까 그렇죠.”
샤샤의 말에 레오가 말했다.
“역량은 충분한데 그걸 못한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
레오의 말을 듣고 샤샤가 눈을 가늘게 떴다.
“레오 선배. 3대 환수는 막강한 존재에요. 강력한 영력이 없으면 맹약이 되어있다고 해도 소환도 할 수 없는 존재예요.”
“그건 당연히 알고 있지.”
레오가 시큰둥하게 말했다.
“다만 네 노력이 부족한 건 생각을 안 해봤냐는 소리야.”
“레오 선배. 저는 재능만 믿고 나태한 다른 천재들과는 달라요.”샤샤가 턱을 치켜들었다.
“전 세계 최강대국 중 하나인 로드렌 제국을 이끌어야 할 몸. 내 분야에서는 항상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첼시처럼 14살에 루메른에 입학할 수 있음에도 굳이 스카운에 간 이유도 그러한 이유 때문이에요. 1년 동안 스카운을 평정하기 위해서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샤샤의 눈에 어린 소녀의 외모에 걸맞지 않은 패도적인 기세가 흘러나왔다.
어릴 때부터 황제가 되기 위해 교육을 받아 온 소녀의 눈에는 강렬한 야망이 휘몰아쳤다.
“이미 스카운에서는 같은 1학년뿐만 아니라 고학년 중에서도 저만한 소환사는 그리 많지 않아요. 그러니 다음 목표는 루메른이에요.”
샤샤가 눈을 반짝였다.
“학년 대표가 되고 최고의 학생이 되어 학생회장이 될 거예요. 그리고 루메른을 4대 영웅 사관 학교 중 최고로 만들 거에요. 왜냐면 저는 최고가 되어야 직성이 풀리니까요.”
레오가 턱을 괴었다.
“올해 입학했으면 더 쉬웠을 거 아니야. 셀리아도 있고 첼시도 있는데?”
“셀리아와 첼시의 힘을 빌릴 생각은 없어요. 나 혼자 이뤄야만 가치가 있으니까요.”
샤샤가 턱을 치켜들었다.
“자신할 수 있어요. 순수하게 소환술만 따지면 지금 당장에라도 루메른 1학년 소환학과 수석을 차지할 수 있어요.”
그 말에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애석하게도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불가능해.”
“네?”
“첫 번째. 지금 소환학과 탑인 워레든은 네 실력으로는 이길 수 없어. 그 녀석은 괴물이거든.”
레오가 워레든을 떠올렸다.
레오가 보기에 남부의 괴물이라 불리는 워레든은 전투력만 놓고 본다면 지금 1학년 중 전체 탑 3안에 확실하게 드는 실력자였다.
“두 번째. 가계약만 되어있다면 지금 당장에라도 페가수스를 소환할 수 있을 만한 1학년이 두 명 있어.”
샤샤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녀가 지금까지 여유로운 모습을 보인 건 실력에 대한 절대적인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가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거기에 더해 자신과 같은 조건이라면 페가수스를 소환할만한 학생이 있다고 하니 기분이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 두 사람이 누구죠?”
“한 명은 엘리자 헤르긴이야.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나.”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나라면 가계약이 아니라 정식계약도 맺을 수 있을걸?”
레오에게 도발 당한 샤샤가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레오 선배는 나보다 소환술사로서의 역량이 위라고 말하는 건가요?”
“당연한 걸 왜 물어?”
“자존심이 넘치는 것도 좋지만 자만심은 좋지 않다고 보는데요?”
“이게 자존심인지 자만심인지는 네가 직접 판단해.”
그 말을 듣는 순간 샤샤는 깨달았다.
레오의 안중에는 자신이 없다는 걸.
‘내 권유를 거절한 것도 내 역량을 시험해보려는 게 아니라 아예 관심도 없었던 거였어?’
거기까지 알게 된 샤샤는 굴욕감을 느꼈다.
‘이 남자가 진짜!’
“난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자에게 무언가를 배울 생각 없어요!”
괜한 오기가 발동해 레오의 권유를 거절했다.
“그래? 그럼 난 간다.”
레오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걸 본 샤샤는 더욱 발끈했다.
“좋아요! 그럼 증명해봐요! 레오 선배가 나보다 뛰어난 소환사라는 걸!”
“어떻게?”
레오의 물음에 샤샤가 영력을 전개했다.
그러자 허공에 소환진이 완성되었다.
“나와 같은 상황이라면 레오 선배는 페가수스를 소환할 수 있다고 했죠? 어디 해 봐요.”
통로는 완성되어 있었다.
자격 있는 자라면 누구나 소환할 수 있는 상태.
“내가 소환에 성공하면 로드렌의 페가수스는 나와 계약을 할지도 모르는데?”
“흥. 그러면 계약을 인정해드릴게요. 대신.”
샤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소환을 못 한다면 합동 수업 기간 동안 제 시종이 되어주세요.”
괜한 오기가 발동해서 레오와 이상한 내기를 하고 말았다.
첼시와 셀리아가 하지 말라는 걸 전부 해버린 샤샤였지만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절대 못 해. 이 사람의 영력은 나에게 한참 못 미쳐.’
샤샤의 영력은 엄청나다.
순수한 영력의 힘만 따진다면 엘리자와 맞먹는 수준.
그런 샤샤도 소환하지 못한 페가수스를 상식적으로 레오가 소환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자신 없으면 지금 그만두세요.”
“전혀.”
레오가 피식 웃으며 소환진에 손을 대려 했다.
순간-
화악-!
일순간 시야가 암전되었다.
깜빡- 깜빡-
그리고 마석등이 깜빡거리기 시작했다.
“응?”
샤샤가 의아한 얼굴로 천장을 바라보았다.
반대로 레오의 얼굴은 굳었다.
‘단절의 저주? 아니야. 조금 달라.’
뭐가 됐든 타르타로스인 것만은 확실했다.
레오가 다급히 소환진에 손을 댔다.
파지직-!
그와 함께 소환진에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
샤샤의 눈이 부릅떠졌다.
파지지직! 콰가가가가강-!
거대한 천둥이 휘몰아쳤다.
번쩍-!
콰가가가각-!
공부실 내부가 강력한 빛과 스파크에 의해 엉망이 되었다.
그리고 모습을 드러낸 건 순백색의 머리카락과 하얀 눈동자.
그리고 새하얀 갑옷으로 무장한 여성이었다.
“이 느낌, 샤샤는 아닌데?”
여인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 자신의 앞에 팔짱을 낀 소년을 바라보았다.
“로드렌 혈통 이외의 사람이 날 소환한 것도 놀라운데…… 이런 형편 없는 영력으로 날 소환하다니?”
페가수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넌 누구니?”
“자기소개 하기 전에 미안한데.”
“응?”
파지직-!
레오의 몸에서 스파크가 튀었다.
순간 페가수스의 몸이 본체로 돌아갔다.
[뭐? 계약에 개입을 했다고?]깜짝 놀라는 페가수스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지금 바로 싸워야 할 것 같거든. 힘 좀 빌려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