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64)
164
레오의 말에 페가수스, 아티가 눈을 가늘게 떴다.
[너 정체가 뭐야? 아직 계약도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나한테 영향력을 행사한 거지?]폴리모프 상태에서 원래 모습으로 돌아간 건 그녀의 의지가 아니라 레오의 힘에 의해서였다.
소환술사라면 자신의 환수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계약이 이루어졌을 때의 이야기.
레오는 샤샤가 만들어 준 소환진을 통해 아티를 소환하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소환한 것일 뿐.
계약 상태는 아니다.
아티는 여전히 로드렌 황가의 페가수스였다.
그런데 레오는 강제로 계약에 개입해 명령권을 들고 왔다.
맹약자 이외의 존재가 자신을 다루는 상황.
페가수스 같은 최고위 환수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아티는 그러한 감정보다 신기함이 앞섰다.
“가계약 상태인 만큼 틈이 있잖아? 그 틈을 파고들었을 뿐이야.”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고작해야 10대 인간 소년이 해냈다고는 믿기지 않는데?]“내가 워낙 뛰어나서 말이야.”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 모습을 보며 눈을 게슴츠레 뜨던 아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특이한 경험을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샤샤, 잠시 이 소년에게 힘을 빌려 주겠…… 샤샤?]아티가 의아한 얼굴로 샤샤를 보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레오 역시 얼굴을 굳혔다.
샤샤는 놀란 얼굴 그대로 굳어 있었다.
마치 시간이라도 멈춘 듯 굳어 있는 샤샤를 살펴본 레오가 중얼거렸다.
“저주로군.”
재앙의 시대를 헤쳐나가며 온갖 저주를 접한 레오로서도 처음 보는 형태의 저주였다.
‘새로 만들어진 저주인가?’
눈을 가늘게 뜬 레오가 아티에게 달려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아티의 안장에 탔다.
“실례.”
[잠깐! 누가 그렇게 마음대로 타라고……!]“상황이 급박해. 불쾌하겠지만 지금은 이해해 줘.”
레오가 손을 뻗어 아티의 목덜미를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었다.
[흐우읏?]순간 아티가 움찔 몸을 떨었다.
“아, 미안. 무심코.”
카일 시절, 페가수스와 계약했던 레오로서는 또다시 페가수스의 등에 올랐다는 사실에 왜인지 모르게 감개무량했다.
[숙녀의 몸을 함부로 쓰다듬다니.]“미안.”
아티는 자연스럽게 고삐를 쥐는 레오의 손길에 조금 놀랐다.
[너 혹시 페가수스를 다뤄 봤어?]전생에 페가수스와 수많은 전장을 누볐던 만큼 손길이 매우 익숙했다.
“이번 생은 처음인데.”
놀라면서 아티가 자신을 소개했다.
[마저 소개하지. 내 이름은 아티, 넌?]“레오 플로브.”
[반가워, 레오 플로브. 잠시 동안이지만, 위급한 상황 같으니 힘을 빌려줄게.]투레질한 아티가 신경질적으로 앞발로 바닥을 굴렀다.
[그래서? 적은 누구? 샤샤의 상태를 보니 타르타로스 같은데?]“맞아. 지금 루메른의 대서고에 침입해 있어.”
[루메른에? 심상치 않은 마족인가 보네.]아티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좋아. 그런데 애송이. 내 등에 타고 나와 싸우는 건 좋은데 날 감당할 수 있겠어? 난 형편없는 기수에 몸을 맡기는 건 싫은데?]날개를 펴며 묻는 아티를 보며 레오가 웃었다.
“나한테 익숙해지면 다른 사람은 등에 못 태울걸?”
[흐응? 자신만만하구나. 날 만족시킨 사람은 로드렌의 초대 황제밖에 없는데 말이야.]아티가 킥킥- 웃었다.
[뭐, 의욕 넘치는 건방진 꼬맹이를 태우는 것도 나쁘지 않지. 자 그럼 간다!]화악-!
파지지지지직-!
아티가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치자 강렬한 백색의 스파크가 휘몰아쳤다.
콰앙-!
그와 동시에 아티가 문을 부수고 방을 빠져나갔다.
파지지직-!
동시에 레오의 손에서 회색의 스파크가 휘몰아쳤다.
[번개의 오러?]아티가 놀랐다.
[오러도 다루면서 그 나이에 날 소환한 거야? 제법이잖아?]비록 샤샤가 열어준 소환진을 통해 소환했다고 해도 소환은 소환.
거기다 아티가 가늠하기로 레오의 영력의 양은 샤샤와 비교해 한참 부족하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 오러 까지 사용하다니.
[번개 속성을 자유자재로 다루는구나. 이거 궁합이 좋겠는데?]가볍게 감탄한 아티는 레오의 조종에 따라 대서고 맨 위로 올라갔다.
높디높은 대서고 천장 끝에 닿은 레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단절의 저주와 유사해.’
대서고 자체가 외부와 단절되어 있었다.
하지만 조금 달랐다.
‘공간 자체가 달라.’
마치 영웅의 세계와 유사했다.
물론 근본적으로는 다르다.
영웅의 세계는 하나의 세계를 창조한 거라면 이건 단순히 이 공간 자체를 외부와 분리시킨 상태였다.
‘2차원의 개념인가.’
원래 세계에 작은 새로운 차원을 만드는 기술.
원래 차원에 영향을 끼칠 수는 없겠지만 공간과 공간을 뛰어넘는데 이만큼 은밀한 건 없다.
원래는 시전자만 이 공간에 들어올 수 있었지만, 레오는 지금 이 공간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시전자만 들어올 수 있는 게 아니라 저주의 정체를 인지한 자는 들어 올 수 있는 구조로군.’
만약 레오도 인지를 못 했다면 저주에 걸려 이런 공간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을 것이다.
‘원리는 알겠어. 하지만 이만한 고위 개념의 저주를 쓸 만한 녀석이라면 상당히 골치가 아플 것 같은데.’
레오가 긴장한 채로 멈춰버린 대서고 내부를 훑어볼 때였다.
번쩍-!
대서고 아래의 책상 뒤에서 검붉은 색의 빛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
그걸 인지한 레오가 고삐를 잡아당겼다.
콰가가가가가강-!
검붉은색 마력의 탄환이 레오와 아티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화악-!
아티가 엄청난 속도로 대서고 내부를 질주했다.
존재하는 모든 환수 중 최속을 자랑하는 페가수스의 속도는 말 그대로 번개와도 같았다.
파지지직-!
온몸에 뇌전을 두르고 어둠을 밝히는 아티의 모습은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화아악-!
마력 탄환을 모조리 피해냈다.
하지만 레오와 아티가 피한 마력 탄환은 방향을 바꾸어 레오를 추격했다.
‘추격 기능이군.’
레오는 힐끗 뒤를 돌아보고 앞을 보았다.
화악-!
눈앞에 높은 책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오는 가볍게 책장을 뛰어넘었다.
콰가강-!
하지만 마력 탄환은 개의치 않고 책장을 뚫고 추격해 왔다.
그걸 본 레오가 말했다.
“더 속력을 높여.”
[뭐? 그러면 어디 부딪힐 텐데? 난 상관없지만 넌 아플걸?]“상관없어. 내가 조종 하는 데로 움직여줘.”
[그래, 알았다. 후회나 하지 마.]아티가 한숨을 쉬며 더욱 속력을 높였다.
가공할 만한 바람의 압력이 느껴졌다.
눈앞의 장애물들이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접근하는 게 느껴졌다.
레오는 고삐를 이용해 아티를 조종했다.
그런 레오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아티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반응속도가 엄청나잖아?’
설마 이 정도의 속력에도 완벽하게 지시를 내릴 수 있는 기수가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 못 했다.
‘기수로서의 능력은 초대 로드렌 보다 위겠는데? 뭐 이런 꼬마가 다 있어?’
레오는 붉은 눈을 번뜩이며 복잡한 대서고 내부에서 마족의 움직임을 추격했다.
이만큼 강력한 저주를 쓰는 만큼 적의 힘은 매우 강했고 또 은밀했다.
하지만 레오는 큰 어려움 없이 적의 위치를 파악했다.
파지지직-!
순간 레오의 손에서 마법진이 펼쳐졌다.
그걸 본 아티가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질렀다.
[마법? 너 환수기사 아니었어?!]조금 전 오러를 사용하던 레오의 모습을 보고 레오를 오러와 환수를 다루는 환수기사라고 했던 아티는 마법까지 사용하는 레오를 보며 경악에 찬 비명을 내지를 수밖에 없었다.
“아니, 올 클래스인데?”
[올 클래스?!]아티가 경악에 찬 표정을 지르는 가운데 레오가 완성한 주문을 아티의 뿔에 사용했다.
“체인 라이트닝!”
파지지지지직-!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다.
그걸 본 아티가 눈을 크게 떴다.
‘영력과 마법을 융합시켰잖아?’
이렇게 된다면 주문의 위력은 월등하게 강화될 게 분명했다.
‘이 건방진 꼬맹이가 날 마법 증폭 도구로 쓰네?’
헛웃음을 터트리면서도 아티는 후방을 향해 체인 라이트닝을 쐈다.
콰가가가가각-!
엄청난 위력으로 변모한 체인 라이트닝이 추격하던 흑마법을 파괴했다.
“저기야!”
[알았어!]아티가 더욱 속력을 높이며 적을 추격했다.
그때 허공에 거대한 소환진이 생기더니 핏덩어리 골렘이 완성되었다.
[블러드 골렘? 건방져! 지금 이따위 핏덩어리로 날 막겠다고?]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은 아티가 양 날개를 활짝 폈다.
파지지직! 콰가가가가가가가강-!
그녀가 입은 마갑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아직 어린 피오라.
그리고 날개를 잃은 키르안과 달리 아티는 말 그대로 온전한 상태의 3대 환수였다.
레오의 보조를 받아야 하는 두 환수와 달리 아티는 혼자 힘만으로 거대한 힘을 가진 강력한 환수였던 셈이다.
하지만 아티의 힘에 반응하여 블러드 골렘의 몸속에 거대한 뼈가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온몸에 살점이 돋아났다.
‘융합이군.’
블러드 골렘을 베이스로 본 골렘과 살점 골렘을 융합시킨 거다.
‘융합에 사용된 재료들은…… 기간테스의 것인가?’
최강의 마수의 시체를 이용한 골렘에 레오가 영력을 일으켰다.
파지지지직-!
화악-!
순간 아티의 날개가 더욱 커졌다.
그걸 본 아티의 눈이 크게 떠졌다.
‘이 애송이……? 내 잠재 능력을 각성시켰어?’
이미 성체인 환수의 잠재 능력을 각성시키는 것.
단순히 성장 중인 환수의 잠재능력을 끄집어내는 것과 달리 환수 자신조차 인지하지 못한 숨겨진 힘을 끌어내는 강력하고도 어려운 기술이다.
말 그대로 환수술사로서 압도적인 역량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콰가가가가각-!
백색의 섬광의 궤적을 그리며 아티가 골렘의 가슴팍에 구멍을 내고 적의 등을 향해 돌진했다.
그 순간.
화악-!
마족이 모습을 감추었다.
콰가가가강-!
그와 함께 저주가 풀리며 요란한 소리가 대서고에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냐!”
“대서고에서 누가 소란을 피운 것이냐!”
살기 어린 사서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대체 정체가…….]“일단 나중에 이야기하자.”
레오는 사람들이 몰려오는 걸 느끼고 아티를 원래 있는 곳으로 돌려보냈다.
괜히 레오가 페가수스를 소환한 게 알려지면 골치 아파진다.
아티를 돌려보낸 레오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문을 보고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긴……?’
***
한밤중에 대서고에서 능력을 사용한 레오는 그대로 연행되듯 영웅의 탑으로 향했다.
대서고에서 능력 사용은 단순한 교칙 위반이 아니었다.
잘못했다가는 퇴학을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행위였다.
다행스럽게도 이날은 대서고에서 밤에 공부하던 학생은 레오와 샤샤뿐이었다.
샤샤는 참고인 신분으로 레오와 함께 영웅의 탑에 왔다.
“들어가십시오, 레오 플로브 학생.”
교장의 비서 에레나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 에레나를 잠시 바라보던 레오가 교장실로 들어갔다.
샤샤는 그런 레오의 뒤를 따라 들어가려고 했다.
“샤샤 황녀님은 대기하길 바랍니다.”
에레나의 제지에 샤샤가 불만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 역시 사안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었다.
‘큰일이네. 페가수스를 소환해서 폭주를 일으킨 건가? 근데 갑자기 사라지듯 바깥에 있었던 거지?’
샤샤 역시 여러 가지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레오는 그대로 교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교장실 안에는 세 사람이 있었다.
교장 칼리안, 교감 리벤.
그리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루메른 대서고의 담당 교수.
브라이언이 있었다.
“설명해 보실까, 레오 플로브! 감히 신성한 대서고에서 교칙을 어기면서 큰 죄를 저지른 이유를!”
브라이언이 흥분된 목소리로 자신의 흰수염을 쓰다듬으며 소리쳤다.
그걸 본 레오가 볼을 긁적였다.
“실수인데요.”
“실수? 실수라고!”
브라이언의 눈에 불똥이 튀었다.
흥분한 브라이언이 고함을 지르려 할 때였다.
“잠시만 진정하게 브라이언 교수.”
“교, 교장님!”
“자네가 화난 이유는 알겠지만, 레오 학생과는 나와 교감이 먼저 면담을 나누겠네. 그 후에 징계 수위를 정하도록 하지.”
그 말에 브라이언이 고개를 끄덕이고 교장실을 나섰다.
그리고 속으로 혀를 찼다.
‘학년 대표인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군. 징계를 당하면 타격일 클 텐데 말이야.’
고의 든 실수든 이번 일은 그냥 넘어갈 수 없다고 브라이언은 생각했다.
그가 나간 후 세 사람이 남게 되자 칼리안이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리 사이에 서론은 필요 없겠지.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네, 레오 학생.”
칼리안이 눈을 가늘게 떴다.
“타르타로스인가?”
“네.”
“혹시 목적은 알아냈나?”
“목적은 알 수 없지만, 영웅의 세계가 목표인 것만은 확실한 것 같았습니다.”
“영웅의 세계?”
“예. 놈은 영웅의 전당을 노리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