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70)
170
까앙-! 까앙-!
그날도 드웨노는 어김없이 무기를 만들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동굴 안.
마법등에 의지한 채 드웨노는 묵묵히 작업을 이어 나갔다.
리시나스와 루나는 오랜 전투로 인해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모포를 뒤집어쓴 두 사람은 시끄러운 망치질 소리에도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이곳은 에레보스의 세력권 한복판.
신경이 날카롭게 서 있을 게 분명했다.
이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잠들기 힘들 상황이었지만 두 여인은 일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저 서로의 어깨를 빌린 채 머리를 맞대고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그만큼 피로가 축적되었으리라.
‘어떤 의미에서는 절망적인 상황이니까.’
솨아아아아아아-!
추적추적, 동굴 바깥에서 내리는 비를 보며 카일은 얼굴을 구겼다.
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비였다.
생명력을 갉아먹는 검은 비를 증오스럽다는 듯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나 때문일세.”
“……?”
느닷없은 드웨노의 말에 카일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소리야.”
“아르온을 말하는 걸세.”
망치질하던 손이 멈추었다.
“검이 부러지지 않았다면 아르온이 목숨을 잃는 일은 없었겠지.”
드웨노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드웨노는 대장장이고 아르온은 전사였다.
드웨노가 만든 무구를 가장 많이 사용한 게 바로 아르온이었기에 파티에서 둘 사이에 신뢰감은 그 누구보다 깊었다.
게다가 드웨노와 아르온은 단순한 친우 관계가 아니었다.
파티의 리더이자 가장 나이가 많은 자는 리시나스였지만 그녀는 오랫동안 드래곤의 영역 깊숙한 곳에서 살아왔기에 세상 경험은 카일보다도 부족했다.
루나는 마법 공부에만 매진했던 아가씨.
카일은 용병으로 활동하며 세상 경험이 많긴 했지만 다양하진 못했다.
그와 달리 드웨노는 세상 경험이 풍부했다.
아름다움을 찬양하여 젊을 때부터 세상 곳곳을 탐험했던 찬미가.
변태 괴짜라고 자주 투덕거리긴 했지만, 파티에서 어른이라 불릴만한 이는 드웨노 뿐이었다.
파티에서 가장 어린 아르온은 그런 드웨노에게 많이 의지했다.
드웨노의 손이 덜덜 떨렸다.
“내 무기가 좀 더…… 튼튼했다면…… 에레보스의 공격에도 버틸 수 있었다면……!”
뚝- 뚝- 치이이익-
드웨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렸다.
떨어진 눈물방울은 큼지막한 손 위로 떨어지며 증발했다.
강력한 불꽃 속에서 탄생하는 드웨노의 무구.
그렇기에 드웨노는 강력한 불꽃의 사용자였다.
하지만 드웨노는 자신의 불꽃을 좋아하지 않았다.
화염의 본질은 파괴.
세상의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드웨노로서는 달갑지 않은 특성이었다.
“아름다움이 대체 뭐란 말인가! 내가 좀 더 유능했다면! 무기를 만드는데 좀 더 집중했다면! 아르온이 그렇게…… 그렇게 될 리는…….”
아르온의 죽음 앞에서 드웨노는 울지 않았다.
그는 파티원 중 그 누구보다도 단단한 정신력의 소유자였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냉정을 잃지 않고 묵묵히 파티의 기둥이 되었다.
하지만 결국 그 감정이 이제 와서 터져 버린 것이다.
몸을 떠는 드웨노를 보며 카일은 이를 악물었다.
“헛소리하지 마.”
카일이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나도 아르온도 네가 만든 무기 덕분에 수도 없이 목숨을 부지했어.”
카일이 드웨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네가 너를 믿지 않고 자책을 하면 최후의 최후의 순간에 널 믿었던 아르온은…… 나는 뭐가 되는 거야.”
“…….”
“마음을 다잡아야 해. 이제 우리 앞에 남은 건 뭐가 됐던 전진뿐이니까.”
“……그렇겠지. 하지만 카일.”
까앙- 까앙-
드웨노가 다시 망치질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여전히 무거웠다.
“무구는 불꽃에서 탄생한다네.”
“…….”
“그리고 에레보스가 가진 힘의 근원은 꺼지지 않는 불꽃.”
까앙- 까앙-
무기를 치는 소리가 동굴 전체에 울렸다.
“과연 내 불꽃으로 만들어진 무구들이…… 에레보스의 힘에 버틸 수 있겠나?”
드웨노의 목소리는 불안감으로 가득했다.
불꽃은 언제나 더욱 강한 불꽃에 잡아 먹히기 마련.
자신이 만든 무기가 버티지 못해 카일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강철 같은 정신력을 가진 드워프도 불멸의 불꽃 앞에서는 꺾일 수밖에 없었다.
“난 안 죽어.”
“……?”
“그리고 아까 말했다시피 최후의 최후까지 너를 믿을 거야.”
카일은 조금의 흔들림이 없는 신뢰를 보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넌 예술품보다 무기를 잘 만들거든.”
카일이 웃었다.
“네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불멸이라며? 네 예술품보다 잘 만들어진 무기도 결국 불멸이겠지.”
“성격 지저분한 자네가 언제 그렇게 성장했는지 신기하군.”
“……이제 좀 너 답네.”
카일은 헛웃음을 터트렸다.
“그래…… 내 예술품은 불멸이지.”
드웨노가 적갈색 눈을 번뜩이며 자신의 무기를 내려다보았다.
캉-! 화르륵-!
드웨노의 망치질에 샛노란 불꽃이 일렁였다.
“그렇다면…… 내가 만든 무구도 불멸이 될 수 있겠지.”
***
챙그랑- 덥석!
키고르스가 진열장을 깨트리고 드웨노의 검을 쥐었다.
고오오오오오오-!
“오오오오!”
키고르스의 몸에 휘감긴 마력이 더더욱 강해지기 시작했다.
우웅-! 우웅-!
드웨노가 만든 검이 키고르스와 공명하듯 울어대기 시작했다.
‘뭐지? 왜 드웨노가 만든 검이 놈에게 반응하는 거지?’
드웨노의 무구는 어떤 의미에서 타르타로스와 상극이라할 수 있는 물건이다.
에레보스와 타르타로스를 토벌하기 위해 만든 무기.
드웨노 정도 되는 대장장이의 의지와 정수가 담긴 물건이다.
마족에게 불길함을 선사하는 물건인데 그걸 잡고 오히려 힘을 얻다니.
“이것으로 나 저주왕 키고르스가 부활한다!”
키고르스의 존재감이 선명해지기 시작했다.
점점 더 군단장의 힘을 되찾고 있다는 증거였다.
‘뭐가 됐든 드웨노의 검이 놈에게 힘을 주는 건 분명해. 놈이 검을 쥐게 해서는 안 돼!’
이대로 군단장의 힘을 되찾으면 레오로서는 손쓸 방도가 없다.
레오가 마력을 일으켰다.
번뜩-!
키고르스의 눈들이 레오에게 향했다.
순간-!
쩌엉-!
레오의 머릿속에 무언가 금이 가는 소리가 들렸다.
털썩-!
레오의 얼굴이 구겨졌다.
“그 정도의 저주를 받고도 살아 있단 말인가? 네놈. 정말로 1학년 애송이인가.”
키고르스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저주.’
일순간 레오의 몸에 수백 개의 저주가 박혔다.
하급 저주를 시작으로 상급 저주까지.
해주 술식으로 빠르게 저주를 풀었지만, 레오가 알지 못하는 저주나 강력한 힘에 짓눌리는 저주는 대응하지 못했다.
‘단순하게 해주 술식만으로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지금의 레오와 키고르스는 말 그대로 체급이 달랐다.
기술만으로는 더 이상 상대할 수 없다.
‘이대로 군단장이 부활한다고? 루메른의 바로 중심에서?’
타르타로스는 이걸 노리고 있었다.
‘어떻게 하지.’
레오가 이를 악물 때였다.
우웅-
레오의 왼팔이 빛났다.
루나의 세계의 공략 보상으로 얻은 폴리움이었다.
하지만 이 폴리움은 그저 영웅의 세계에서 가져온 빈껍데기.
그런데 아무런 힘이 없을 터였던 폴리움이 지금 빛나고 있다.
레오의 눈이 크게 떠졌다.
싱그러운 연녹빛.
오러도 마력도, 영력도 아니다.
그렇다고 마나도 아닌 힘.
‘신력?’
그것도 레오가 만나 본 적 있는 신의 힘이었다.
‘피브아?’
그 빛은 순간 회색빛으로 변모했다.
레오가 알고 있는 힘이었다.
‘내 힘?’
정확하게는 카일의 힘이었다.
그 힘은 이내 형태를 더해가더니.
화르륵-!
샛노란 불꽃이 되었다.
“크윽?”
그와 동시에 키고르스가 쥐고 있던 드웨노의 검에서도 샛노란 불꽃이 일렁였다.
‘드웨노의 불꽃?’
화르르르륵-!
“크아아악!”
드웨노의 불꽃은 키고르스에 옮겨붙었다.
고통에 몸부림치던 키고르스가 거칠게 검을 내팽개쳤다.
챙그랑! 촤르르륵-!
검이 레오 앞으로 미끄러져 왔다.
“검성 놈! 검에 무슨 짓을 한 거지!”
키고르스가 분노에 찬 일갈을 내뱉었다.
‘아니. 딱히 교장이 무슨 짓을 한 게 아니야.’
레오가 손을 내려다보았다.
‘검이 드웨노의 의지에 반응한 거야.’
드웨노가 만든 모든 무구에는 그의 의지와 불꽃이 깃들어있다.
그 불꽃이 각성했다.
‘내 힘에 반응한 거야.’
레오는 드웨노의 힘의 정수를 이어받았다.
불꽃의 사랑을 받았던 드웨노는 불꽃에 강한 내성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드웨노는 최후의 순간.
자신이 가진 그 불꽃의 정수를 카일에게 넘겼다.
하지만 그 불꽃의 정수는 오래전 카일이 죽으면서 사라졌다.
‘지식은 남지만, 힘은 남지 않는 게 당연하니까. 그런데.’
그 드웨노의 불꽃이 레오의 손에서 되살아났다.
‘피브아가 폴리움에 무언가를 했구나.’
루나의 세계에서 만났던 신.
그가 무언가를 한 게 분명했다.
레오가 고개를 숙였다.
덥석-!
화르르륵-!
샛노란 불꽃이 더욱 맹렬하게 불탔다.
하지만 불꽃은 레오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
드웨노는 자신의 불꽃을 싫어했다.
파괴는 불꽃의 본질이니까.
하지만…….
‘불꽃이라고 꼭 파괴만을 일삼는 건 아닐세!’
드웨노는 불꽃을 싫어하면서도 그 힘으로 세상에 이로움을 주고자 했다.
검을 쥐자 귓가로 이죽거리는 드워프 영감탱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고작 그 정도로 누워 있다니, 내가 만들어준 무기들이 울겠군.’
‘고맙다, 드웨노.’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
무기를 만드는 것보다 아름다운 예술품을 만드는데 더 관심이 많았던 괴짜 드워프.
세상에 아름다움을 전파하며 후대에 위대한 예술가로 남기를 원했던 드웨노는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예술은 고사하고 드웨노에 대해 알려진 일화는 오직 최강의 무기를 만들었다는 것뿐.
‘그럴 수밖에 없지.’
터벅-
드웨노의 불꽃이 저주를 불태웠다.
‘너 때문에 나는 최후의 순간 까지 싸울 수 있었어.’
드웨노의 불꽃은 결국 에레보스에 의해 꺼졌다.
‘네 무기는…… 그 빌어먹을 검은 불꽃에도 꺾이지 않았어.’
하지만 그가 그 불꽃으로 이용해 벼려낸 무구들은.
‘끝까지 목숨을 맡길 수 있었어.’
그가 남긴 의지는 최후의 최후까지 꺾이지 않았다.
키고르스의 눈이 레오에게 향했다.
피브아가 폴리움에 남긴 힘은 레오에게 새로운 힘을 주거나 하지 않았다.
단지 오래전 사라졌던 카일이 가졌던 드웨노의 힘을 각성시켰을 뿐이다.
전생과 현생을 잇는 기적.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무엇도 바꿀 수 없다.
“레오 플로브! 검성의 검을 내놓아라!”
“이 검?”
레오가 웃으며 검을 고쳐 들었다.
“원한다면 줄게.”
휘익-! 콰가가가가각-!
“……!”
키고르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검의 몸체의 밑에서 검 끝까지.
황금빛으로 빛나더니 광채가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검으로 변모했다.
검면에는 아름다운 문양이 수놓아져 있었다.
“그건…… 대체!”
“한 가지 정정해주지.”
레오가 웃었다.
“이 검은 검성의 검이 아니야.”
콱-!
레오가 검을 고쳐 쥐었다.
샤르르르륵-!
황금색 날개가 검을 감쌓다.
수천 년 만에 각성한 마법검이 강력한 마법을 내뿜었다.
드웨노가 만든 황금이 검.
이 검은 대영웅을 위한 무기가 아니었다.
토벌대를 돕고 있는 다른 영웅들을 위해 드웨노가 공을 들여 만든 역작.
레오가 그 이름을 불렀다.
“데몬 슬레이어.”
콰가가가각-!
그 부름에 응답하기라도 하듯 데몬 슬레이어가 더욱 강렬한 빛을 내뿜었다.
번쩍 콰가가가강-!
레오가 검을 투척했다.
황금의 날개로 휘감긴 데몬 슬레이어가 키고르스를 꿰뚫었다.
키고르스는 비명도 내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대서고의 벽을 뚫고 사라졌다.
뻥 뚫려 버린 대서고의 벽을 보고 레오가 볼을 긁적였다.
“난리 나겠는데.”
책이 없는 입구 쪽을 조준하긴 했는데 교수들이 본다면 거품을 물고 난리 칠 게 분명했다.
“교장이 알아서 쉴드 쳐주겠지.”
피식 웃은 레오가 몸 상태를 확인했다.
“주인님!”
인간의 모습으로 폴리모프한 아티가 레오에게 달려왔다.
그런 아티의 머리에는 피오라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멋져요! 겉모습은 미소년인데 뭐랄까 내면 터프함? 그리고 거침없는 손길까지! 내가 주인님은 잘 골라 모시는 것 같아요! 츄릅-”
입가에 침을 팔로 닦는 아티를 보며 레오가 속으로 중얼거렸다.
‘전생이나 지금이나 내 주변에는 왜 항상 변태가 하나씩 있는 거지?’
혀를 찬 레오가 소환진을 만들어냈다.
“일단 돌아가.”
“네? 하지만 루메른 내부가 위기에 빠진 건.”
“저걸 대충 처리했으니 큰 위기는 없을 거야, 그리고…… 만나야 할 녀석이 있거든. 명령이야. 잔말 말고 들어.”
레오의 말에 머뭇거리던 아티가 마지막 말에 ‘허윽!’ 하고 심장을 부여잡더니 소환진을 타고 돌아갔다.
혼자 남게 된 레오가 대서고를 떠났다.
***
“도망갔군.”
영웅의 탑 1층에 착지한 칼리안이 덤덤히 말했다.
칼리안을 저지하던 실라투나의 조각은 찰나의 싸움 이후 그대로 도주했다.
말 그대로 그 짧은 순간 칼리안을 저지하기 위해 정체를 드러낸 것이다.
‘대체 노리는 게 뭐지?’
눈을 가늘게 뜨던 칼리안이 고개를 들었다.
번쩍-!
황금색 빛이 번쩍인다는 걸 인지함과 동시에 그의 발로 하나의 검이 날아와 꽂혔다.
콱-!
검을 본 칼리안의 눈이 크게 뜨였다.
‘클레시스?’
젊은 시절부터 휘둘러 온 애검.
처음 손에 들어왔을 때부터 낡아 빠진 검이었다.
하지만 절대 부러지지 않았으며 거대한 마나를 품은 강력한 검이었다.
그런 애검이 지금 마치 새것 같은 모습으로 눈앞에 있다.
일평생 주인이었던 칼리언으로서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놀라던 칼리언이 손을 뻗었다.
콰가가각-!
검이 마법이 풀린 듯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다.
검에 남아 있는 마나의 잔향을 파악한 칼리언의 눈이 꿈틀거렸다.
‘레오 플로브?’
이 검을 마지막으로 휘둘렀던 자가 레오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칼리언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휘이익-! 콰앙-!
무언가 날아와 칼리언 앞에 처박혔다.
그걸 본 검성은 오러로 먼지를 날려 보냈다.
그리고 눈이 꿈틀거렸다.
“키고르스?”
“검성……!”
키고르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그대가 왜 살아 있는 건가?”
“크윽!”
칼리언의 물음에 키고르스가 다급히 물러서려 했다.
아무리 늙었어도 검성은 검성!
지금 자신의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
‘거의 성공했었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고오오오오오-!
검성의 오러가 꿈틀거렸다.
“그대를 살려 보낼 생각은 없네.”
무미건조하게 검성이 검을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화악-!
순간 공기가 갈라지는 듯했다.
칼리언과 키고르스 사이의 몇 발자국 되지 않는 걸음.
그 사이 일직선으로 공기가 갈라졌다.
키고르스의 눈이 부릅떠졌다.
순간 시야가 어긋나는 게 느껴졌다.
부활을 꿈꾸던 군단장은 생각했다.
‘끝이다.’
이리도 허망하게.
부활의 기회가 사라진 것이다.
푸확-!
피가 튀었다.
어긋난 시야가 하늘로 향했다.
갈라진 하늘이 보였다.
마치 구름이 베인 듯 갈라져 있었다.
‘더욱 괴물이 됐군, 검성.’
***
“타이밍은 완벽하다고 생각했는데.”
터벅- 터벅-
갑작스러운 마족의 침공에 소란스러워진 루메른을 뒤로하고 실라투나가 투덜거렸다.
나름 완벽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했다.
‘헬 카이저처럼 모든 사항을 완벽하게 예상하고 계획을 짜야 하는 건가?’
하지만 그런 건 성미에 맞지 않았다.
실라투나는 음모를 꾸미는 것 보다 눈앞의 모든 것을 쳐부수는 게 직성에 맞는 군단장이었다.
“이걸로 저주왕은 완전히 끝이군. 루메른에 공들인 것도 끝이고 말이야.”
이번 작전을 위해 루메른 내에 있던 모든 체스말을 이용했다.
더 이상 루메른 내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불가능했다.
“아쉽네.”
입맛을 다시던 실라투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성과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검성은 확실히 약해지고 있어.’
현재 가장 위협적인 영웅의 최후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 사실을 안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다.
‘일단 본체에게 돌아가 정보를 건네야…….’
“어디가?”
“……!”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실라투나가 눈을 가늘게 뜨고 고개를 돌렸다.
“흐응? 젖비린내 나는 애송이가 왔네.”
조소를 내뱉는 실라투나를 보며 피식 웃은 레오가 말했다.
“오랜만이야. 실라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