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73)
173
강력한 학생회장 후보가 추천한 또 다른 학생회장 후보.
원래라면 상당히 유력한 후보로 급부상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근데 아무리 그래도 1학년은 아니지.’
학생회장은 루메른 최고의 학생만이 될 수 있는 자리다.
레오가 올해 루메른 전체를 통틀어 최고로 주목받는 학생인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 해도 아직 1학년.
당장 5학년들이 졸업한다 해도 위로 세 기수나 더 있다.
현실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문제는 레오를 추천한 사람이 다름 아닌 엘레나라는 것이다.
루메른의 이사장 대리이자 학교의 여왕이라 불리는 독불장군.
3학년 전체를 장악한 건 물론이고 4학년들에게조차 어마어마한 영향력을 끼치는 엘레나가 진지하게 나온다면.
‘일이 귀찮아질 것 같은데.’
물론 레오를 학년 대표로 민다면 엘레나도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게 분명했다.
당장 4학년들이 노발대발할 것이며 3학년 중에서도 반발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더해 2학년까지.
학교 전체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게 분명했다.
“이 사실을 아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일단 나와 너, 그리고 엘레나. 당사자인 세 사람뿐이야.”
리스의 말에 레오가 측은한 시선을 보냈다.
“말년에 안 되셨네요.”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 레오를 보며 리스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는 태도에 리스가 말했다.
“학생회장 자리에 관심이 없나 보군.”
“1학년이잖아요. 쟁쟁한 선배들이 많은데 제가 되기에는 조금 그렇지 않나요?”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사실 고학년이 된다 해도 딱히 학생회장 자리에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귀찮을 것 같거든.’
학교생활에는 충실할 생각이지만 굳이 귀찮은 일까지 떠안을 생각은 없었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엘레나의 제안이 허무맹랑한 한편으로는 상당히 혹하는 제안이기도 해.”
레오의 말을 듣고 피식 웃은 리스가 말했다.
“사촌동생인 네가 학생회장. 그것도 전대미문의 1학년 학생회장이 된다면 제르딩거의 후계자인 내 입장에서는 굉장히 좋은 일이거든.”
지금도 제르딩거의 명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만약 레오가 1학년 때부터 학생회장이 되어 5학년까지 장기 집권하는 전대미문의 졸업생이 된다면.
제르딩거는 더더욱 대단한 가문으로 발돋움할 수도 있다.
“게다가. 넌 어떤 의미에서는 나보다 학생회장에 어울리는 그릇이라고 생각하거든.”
“제가요?”
“그래. 영웅은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지.”
리스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하지만 영웅을 이끄는 자는 매우 보기 드물어. 넌 그러한 자질이 나보다도 훨씬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레오.”
레오가 볼을 긁적였다.
‘그야 뭐, 리시나스에게 배웠으니까.’
세계를 구원으로 인도했던 토벌대의 리더.
레오 역시 그러한 리시나스의 영향을 받았다.
“아무튼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말아줘.”
리스가 빙긋 웃었다.
“어떤 일이든 간에 불가능은 없는 법 아니겠어?”
***
그날 방과 후.
책상을 정리한 레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레오를 보며 칼이 손을 흔들었다.
“레오! 우리 중간고사를 대비해서 지금부터 대서고에 공부하러 갈 건데 같이 가자!”
칼의 주변에는 친한 이들이 모여 있었다.
거기에는 반 최고의 우등생인 첼시와 넬라도 포함되어 있었다.
“미안. 방과 후에 조금 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그래? 그거 아쉽네.”
칼이 입맛을 다셨다.
“레오, 그럼 볼일 끝나고 계속 대서고에 있을 테니까 시간 나면 와.”
넬라가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클래스 메이트들이 떠난 후 레오는 혼자 3학년 교실동으로 향했다.
보통 어지간히 간 큰 1학년이 아니라면 학년이 두 학년이나 위인 3학년 교실동에 거의 가지 않는다.
1학년들은 기본적으로 고학년들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대범하게 3학년 교실동으로 들어온 레오는 단연 눈에 뜨이는 존재였다.
특히나 1, 2학년과 달리 3학년 부터는 수업시간이 1교시 늘어나기 때문에 3학년들은 아직 수업 중이었다.
‘엘레나가 4반이었던가.’
교실동 1층에 들어선 레오가 4반 앞으로 갔다.
10반까지 있는 1학년과 달리 3학년은 5반까지 밖에 없었다.
최소한 절반 이상이 1, 2학년 학과 과정에서 떨어졌다는 걸 의미했다.
‘이걸 보면 우리 반 애들이 대단하기는 해.’
아직 단 한 명도 자퇴자가 없는 두 개의 반 중 하나다.
입학 당시 반 전체 평균 성적이 꼴찌였다는 걸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었다.
레오는 4반 교실 앞에 앉았다.
안에서는 수업이 진행 중인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후.
딩-동-댕-동-
교실동 전체에 수업의 끝을 알리는 종소리가 울렸다.
드르륵! 덜컹-! 덜컹-!
반 안에서 책상 소리가 들려왔다.
교실 문이 열리고 교수들이 나왔다.
3학년 교수들은 복도에 있는 레오를 발견하고는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1학년이 3학년 교실동에?’
‘레오 플로브. 과연 남다르군.’
교수들조차도 1학년 대표의 용기에 감탄하는 가운데 우르르-! 3학년들이 교실을 빠져나왔다.
그러다가 교실 앞 의자에 앉아 있는 레오를 발견하고는 멈칫했다.
“잠깐, 얘 1학년 대표 레오 플로브 아니야?”
“진짜?”
“어디! 어디!”
4반 여학생들이 레오 주변으로 몰려들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들.”
자리에서 일어난 레오가 인사하자 서로 얼굴을 바라보던 여학생들이 ‘꺅!’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귀여워! 풋풋해! 전에도 생각했지만 미소년이잖아!”
“얘 눈동자 빨간 것 좀 봐! 진짜 예쁘다! 루비 같아!”
“그러고 보니 학생회장님 사촌동생이라고 했지?”
옹기종기 모인 여학생들이 레오에게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그 반응이 사뭇 2학년들과는 달랐다.
2학년 대부분은 레오를 탐탁잖게 여겼지만 3학년은 달랐다.
그저 1학년 후배가 귀엽다는 반응이었다.
여학생들 외에도 남학생들도 신기하다는 듯 레오를 보았다.
아무래도 그들 역시 당당하게 3학년 교실동으로 쳐들어온 레오가 신기한 모양이었다.
“레오. 누나라고 한번 해봐. 누나.”
“그건 좀.”
“어머? 얘 단호한 것 좀 봐!”
“근데 이렇게 단호하니 뭔가 좀 멋있기도?”
“너 연하 취향이었어?”
까르르 웃으며 레오를 놀리던 여학생들이 이내 물었다.
“그래서, 1학년이 3학년 교실까지는 무슨 일로 왔니?”
“엘레나 선배를 만나러 왔는데요.”
그 말에 여학생들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관심을 지켜보던 다른 3학년들도 분위기가 바뀌었다.
“엘레나를 만나러 왔다고? 왜?”
그때 4반에서 나온 남학생 한 명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잠시 볼 일이 있어서요.”
“엘레나는 1학년 따위가 볼일이 있다고 보고 싶을 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거든? 네가 뭔데? 올 클래스에다가 1학년 대표면 뭐라도 되는 줄 아나 봐?”
‘이런 반응을 예상하긴 했지만 조금 심한 것 같은데?’
엘레나가 유망한 후배들을 세력으로 끌어들이는 건 유명한 이야기다.
1학년 중에서도 엘레나가 이끄는 공략대 파티인 블루 문에 들어가는 걸 원하는 학생이 매우 많다.
그리고 레오는 엘레나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왔던 학생이다.
‘새삼 이 정도로 적대감을…… 아, 그렇네.’
일전에 있었던 임무 실습.
거기에 원래라면 엘레나는 파티원들과 던전 공략 일정을 수행했어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모든 걸 무시하고 레오가 있는 쪽으로 와 버렸다.
‘여왕의 추종자들은 질투심이 강하거든요.’
일전에 2학년 대표 릴이 했던 말을 떠올리며 레오가 가볍게 한숨을 쉬었다.
그런 와중에 블루 문 파티로 보이는 이들이 노골적으로 레오를 노려보았다.
거기에는 남녀 가리지 않았다.
그때였다.
“레오 도련님?”
복도를 걸어가던 어떤 여학생이 레오를 발견하고는 말을 걸었다.
레오는 자신을 도련님이라고 칭한 이를 보았다.
‘니엘 로다. 셀리아의 호위 기사라고 했었지?’
학교에서는 1학년과 3학년 사이인 만큼 잘 보지 못하는 사이지만 어릴 때부터 셀리아와 절친하게 지낸 제르딩거 가문의 사람이었다.
니엘은 기사로서의 예를 레오에게 갖추었다.
“전 제르딩거는 아닌데요.”
“그래도 리스 도련님과 셀리아 아가씨의 사촌 동생분이잖아요. 예의를 차려야죠. 그나저나 레오 도련님은 3학년 교실동까지 웬일이세요?”
“엘레나 선배를 만나 뵈러 왔는데요.”
그 물음에 니엘이 검지를 입에 대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엘레나는 오전에는 수업을 들었지만, 오후에는 재미없다고 동아리실로 가버렸을걸요?”
“그래요?”
“네. 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니엘이 빙긋 웃더니 블루 문 학생들을 노려보았다.
그녀 역시 3학년인 만큼 블루 문 소속의 학생들이 레오에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짐작했다.
니엘의 시선에 블루 문 소속 3학년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엘레나는 현재 3학년 전체를 장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학년 뿐만 아니라 2학년, 심지어 대다수가 엘레나를 못마땅하게 여기는 4학년 중에서도 추종자를 상당수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3학년이 엘레나를 따르는 건 아니다.
그중에는 중립을 지키는 학생들도 있다.
니엘은 그러한 학생 중 대표적인 인물이었다.
거기다 실력은 3학년 기사학과 학생 중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실력자.
어중간한 실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있는 학생이 아니었다.
니엘이 레오를 데리고 교실동을 벗어나자 몇몇 이들이 이를 갈았다.
“크윽! 건방진 자식!”
“좀 잘 나간다고 눈에 뵈는 게 없군!”
블루문 소속의 학생들이 이를 갈았다.
그 모습을 본 주변 학생들이 혀를 찼다.
‘저런다고 엘레나가 자기들에게 신경 써줄 것도 아닌데 저렇게 열 낼 필요가 있나?’
‘꼭 실력도 어중간한 녀석들이 저런다니까.’
몇몇 3학년들은 한심하다는 얼굴로 들을 바라보았다.
***
레오는 니엘을 따라 동아리동으로 향했다.
“4학년 교실동을 지나가는 게 지름길이랍니다.”
학기 초 이후에는 거의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니엘은 사근사근 웃으며 레오에게 동아리 설명해주었다.
“저는 미술부예요. 레오 도련님도 알겠지만 셀리아 아가씨도 미술부죠. 레오 도련님은 그림에 관심 없으신가요? 다재다능한 레오 도련님이라면 그림도 잘 그리실 것 같은데.”
셀리아의 취미는 귀족가 아가씨답게 그림이었다.
게다가 손재주가 좋아 실력도 수준급이었다.
“아뇨. 딱히 그림에는 재주가 없어요.”
“조각이라던가 다른 예술 활동은요?”
“…….”
예술 활동이라는 말에 레오는 자연스럽게 과거를 떠올렸다.
‘카일. 자네는 말일세. 내가 보기에 예술에 버림받은 자일세. 아니 버림받다 못해 저주받고 증오를 사고 있는 게 분명해. 지금 이걸 그림이라고 그린 건가?’
드웨노는 몹시 한심하다 못해 측은한 시선으로 루나가 들고 있는 카일의 그림을 가리켰다.
루나 곁에서 같이 보고 있던 아르온이 어색하게 웃었다.
‘조, 조금은 닮은 것 같기도…….’
‘죽을래?’
‘미, 미안.’
‘루나보다는 잘 그린 것 같은데.’
카일이 짜증스럽게 항의하자 드웨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마법과 고운 자태 외에는 장점이 없는 저 괴팍한 엘프보다야 자네가 개미 눈물만큼은 낫지. 하지만 저 괴팍한 엘프의 고운 자태는 그 자체만으로 예술일세. 그러니 예술에 저주받은 건 아니지.’
‘이 빌어먹을 변태 영감탱이가!’
루나가 지팡이를 이용해 두꺼운 드웨노의 목을 마구 졸랐다.
물론 드웨노는 평소처럼 눈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보게나! 이런 폭력적인 행동에도 빛을 잃지 않는 이 아름다움을!’
‘내 성격이 어때서!’
‘어쨌든 카일. 자네는 예술에 취미를 두는 건 포기하게. 자네가 예술에 취미를 두는 건 예술에 대한 모독일세.’
자신의 머리를 잘근잘근 씹는 루나를 무시하고 드웨노가 그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말했다.
“친구가 저 보고 그쪽으로는 취미를 두지 말라더군요.”
“저런.”
니엘이 안타깝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후. 선머슴 같은 제르딩거의 앞잡이가 여긴 웬일이지?”
“아앙? 비실거리는 르왈린의 앞잡이인 네놈이야말로 왜 시비질이야?”
언제 친절한 미소를 지었냐는 듯 험악한 분위기를 내뿜는 니엘을 보며 레오가 말을 걸어온 남자를 보았다.
가슴의 뱃지를 보니 그는 무려 4학년이었다.
하지만 선배임에도 니엘은 전혀 꿀리지 않았다.
이름표에는 마첼 루지아라고 쓰여 있었다.
‘잠깐, 마첼 루지아라면 르왈린 가문의 가신 가문 아닌가?’
제르딩거로 친다면 로다 가문과 같은 곳이었다.
일전에 첼시가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사이가 나쁠 만도 하군.’
당장에 셀리아와 첼시만 해도 상당한 앙숙이다.
게다가 셀리아와 아바드는 투덕거리거나 서로 으르렁대지는 않지만 꺾어야 할 라이벌로서 경쟁 중이다.
당연히 가신 가문도 사이가 나쁠 수밖에 없었다.
“이번 중간고사에서 셀리아 아가씨가 아바드 르왈린 보다 뛰어나다는 게 증명될 거야! 대련 평가가 있으니까!”
“호오, 웬일로 마음이 맞군.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말이야. 물론 아바드 도련님이 셀리아 제르딩거를 꺾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3, 4학년들은 자신의 주군을 자랑하기 바빴다.
“솔직히 말이야! 셀리아 아가씨가 훨씬 대단하지! 인기도 많아! 마음만 먹으면 팜므파탈이라고! 팜므파탈! 눈길만 줘도 남학생들을 홀릴걸?”
“훗. 우리 아바드 도련님이야말로 마음만 먹으면 카사노바지! 그 젠틀함에 넘어오지 않을 여학생은 없을 거다!”
“난 버터 같던데?”
“흥! 그쪽이야말로 선머슴이 아닌가!”
으르렁- 거리는 두 사람.
그 덕에 수업을 마치고 나오던 4학년들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모였다.
“쟤들 또 저러네.”
“후배들 보는데 쪽팔리지도 않나?”
“솔직히 난 셀리아랑 아바드 불러와서 쟤들이 저러는 거 보여주고 싶어.”
“그거 재미있을 것 같은데?”
“야! 누가 이기나 내기할래?”
교실동을 나서던 4학년들이 그 모습을 보고는 킬킬거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일상인 모양이다.
두 팔불출 선배의 신경전을 바라보던 레오가 물었다.
“언제 끝나나요?”
“아차!”
레오의 존재를 떠올린 니엘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죄송해요. 도련님. 이 재수 없는 녀석이 시비를 걸어서.”
니엘이 빙긋 웃으며 레오 곁에 섰다.
“가실까요?”
“잠깐.”
마첼이 앞을 가로막았다.
니엘이 인상을 쓰며 마첼을 바라보았지만, 그는 그 눈길을 싹 무시하고 레오를 보았다.
마법사치고는 상당히 큰 키였기에 그는 레오를 내려다보는 상황이었다.
‘내 외가가 제르딩거라 마음에 안 드는 건가?’
“마첼 루지아라고 합니다. 레오 도련님. 첼시 아가씨가 언제나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레오의 생각이 무색하게 마첼은 몹시 정중하게 레오에게 자신을 소개했다.
“제 외가는 제르딩거인데요.”
“개의치 않습니다. 레오 도련님은 첼시 아가씨의 절친한 친구이시니까요.”
빙긋- 니엘을 대할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온화한 미소를 짓는 마첼.
“언제 한 번 르왈린을 방문하시죠. 가주님께서도 레오 도련님을 뵙기를 기대하고 있…….”
“야! 지금 누구한테 수작질이야! 꺼져! 훠히! 훠히! 레오 도련님! 가시죠!”
니엘이 험악한 표정을 지으며 두 사람 사이를 방해했다.
“이 무식한 제르딩거의 앞잡이가!”
“음험한 르왈린의 앞잡이보다는 훨씬 낫거든!”
다시 싸우기 시작한 두 사람을 말없이 바라보던 레오는 주변에서 구경하고 있는 4학년들에게 다가갔다.
4학년들은 레오가 다가오자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비긴다에 한 표 걸겠습니다.”
빨리 가기는 글렀다고 판단한 레오는 그냥 이 상황을 즐기기로 했다.
“미안한데 후배군. 그런 선택지는 없어.”
“아쉽네요. 그럼 니엘 선배가 이긴다에 걸게요.”
“오오! 이리 와라! 레오 플로브!”
니엘 파에 건 4학년들이 열렬하게 레오를 환영했다.
“결투다!”
“결투다!”
결국 니엘과 마첼은 결투까지 하게 되었다.
***
“……니엘, 얼굴이 왜 그래?”
“그런 일이 있어.”
니엘은 손수건을 포션 병에 적셔 뚱한 얼굴로 상처를 치료했다.
마첼과의 승부는 무승부였다.
무려 4학년을 상대로 무승부를 이뤘다는 건 대단한 일이지만 사실 학년만 다를 뿐 니엘과 마첼은 어릴 때부터 실력이 비등했다.
엘레나는 그런 동급생을 보며 피식 웃더니 눈을 빛내며 레오를 보았다.
“그나저나 레오군이 날 찾아오다니 의외네.”
“학생회장님께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어서요.”
“어머나.”
엘레나가 입을 가리고 탄성을 내질렀다.
그러더니 빙긋 웃었다.
“잠시 둘이서 이야기할까 하는데요.”
그 말에 같은 방에 있던 학생들이 미간을 좁혔다.
“학생회장 관련된 이야기면 중요한 이야기일 텐데. 우리도 듣는 게 좋지 않겠어?”
“맞아.”
그 말에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세 번 말하게는 하지마세요.”
그 말에 블루 문 학생들이 움찔하더니 방을 나섰다.
나가면서 레오를 노려보거나 하지는 않았다.
섣부르게 감정적으로 행동해서 엘레나의 심기를 거스를 바보는 여기에 없었다.
니엘도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순순히 방을 나섰다.
방 안에 두 사람만 남게 되자 엘레나가 편한 얼굴로 기지개를 끙-차 켰다.
“학생회장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 레오군에게 해줄 말이 있어.”
“뭐죠?”
“금서고에 관한 거야.”
엘레나가 빙긋 웃었다.
“네가 금서고에 들어갈 수 있도록 허락이 떨어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