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77)
177
“말도 안 돼! 우리가 5학년 선배님들을 어떻게 이겨?”
“세드젠 교수님! ‘한계를 넘어서라!’ 가 우리 학교 교훈이라지만 이건 너무 심한 것 같아요!”
1학년들이 머리를 부여잡고 비명을 내질렀다.
대부분의 1학년은 2학년들과도 제대로 눈도 못 마주치는 게 현실이다.
그런데 느닷없이 시험에서 하늘 같은 5학년들과 시험이라니?
1학년들 입장에서는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언제나 자신감 넘치던 셀리아, 듀란, 엘리자 같은 학생들 조차도 몹시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1학년들을 보며 세드젠이 말했다.
“너희에게 이기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예?”
“아까도 말했지만, 중간고사는 상대 평가로 이루어진다.”
세드젠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5학년들이 부담스럽긴 하겠지만 너희의 최선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히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세드젠의 말을 들은 1학년들이 침착함을 되찾았다.
5학년이 상대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긴 했지만, 확실히 세드젠의 말대로였다.
“그, 그래. 겁먹을 필요 없어.”
“5학년 선배님들을 상대로 우리는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야.”
“뭐랄까…… 역시 세드젠 교수님은 학생들을 배려해주시는 분 같아.”
“맞아. 한결 마음이 편해졌어.”
다시 한번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돌아간 1학년들을 보며 빙긋 웃은 세드젠은 5학년들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47명의 5학년들을 향해 가차 없이 말했다.
“박살 내도록.”
“예.”
“간만에 몸 좀 풀어볼까?”
5학년들이 웃으면서 몸을 풀기 시작했다.
1학년들에게 돌아온 세드젠이 말했다.
“아까도 말했지만 2학기 중간고사 실기 시험은 상대 평가다. 거기에 더해 특별한 조건을 붙이도록 하겠다.”
1학년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5학년의 숫자는 1명으로 제한한다.”
바스테라는 기본적으로 8명에서 하는 스포츠다.
그만큼 체력 소모가 엄청난 경기였다.
하지만 8:1이 되었다고 해서 안심하는 학생들은 없었다.
오히려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면 진짜 가차 없이 나오겠다는 거잖아?’
‘으음! 5학년이라……!’
루메른의 입학생은 500명.
그중 5년 동안 추리고 추려진 47명의 졸업반 학생들.
5년 동안 약 90%에 달하는 학생들이 학교를 떠난 것이다.
이들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영웅 후보생.
누가 영웅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사람들이다.
5학년 입장에서 1학년 여덟 명을 상대하는 건 딱히 핸디캡도 아닐 게 분명했다.
“그리고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만족스러운 기량을 발휘할 때까지 몇 번이고 새로운 팀을 짜서 도전해도 된다.”
그 말에 1학년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마법학과 학생 한 명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저…… 교수님. 그렇게 되면 저희가 5학년 선배들의 시간을 너무 빼앗게 되는 거 아닌가요? 5학년 선배들은 다들 바쁘시잖아요.”
1학기 동안 2, 3, 4학년들은 제법 자주 봤지만 5학년들을 거의 보지 못했다.
5학년 모두가 학교 수업과 외부 임무 등으로 인해 매우 바쁜 나날을 보냈기 때문이다.
그런 5학년들이 자신들을 위해 시간을 투자하다니.
몸둘 바를 모르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래도 되나 싶었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어차피 지금 졸업반은 한가하니까. 궁금한 점이 있나?”
질문을 하는 학생은 없었다.
“좋다. 그러면 팀을 짜도록.”
1학년들이 최적의 팀원 상대를 찾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1학년들은 역시 풋풋해서 좋네.”
손바닥을 펼쳐 양 눈썹 위에 댄 채 까치발을 든 토루아가 1학년들의 모습을 관찰하며 중얼거렸다.
“그러게. 이제는 누군가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싱그러움이 있지.”
“그러게. 징그럽게 덩치만 잔뜩 커져서 이제 아저씨라 불려도 손색없는 기사학과의 근육 바보가 의외로 주제 파악을 잘하네.”
“네 이야기 하는 거다. 이 아줌마야.”
토루아와 자무아가 서로를 바라보며 환하게 웃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울타가 말했다.
“너희. 이제 졸업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싸우는 건 그만둬. 얼마 남지 않은 학창시절이잖아?”
울타는 양팔을 활짝 벌리며 말했다.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이 소중한 나날을 지켜가야 하지 않겠는가?”
“웩. 듣기만 해도 속이 니글거리는데.”
“동감이다.”
토루아와 자무아가 동시에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 가운데 리스는 혼자 고민에 빠져 있었다.
‘레오를 학생회장 후보로 발표하는 게 정말 옳은 길일까?’
리스로서는 레오의 학생회장 후보 추천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을 느끼고 있었다.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레오가 학생회장이 되는 것이 리스도 만족스럽다.
‘하지만 레오가 그 짐을 감당할 수 있을까?’
1학년이 학생회장 후보가 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압박감에 시달릴 것이다.
‘만에 하나 학생회장이 된다면 엄청난 부담이되겠지. 하지만 학생회장이 안돼도 학교생활이 꼬이는 건 마찬가지야.’
선배들 눈 밖에 난 하급생의 학교생활이 순탄할 리는 없었다.
그건 레오의 외가가 제르딩거라도 마찬가지다.
학생 간의 일을 가문의 일로 발전시키는 것도 좋은 일은 아니다.
‘만약 내가 학교에 남아 있었다면 어떻게 중재라도 할 수 있겠지만…… 나는 올해 졸업반이다.’
리스로서는 학교를 떠난 후 사촌 동생이 걱정될 수밖에 없다.
그런 리스에게 울타가 다가왔다.
“리스, 무슨 고민을 하고 있지?”
“울타.”
리스는 자신에게 다가온 울타를 보며 피식 웃었다.
“별일 아니야.”
그 말에 울타는 한숨을 쉬었다.
“리스. 너는 1학년 때와 달라진 게 없군.”
“그런가?”
“그래. 특히 고민이 있을 때 혼자 마음속에 담아두는 점이 말이야.”
울타는 팔짱을 꼈다.
“리스. 나와 너는 5년간 경쟁해 온 라이벌이기 이전에 속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된다만?”
“친구라. 확실히 그렇군.”
리스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5년 동안 자신과 학년 대표 자리를 두고 치열하게 경쟁해 온 이에게 이번 일에 관한 걸 털어놓았다.
리스의 말을 듣던 울타가 턱을 쓰다듬었다.
“흠. 복잡한 문제로군.”
“그치.”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아닌가?”
울타는 빙긋 웃었다.
“레오가 학생회장을 할 만한 그릇이란 걸 증명하기만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긴 한데. 레오는 아직 1학년이야.”
리스가 한숨을 쉬었다.
“학생회장을 맡기에는 아직 부족해.”
“그건 누가 정한 거지?”
“뭐?”
울타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 리스를 보며 말했다.
“1학년이 학생회장을 맡기 부족하다는 건 누가 정했다고 물었다, 리스여.”
울타는 빙긋 웃었다.
“리스, 너는 우리가 5년 동안 지겹도록 들어왔던 교훈을 잊은 모양이군.”
울타가 양팔을 벌렸다.
“한계를 넘어서라. 우리는 몇 번이고 한계를 넘어왔다. 불가능이라 여겼던 걸 가능으로 만들어 왔지.”
언제나 사랑 타령을 하며 이상한 말을 하는 그였지만.
지금만큼은 진지했다.
“리스. 네 사촌동생은 지금도 충분한 학생회장의 그릇이다.”
울타의 말에 리스는 놀랐다.
‘울타가 이렇게까지 레오를 평가하고 있었다니.’
울타 레그디션.
명실상부 현 루메른 최강의 소환사 중 한 사람.
살짝 이상하다고 평가받긴 했어도 절대 허언은 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했다.
리스 역시 친우의 성향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지금은 시기도 좋지 않지. 외부와 내부에서 루메른을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아니 세계 전체의 평화에 균열이 가고 있지.”
울타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이럴 때 학교를 이끌 확고한 리더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리더가 레오라는 말이야?”
“그래.”
울타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러니 리스. 오늘 똑똑히 지켜보는 게 좋을 거야.”
울타가 우아하게 팔짱을 꼈다.
“오늘. 레오의 진가를 보게 될 테니까.”
***
실기 시험이 시작되었다.
팀을 짠 1학년들은 용기를 내어 호기롭게 5학년에게 도전했다.
“호잇.”
퍽-!
“커헉!”
칼이 5학년 기사학과 여학생이 던진 공에 복부를 가격당하고 튕겨 나갔다.
“점수는 우리가 앞선다고! 버텨! 버티면 어떻게 될 거야!”
일리아나가 다급히 소리쳤다.
“뭐. 점수는 당연히 너희가 앞서겠지. 난 딱히 수비나 공격에 관심이 없었으니까.”
그녀는 빙긋- 친절한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1학년 제군들. 명심해 둬. 바스테라는 ‘상대를 전멸’ 시키면 이기는 게임이기도 해. 내 눈을 교란시킨다는 작전은 나쁘지 않았어.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문제를 대비하는 능력이 아쉽네.”
레오와 첼시가 제외된 5반의 에이스들로 이루어진 팀이 경기 시작 3분 만에 패배했다.
그걸 본 다른 학생들이 충격을 받았다.
넬라, 일리아나, 테이드를 필두로 서포터 성향이 강한 칼과 그들을 뒷받침하는 5반 조합은 누가 봐도 밸런스가 좋고 흠이 없었다.
그런데 그 팀이 너무도 간단하게 전멸하다니.
모두가 식은땀을 흘리는 가운데 다른 곳에서도 비명이 터져 나왔다.
5학년과 1학년 바스테라 팀이 많은 만큼 경기는 여러 군데서 동시에 진행되었다.
세드젠은 허공에 뜬 상태에서 1학년들의 점수를 채점하고 있었다.
‘팀 워크는 나쁘지 않군. 하지만 디테일은 조금 아쉽군.’
딸칵-
펜을 누르고 종이에 휘리릭- 평가를 썼다.
언뜻 보기에는 대충 평가하는 것 같아 보였지만, 괜히 세드젠이 루메른 최고의 교수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연병장을 누리며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는 경기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았다.
학생들의 잘한 점. 못한 점을 체크 해나가며 완벽하게 채점을 했다.
세드젠의 말에 의해 5학년들은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았다.
여러 번 도전 할 수 있다는 말에 살짝 안일한 마음을 가졌던 1학년들은 격이 다른 5학년들을 보며 바짝 긴장했다.
‘리스와 울타는 아직 나서지 않고 있군.’
세드젠은 경기에 참여하지 않고 상황을 관전하는 둘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둘을 제외하고 가장 눈에 뜨이는 건 역시 토루아와 자무아였다.
토루아는 턱을 괴고 가볍게 손을 휘둘렀다.
콱-!
“커억?”
“주, 중력 마법?”
“응. 그런데 당하고 맞추면 대응이 늦어.”
경기 시작 5초 만에 상대 전원을 대응 불가로 만들어 버린 토루아가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어디 맷집이 얼마나 대단한지 볼까?”
“네? 맷집이라…… 케헥!”
자무아가 던진 공에 맞고 학생 한 명이 튕겨 나갔다.
“쯧. 체력 단련을 열심히 안 하는군. 오러도 담지 않은 공에 나가떨어지다니.”
“저, 저는 마법사인데요. 게다가 실드까지 쳤는데……!”
“훗. 압도적인 물리력은 마법을 능가할 때가 있다. 알아두도록.”
“그, 그런.”
오러도 쓰지 않고 단순하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자무아.
1학년들을 전멸시킨 자무아가 입맛을 다셨다.
“이거, 이거.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실망인걸. 너희 기수 최고라 불리는 거 아니었냐?”
자무아가 1학년들을 도발했다.
하지만 1학년들은 반박을 하지 못했다.
오러도 사용하지 않는 자에게 허무하게 전멸당하는 상황에서 반박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이크. 너무 기를 죽였나?’
자무아가 볼을 긁적일 때였다.
“이제부터는 기대하셔도 좋아요.”
척-!
누군가 자무아 앞에 섰다.
공을 옆구리에 낀 셀리아가 자무아를 보며 빙긋 웃었다.
“지금부터는 조금 다를 거니까요.”
“호오, 셀리아.”
자무아는 셀리아 이외의 학생들을 보며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첸 시아, 듀란, 하울.’
눈여겨보던 기사학과 후배들이 모두 나왔다.
다만 살짝 아쉬운 건 레오가 없다는 점이었다.
‘그 녀석은 어디에 있지?’
고개를 돌리던 자무아는 옆 경기장에 서 있는 레오를 발견했다.
그곳에는 레오를 필두로 클로에, 첼시, 아바드가 서 있었다.
“쳇. 레오 플로브 녀석. 마법학과에 붙다니.”
“배신이에요.”
듀란이 혀를 찼고 첸 시아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 배신이군.”
자무아도 혀를 찼다.
한편, 토루아는 레오를 보고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음! 음! 레오군. 드디어 네 길을 잡았구나. 그래. 역시 마법이 최고지.”
“……전 여전히 올 클래스인데요.”
“이런, 레오. 기사 수업과 소환술 수업을 듣다 보니 논리적인 사고를 못하게 된 모양이구나.”
본인이야말로 논리와는 조금도 관계없어 보이는 말을 하는 토루아였지만, 레오는 그런 토루아의 행동에 익숙하게 대처했다.
“뭐, 어쨌든 오늘은 1학년 너희에게 세상이 넓다는 걸 알려주러 와서 말이야.”
눈을 살짝 새침하게 감은 토루아가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딱-!
“흡!”
그와 함께 토루아 앞에 선 1학년들이 몸에서 느껴지는 중력에 휘청거리더니 무릎을 꿇었다.
“얌전히 쓰러지렴.”
마법을 외우고 눈을 뜬 토루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다른 1학년들이 모두 무릎을 꿇거나 바닥에 엎어진 것에 반해 레오는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서 있었다.
‘디스펠? 아닌데. 대체 어떻게 서 있는 거지?’
마법이 발동되고 있음을 느낀 토루아가 눈을 반짝였다.
“무슨 마법을 부린 거니? 혹시 내 마법 술식을 디스펠 한 거야?”
“아니요.”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그냥 힘으로 중력을 버텨내고 있는 것뿐이에요.”
“힘으로?”
“네.”
레오가 빙긋 웃었다.
“압도적인 물리력은 마법을 이길 때가 있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