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92)
192
눈앞에 모습을 드러낸 건 크기가 3m나 되는 거대한 기사였다.
옅은 은회색의 갑옷으로 무장한 바람의 정령은 그 덩치에 걸맞은 도끼와 방패로 무장하고 있었다.
몹시 육중해 보이는 겉모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오도 릴도 알고 있었다.
눈앞의 정령이 외형과 달리 엄청난 속도로 움직일 것이란 걸.
화악-
그런 생각과 동시에 정령은 엄청난 속도로 릴을 향해 쇄도했다.
콰악-!
휘둘러진 도끼가 레오의 검에 가로막혔다.
후웅-!
주변 일대의 흙먼지가 사방으로 흩날릴 정도로 강한 바람이 불었다.
공격을 막은 레오는 강력한 풍압에 몸이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콱-!
레오의 발이 바닥을 파고들었다.
오러를 이용해 바람을 억지로 버틴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검에 힘을 주었다.
화르륵-!
레오의 검에서 오러의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아아-!
휘몰아치는 바람에 의해 순식간에 불꽃의 화력이 치솟았다.
레오가 오러를 조작하자 불꽃이 거대한 바람의 정령을 집어삼켰다.
쿠구구구궁-!
불꽃이 부풀어 오르듯 순식간에 비대해져 갔다.
그걸 본 레오가 검을 휘둘렀다.
바람의 정령은 마치 밧줄에 묶인 것처럼 날아가 땅에 처박혔다.
“훌륭합니다, 레오.”
그 모습을 보며 감탄한 릴이 정령을 소환했다.
화르륵-
그녀가 소환한 건 불의 정령이었다.
릴의 주특기는 바람의 정령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다고 딱히 그녀가 바람의 정령만 부리는데 능통한 건 아니었다.
재앙의 시대 당시에는 다속성의 정령사가 매우 드물다.
하지만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선대 영웅의 힘을 이어받는 지금 시대에는 보기 쉬워졌다.
당장 1학년 중 최강의 정령사라 평가받는 워레든은 사대 원소 정령을 자유자재로 다뤘다.
쿠구구구구구-
바닥에서 땅이 형태를 바꾸어 치솟더니 바람의 정령을 가둬 버렸다.
흙으로 된 돔 가운데에 만들어 둔 작은 구멍.
릴이 그곳으로 소환한 불의 정령을 집어넣었다.
키잉-
순간 릴이 영력을 일으켰다.
‘특성 부여.’
정령에게 없는 특성을 부여하는 정령술.
물론 물에 정령에게 불꽃의 특성을 부여하는 등 너무 궤를 벗어난 특성은 부여할 수 없었지만, 같은 속성의 정령이라도 객체마다 다양한 파생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특성 부여는 그 능력을 일시적으로 부여하는 정령술이었다.
‘지금 부여한 능력은…… 폭발인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
흙의 감옥이 완전하게 밀폐되었다.
그와 함께.
콰앙-!
거대한 폭발과 함께 흙덩어리가 사방에 퍼졌다.
투두두둑-
흙의 비가 내리는 가운데.
강대한 바람의 정령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져 있었다.
‘그렇게 강력한 정령을 사용하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레오가 감탄했다.
릴이 사용한 불과 땅의 정령은 모두 기껏해야 중급 수준.
아무리 정령 간에 연계를 통해 상승효과가 일어났다고 해도 상급 정령인 바람의 정령을 이렇게 쉽게 쓰러트리는 건 놀라운 일이다.
“대단하네요.”
“불꽃은 공기가 있어야 타니까요.”
릴은 별거 아니라는 얼굴로 말했다.
“레오의 불꽃이 불타고 있으니 공간을 밀폐시켜 터트리기만 한 겁니다.”
순식간에 몸체를 유지할 공지가 없어진 바람의 정령은 순식간에 역소환 된 것이다.
‘순간적인 판단 능력과 전투 센스, 그리고 정령을 다루는 능력까지. 왜 엘레나가 아끼는 후배인지 알겠군.’
레오가 감탄하는 사이.
릴이 팔짱을 꼈다.
“그나저나 괘씸하군요! 숨어서 우리를 공격하다니!”
어딘지 모르게 분노한 표정을 지은 릴이 주변을 둘러보았다.
“게다가 여전히 상대는 살기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강경한 목소리로 말한 릴은 영력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언제 어디서든 영웅을 소환할 수 있게 대기를 하고 있었다.
‘엘시.’
‘이 주변 일대를 어떤 대정령이 지배를 하고 있어.’
[그렇군요.]‘대정령이 지배하는 영역에서 대정령의 힘은 어느 정도 되는지 알아?’
[글쎄요. 일단 저는 제 영역을 만든 적은 없어요.]대정령들에게는 공통된 권능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지배.
하위 정령들을 산하에 넣고 부릴 수 있는 능력.
엘시 역시 지배 권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단 한 번도 산하에 정령을 들인 적이 없었다.
어린 정령인데다가 재앙의 시대에 태어났기에 세력을 구축하거나 영역을 만들 겨를이 없었다.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다는 거군. 그렇다면 왜 우리를 적대하는 거지?’
쿠구구구궁-!
그때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땅의 정령들이 소환되기 시작했다.
“윽? 이 정도로 강력한 정령들을 계속 소환할 수 있는 정령사라니?”
릴이 깜짝 놀랐다.
“일단 물러서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그 말에 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쩔 수 없죠.”
판단 역시 빠르게 내린 레오와 릴은 그대로 제로디아 성터를 벗어났다.
잠시 후.
성과 멀찍이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자 더 이상 정령들이 추격하는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귀빈을 모시라는 임무를 받았는데 방해를 받다니. 조금 당혹스럽네요.”
릴의 말에 레오는 생각에 잠겼다.
‘그 귀빈이 대정령인가?’
그렇다면 이상할 건 없다.
루메른 정도의 영향력을 생각한다면 대정령을 학교 내로 초빙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런데 왜 우리를 공격하는 거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살기를 내비치는 걸 본다면 진심이다.
‘하지만 대정령 치고는 공격이 약해.’
마치 레오와 릴이 어느 정도 되는지 시험하는 것만 같았다.
‘의도를 알 수가 없군.’
멀찍이 보이는 제로디아의 성벽을 바라보며 눈을 가늘게 뜨던 레오가 검을 들었다.
휘익- 챙!
날카로운 쇳소리가 울렸다.
레오는 기습적으로 나타나 곡도를 휘두른 남자를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
“호오.”
남자가 감탄사를 터트리는 사이.
콰악-!
거대한 전투 망치가 남자의 몸통을 덮쳤다.
휘릭-!
남자는 재빠르게 점프해서 공격을 피했다.
후웅-!
레오는 자신의 코끝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전투 망치를 아연실색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닿지 않는다는 건 거리와 궤적을 보고 파악했지만 굉장한 컨트롤이다.
기사학과도 아닌데 엄청난 무게의 망치를 순수하게 근력만으로 컨트롤 하는 릴의 모습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릴 선배, 정령 기사는 아니지 않나요?”
“네. 전 오러를 다루지는 못하니까요.”
“그런데 망치 휘두르는 게 예사롭지 않네요.”
“군인 집안이니까요. 어려서부터 전투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습니다.”
그 모습에 레오는 왜 엘레나와 하르크가 그녀를 가리켜 괴수녀라고 부르는지 알 수 있었다.
이 배틀 해머와 정령술이 조합된다면 릴은 전방에서도 활약을 할 수 있게 된다.
‘올라운더군.’
전위, 후위, 서포터.
파티의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정령사인 것이다.
쿵-!
릴은 망치 머리를 바닥에 찍으며 습격한 남자를 노려보았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우리를 습격한 정령사입니까?”
“크아~ 매섭다. 매서워. 요즘 애들은 수준이 높네.”
남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곡도를 거두었다.
그리고 모자를 벗으며 씩 웃었다.
“내가 누구냐고? 이 얼굴을 보면 답이 되었으려나?”
자신만만하게 웃는 남자를 멀뚱멀뚱 바라보던 레오가 물었다.
“누구세요.”
그 말에 남자가 휘청이더니 소리쳤다.
“야! 내 얼굴을 왜 몰라! 신문에도 자주 나오는 유명인인데!”
“전 신문을 세계 소식만 봐서요.”
“너! 2학년 학년 대표! 너는 내 얼굴 알지?!”
그 물음에 눈을 동그랗게 뜨던 릴이 이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죄송합니다. 저도 세계 소식 면만 봐서요.”
“너희들! 영웅 후보생이잖아! 영웅 후보생이면 최근 활약하는 선배의 얼굴 정도는 확인해둬야 하는 거 아니냐? 아니면 뭐야? 학년 대표라서 볼 필요 없다 그거야? 젊음이냐? 앞서간 선배는 뛰어넘을 수 있다는 젊음이냐고? 그래도 오만해! 뛰어넘을 목표 정도는 파악해둬야지!”
답답하다는 듯 가슴을 치는 남자가 소리쳤다.
“내 이름은 진 카론이다!”
“헛! 운디네의 기사?!”
릴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운디네.
현재 물의 대정령인 심해의 정령의 이름이다.
현존하는 대정령 중 가장 강력한 정령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드넓은 바다가 바로 그녀의 영역이었다.
탄생한 지는 1000년.
하지만 그 기간 동안 그 누구와도 계약을 맺지 않은 정령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축복을 내려 준 영웅은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진 카론이었다.
진은 고고한 대정령의 선택을 받은 정령 기사였기에 세상 사람들은 그를 운디네의 기사라고 불렀다.
그리고 그는 루메른의 졸업생 중 한 사람으로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남자였다.
“선배님을 뵙습니다! 루메른 2학년 릴 루체라고 합니다.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위대한 영웅을 뵈어 영광입니다.”
어떤 의미에서 학과 선배라고도 할 수 있는 이의 등장에 릴은 허겁지겁 절도 있게 예를 표했다
“음! 그래. 그래!”
진은 만족한 듯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자, 1학년에 학생회장이 된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 어떠냐? 너도 졸업한 선배인 내 명성 정도는 들어 봤겠지?”
“솔직하게 말해도 될까요?”
“그럼. 솔직하게 말하고 이 아이처럼 나에게 존경을 표해.”
“처음 들어 봤는데요.”
볼을 긁적이는 레오를 보며 진의 얼굴이 우지직 굳었다.
“제가 지금 시대의 영웅분들에 대해서는 잘 몰라서요.”
“아, 아무리 그래도 아인 녀석이 내 이야기는 했을 거 아니야? 우리 기수 중 내가 유일하게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렸는데!”
진과 아인은 동기생이었다.
“한 번도 없었는데요.”
레오는 아인이 자기 동기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한 번도 못 봤다.
레오의 말에 얼굴을 일그러트리던 진이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녀석은 우리 동기 중 가장 먼저 영웅이 될 거라고 평가받던 녀석이었으니까. 내가 먼저 영웅이 되어서 질투하는 걸지도 모르겠군.”
훗- 하고 웃는 진을 보며 레오는 아인을 떠올렸다.
‘……그렇다기보다는 아인 교수 성격상 안중에도 없다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눈앞의 남자가 굉장한 실력자라는 건 알겠다.
하지만 한없이 가벼운 성격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리가 이 사람을 보고 배울 점이 없다고 판단한 건가.’
레오는 조금 측은한 시선을 진에게 보냈다.
한껏 우쭐하던 진이 팔짱을 꼈다.
“어쨌든 너희. 저기에는 왜 간 거야?”
“임무를 받았습니다.”
“1, 2학년이 임무라. 대단한데? 무슨 임무인데.”
“그건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릴이 경계를 늦추지 않으며 말했다.
정체를 밝혔다고 해도 신원이 보장된 건 아니다.
릴의 입장에서 진은 여전히 수상한 인물이었다.
‘거참. 경계심 많은 후배님들이군.’
진은 속으로 중얼거리며 말했다.
“보아하니 제로디아 성터와 관련된 임무지? 그러면 포기하는 걸 추천할게.”
“어째서죠?”
“지금 저 성터에는 대정령이 자리 잡고 있거든.”
그 말에 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은 힐끗- 레오를 보았다.
‘오호? 이것 봐라? 눈치채고 있었다는 건가?’
진이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하긴. 괜히 1학년에 학생회장이 된 게 아니겠지. 피닉스의 계약자이기도 하고.’
날카로운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며 진이 말했다.
“저곳에 자리 잡고있는 정령은 심연의 정령이야.”
그 말에 릴이 움찔 몸을 떨었다.
심연의 정령.
현시대의 어둠 속성의 대정령.
그리고 운디네와 더불어 단 한 명의 계약자도 두지 않는 정령이기도 했다.
“너희도 알겠지만 운디네는 ‘취향’이 까다로운 편이야. 그래서 계약자가 없지만, 심연의 정령은 조금 다르지.”
진이 혀를 찼다.
“놈은 사람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