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93)
193
타닥- 타닥-
그날 밤.
“1학년이 팔자 좋게 2학년 선배랑 야영이라니. 완전 학교생활을 즐기고 있구나? 부럽군.”
진이 투덜거렸다.
그 말에 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게 학교생활을 즐기는 건가요?”
“당연하지. 나 때는 훈련뿐이었거든.”
진이 학창 시절을 떠올리며 몸서리쳤다.
그 모습을 보며 릴이 감탄했다.
“그래서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리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저도 그 점을 본받고 싶어요!”
“명성도 좋고 위업도 좋지만, 학창시절을 좀 즐겨라. 이건 선배로서 조언이야. 좀 꾸미기도 하고. 지금도 예쁜데 꾸미면 더 예쁠거 아니야.”
진의 말에 릴이 눈을 깜박거렸다.
“그런가요? 레오도 그렇게 생각합니까?”
“뭐. 10대는 즐기는 게 좋죠.”
“말이 통하는 후배로군.”
레오의 말을 들은 진이 피식 웃었다.
“그래서,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 이런 곳에는 무슨 일인가요? 현역 영웅이라면 타르타로스와의 전장 최전선에서 활약하거나 던전 공략을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레오의 물음에 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원래는 타르타로스 남부 전선에 있었지.”
루메른 소속의 영웅 길드가 활약하고 있는 타르타로스 남부 전선.
그곳의 총사령관은 다름 아닌 루메른의 이사장이자 제르온 가문의 가주.
인피티니 스펠러라 불리는 알테크 제르온이다.
“그런데 최근 루메른에서 영웅 소집이 있었거든.”
그 말에 레오와 릴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중요한 극비 임무나 던전 공략을 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집에 응하진 않았지만 조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응했을걸?”
‘영웅 소집. 교장이 말한 손님이란 게 영웅들이었군.’
루메른을 포함한 각 영웅 사관 학교가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유.
그중 하나가 바로 영웅 소집이다.
루메른 출신 중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을 소집할 수 있는 절대 권한.
세계에 변혁을 일으키고 세계 정세를 좌지우지한다는 영웅을 부를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권력이라 할 수 있었다.
“루세전 때문이군요.”
“맞아.”
레오의 말에 진이 팔짱을 꼈다.
“이번 루세전은 세이룬에서 치러지잖아? 그렇다 루세전을 치를 학생들과 그들을 인솔할 교직원들까지, 학교로선 빈 학교가 신경쓰일 수 밖에 없어.”
불과 얼마 전 타르타로스의 공격이 있었다.
루메른 측으로는 학교 방비를 허술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영웅 소집.
현역 영웅들을 소집해 학교를 지키게 하는 것이다.
“뭐, 그중에는 세이룬으로 같이 따라가는 영웅들도 있겠지만.”
“세이룬으로요?”
“그래. 이유는 모르겠지만 교장님이 그렇게 말하더군. 이유가 있겠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진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레오는 그 미소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세이룬 역시 루메른과 크게 다를 바가 없으니까.’
레오는 지난 학기의 중간고사를 떠올렸다.
세이룬 2학년 라우타.
그는 사령왕의 명령을 받는 배신자였다.
그런 학생이 라우타 한 명밖에 없는 건 아닐 것이다.
세이룬에서는 학교의 명예 때문에 그 사실을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있다.
그러면서도 은밀하게 배신자들을 색출하고 있다.
‘하지만 쉽지는 않겠지.’
루메른 조차도 타르타로스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 꼬리를 잡을 수 없었다.
타르타로스를 잡아 죽이는데 이골이 난 레오조차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세이룬이 얼마나 내부 첩자들을 잘 추적했는지는 알 수 없다.
‘루세전에서 있을 만약에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거로군.’
물론 두 학교의 전력이 한 곳에 집중된 곳을 습격하는 건 타르타로스 입장에서도 무모하기 짝이 없는 계획일 것이다.
‘하지만 놈이 무슨 계획을 꾸미고 있을지는 알 수 없지.’
레오는 사령왕, 헬 카이저를 떠올리며 미간을 좁혔다.
전율스러운 재앙.
에레보스가 봉인된 지금 세계에서 가장 위협적인 괴물이었다.
“그나저나, 제로디아 성터에 가는 건 포기할 생각이 없는 거야?”
“예. 이번 임무의 대상은 심연의 정령인 것 같으니까요.”
진의 물음에 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임무의 내용은 제로디아 성터에 있는 귀빈을 루메른으로 안내하는 것.
지금 제로디아 성터에 있는 게 심연의 정령이라면 루메른에서 말한 귀빈은 심연의 정령일 게 분명했다.
‘루메른 정도라면 얼마든지 대정령도 손님으로 초대할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이 심연의 정령이 사람을 싫어한다는 점이었다.
초대에 응했다고 해도 언제 마음이 바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릴을 보낸 것이리라.
정령들은 본능적으로 뛰어난 정령사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사람을 싫어하는 심연의 정령을 초대하기에 릴만 한 정령사가 없는 것이다.
릴 역시 그 사실을 깨닫고 임무를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어쨌든 심연의 정령은 만나 봐야겠지요.”
릴의 말에 진이 턱을 괴었다.
“그렇다면 도와주지.”
진의 말을 듣고 릴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너희만으로는 대정령을 상대하기 벅찰 거야. 잘못하다가는 만나지도 못하고 임무를 그만둬야 할 수도 있어.”
“진님께서 합류해주신다면 저야 환영이지만…… 폐가 되는 건 아닐지.”
“그건 걱정 마. 너도 소환학과 후배들의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지 궁금하거든.”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은 진이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소문의 올 클래스의 실력도 말이야.”
그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기대에 부응해보도록 노력할게요.”
“기대하지.”
***
다음날.
진이 합류한 레오와 릴 파티는 다시 제로디아 성터로 향했다.
가장 연장자이자 현역 영웅인 진은 두 사람의 뒤에서 살짝 방관자적인 태도를 취했다.
도와주겠다고는 했지만 그게 자신이 나서서 파티를 이끌겠다는 소리는 아니었다.
“긴장되네요. 영웅님의 시험을 받는 기분입니다.”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레오는 긴장이 안 됩니까?”
“네.”
“대단합니다, 레오는 1학년인데도 정말 경험이 노련한 사람 같습니다.”
릴은 부럽다는 듯 레오를 바라보았다.
“제가 앞으로 갈게요.”
레오가 전위를 맡았다.
그렇게 앞서 걸어가며 레오는 생각에 잠겼다.
‘사람을 싫어하는 정령이라. 어떻게 생각해, 엘시.’
[저는 잘 모르겠네요. 사람을 싫어해 본 적이 없어서요.]엘시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엘시를 보며 레오는 속으로 쓰게 웃었다.
그런 레오의 반응에 엘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레오가 기억하는 저는 사람을 싫어했다고 했었죠?]‘그래.’
[고아원의 아이들이 모두 죽었기 때문이라고 했었죠?]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세상을 미워하고 사람을 증오하는 자신이라니.
엘시는 고민에 빠졌다.
그녀는 태어날 때부터 사람을 좋아했다.
정령사라는 존재에 끌렸으며 그들이 노력하는 모습이 빛난다고 생각했다.
재앙의 시대 당시.
힘겹게 살아가는 고아원의 아이들에게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해주는 아곤의 모습은 빛나 보였다.
엘시는 태어날 때부터 빛을 동경했다.
어둠 속성의 정령이라는 특성 때문일 것이라 생각했다.
누구나 가지지 못한 것에 동경을 품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한 밤하늘의 별을 꿈꿨다.
절망스러운 나날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고아원의 아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엘시에게 밤하늘의 별과도 같은 존재였다.
‘비록 불행으로 끝났지만.’
영웅의 세계에서 바뀌었지만…….
역사에서는 바뀌지 않은 사실에 엘시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카일은 세상을 구했어. 세상의 빛을 찾아주고 나에게 밝게 빛나는 밤하늘을 보여주었지.’
지금의 엘시는 더더욱 사람들이 좋아졌다.
레오와 함께 지켜본 사람들은 별처럼 빛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까.
아마 다른 정령들 역시 자신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정령은 본디 사람을 좋아하는 존재.
사람에게 끌리고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싶어 하는 건 정령의 본능이다.
그런 정령이 사람을 싫어한다니.
[그 심연의 정령이라는 어둠의 정령이 사람을 싫어한다는 건…… 그만큼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소리가 아닐까요?]‘그렇겠지.’
[…….]세상을 미워했던 자신이 모르는 자신도 결국 세상을 지키기 위해 카일과 계약을 맺었다.
‘나도 해답을 찾으려 했을 거야.’
끝끝내 사람을 미워할 수 없었을 것이다.
[레오, 나 그 정령과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그 말에 레오가 멈칫했다.
엘시가 영웅의 세계를 나오고 몇 달이 지났다.
그중 처음이었다.
엘시가 원하는 것이 생긴 건.
매일 초콜릿을 달라고 삐약거리는 피오라.
자신을 우대하라며 귀찮게 하는 키르안.
좀 더 험악하게 대해달라며 승마용 채찍까지 사 온 아티.
별난 세 환수와 다르게 엘시는 언제나 조용히 밤하늘을 올려다보는 것 외에는 원하는 걸 드러내지 않았다.
그저 레오의 행보에 도움이 되면 좋겠다며 이야기할 뿐.
그런 엘시가 처음으로 ‘의지’를 드러냈다.
사람을 적대하는 대정령과 마주하는 건 위험한 일이다.
하지만…….
‘그래.’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엘시의 과거를 알고 있는 레오로서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었다.
‘까짓거 자리 좀 마련해보지.’
[고마워요!]***
제로디아 성터에 들어오고 한 시간이 지났다.
어젯밤, 격렬하게 침입자를 내쫓으려 했던 정령들의 낌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이곳에 대정령이 떠난 게 아닐까? 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레오, 릴, 진.
세 사람은 모두 굉장한 정령사.
특히 레오는 올 클래스의 전 대영웅이었고 진은 정령술로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었다.
여전히 제로디아 성터에 심연의 정령의 영향력이 남아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있었다.
“괜히 조용하니까 더 신경 쓰이는군.”
성터 중앙에 들어선 진이 인상을 쓰며 중얼거릴 때였다.
화악-!
일순간 바닥에 어둠이 펼쳐졌다.
그걸 본 진이 다급히 영력을 일으키고 앞서 걸어가는 레오와 릴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진의 손이 뻗기도 전에 레오와 릴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런.”
진이 혀를 차며 두 사람을 쫓으려 했다.
하지만 그런 진의 앞에 수많은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
“풋풋한 학생들에게만 볼 일이 있다?”
진이 인상을 썼다.
“아저씨에게는 관심이 없다는 건가? 거참. 너무하는군.”
고오오오오-!
앞을 가로 많은 수많은 상급 정령들을 보며 곡도를 뽑은 진이 오러와 영력을 일으켰다.
“학생들 손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가만두지 않을 거다, 심연의 정령!”
가벼운 모습이 싹 날아간 진이 눈을 번뜩이며 상급 정령들에게 달려들었다.
어둠 속에 빨려 들어간 레오와 릴은 그대로 성터의 지하로 떨어졌다.
휘릭-! 탁-! 탁-!
바닥에 착지한 두 사람이 동시에 천장을 바라보았다.
[환영한다, 영웅 후보생들.]그때 정면에서 들린 목소리에 두 사람이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건 칠흑같은 검은 머리카락과 눈동자를 가진 청년이었다.
얼굴에는 그늘이 드리워져 있었으며 온몸에는 어두운 후드와 망토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마치 이야기 속에 나오는 저승사자와도 같은 모습에 릴이 긴장했다.
“심연의 정령이십니까?”
[그래.]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무미건조한 목소리에 릴이 긴장하며 품에서 임무서를 꺼냈다.
“루메른으로부터 귀빈을 학교 측으로 모시라는 임무를 받았습니다. 제 생각으로는 심연의 정령인 당신이 학교 측에서 초대한 귀빈인게 분명한데…… 혹 맞으십니까?”
[루메른에서 날 초대하기는 했지.]심연의 정령의 말을 듣고 릴이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심연의 정령이시여, 제 이름은 릴 루체. 당신을 마중 나온…….”
[관심 없다.]“예.”
[루메른에서 날 초대한 건 계약자를 주선하기 위해서지.]심연의 정령은 자신의 말에 당황하는 릴을 똑바로 주시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사람과 계약을 맺을 가치가 있을지 의문이 들더군. 특히 임무서를 들고 온 인간 소녀. 넌 루메른에서 선택한 가장 유력한 계약 후보겠지.]“제, 제가요?”
릴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당황하더니 레오를 가리켰다.
“저…… 그…… 저보다 더 대단한 소환사도 있는데요. 1학년에 학생회장이 되기도 했고, 제가 심연의 정령님의 계약자 후보라니. 말도 안 돼요.”
릴의 말에 심연의 정령이 레오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봐도 저쪽은 정령사로서의 자질은 부족해 보이는군.]그 말에 레오가 피식 웃었다.
사실이다.
정령사의 자질로만 놓고 본다면 레오는 릴과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초라하다.
[릴 루체, 네가 나에게 왔다는 건 내 계약자가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판별하는 일종의 시험을 받기 위함이다.]“세상에…… 나 따위가 대정령의 계약자 후보라니! 착각하신 거 아닙니까?”
[착각이든 말든 상관없다. 어차피 난 계약할 생각 따위는 없으니까. 초대에 응한 것도 칼리안과 리벤과의 인연을 생각해서 일 뿐이다. 내가 이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면 계약자 후보자를 보낼 거라고 생각했지.]그 말을 듣고 레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과연 루메른. 대정령과 학생의 계약을 주선할 정도라니.’
루메른 입장에서는 급박하게 돌아가는 세계정세 속에서 대정령의 계약자를 키우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생각 이상으로 삐뚤어졌군.’
레오는 심연의 정령을 경계했다.
[그래서 계약 후보자가 온다면 내 나름대로 시험을 해볼 생각이었지. 그런데 운디네의 기사까지 붙여 보낼 줄은 생각을 못 했군.]심연의 정령의 말에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다소 위험한 시험을 준비할 거란 걸 눈치챈 모양이야.]스르륵-
순간 레오와 릴이 서 있는 바닥이 늪처럼 주저앉기 시작했다.
바닥을 바라보니 어둠이 두 사람의 몸을 서서히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무, 무슨!”
[말했잖느냐. 내 나름대로 시험을 준비했다고. 나는 어둠의 정령. 내 어둠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자와만 계약을 맺을 생각이다.]심연의 정령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한 번 내 어둠을 받아내 봐라.]“그, 그럼 저만 받겠습니다! 레오는 학교 측에서 보낸 게 아니라 제 요청에 의해 따라왔을 뿐입니다!”
릴이 다급히 소리쳤다.
그 말을 듣고 심연의 정령이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그거야 내 알 바가 아니지.]“큭! 레오! 도망치십시오! 이건 위험합니다!”
릴이 힘겹게 어둠을 저항하며 레오 앞으로 다가와 어떻게든 레오를 어둠의 늪에서 빼내 주려 했다.
하지만 발버둥 치며 칠수록 빠르게 어둠에 집어 삼켜질 뿐이었다.
“그, 그런.”
어느새 목까지 잠긴 릴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레오를 보았다.
“레오, 미안합…… 흐읍-!”
릴이 먼저 어둠에 집어 삼켜졌다.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힐끗- 심연의 정령을 보았다.
이미 관심이 없다는 듯 눈을 감고 있는 심연의 정령의 모습이 보였다.
그와 함께 깊은 어둠이 찾아왔다.
마치 빛이 들지 않는 물속에 잠긴 것처럼 몸이 어두웠다.
순간- 레오는 손으로 자신의 목에 걸린 광휘의 보옥을 쥐었다.
번쩍-!
순간 주변에 밝은 빛이 뿜어져 나왔다.
화악-!
심연의 정령, 이그니트의 눈이 꿈틀거렸다.
“심보가 꽤 고약한 정령이군.”
[어떻게 내 어둠에서 빠져나온 거지?]레오는 별거 아니라는 듯 말했다.
“네 어둠을 집어삼켰어.”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을 텐데?]같은 속성의 정령의 힘을 잡아먹기 위해서는 최소한 동급의 정령의 힘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그니트의 힘은 어둠 속성 중 최상위 계급인 대정령.
잡아먹는 게 불가능하다.
“보통이라면 불가능하지.”
레오가 피식 웃으며 이그니트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너와 동급의 힘을 지닌 어둠의 정령의 계약자라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야.”
[말도 안 되는.] [안녕하세요.]그때 레오의 하얀 머리카락 사이에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엘시가 빼꼼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런 엘시를 보며 이그니트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대는 뭐지?] [내 이름은 엘시, 그림자 정령이에요.]엘시가 빙긋 미소 지었다.
[당신과 대화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