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195)
195
1박 2일의 여정을 끝내고 레오와 릴은 루메리아 시티로 돌아왔다.
이그니트는 루메리아로 들어오자 곧바로 모습을 감추었다.
“이그니트님은 어디로 가신 거죠?”
“너희가 잘 설득했다고 해도 원래 사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녀석이야.”
당황하는 릴을 보며 진이 거리의 수많은 인파를 가리키며 진이 말했다.
“녀석에게 이런 거리는 딱 질색일 거다.”
“아.”
이해했다는 듯 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임무를 수행한다고 고생했다. 굉장히 까다로운 임무였을 텐데 잘 수행했군.”
팔짱을 끼며 씩- 웃는 진을 보며 릴이 머리를 긁적였다.
“전 딱히 특별하게 한 게 없습니다. 이번 임무는 레오가 다 했죠.”
릴이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그런 릴을 보며 진이 피식 웃었다.
“엄살은. 내가 보기에 너도 괴물이거든?”
씩- 웃은 진이 팔짱을 꼈다.
“우수한 후배들이 있어서 든든하군! 이번 루세전은 기대하고 있겠다. 다들 힘내라고!”
“진선배님은 어디로 가십니까?”
“난 잠깐 루메리아 시티에 볼 일이 있어서 말이야. 너희 먼저 들어가라.”
진은 손을 흔들어주고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 뒷모습을 보며 릴이 감탄했다.
“영웅이란 역시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러네요.”
“어쨌든 레오. 임무를 도와줬으니 제가 맛있는 걸 사주겠습니다.”
“그렇게 신경 써주실 필요는 없어요.”
“안 됩니다. 저 때문에 레오의 소중한 주말을 날렸으니 확실하게 보답해야죠.”
강경하게 말한 릴은 레오를 데리고 거리를 걸었다.
잠시 후, 레오는 골목에 있는 식당에 도착했다.
“여긴 주점 아닌가요?”
“네. 하지만 술 이외의 메뉴도 있습니다. 게다가 음식들이 굉장히 맛있죠! 학년 가리지 않고 루메른 학생들이 애용하는 맛집입니다!”
레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릴과 함께 주점으로 들어갔다.
릴의 말대로 주점에는 루메른 학생들도 많이 보였다.
그들은 레오와 릴을 알아보고는 손을 흔들어주었다.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은 레오가 턱을 괴고 주점 내부를 바라보았다.
“이런 분위기의 가게는 굉장히 오랜만이네요.”
“레오도 이런 곳을 와본 적이 있군요.”
‘있지, 대략 5000년 전에.’
레오가 속으로 피식 웃었다.
“레오의 외가는 제르딩거라 이런 곳과는 연이 없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외가가 제르딩거인 건 맞지만 루메른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몰랐어요.”
“정말입니까?”
“예. 집안 사정이 제법 복잡하거든요.”
“아, 제가 괜한 걸 물었군요.”
릴은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복잡하긴 해도 실례가 되거나 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릴 때였다.
딸랑- 딸랑-
식당 문이 열리고 한 무리의 학생들이 들어왔다.
“칼, 정말 이런 데 와도 되는 거야?”
“그렇다니까? 전에 상업 동아리 선배들이랑 같이 왔는데, 여기 엄청 맛있었어!”
“문제 생기면 다 너 때문이야.”
칼을 필두로 한 마법학과 학생 열 명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문제 안 생긴다니까? 그리고 우린 루메른이니까 임무 때 이런 가게에 올 일도 제법 많……. 어라? 레오!”
꺼림칙함을 드러내는 첼시를 설득하던 칼이 레오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클로에와 첼시가 획-! 레오 쪽을 보았다.
칼은 반갑다는 얼굴로 레오에게 다가갔다.
“이런대서 다 보네. 아! 릴 선배님! 안녕하세요!”
“네. 또 보네요. 칼.”
릴은 웃으면서 인사를 받아 주었다.
다른 마법학과 1학년들로 릴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숙였다.
“안녕하세요. 릴 선배님.”
학교에서 제일 유명한 학생 중 하나였기에 당연하게도 이 중 릴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인사를 하는 후배들을 보며 릴이 빙긋 웃었다.
“마법학과 학생들끼리 모여 있는 걸 보니 아무래도 루세전 준비 때문에 나온 모양이군요.”
“예.”
“이것저것 준비할 게 많더라고요. 대표 선발도 그렇고.”
칼이 입맛을 다셨다.
“세이룬은 4개 영웅 사관 학교 중 마법이 가장 강한 곳이라 다들 엄청나게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후후. 저도 1학년 때는 준비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루세전 당일까지 긴장을 안 했었는데 말이죠.”
‘물론 당일이 되자마자 엄청나게 긴장하여 위장약을 먹어야 했지만.’
릴은 굳이 뒷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언제나 후배들에게 위엄 있고 싶은 선배인 릴이었다.
그때였다.
“그나저나 릴 선배님이랑 레오 오빠는 무슨 일 때문에 1박 2일 동안 외박을 하신 건가요?”
1학년 마법학과생들이 헉! 한 얼굴로 첼시를 바라보았다.
첼시는 평소와 같이 커다란 눈을 말똥말똥 뜨고 레오와 릴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궁금한 건 못 참는 성격이기도 했고 두 사람이 하루를 학교 밖에서 함께 보낸 것도 신경 쓰였다.
첼시의 물음에 릴은 웃으며 말했다.
“제가 임무를 받았는데 레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랬군요.”
첼시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조마조마한 얼굴로 바라보던 클로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가 칼과 눈이 마주쳤다.
“뭐야?”
“이제 안심이 되냐?”
능글맞게 웃으며 자신을 놀리는 칼을 보며 클로에가 후-! 하고 입김을 불었다.
“끄어어어! 어, 어구리 뜨꺼저 나가거가타!(얼굴이 뜯겨져 나갈 것 같아!)”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을 내지르는 칼을 보며 주변 마법학과생들이 수군거렸다.
“요즘 클로에 요즘 점점 더 동화책에 나오는 얼음 여왕처럼 변하는 것 같지 않아?”
“쟤 요즘 선배들이 ‘얼음 공주님’이라고 부른다잖아. 성격이 아니라 물리적으로 얼음 공주님.”
“응? 뭐라고?”
“아무것도 아니야!”
“응! 칼은 당해도 싸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어!”
클로에가 웃으며 묻자 동기생들이 다급히 말했다.
그 모습을 보며 릴이 말했다.
“어쨌든 레오의 친구들이면 합석해도 될까요? 제가 레오의 도움을 많이 받았으니 맛있는 걸 사주겠습니다.”
“오! 감사합니다! 선배님!”
“릴 선배님 최고예요!”
“언니이이~”
1학년들이 환호하며 애교부리자 릴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테이블이 세팅되고 음식과 음료를 시키자 테이블에는 루세전의 이야기로 바빴다.
“1학년 마법학과생들이 가장 신경 쓰고 있는 세이룬 1학년은 누구입니까?”
“루니아 엘 룬드아입니다.”
아바드가 냅킨으로 입을 닦으며 말했다.
주점과 언밸런스한 그 모습이 묘하게 매력 있다고 생각하며 릴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루니아 엘 룬드아라면 소환학과에서도 경계하고 있습니다.”
루니아는 심상치 않은 마법사이기 이전에 피닉스와 계약이 예정된 룬드아 가문의 영애.
마법보다 소환술 쪽이 대단하면 대단했지 절대 뒤지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최고의 경계 대상이었다.
“레오, 첼시, 칼. 너희는 루니아 엘 룬드아와 만나 본 적 있지? 어때?”
“어떠냐고 물어본다면…….”
팔짱을 끼며 고민하던 첼시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깡패?”
“루니아라면 실력을 떠나 행실적인 면에서도 최고의 우등생으로 이름 높지 않아?”
아바드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묻자 첼시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오라버니. 그런데 그 모습은 아무리 생각해도 내숭 같았어요.”
“오! 역시 내숭에 능숙해서 잘 아는……. 크헉!”
칼이 괜히 놀리다가 첼시에게 옆구리를 얻어맞고 바닥을 굴렀다.
바닥에 쓰러진 칼을 지그시 밟으며 덤덤히 말했다.
“난 딱히 내숭 같은 거 안 떠는데?”
다른 이들에게는 사납게 구는 첼시는 레오와 아바드 앞에서는 얌전해진다.
물론 그렇다고 다른 이들에게 사납지 않은 건 아니다.
“하, 항복! 항복!”
첼시에게 짓밟히며 칼이 애처롭게 소리쳤다.
“에이란도 만만히 봐서는 안 돼.”
“응. 맞아, 에이란 언니도 있네.”
첼시는 수학여행 동안 절친해진 에이란을 떠올렸다.
마검사이자 세이룬 1학년 차석인 그녀도 상당한 경계 대상이다.
루니아가 워낙 눈에 뜨여서 그렇지 그녀의 실력 역시 루니아의 수석 자리를 위협할 정도로 뛰어나다.
“마검사라고 했지. 일리아나랑 비교하면 어떠려나?”
마법학과생 중 한 명인 10반의 투르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루메른 1학년 마검사 중 단연 실력이 발군인 학생은 일리아나였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에이란 언니에게 실례지.”
“맞아. 그 공격 바보랑 비교하면 안 돼.”
가차 없이 말하는 첼시와 칼을 보며 투르카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리아나에게 너무 가차 없는 거 아니야? 같은 반 친구잖아.”
“투르카. 같은 반 친구일수록 냉정해져야 해.”
“맞아. 네가 에이란 언니랑 비교했다는 걸 들으면 또 기고만장해질거라고.”
강경한 두 사람의 태도에 마법학과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루세전에 관해 토론을 나누는 모습을 보며 레오가 턱을 괴었다.
“세이룬이라.”
루나의 의지를 이으려는 영웅 사관 학교.
‘어떤 곳이려나.’
다른 영웅 사관학교생을 만난 적은 있어도 직접 가본 적은 없었기에 레오로서도 루세전이 기대되었다.
***
중간고사 이후 루세전 대표 선발전이 진행되었다.
학교의 대표가 되기 위해 많은 학생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그러면서도 목표는 오직 하나.
타도 세이룬.
최근 몇 년 동안 루세전에서 패해 왔던 루메른이었기에 그 각오는 더더욱 남달랐다.
그런 루메른 학생들을 영웅 소집으로 루메른에 오게 된 이들이 유의 깊게 지켜보고있었다.
영웅이 되기 위해 영웅 사관 학교에 입학했다.
동경하는 대상이 된 선배들이 보고 있다니 더더욱 의지가 타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대표 선발전이 끝났다.
전 학년이 워프 게이트에 모여 세이룬으로 향할 준비를 끝마쳤다.
“드디어 이날이 왔다.”
학생 대표로 연설하게 된 리스는 단상에 서서 학생들을 내려다보았다.
“우리 5학년에게 지난 루세전은 패배의 역사였다. 최선을 다했지만 세이룬을 넘을 순 없었지.”
리스의 눈에 그늘이 드리웠다.
“늘 우리가 최고라고 단언해 왔던 나로서는 루세전은 최대의 한이다. 그리고 지금, 마지막 루세전을 하게 되었지.”
2, 3 4학년들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세이룬에게 밀렸던 2, 3, 4학년들 입장에서는 언제나 학년 대항전에서는 승리 해온 5학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었다.
“학생회장으로서 승패에 연연하지 말라는 신사적인 말은 하지 않겠다.”
리스가 강경하게 말했다.
“패배의 역사를 너희에게 되물려주지 않기 위해 우리 5학년은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러니 이번 루세전은 이기자!”
“옙!”
전 학년이 입을 모아 우렁차게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보며 씩- 웃은 리스가 소리쳤다.
“자! 가자! 세이룬으로!”
“가자!”
“와아아아아!”
의욕이 치솟은 루메른 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런 상태에서 바닥이 빛나면서 워프 게이트가 발동되었다.
수백 명의 학생들이 순식간에 워프 되었다.
그리고…….
휘오오오오오오오!
“춥다아아아아악!”
“으아아악! 이게 뭐야!”
학생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북부 대륙 최북단에 있는 냉혹한 날씨가 루메른 학생들을 덮쳤다.
느닷없는 눈보라에 루메른 학생 전체는 패닉에 빠졌다.
물론 모두 세이룬의 추위는 예상했기에 두껍게 옷을 입은 상태였다.
하지만 세이룬의 혹한은 예상을 한없이 뛰어넘은 상태였다.
“이야, 미안. 미안. 오늘 운이 안 좋게도 눈보라가 몰아쳤어.”
그때 눈보라를 뚫고 세이룬 교복을 입은 여학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리에니아.”
세이룬의 학생회장, 5학년 리에니아를 보며 리스가 웃었다.
“갑작스럽게 몰아친 눈보라 때문에 너희가 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마법으로 대처를 못 했어. 조금만 참아, 지금 마법으로 조치를…….”
“그럴 필요 없어.”
리스가 고개를 저었다.
순식간에 눈보라가 잦아들었다.
리에니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리스를 바라보았다.
‘그사이 더 강해졌잖아?’
리에니아는 리스가 오러 조작으로 혹한의 기후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눈보라가 잦아들자 보이지 않았던 광경이 보이기 시작했다.
몸을 떨고 코를 훌쩍이며 눈보라를 털던 루메른 학생들의 얼굴에 경쟁심이 떠올랐다.
세이룬의 깃발을 펄럭이며 세이룬 학생들이 루메른 학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리에니아가 씩 웃으며 팔짱을 꼈다.
“루메른 제군들. 환영한다! 우리 세이룬에 온 것을!”
쿵- 쿵-
“환영합니다!”
세이룬 학생들이 절도 있게 바닥을 구르며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보며 칼이 중얼거렸다.
“이게 환영이야? 위협이지?”
그 말에 레오가 웃었다.
“루세전은 벌써부터 시작됐다는 의미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