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0)
【20】19
“첫날부터 실기시험이요?”
“다른 수업들은 임시 수업인데 왜 우리만!”
당황하는 학생들을 보며 유라 교수가 진지하게 말했다.
“내가 말했지. 어설픈 생각으로 들을 애들은 나가라고. 너희는 다른 두 전공과 우리가 똑같다고 생각해?”
그 물음에 학생들이 입을 다물었다.
“너희도 소환학도라면 알 거다. 소환학은 단순히 마나 감응력이 있는 것만으로 배울 수 없어. 정령과 계약하기 위해서는 정령 친화력이 필요하고 환수를 부리기 위해서는 ‘테이밍’ 능력이 필요하지.”
유라 교수가 양팔을 활짝 펼쳤다.
“덕분에 소환술사의 숫자는 기사나 마법사에 비교해 압도적으로 부족하지. 그만큼 영웅의 자리에 오른 사람의 숫자가 적어.”
반박할 수 없는 말에 소환학 학생들이 이를 악물었다.
“하지만! 영웅의 자리에 오른 소환사들은 다른 영웅들과 비교해 더 대단한 위업들을 이루었다!”
그녀는 자부심 넘치는 얼굴로 소리쳤다.
“그런 너희가 다른 학과 학생들과 똑같이 한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아닙니다!”
“너희는 선택받은 사람들이다! 그렇지?”
“예! 그렇습니다!”
“그럼 첫날부터 화끈하게 간다!”
“옙!”
“좋았어! 가자!”
“가자!”
유라 교수가 주먹을 치켜들며 소리치자 1학년들이 똑같이 주먹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학생들의 집중도를 순식간에 올린 유라 교수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을 때 은발에 여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그래서 첫날 실기시험이면 어떤 시험을 치르는 거죠?”
“좋은 질문이야. 엘리자 헤르긴.”
그 이름에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헤르긴 가문.
대륙 북부의 소환사 영웅 명가였다.
“이 섬에는 루메른에서 관리하는 환수들이 모두 모여 있다.”
환수는 소환사에게 있어 일종의 무기다.
“너희의 테이밍 능력을 한 번 시험해보겠다.”
유라가 숲을 가리켰다.
“이 숲에 있는 환수를 하나 길들여서 데려와라. 테이밍 한 환수가 어떤 환수냐에 따라 점수를 주도록 하지.”
시험 설명을 다 들은 엘리자가 또다시 물었다.
“테이밍하고 계약까지 하면요?”
그 말에 학생들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테이밍과 계약은 엄연히 다르다.
테이밍은 환수와 친해지는 능력으로 계약을 하기 위한 첫 번째 단계다.
테이밍을 거친 후에 능력이 있다면 계약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엘리자의 질문에 유라가 씩 웃었다.
“계약에 성공한다면 그 환수는 너희 거다.”
“오오오!”
“역시 루메른이야! 수업 중에 계약에 성공하면 인정을 해주다니!”
환수와 계약 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촉매를 이용한 소환 계약이고 두 번째가 환수와 직접 만나 계약을 맺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에는 계약이 되지 않은 환수를 ‘판매’ 할 수도 있다.
그렇기에 환수는 매우 높은 가격에 거리 되기도 한다.
그런 환수와 자유롭게 계약해도 된다고 하니 의욕이 샘솟을 수밖에 없었다.
“교수님. 정령술 지망 학생들은 어떻게 하죠?”
이번에는 첸 시아가 물었다.
“소환사는 기본적으로 정령과 환수 모두 다룰 수 있어. 특화된 쪽은 있긴 하지만 루메른의 소환 수업은 양쪽 다 능력을 최대한 키울 수 있게 수업하니 열심히 하렴.”
첸 시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환수라.’
전생에 레오 역시 강력한 환수들과 계약을 맺었다.
‘모두 싸움에서 사라졌지만.’
오래전 맹약자들을 떠올리는 사이 유라 교수가 말했다.
“시간은 세 시간! 시작해!”
“오오오!”
1학년들이 의욕적으로 달려나갔다.
“응? 너희는 안 가냐?”
유라 교수가 출발선에 남은 레오, 첸 시아, 워레든, 엘리자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소위 이번 1학년 중 찍어둔 학생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엘리자는 손톱 끝을 정리하며 말했다.
“하급 환수들에는 관심 없어요.”
후-! 손가락에 바람을 분 엘리자가 생긋 웃었다.
“…….”
과묵한 웨레드는 대답하지 않았다.
“으음…… 테이밍은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어서 고민 중이에요.”
첸 시아는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마지막으로 물끄러미 숲을 바라보던 레오가 걸음을 옮겼다.
“어머, 학년 대표님?”
레오가 엘리자를 돌아보았다.
“기사학 수업에서 활약은 들었어요. 소환학 수업도 기대해도 될까요?”
빙긋- 웃으며 묻는 엘리자를 보며 레오가 어깨를 으쓱거렸다.
“최선을 다할 뿐이야.”
도발을 여유 있게 넘기는 레오를 보며 엘리자가 따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레오가 숲속으로 들어가자 유라 교수가 웃었다.
“좋네, 젊음이란 거.”
“하긴. 교수님도 이제 나이가…….”
퍽-!
“컥?”
카를로의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넣은 유라 교수가 레오의 뒷모습을 보며 씩- 웃었다.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단 말이지?’
감이 그렇게 말해주고 있었다.
***
‘이런 환수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게 가능할 줄은 몰랐네.’
레오는 숲을 걸으며 속으로 감탄했다.
이만큼 다양한 종의 환수가 한곳에 모여 있는 건 전생에도 본 적이 없다.
소환사에게 있어 이 숲은 말 그대로 보물 창고와 같았다.
학생들은 이 잡듯 숲을 뒤지며 환수를 찾기 바빴다.
그중에는 환수를 놓고 다투다가 놓치는 일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환수 소환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매우 조심스럽게 움직였을 것이다.
강력한 환수일수록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걸 꺼렸다.
워레든과 엘리자가 출발선에 남아 있었던 건 그 이유 때문이다.
엘리자 역시 실력으로만 본다면 워레든에 뒤지지 않는 수준이다.
“저 녀석, 너무 깊게 들어가는 거 아니야?”
몇몇 학생은 숲 깊숙이 들어가는 레오를 보며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소란스럽게 숲을 뒤지고 있지만 다른 학생들은 숲 깊숙이 들어가는 건 자제하고 있었다.
상위 환수의 경우 인간에게 적의를 가지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다.
게다가 이건 단순한 수업이 아니라 실기시험이다.
어찌 되었든 점수가 매겨진다.
막무가내로 높은 환수와 계약하겠다고 위험을 감수해서 테이밍에 실패한다면 0점 처리다.
루메른은 끝없이 경쟁하는 곳.
운이 나빴다, 시도는 좋았다 같은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냅둬, 안 되면 기사학을 들으면 된다고 생각하나 보지 뭐.”
“그런 생각이겠지?”
몇몇 학생이 코웃음을 치며 관심을 끊었다.
깊숙한 곳으로 들어온 레오가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하고 품에서 아까 섬에 도착하고 발견한 회색 깃털을 꺼냈다.
‘역시, 이건…….’
눈을 빛낸 레오가 오러를 일으켰다.
회색의 오러가 타오르기 시작했다.
레오가 익힌 피닉스 브레스의 힘이었다.
오러 불꽃은 깃털로 옮겨붙더니 더욱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러고는 재가 되어 흩어졌다.
화악-!
‘역시 이건 피닉스의 깃털이었어. 이 숲에 피닉스까지 있는 건가?’
최강의 환수 중 하나인 피닉스는 특히나 계약을 맺는 것이 어려운 환수였다.
소환 촉매인 불타는 피닉스의 깃털은 마나에 반응하는 순간 재가 되어 사라져 촉매 역할을 할 수 없다.
결국 피닉스와 계약을 하는 방법은 직접 피닉스를 찾는 것 외에는 없었다.
하지만 피닉스는 자존심이 강한 환수라 만난다고 해도 쉽게 계약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환수술사에게는 꿈의 환수라 불리고 있었다.
“역시 루메른이야. 대단한데?”
레오가 눈을 빛낼 때였다.
화르륵-!
“……!”
레오의 머리 위로 진홍색 불꽃이 일렁였다.
눈이 멀 것만 같은 환한 빛과 강력한 열기가 휘몰아치자 흠칫하며 자세를 낮추었다.
화아아아아아악!
이것이 무슨 현상인지 알고 있는 레오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강렬한 불꽃은 이내 거대한 새의 모습으로 변했다.
날개를 펄럭일 때마다 화염이 넘실거렸다.
레오가 몸을 보호하기 위해 오러 불꽃을 일으켰다.
그런 레오의 반응에 모습을 드러낸 환수, 피닉스가 입을 열었다.
-제르딩거의 불꽃인가? 분명 레이나의 불꽃일거라 생각했는데…… 익숙한 불꽃의 향기가 느껴져 와 봤더니 아니었군. 내 착각이었나?
그 중얼거림에 레오가 놀라 물었다.
“어머니를 아십니까?”
-어머니?
피닉스의 눈이 크게 뜨더니 유쾌하게 웃었다.
-과연! 내가 완전히 틀리지는 않은 모양이구나! 그래! 만약 아이를 가졌다면 너와 비슷한 나이겠어!
강렬한 불꽃이 사그라들었다.
-후후후, 네 어머니를 아냐고? 알다마다! 나는 네 어머니 레이나에게 큰 은혜를 입었단다.
아름다운 날개를 펄럭이며 피닉스가 레오 앞에 앉았다.
오만한 것으로 유명한 피닉스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드러운 분위기.
그런 피닉스의 반응에 레오는 얼떨떨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리시나스가 데리고 있던 피닉스와는 천지 차이네. 그 조류 새끼는 싸가지가 없었는데.’
오죽했으면 루나가 날 잡아서 삶아 먹자고 제안을 했을까?
-레이나의 아들아, 네 이름이 무엇이냐.
“레오 플로브라고 합니다.
-그래, 레오야. 내 이름은 피리나라고 한단다.
“어머니랑 무슨 관계이십니까? 조금 전에 은혜를 입었다고 하지 않았나요?”
레오의 물음에 피리나가 빙긋 웃었다.
-레이나는 나의 맹약자, 엘런 룬드아의 생명의 은인이란다.
“엘런 룬드아?”
피리나의 말에 레오는 놀랐다.
룬드아 가문이라면 엘프의 이름 높은 영웅 명가였다.
게다가 엘런은 그러한 룬드아 가문의 가주이자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영웅이었다.
-당시 엘런은 세이룬에서 던전 공략 임무를 맡은 던전 공략자였단다.
“던전이라면 히어로 레코드의 잃어버린 페이지가 폭주해서 발생한 영웅 던전을 말하는 거죠?”
-그래.
히어로 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는 곳은 다섯 군데.
하지만 그 외에도 이 세상 어딘가에는 히어로 레코드가 존재했다.
정확하게는 히어로 레코드의 잃어버린 페이지들.
세계 곳곳에 흩어진 페이지는 때때로 폭주해 영웅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을 영웅 던전이라 불렀다.
-영웅 던전은 현실을 침범하지. 시간이 지나면 던전 입구를 넘어 영웅의 세계에 있는 괴물들이 현실로 넘어오게 된단다. 그걸 찾아서 공략하는 게 영웅 아카데미의 주 임무 중 하나란다.
영웅 던전을 발견해도 그 사실을 은폐하는 나라가 많다.
던전을 공략해내면 영웅의 세계와 마찬가지로 계승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영웅 던전을 은폐하여 멸망한 나라는 무수히 많았다.
그만큼 영웅 던전은 위험하기에 최고의 실력을 지닌 이들만 임무를 맡을 수 있었다.
-어느 날, 엘런은 어떤 영웅 던전의 공략 임무에 투입되었지. 그리고 공략에 실패했고 모든 동료가 죽었다. 엘런 역시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했을 때 엘런을 구한 게 레이나였지.
씁쓸하게 중얼거린 피리나는 과거를 회상했다.
-그 과정에서 레이나는 불꽃을 잃었어. 만약 그 일만 없었다면 레이나 역시 영웅의 자리에 올랐을 텐데…….
“어머니는 옛날 일을 후회하지 않으세요. 현재가 가장 중요하다, 그게 어머니의 지론이거든요.”
-후후…… 그 성격은 여전한가 보구나.
부드럽게 웃은 피리나에게 레오가 물었다.
“그런데 피리나씨는 왜 루메른에 있는 거죠?”
-루메른의 교장, 칼리안의 요청을 받아 이곳에 왔지.
“교장 선생님의 요청이요?”
-그래, 정확한 이유는 알려 줄 수 없단다.
비밀 이야기에 레오가 의문을 느꼈다.
-그러는 너야말로 왜 이 섬에 있는 거냐? 기사학과 1학년이 지금 이 섬에 올 일이 없을 텐데?
피리나는 레이나의 아들인 레오가 당연히 기사학과라고 생각했다.
“저 소환학 수업도 듣거든요.”
-뭐라?
깜짝 놀라던 피리나는 레오의 몸에 희미하게 영력이 깃들어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감탄했다.
‘보유한 영력은 약하지만…… 그릇은 훌륭해.’
레오의 자질을 가늠하던 피리나가 웃음을 터트렸다.
-후후. 이것도 인연인 모양이구나.
“예?”
-레오야, 나와 계약을 맺지 않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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