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02)
202
“하나 확실한 게 있어.”
칼이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말했다.
“뭐가?”
첼시가 의아한 얼굴로 칼을 보자 칼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세이룬에서 파는 디저트들은 루메른 것보다 맛이 떨어진다는 거야.”
그 말에 5반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건 그래.”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우리 학교에 비하면 떨어지지.”
끄덕- 끄덕-
일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였고 넬라는 특유의 나른한 미소를 지었다.
벌써 일주일째 진행된 루세전.
루메른의 학생들은 세이룬의 혹한의 추위도 어느 정도 익숙해진 상태였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바로 세이룬에서 제공하는 디저트였다.
그리고 디저트는 학생들, 특이 여학생들에게 굉장히 중대 사항이었다.
“퀼리티 차이가 이렇게 나는 이유가 뭘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쿠키 하나를 짚어 먹는 첼시를 보며 칼이 말했다.
“루메른에 있는 카페나 제과점은 모두 입점부터 경쟁을 시작하잖아?”
“그치.”
“그리고 입점 이후에도 계속 경쟁해야 하는 처지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신메뉴나 맛에 더더욱 신경을 쓰지. 세이룬도 최고의 쉐프들이 만들겠지만, 이쪽 경쟁하지 않아도 되는 입장이니까 차이가 날 수밖에 없지.”
칼이 시장 논리를 설명해주자 여학생들이 호오-! 호오-!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덕분에 세이룬 학생들은 물론이고 엘프 관중들에게도 준비해온 디저트가 잔뜩 팔리고 있다니까.”
돈주머니를 짤그랑~ 짤그랑~ 흔들며 칼이 흐뭇하게 웃었다.
“루메른 학생분들은 매일 이렇게 맛있는 걸 먹을 수 있다니 부러워요.”
마침 레오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에이란은 마치 귀를 날개처럼 파닥거리며 행복한 얼굴로 쿠키를 먹고 있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이건 인정할 수밖에 없네.”
루니아도 볼을 감싸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여긴 어쩐 일이에요?”
첼시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루니아가 물었다.
“이번 루메른에서 출전하는 체스 마스터는 1학년이라면서?”
이번 종목은 배틀 체스.
모든 관중이 주목하는 가운데.
쿠구구구궁-
경기장 위로 작은 탑이 치솟기 시작했다.
탑 꼭대기에는 책상과 의자, 그리고 체스 말이 있었다.
루세전은 양 학교의 힘과 지혜를 모두 겨루는 자리.
체스는 두뇌 스포츠의 최고를 가리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 자리에 1학년이 출전했으니 루니아로서는 궁금증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클로에 뮐러라고 했던가?”
루니아의 물음에 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얼마나 잘 두길래 5학년인 토루아 얀을 제친 거야? 체스는 계속해서 비등했던 종목인데 1학년이 나오다니. 아니면 미래를 대비한 세대교체?”
호기심을 드러내는 루니아를 보며 칼이 말했다.
“레오가 말하기로는 진짜 잘 둔다던데.”
“레오가? 레오는 체스를 잘둬?”
“체스 대표 선발 전 때 레오가 토루아 선배를 꺾었어.”
루니아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레오를 클로에가 이겼고.”
“와.”
루니아가 혀를 내둘렀다.
“대체 어느 정도로 잘 두는 거야?”
“레오가 말하기를 자신이 아는 사람만큼 잘 둔다던데.”
“그게 누구래?”
“누군지는 안 말해 줬어.”
칼이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레오 얜 어디 간 거야?”
루니아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칼이 고개를 저었다.
“몰라. 자기는 저기 관중석 맨 뒷좌석에서 구경하겠다던데?”
“좋은 자리를 놔두고 왜 거기까지 갔데?”
루니아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
“잘 부탁드립니다.”
“1학년이 상대라니. 토루아 얀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시시하겠군.”
고개를 꾸벅 숙이는 클로에를 보며 세이룬의 5학년 대표, 마르키아는 한숨을 쉬며 자리에 앉았다.
클로에는 그 맞은편에 앉았다.
잠시 후 밝은 빛과 함께 체스판 바닥에서 체스 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우웅-!
그와 함께 탑 아래의 경기장도 빛나기 시작했다.
거대한 정사각형이 생기더니 체크무늬의 체스판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드디어 시작이다.”
전장이 일반 체스판보다 두 배는 넓었고 기물의 종류도 많았다.
클로에는 익숙하다는 듯 하얀색 기물을 배치하기 시작했다.
“엘프식 체스에 익숙한 모양이군.”
“북부 출신이에요.”
“호오?”
체스는 종족별로 미묘하게 룰이 다르다.
그중 엘프의 체스는 가장 복잡하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엘프들의 영역인 북부 출신이라면 엘프식 체스에도 익숙할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생각보다 시시하진 않겠군.”
마르키아가 만족스럽게 웃을 때였다.
저벅- 저벅-
경기장 가운데로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들이 걸어 나왔다.
체스의 기물을 상징하는 투구와 무기를 든 그들은 각자의 자리로 향했다.
이것이 바로 세이룬의 배틀 체스였다.
게다가 엘프식 체스는 온갖 지형이 구현되어있는 것이 특징.
각 지형에 따라 기물 간의 상성이 바뀐다.
또한 기물이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죽지 않기도 하는 등.
말 그대로 여러 가지 전략적인 요소가 일반적인 체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포함된 게임이었다.
기물을 맡게 된 각 학교의 학생들이 정렬해서 섰다.
학생들끼리 인사를 나눈 후 드넓은 체스판 위에 각자의 자리로 가 본격적인 경기를 시작됐다.
텁- 타악!-
흑을 쥔 클로에가 먼저 수를 두었다.
그에 따라 루메른 학생이 거대한 체스판에서 움직였다.
***
“서로 치고박고 싸우는걸 보니 재미있긴 하겠군.”
관중석의 가장 높은 곳에 앉은 레오가 거대한 체스판을 보며 헛웃음을 터트렸다.
확실히 이런 식으로 체스 경기가 펼쳐진다면 흥미진진한 볼거리가 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레오는 체스 경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었다.
‘왜 루나의 세계가 나에게 반응하지 않은 거지?’
며칠 전 있었던 일이 계속 머릿속에 남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루세전에 관중들이 모였다고 해도 뒷자리는 매우 한적하다.
덕분에 혼자 조용히 생각에 잠겨 있을 수 있었다.
레오는 힐끗 자신의 팔에 자리를 잡은 팔찌를 내려다보았다.
‘설마 그 루나의 페이지도 망가진 건가? 하지만 세이룬 교감의 말에 따르면 분명 얼마 전까지 공략되었던 영웅의 세계라고 했었는데?’
“경기를 지켜보지 않고 무얼 하고 있지, 레오 플로브.”
누군가 레오에게 말을 걸어왔다.
고개를 돌린 레오는 자신의 옆에 앉는 리벤을 보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귀빈석에 계시지 않고 여기까지는 어쩐 일이십니까?”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서 말이야.”
리벤은 레오와 달리 루메른 학생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네르지아가 너를 불렀다고 들었는데.”
“네. 세이룬에 전학을 오라고 하던데요.”
“역시.”
리벤이 웃음을 터트렸다.
“그래서? 무슨 대답을 했지?”
“안 간다고 했죠.”
“왜? 네르지아는 욕심이 많은 아이다. 너에게 최고의 지원을 약속했을 텐데?”
“갈 필요성을 못 느꼈으니까요.”
“역시 너는 특이한 녀석이군.”
후후- 웃으며 리벤이 고개를 저었다.
“네르지아가 말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루메른이 세이룬에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는 건 나의 직무태만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리벤이 깊은숨을 내뱉었다.
“처음 만났을 때 말했지? 학생들에게 실망을 했었다고.”
리벤은 영웅 그 이상의 꿈을 품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실망했다.
“그리고 자네와의 만남을 통해 깨달았지. 내 멋대로 실망했다는 사실을 말일세.”
전과 다르게 리벤은 따뜻한 눈으로 루메른의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그런 리벤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얼굴이 많이 달라지셨네요.”
“그런가?”
“네. 조금 전은 마치 지혜의 왕 같았어요.”
리시나스도 어린아이들을 리벤과 똑같은 눈으로 바라보곤 했다.
“전부터 궁금했는데 말일세, 레오 플로브.”
“네.”
“자네는 정말 평범한 소년인가?”
리벤의 물음에 레오가 빙긋 웃을 때였다.
파지직-
순간 레오의 몸에서 회색의 스파크가 튀었다.
“……!”
“……?”
레오와 리벤, 두 사람 모두 놀란 표정을 지을 때였다.
[히어로 레코드 오픈.]레오의 눈 위로 낯이 익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
순간 레오가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루나의 세계. 챕터: 중장-제그디악 전투.]화악-!
“……!”
순식간에 레오의 모습이 사라지자 리벤의 눈이 부릅떠졌다.
“무슨……!”
와아아아아아-!
리벤의 경악성은 경기장을 가득 메운 함성소리에 묻혔다.
자리에서 일어난 리벤이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공간이동? 아니야. 마력의 파동이 없었다. 방금 그 빛은…… 영웅의 세계에 입장할 때의 빛과 닮아 있었어!’
리벤의 얼굴이 혼란으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히어로 레코드 존재하지 않는…….’
쿠구구구구-!
드래곤의 예민한 감각에 지축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다.
그에 리벤이 낯빛을 굳혔다.
‘뭐지?’
아직 관중들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장 곳곳에 루세전 호위를 위에 파견된 영웅들과 교수들, 그리고 몇몇 학생들은 이상 사태를 깨달았다.
툭- 투투툭-
그때 하늘 위에서 물줄기가 떨어졌다.
투두두둑-! 솨아아아아아-!
느닷없는 폭우에 모든 이들이 멈칫했다.
리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비……라고?”
이곳은 대륙 최북단.
비라는 것이 절대 내리지 않는 땅이다.
그런데 지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모든 이들이 놀라고 있을 때였다.
콰가가강-!
하늘 위에 벼락이 쳤다.
그와 함께 먹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우웅-!
하늘 위에 그려지기 시작한 거대한 검붉은 문양을 본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 문양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영웅 후보생들은 모두 배워 알고 있었다.
마물 여왕 실라투나.
그 전율스러운 괴물이 지금 이곳에 모습을 드러내려 하고 있었다.
***
“헬 카이저도 참.”
먹구름 사이에서 모습을 드러낸 실라투나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자기가 나갈 것처럼 실컷 떠들더니.”
겉모습은 아름다운 여인이었지만 그 속은 잔악하고 전율스러운 타르타로스의 군단장.
재앙의 시대 이전부터 존재해 온 전율스러운 대마족이었다.
“계획이 일그러졌다고 나한테 떠넘겨? 그 작자가 무례한 게 하루 이틀은 아니지만 불쾌하네.”
짜증스럽게 내뱉는 실라투나의 말에 옆에 있던 남성이 말했다.
“여왕이시여. 그렇다면 무례한 사령왕의 말 따위 무시하면 되지 않습니까?”
“그렇기는 해. 그런데.”
실라투나는 세이룬을 내려다보며 혓바닥을 날름거렸다.
“난 저 벌레들을 짓밟고 싶은 마음이 더 크거든.”
호전적인 실라투나는 오래전부터 영웅 사관 학교를 공격하고 싶어 했다.
하지만 사령왕과 거인왕의 제지로 인해 참고 있었던 것.
그런데 이번에는 사령왕이 그녀의 행동을 막지 않았다.
실라투나로서는 더 이상 참을 이유가 없었다.
“나의 군단이여, 저 분수도 모르는 벌레들에게 보여주도록 하자.”
실라투나가 잔인하게 웃었다.
“진짜 절망이 무엇인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