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04)
204
“불러 놓고 왜 대답이 없어?”
당황하던 레오는 루나의 말에 침착함을 되찾았다.
‘나를 카일로 인식하고 있잖아? 그렇다면 공략자를 과거에 존재했던 인물 중 하나로 인식하는 빙의형 세계인 건가?’
아무래도 자신은 과거의 자신에게 빙의한 상태인 게 분명해 보였다.
빠르게 상황 파악을 끝낸 레오는 심호흡했다.
“괜찮아?”
레오는 빠르게 과거의 자신을 연기했다.
레오의 기억이 틀리지 않았다면 지금은 제르디악과의 전투가 한참인 상황이다.
이런 질문을 해도 이상할 게 전혀 없었다.
“응. 나는 괜찮아. 네가 지켜줬잖아.”
루나가 걱정스럽다는 듯 물었다.
“넌? 조금 전에 제르디악의 공격에 직격당했었잖아.”
“난 괜찮아.”
‘원래라면 제르디악의 독에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겠지만.’
하지만 레오는 지금 막 영웅의 세계에 들어온 상태였다.
“언제 그렇게 독에 대한 면역력이 생겼어?”
놀라워하는 루나를 보며 레오가 물었다.
“그것보다 제르디악은?”
그 말에 루나가 얼굴을 굳혔다.
“놈은 지금 도망쳤어.”
“뭐?”
루나의 말에 레오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놈이 도망쳤다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제르디악은 죽은 그 순간까지도 카일과 루나를 길동무를 삼기 위해 맹독을 내뿜었던 놈이다.
실라투나보다도 더 호전적인 그 괴물이 도망치다니?
‘역시 뭔가 이상해.’
“놈은 어디로 갔어?”
“저쪽.”
루나가 가리킨 쪽을 바라본 레오가 제르디악을 추격하려 했다.
지금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제르디악을 토벌해야 했다.
하지만 레오는 루나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루나의 손은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루나, 너…… 설마 혼자서 놈을 상대했던 거야?”
레오의 물음에 루나가 힘겹게 웃었다.
“응, 네가 잠시 기절한 동안 잠시…….”
순간 루나의 몸이 휘청거렸다.
레오는 다급히 루나를 부축했다.
이때의 토벌대는 아직 혼자서 군단장을 쓰러트릴 만한 힘을 갖추지 못했던 시기다.
그런 상황에서 단신으로 제르디악을 막아냈으니 아무리 루나라도 상당한 타격을 입는 건 당연했다.
레오가 이를 악물 때였다.
“카일…….”
루나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제르디악과 싸우는데…… 이상한 녀석들이 습격해왔어.”
“뭐?”
“엘프들이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공격했어. 혹시 그 녀석들에 대해 아는 게 있어?”
‘엘프들이라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 당시에 주변에는 카일과 루나 이외의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엘프가 있었다니?
“널 공격했다고?”
“응.”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루나를 보며 레오의 얼굴이 굳어갔다.
사실 이번 영웅의 세계는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었다.
‘며칠 전에 만졌던 히어로 레코드가 지금 발동된 점. 그리고 영웅의 세계가 시작되는 시점이 제르디악과의 전투가 한창인 지금인 점. 마지막으로…….’
레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세이룬 학생들이 이 세계를 공략했다는 점.’
네르지아의 말에 의하면 세이룬 학생 중 이미 몇 명이 이 세계를 공략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계의 최종 보스는 다름 아닌 군단장이다.
그것도 헬 카이저, 거인왕, 마물 여왕에 버금가는 포이즌 킹 제르디악.
학생의 레벨을 이미 한참 뛰어넘은 공략 난이도다.
그런데도 공략한 이가 있다고 했다.
타르타로스는 대영웅의 히어로 레코드를 소거하려 하고 있다.
후대의 영웅들이 대영웅들의 힘을 계승하지 못하도록 만들고 있다.
‘만약 이 세계에 들어왔던 세이룬의 학생들이 배신자라면?’
제르디악 전투가 실제 역사와 달리 끝까지 싸우지 않고 도주한 일도 갑자기 나타나 루나를 공격했다는 엘프들의 존재도.
세이룬의 배신자들이 이 세계에 공략자로 들어왔었다면 모든 게 어렴풋이 설명되었다.
레오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렇다면 사령왕 놈은 세이룬에서 보관하고 있는 루나의 히어로 레코드를 파괴하기 위해 이때까지 수작을 부려온 건가?’
솨아아아-
지긋지긋한 검은 비는 계속해서 쏟아졌다.
‘어쨌든 지금은 루나를 회복시키는 게 우선이야.’
“일단 쉴 곳을 찾자.”
루나를 부축한 레오가 몸을 일으켰다.
그런 레오를 보며 루나가 이를 악물었다.
“아니, 어서 빨리 제르디악을 토벌해야…….”
“놈이 도망쳤다면 잠깐은 재정비할 시간이 있을 거야.”
레오는 냉정하게 상황을 이야기했다.
“놈을 토벌하는 건 네 체력이 회복된 이후여도 늦지 않아.”
그 말에 루나는 레오를 올려다보더니 힘겹게 웃었다.
“그럼 카일…… 나 조금만 잘게…….”
독에 중독된데다 극심한 마력소모를 한 루나는 레오의 몸에 기대었다.
새근새근- 잠이든 루나를 보며 레오는 폐허가 된 성터를 둘러보았다.
‘일단 비를 피할 곳을 찾아야겠어.’
쿠르릉-!
우울한 하늘에 벼락이 울려 퍼졌다.
그 순간…….
쩌저저적-
하늘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루나를 부축한 레오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
구워어어어어어!
갑옷으로 무장한 기간테스가 포효를 내지르며 성벽을 향해 달려들고 있었다.
고오오오-!
기간테스의 몸에서 검은색 흑마력이 뿜어져 나왔다.
그걸 본 리스가 다급히 소리쳤다.
“리에니아!”
그 말에 성벽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리에니아가 활시위를 잡아당겼다.
끼기긱-!
리에니아의 대궁이 비명을 내질렀다.
텅-! 화악-!
오러가 깃든 거대한 화살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날아갔다.
콰가가각-! 콰득!
“그워어어어어어!”
화살은 기간테스의 눈에 꽂히더니 그대로 파고 들어가 뒤통수의 머리뼈를 뚫고 바닥에 꽂혔다.
하지만 머리가 관통당했음에도 무시무시한 생명력을 자랑하는 기간테스는 죽지 않았다.
오히려 얼굴을 부여잡고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적군, 아군을 가리지 않는 기간테스의 무차별적인 공격에 군단의 병력이 쓸려나갔다.
그 틈을 타 리스는 성벽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바닥에 착지하며 기간테스의 발목을 날려버렸다.
화르륵! 서걱!
휘청- 쿠웅-!
키에에엑!
크어어어!
기간테스가 쓰러졌다.
그 여파로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이 기간테스에 깔려 단말마를 내지르며 즉사했다.
리스는 쓰러진 채로 발버둥 치는 기간테스의 목을 깔끔하게 날려버리고 빠르게 성벽 위로 복귀했다.
빠른 기동성을 가진 기사 클래스는 이런 식으로 성벽에 위협을 가하는 기간테스나 마족의 공격을 빠르게 저지했다.
세드젠이 만들어낸 방어선은 굳건하게 군단의 공격을 버텨내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마물 여왕이 눈을 가늘게 떴다.
“저항이 제법 심하네.”
그럴 수밖에 없다.
세계의 변혁을 일으킨다는 영웅이 한 수도 없이 많다.
아무리 단신으로 나라조차 멸망시킬 수 있는 괴물들이 산재한 마물여왕의 군단이라고 해도 결코 쉽게 넘을 수 있는 성벽이 아니었다.
턱을 괸 실라투나가 따분하다는 표정을 지을 때였다.
번쩍-!
실라투나의 머리 위로 빛의 파편이 쏟아졌다.
실라투나가 힐끗 바라보자 쏟아지던 빛의 파편이 그녀의 코앞에서 멈추었다.
“마침 잘 됐군, 심심하던 참이었는데.”
실라투나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퍼엉-!
빛의 파편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영향으로 실라투나가 타고 있던 기간테스의 머리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졌다.
그러나 실라투나는 조금의 타격도 입지 않은 모습으로 허공에 서 있었다.
실라투나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검성과 첫 번째 별. 마안의 마법사, 룬드아와 르왈린의 주인. 그리고 도마뱀 한 마리라……. 그게 네놈이 선택한 저승길 동지들이냐?”
“저승길 동지가 아니라 그대의 마지막을 배웅해줄 멤버들이네만?”
칼리안의 말에 실라투나가 빙긋 웃었다.
그런 실라투나를 보며 칼리안이 자세를 낮추었다.
화악-!
칼리안의 몸이 사라졌다.
실라투나의 시선이 왼쪽으로 향했다.
어느새 그녀의 좌측에서 나타난 칼리안이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번쩍-! 콱-!
칼리안의 검이 실라투나의 손에 붙잡혔다.
“그 빌어먹을 드워프가 만든 검인가? 불쾌하네.”
마물 여왕이 남은 팔을 휘둘러 칼리안의 머리를 후려쳤다.
퍽-!
칼리안의 고개가 뒤로 젖혀진 순간.
콰가가가가가가가가강-!
쿵! 쿠구구궁-!
실라투나의 공격에 튕겨 나간 칼리안은 그대로 세드젠이 만든 성벽에 처박혔다.
그 여파로 성벽 일부분이 무너져 내렸다.
그걸 본 모든 이들이 경악한 표정을 지었다.
“교, 교장 선생님!”
“칼리안님!”
루메른 교수들이 다급히 칼리안을 부르짖으며 무너져 내린 성벽으로 달려갔다.
투둑- 투두두둑-
“끄응- 노인을 이렇게 험하게 대하다니.”
하지만 칼리안은 멀쩡한 모습으로 폐허를 뚫고 나왔다.
그걸 본 주변 이들이 전율했다.
‘그만한 공격을 정면에서 맞고도 살아 있다니!’
‘역시 검성……!’
모두가 경외감 어린 눈으로 칼리안을 바라보았다.
“10년만 젊었어도 여기까지 날아 오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에잉- 쯧쯧- 혀를 찬 칼리안은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마물 여왕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스악-!
칼리안이 검을 휘둘렀다.
그 단순한 행위는 세상을 베는 참격이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거대한 참격이 칼리안과 실라투나.
일직선 상에 있는 모든 것들을 베어 버렸다.
피를 쏟아내며 죽어가는 마족들.
실라투나는 자신의 지척에 다다른 참격을 보며 팔을 휘둘렀다.
콰드드득-!
실라투나의 손이 일순간 부러진 듯 꺾였다.
텅-!
그리고 이내 힘에 못 이긴 듯 튕겨 나갔다.
그 위로 무시무시한 공격이 쏟아졌다.
마안을 이용한 요정의 마법이.
피닉스의 막강한 불꽃이.
천공을 가르는 바람이.
검성 칼리안이 실라투나에 맞서기 위해 선별한 영웅들의 공격이 허공을 수놓았다.
그 압도적인 화력을 보며 성벽 위에서 군단의 공격에 맞서 싸우던 이들이 입을 떡 벌렸다.
콰가가가가가가강-!
알비, 엘런, 체이드의 공격이 직격 하자 지축이 심하게 흔들렸다.
실라투나가 서 있던 주변 일대는 흔적도 없이 초토화되었다.
공격에 직격당한 실라투나는 몸을 뒤로 젖힌 채 굳어 있었다.
“통한 건가……!”
세이룬 학생 한 명이 손을 불끈 쥘 때였다.
“킥!”
고개를 뒤로 젖히고 있던 실라투나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키키키킥! 키히히히. 아하! 아하하하하하하하하!”
미친 듯이 광소를 터트리는 실라투나의 눈이 번뜩였다.
“제법 아프잖아?!”
실라투나가 손을 들어 올렸다.
고오오오! 콰지지직-!
거대한 검은 구체가 실라투나의 손 위에 생성되었다.
그 소름 끼치는 흑마력을 보며 성벽 위를 지키던 이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조금 전 호기롭게 실라투나를 토벌하자고 외쳤던 몇몇 이들은 깨달았다.
자신들의 소리가 얼마나 어리석은 망상이었음을.
그리고 알게 되었다.
재앙의 시대 이전부터 존재해온 군단장의 공포를.
“죽어라! 버러지들아!”
실라투나의 흑마법이 성벽을 향해 날아갔다.
그 순간.
“종언.”
번쩍-!
콰가가가가강-!
황금색 별빛과 동시에 실라투나의 마법이 그 자리에서 폭발하여 소멸했다.
실라투나는 별의 마법 최강의 주문을 사용한 엘프, 세이룬의 교장을 보며 흉악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마법이네.”
“네놈의 꿍꿍이가 뭔지 모르겠군.”
그때 리벤이 실라투나에게 말했다.
“아무리 네가 강대한 군단장이라 하더라도 이곳은 넘을 수 없다. 그래서 너희 세 군단장은 지금까지 침묵해 온 게 아닌가?”
실라투나가 힐끗- 리벤을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말아 오렸다.
“묻고 싶은 게 뭐냐, 도마뱀.”
“꿍꿍이가 뭐지?”
“옛 동포를 마중 나왔다고 하면 대답이 될까?”
“옛…… 동포라고?”
그 말에 리벤이 낯빛을 굳힐 때였다.
실라투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실라투나를 보며 리벤 역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얼굴을 굳혔다.
하늘에는 금이 가 있었다.
‘저건…… 대체 뭐지?’
그 순간.
콱-!
금이 간 하늘에서 흉측한 팔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벽을 부수기라도 한 듯.
내질러진 괴물의 팔은 조심스럽게 다시 원래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갔다.
그 순간…….
크르르르르-
리벤의 귓가로 낮은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리고 뚫린 구멍으로 소름 끼치는 거대한 보라색 눈동자가 보였다.
리벤은 온몸에 전율이 이는 걸 느꼈다.
‘설마…… 타르타로스의 군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