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08)
208
균열을 뚫고 현세로 넘어가려는 제르디악의 뒷모습을 향해 레오가 손을 들어 올렸다.
우웅-!
강대한 회색의 마력이 휘몰아쳤다.
거대한 마법진이 생성시킨 레오가 주문을 완성 시켰다.
“문 라이트.”
은녹색의 섬광이 번쩍임과 동시에 빛의 포격이 무방비 상태의 제르디악을 덮쳤다.
번쩍-! 콰가가가강-!
“……!”
하지만 순간 제르디악의 등 뒤에서 일어난 심연의 불꽃이 레오의 마법을 집어삼켰다.
그걸 본 레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에레보스의 불꽃!’
“젠장!”
욕지거리를 내뱉은 레오가 무릎을 굽혔다.
콱-! 쾅-!
땅을 박차자 레오의 몸이 탄환처럼 제르디악을 향해 날아갔다.
스릉-!
레오의 검에 회색의 오러가 맺혔다.
콰가가가가가각-!
레오의 검격이 제르디악을 노렸다.
하지만 또다시 일어난 불꽃이 레오의 검을 막아냈다.
‘이것으로 확실해, 이 불꽃은 명백하게 의지를 가지고 있어!’
그리고 그것이 노리는 것은 하나.
자신의 심복을 현세에 재림시키는 것.
‘막아야 해!’
평화의 시대라 불리고 있는 지금 시대.
하지만 그 평화는 말 그대로 미묘한 균형으로 인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계속해서 육성되는 많은 영웅 덕에 가까스로 균형이 유지되고 있는 평화는 조금의 균열로도 충분히 무너질수 있다.
하지만 에레보스만 존재하지 않을 뿐.
타르타로스의 세력은 여전히 건재하다.
특히나 사령왕, 거인왕 마물 여왕.
이 세 군단장과 이들이 이끄는 군단은 영웅 사관 학교 하나의 전력을 가진 괴물.
그런 가운데 이 세 군단장과 동급의 힘을 가진 또 다른 군단장이 현세에 재림하게 된다면?
길었던 평화는 종말을 맞이할 게 분명했다.
레오의 붉은 눈이 번뜩였다.
이를 악물고 마력을 불태웠다.
레오의 손에 순백의 빛이 뿜어져 나왔다.
성운의 시조 루나가 시작의 영웅에게 선물한 카일만의 고유 마법.
“이노센트.”
화악-!
순수의 힘이 레오의 손에 어렸다.
그리고 심연의 불꽃을 향해 던졌다.
화악-!
일순간 검은 불꽃이 흩어졌다.
하지만 이내 불꽃은 더더욱 맹렬하게 타올랐다.
‘일전에 루나의 세계에서 만났던 에레보스의 파편보다 더 강대한 힘의 파편인가?’
레오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더더욱 강대한 마력을 내뿜으려 했다.
후욱-!
순간 불꽃이 작게 뭉치기 시작했다.
그걸 본 레오의 얼굴이 굳었다.
‘폭발한다……!’
다음에 일어난 현상을 파악하고 레오가 빠르게 마력과 오러를 전개했다.
콰앙-!
고막을 찢을 듯한 폭발음과 동시에 거대한 충격파가 레오를 덮쳤다.
쿵-!
“젠장!”
땅에 처박힌 레오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화르르륵-!
그런 레오를 비웃기라도 하듯 검은 불꽃이 명백하게 불타올랐다.
그러고는 이내 사그라들었다.
챙그랑-!
그와 함께 무언가 깨지는 소리와 함께 제르디악이 현세로 도망쳤다.
과거의 경계를 넘어 거대한 재앙이 현세에 재림한 것이다.
레오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대한 균열 너머로 세이룬의 풍경이 보였다.
‘실라투나!’
하늘 아래에서 내려다보이는 세이룬의 풍경은 절망 그 자체였다.
‘어서 가서 놈들을 막아야……!’
덥석-!
몸을 날리려던 레오는 순간 뒤에서 자신의 옷자락을 잡아당기는 힘에 얼굴을 굳혔다.
연은빛 머리카락에 별처럼 빛나는 황금색 눈동자.
아름다운 엘프는 레오의 붉은 눈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제르디악은…… 어디로 간 거야?”
“루나.”
레오가 이를 악물었다.
너무도 친애하는 동료.
단 하루도 잊어 본 적이 없는 친구.
무어라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이곳은 과거의 세계고 제르디악은 현세로 넘어갔다고 설명해야 한단 말인가?
레오는 잘 알고 있다.
이 세상 한가득 꽃을 피울 거라고 외치던 친구는 항상 머나먼 미래를 그리며 나아가던 천진난만한 여인이라는 것을.
그 찬란한 미래에 자신이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던 당찬 아가씨라는 것을.
그렇기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여기는 거짓된 세계고…… 너는 이미 죽었다는 걸.’
이미 죽고 사라진 과거의 존재라는 걸.
레오는 루나에게 결코 말할 수 없었다.
일그러지는 레오의 얼굴을 바라보며 루나가 손에 힘을 슬그머니 풀었다.
그리고 웃었다.
“또…… 그런 표정을 짓고 있네.”
루나가 한 발자국 다가왔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신기하다.”
루나의 손이 레오의 뺨에 닿았다.
“……얼굴도 다르고…… 내가 아는 카일도 아니지만…… 그래도 네가 낯설지 않아.”
레오의 붉은 눈이 크게 뜨였다.
그런 붉은 눈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루나가 웃었다.
“오랜만이야, 카일…… 아니, 레오.”
“너…… 그때 일을 기억하고 있어?”
“아니. 원래는 잊고 있었어. 하지만 널 본 순간 기억났어. 넌 절망한 나에게 용기를 주었고 나아갈 힘을 주었지?”
루나가 부드럽게 웃었다.
“내가 미래에 성운의 시조라고 불린다고 말이야.”
루나가 눈을 살짝 감았다.
“네 얼굴을 보니 알겠어. 미래에 난…… 죽는 거지?”
레오는 숨을 삼켰다.
눈을 뜬 루나는 황금색 눈동자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만 알려줘.”
“뭘?”
“에레보스는…… 쓰러트린 거지?”
“……응.”
“나의 죽음은 헛되지 않은 거지?”
“그래.”
울 것 같은 얼굴로 대답을 하는 레오를 보며 루나는 환하게 웃었다.
“그럼 됐어.”
과거의 대영웅은…… 바뀌지 않을 자신의 운명을 덤덤히 받아들였다.
그 죽음이 헛되지 않았다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듯.
너무도 아름다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위험은 완전히 끝나지 않았을 거야. 안 그래? 카일.”
“맞아.”
“놈은 어디로 간 거야?”
“……5000년 후의 미래로.”
“5000년…….”
루나가 커다란 눈을 깜빡거리더니 머리를 벅벅 긁었다.
“너무 머나먼 미래라 감이 안 잡히네. 대체 어떤 시대야?”
“……평화의 시대지. 에레보스는 봉인되었어.”
“그래? 그럼 넌 대체 어떻게 온 거야? 그때 만났던 애들도 미래에서 온 거지?”
“……미래에는 히어로 레코드라는 게 있어.”
레오는 짤막하게 히어로 레코드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호오. 그렇군! 신들이 제법 쓸 만한 걸 남겼는데?”
음음! 감탄하며 고개를 끄덕인 루나가 훗- 하고 웃었다.
“그나저나 모든 엘프들은 물론이고 다른 마법사들까지 날 위대하다고 칭송하다니. 역시 그렇게 될 줄 알았어. 난 위대하니까!”
팔짱을 끼고 턱을 치켜들며 하하하! 웃던 루나가 풉- 하고 입을 막고 웃었다.
“그나저나 넌 잊혀졌다고? 풉! 너 혼자만? 세계를 구했는데? 진짜 웃기다! 푸흐흐흐!”
“……넌 웃음이 나오냐?”
레오는 실소를 터트렸다.
금방 우쭐하고 깔보고.
이런 모습을 사람들이 본다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
“그래, 이렇게 웃고 떠들 때가 아니지.”
루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가자, 카일.”
“뭐? 어딜?”
루나는 한심하다는 얼굴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어디로 가긴, 미래로 가야지.”
“……넌 갈 수 없어.”
레오가 하늘의 균열을 올려다보았다.
제르디악은 에레보스의 힘에 의해 현세로 넘어갔을 것이다.
하지만 루나는 아니다.
철저하게 루나는 영웅의 세계 내의 존재.
게다가 아직 루나의 세계는 공략조차 되지 않고 있다.
루나가 바깥으로 갈 수는 없을 것이다.
레오는 그 사실을 확신했다.
왜냐하면…… 루나에게는 하늘 위에 커다란 균열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그 너머의 현세의 모습이 보지 못했다.
그건 루나가 철저하게 이야기 속을 살 수밖에 없는 과거의 인물이라는 증거였다.
레오의 말에 루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확실히 내 눈에는 우중충한 하늘밖에 보이지 않아.”
쩌적-
루나의 몸에 금이 갔다.
그걸 본 레오의 얼굴이 굳었다.
루나의 몸뿐만 아니다.
세계에 서서히 금이 가고 있었다.
화르륵-!
그 틈으로 검은색 불꽃이 일렁였다.
“하지만 이 세계는 얼마 남지 않았어.”
세계의 주인으로서 루나는 직감했다.
자신의 세계가 얼마 남지 않았음을.
‘충격으로 세계 자체가…… 히어로 레코드가 붕괴하는 건가.’
레오가 이를 악물었다.
“카일.”
루나가 레오를 똑바로 직시했다.
“이대로 나의 희생이 헛되게 할 수 없어. 아깝잖아. 억울해.”
“…….”
“과거의 망령이 5000년 미래로 갔다면, 난 쫓아가서 그 망령의 엉덩이를 걷어차 줄 거야.”
루나의 황금색 눈이 번뜩였다.
“미래에 나를 찬양하는 귀여운 후손들을 구원할 거야! 난 성운의 시조니까!”
“……그다지 귀엽지는 않은데.”
“아무튼!”
“……뭐 생각 난 방법이 있어?”
그 말에 루나가 찰싹-! 양 손바닥을 맞부딪힌 후 말했다.
“신님에게 열심히 기도하는 거지.”
“……평소에 그렇게 무능하게 신을 욕해놓고 이제 와서 열심히 기도한다고?”
“신이시여, 비나이다. 비나이다. 제가 5000년 후로 넘어가서 그 못생긴 제르디악을 처치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레오의 말을 조금도 듣지 않고 루나는 기도를 시작했다.
너무도 진지한 얼굴로 루나는 빌고 빌었다.
“보내줘! 5000년 후로 보내 달라고! 이 무능한 신놈들아.”
신이 들었다면 들어주려다가도 그 생각을 싹 가시게 할 것 같은 불경한 말에 깊은 한숨을 쉬던 레오는 문득 자신의 팔목을 내려다보았다.
레오에게 힘을 선사하고 있는 폴리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신…….’
레오에게 과거의 힘을 허락한 신의 기적.
레오는 자신의 폴리움을 원래 모습으로 만들었다.
루나는 또 다른 폴리움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레오가 폴리움을 루나에게 건넸다.
루나는 폴리움을 건네받았다.
순간, 루나의 눈이 별처럼 밝게 빛났다.
몸에 갔던 균열 역시 사라지기 시작했다.
“아…….”
루나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탄성을 내질렀다.
“저게 미래구나.”
루나가 놀랍다는 표정을 짓더니 히죽 웃었다.
“이걸로 그 못생긴 도마뱀을 찢어 죽일 수 있어.”
호전적인 미소를 짓는 루나가 카일에게 말했다.
“가자! 카일! 미래로 가서 타르타로스 놈들을 날려 버리는 거야!”
“의욕이 넘치는군.”
레오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는 루나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 전에!”
루나가 폴리움을 레오에게 겨누었다.
레오의 몸에 루나의 마력이 휘몰아쳤다.
밝은 빛이 가시고 레오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
“음! 이제야 조금 적응이 되네.”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새 레오는 카일의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루나가 기억하는 그 모습이었다.
“솔직히 미소년 모습이 조금 더 내 취향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는 그 모습이 가장 너답다고 생각해. 카일.”
루나가 환하게 웃으며 레오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건방지게 미소년 모습을 하지 말란 말이야! 카일 주제에!”
그렇게 말한 루나가 몸을 띄웠다.
“성운의 시조 루나님이 간다!”
“……별명이 마음에 든 모양이네.”
레오는 웃음을 터트리며 루나의 뒤를 따라 플라이 마법을 사용했다.
“아, 그러고 보니 말이야.”
“응?”
“리시나스가 날 좋아했다고 하더라고.”
“뭐?”
루나가 눈을 휘둥그레 떴다.
“진짜? 전혀 몰랐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루나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이상한 거 아니야. 리시나스 녀석이 티를 전혀 안 냈던 거라고.’
그렇게 생각한 레오는 빤히 루나를 바라보았다.
“왜?”
“넌 아니지?”
“5000년 후의 미래에서 평화롭게 살더니 돌았냐?”
“그래. 아니지?”
“당연하지.”
웃음을 터트리는 레오를 보며 루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됐어. 가자.”
그런 루나를 뒤로하고 레오는 제르디악이 내놓은 구멍을 향해 날아갔다.
그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루나가 중얼거렸다.
“어째 죽었다 살아나도 저 모양이냐. 병신새끼.”
***
키오오오오오!
베네트의 마법이 제르디악의 목에 작렬했다.
베네트를 포함한 알비, 엘런, 체이드는 어떻게든 미쳐 날뛰는 제르디악을 저지하기 위해 온 힘을 쏟아부었다.
이성이 존재하지 않는 제르디악을 상대로 네 영웅은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제르디악을 토벌할 정도의 데미지는 주지 못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루니아가 이를 악물었다.
‘아버지…… 교장 선생님.’
화르르륵-
루니아의 몸에 맹렬한 불꽃이 타올랐다.
자기 자신조차 집어삼키는 피닉스의 불꽃이었다.
그런 루니아의 눈에 이성을 잃고 날뛰는 마족의 모습이 들어왔다.
‘한 명이라도 더 쓰러트려야 해. 그래서 다른 사람들의 부담감을 덜어 줘야 해.’
이미 온몸에 화상투성이임에도 루니아는 멈추지 않았다.
“루니아 양!”
그때 에이란이 다급히 다가왔다.
“더 이상은 위험해요! 잠시 물러서서 화상을 치료해야……!”
“더…… 더 할 수 있어!”
“안 돼요! 더 이상은 목숨이 위험해요!”
에이란이 울 것 같은 얼굴로 루니아를 말렸다.
루니아는 정말로 자기 자신마저 잿더미로 만들 것만 같았다.
“난 더 싸울 수 있…….”
“친구 말을 듣는 게 좋지 않겠니?”
뒤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루니아가 흠칫했다.
낯이 익은 목소리였다.
절대, 절대 잊을 수 없는 목소리.
‘말도 안 돼…… 있을 수 없는 일이야.’
루나의 몸이 떨렸다.
“그때도 생각했지만, 너도 참 무모한 애구나?”
아마 레오가 들었다면 네가 할 소리냐고 핀잔을 줬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지금 레오는 이곳에 없었다.
루니아가 고개를 돌렸다.
에이란 역시 입을 벌리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너무도 아름다운 엘프가 두 개의 폴리움을 쥐고 서 있었다.
에이란은 눈을 비볐다.
하지만 눈앞의 존재는 사라지지 않았다.
“루나…… 님?”
“응.”
루나가 빙긋 웃었다.
“고생했구나.”
폴리움을 손에서 놓은 루나는 손을 뻗어 루니아와 에이란의 머리를 토닥여 주었다.
“뒤는 이 언니에게 맡기렴.”
루나가 제르디악을 바라보았다.
“과거의 망령은 과거의 존재가 해결할 테니까.”
지금 눈앞에 잠들었던 전설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