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11)
211
‘쓰러트렸다.’
레오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실라투나가 사라진 장소를 바라보았다.
지긋지긋한 악연의 종착역.
대영웅들이 번번이 토벌에 실패했던 타르타로스의 3대 최흉.
토벌대가 에레보스와 맞서 싸울 힘을 손에 넣었을 당시에 군단장들은 대영웅들과의 맞대결을 피하며 다른 영웅들을 노리기 시작했다.
토벌대가 강해졌다고는 하나 그 수는 여전히 다섯, 여러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가해지는 군단장의 공습을 동시에 막아내는 것은 무리였다.
토벌대의 전력만으로는 에레보스와 군단장, 양쪽을 모두 쓰러트릴 수 없다고 판단하여 에레보스를 쓰러트리는 데 집중했다.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으니까.’
에레보스라는 거대한 재앙을 내버려 두고 군단장에 전력을 할애할 수 없었다.
심호흡한 레오가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레오가 영웅의 세계에서 귀환하기 전.
실라투나를 저지했던 칼리안에게 걸어갔다.
저벅- 저벅-
온몸이 비명을 내질렀다.
하지만 레오는 개의치 않았다.
잠시 후, 칼리안이 있는 곳에 도달한 레오는 눈을 감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칼리안은 서 있었다.
이미 육신은 한계를 맞이했을 것이다.
시대를 짊어진 영웅이라고 칭송받는 남자였지만 결국 한 세기나 살아온 늙은 영웅.
아무리 드래곤인 리벤의 도움을 받았다 하더라도 실라투나를 막아낸 건 기적이라 불려도 손색없는 위업이었다.
검을 지팡이 삼아 서 있던 칼리안이 레오를 바라보며 빙그레 웃었다.
“……과연 대영웅입니다. 마물 여왕을 쓰러트리다니…….”
레오의 눈이 가라앉았다.
시작의 영웅을 칭송하는 검성의 생명은 서서히 꺼져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생명마저 불살라가며 마물 여왕을 막아냈다.
“나 혼자서 한 게 아니야.”
레오는 뒤를 돌아보았다.
“오오…… 루나님…….”
“……이 사람들은?”
루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우리가 오기 전에 실라투나를 막았던 이들이야.”
“버티는 게 전부였습니다.”
칼리안이 고개를 숙였다.
“우리의 힘으로는 무엇도 할 수 없었습니다.”
칼리안의 눈이 가라앉았다.
“당신들이 아니었다면…… 많은 영웅이…… 많은 학생이 죽었겠지요. 나는 한 시대를 책임지는 자로서 부족한 자였습니다.”
덜덜 떨리는 손으로 스스로를 자책하는 칼리안을 보며 레오가 말했다.
“아니 당신이 실라투나를 막아내면서 힘을 빼줬기에 버틸 수 있었어. 당신이 없었으면 나도 루나가 올 때까지 버티지는 못했을 거야.”
“당신은 영웅으로서 당당할 자격이 있어요.”
루나는 칼리안에가 다가가 떨리는 손을 잡아주며 힘 있게 말했다.
“그러니 고개를 들어요.”
루나의 말에 고개를 든 칼리안이 말했다.
“……나는 어려서부터 당신들을 동경했습니다. 당신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평화를…… 지키고 싶었습니다.”
칼리안의 목소리가 떨렸다.
“시대를 짊어진 자로서…… 후대를 위해 목숨을 사용하는 건 당연한 일…… 당신들이 내게 해주신 말은…… 내게 분에 넘치는 영광입니다.”
그의 목소리에서 점점 힘이 사라졌다.
“한 가지 청이 있습니다. 시작의 영웅이여.”
칼리안이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 레오를 보았다.
“……이 늙은이에게…… 부디 희망을 보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검성은 간절한 소망을 내비쳤다.
“당신은…… 레오 플로브와 무슨 관계입니까?”
그 물음에 레오는 깊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루나의 마법을 해체했다.
석양이 지는 하늘 아래.
대영웅이 소년의 모습으로 바뀌는 걸 본 칼리안은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고 안심했다는 듯 환하게 웃더니…… 이내 눈을 감았다.
쓰러지는 검성을 조심스럽게 받아 준 루나는 최후를 맞이한 그에게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고생했어요. 당신의 이야기가 평생토록 기억되기를…….”
영웅의 최후를 축복해준 루나는 칼리안을 조심스럽게 눕히고 리벤에게 다가가는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리벤 역시 최후를 맞이해 가고 있었다.
석양을 등진 레오는 리벤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검성의 뒤를 따라.”
“……예.”
“당신이 선택한 영웅은 최고였어. 리시나스도 자신의 뜻을 받들어 최고의 영웅을 선택한 당신을 자랑스러워할 거야.”
“그것참…… 너무도 큰 영광이군요.”
힘겹게 미소 지은 리벤도 서서히 눈을 감았다.
숨을 거둔 두 영웅을 바라보며 루나가 말했다.
“수도 없이 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 왔지만…… 역시나 익숙해지지 않네.”
루나는 두 눈을 감고 양손을 모은 후 두 사람을 위해 기도해 주었다.
레오는 그 고결한 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잠시 후, 눈을 뜬 루나는 레오를 바라보며 빙긋 웃었다.
루나의 몸이 희미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기적의 끝이 다가오고 있다.
레오가 이를 악물었다.
“루…… 나.”
떨리는 목소리로 루나를 불렀다.
“쉿.”
루나는 검지로 자신의 입을 가리며 작게 속삭이듯 말했다.
“웃는 얼굴로 보내주면 안 될까? 그때처럼.”
일전에 자신에게 꽃을 피우는 마법을 보여주었던 레오를 떠올리며 루나는 환하게 웃었다.
“언젠가 다시 만날 거야. 물론 지금처럼 또 다른 내가 이 기억을 간직할 거라는 장담은 없지만…….”
루나는 살짝 눈을 감았다.
“그래도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마치 내일 다시 만날 친구처럼.
루나는 가벼운 걸음걸이로 레오에게 다가왔다.
“그러니 카일.”
루나는 손을 뻗어 레오의 뺨을 쓰다듬었다.
루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빛이 점점 더 환해졌다.
“포기하지 말아 줘.”
루나가 레오의 뺨에 입을 맞추었다.
“그 포기하지 않는 멋진 모습에 내가 반했던 거니까.”
수줍게 미소 지으며 루나가 물러섰다.
“분명…… 다시 만날 거야.”
화악-!
루나의 몸이 빛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뺨에 남아 있는 온기에 레오는 자신도 모르게 오른쪽 뺨을 쓸어보았다.
그리고 루나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티를 좀 내줬으면 어디가 덧나냐?”
어느새 석양이 지고 어둠이 찾아왔다.
차갑게 식어가는 전장으로 눈이 떨어졌다.
그렇게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된 세이룬 전투가 끝을 맞이했다.
***
마물 여왕의 토벌과 관련된 소식이 전 세계를 뒤흔들었다.
오랫동안 세상을 위협해온 재앙의 종말.
그것보다 더더욱 사람들을 흥분시킨 건 ‘대영웅’ 의 재림이었다.
성운의 시조 루나.
그리고 최근 실존했다는 증거가 발견된 시작의 영웅 카일까지.
머나먼 과거의 존재인 대영웅이 현세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많은 이는 믿지 못했다.
하지만 루메른과 세이룬에서 공식적으로 인정을 하게 되자 세계가 들썩였다.
오랜 세월 세계를 위협했던 마물 여왕의 토벌.
그리고 대영웅의 등장까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가 되었다.
하지만 루메른의 분위기는 어두웠다.
루메른의 에레크 대연병장.
학생들은 모두 검은 옷을 입고 정렬해 있었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에레크 대연병장에 있는 칼리안의 초상화에 꽃을 헌화했다.
학생들뿐만 아니었다.
세계 각지의 수많은 졸업생이 루메른을 찾았다.
그중에는 눈물을 보이는 이도 있었다.
오랜 시간 루메른의 교장으로 취임하며 많은 영웅의 길잡이이자 목표가 되어준 위대한 영웅.
그러한 검성의 죽음은 거대한 파장을 불러오기 충분했다.
헌화가 끝이 나고 모두가 검성을 추모하는 가운데.
단상에 할린드가 마이크 앞에 섰다.
-살아생전, 교장선생님께서 남기신 편지가 발견되었습니다.
모두의 시선이 할린드에게 향했다.
-여기 계신 모든 분 앞에서 낭독을 하시기를 바라셨기에 교장 선생님의 마지막 말씀을 낭독하겠습니다.
특유의 무표정한 얼굴로 편지를 든 할린드가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이 편지가 세상에 공개되는 일이 없기를 바랐지만 이렇게 편지로서 마지막 말을 남기게 되었군.부디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학생이 없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네.
이 늙은이의 죽음을 크게 슬퍼하지 말게.
영웅이라면 후대를 위해 검을 뽑는 건 당연한 일.
나는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네.
나의 죽음에 큰 의의를 두지 말게.
나는 그저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한 명의 사람일 뿐.
앞으로 나아가게.
내가 그러했듯.
수많은 선대 영웅이 그러했듯.
언제나 이 말을 기억하게.
한계를 뛰어넘게.
계속해서 뛰어넘어 이 말을 전해 듣는 모든 이들이 세상을 이끌어갈 위대한 영웅이 되기를 나는 바라겠네.
자네들을 믿겠네.]
칼리안이 남긴 편지의 낭독이 끝났다.
이후 영웅들이 모여 떠나는 검성에게 최고의 예우를 다하며 장례식은 끝이 났다.
그렇게 검성의 시대가 끝을 고하고 있었다.
***
루메른 영웅의 탑.
가장 꼭대기에 있는 교장실에서 누군가 루메른의 전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장난기가 많은 분이셨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존경할 만한 분이셨었죠.”
남자는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나 찾아뵐 때면 이곳에서 루메른을 내려다보곤 하셨습니다. 마치 학생들의 모습을 하나하나 지켜보기라도 하겠다는 듯.”
남자는 씁쓸한 한숨을 내쉬며 뒤를 돌아보았다.
“하지만 그분의 유언처럼 언제까지 슬퍼만 할 순 없습니다. 루메른의 교장과 교감 자리를 비워둘 수는 없으니까요.”
“그 말에 동의하네, 이사장.”
할린드가 덤덤히 말했다.
“그렇다면 교장 선생님으로는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합니까? 많은 분들이 할린드 교수님과 세드젠 교수님을 후보로 추천하고 있습니다.”
인피니티 스펠러라 불리는 영웅.
제르온 가문의 주인이자 루메른의 이사장인 알테크 제르온은 두 교수에게 물었다.
할린드와 세드젠.
두 사람은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린 자들은 아니었다.
하지만 수많은 영웅을 탄생시킨 루메른의 명교수들로서 명성이 높다.
지금 루메른의 교수들은 물론이고 수많은 졸업생 역시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교장이 되는 것을 지지할 게 분명했다.
하지만 할린드와 세드젠은 고개를 저었다.
“나는 교장의 그릇은 아니네. 이사장.”
“나 역시 할린드의 의견이 동의하네.”
“곤란하군요. 저는 두 분 중 한 사람이 교장이 되어주셨으면 했는데 말입니다.”
알테크가 아쉽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교장 후보에 관해서는 두 분께 위임해도 되겠습니까?”
원래 교장 임명 권한은 이사장이 갖고 있다.
하지만 알테크는 할린드와 세드젠에게 그 막대한 권한을 위임하려 했다.
두 교수는 알테크가 이사장이 되기 이전부터 교직에 몸담아 온 이들.
그렇기에 칼리안 만큼 알테크가 믿고 의지를 했던 남자였다.
“알겠네. 후보를 찾아보지.”
세드젠이 고개를 끄덕이자 알테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진지하게 말했다.
“그럼 학과 일정에 관해서 두 분과 상의를 나누고 싶습니다.”
그 말에 할린드가 골치 아프다는 듯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학과 일정을 마무리할 만한 상황은 아니지.”
검성이 죽었다.
지금은 마물 여왕의 토벌과 대영웅들의 등장에 사람들이 흥분하고 있지만…….
곧 알게 될 것이다.
검성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
물론 타르타로스 역시 마물 여왕을 잃었다.
그건 막대한 타격일 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에 버금갈 정도로 검성의 죽음 역시 막대한 손실이었다.
지금 시대의 평화는 검성이라는 거대한 억제력에 의해 유지되고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말 그대로 아슬아슬한 균형이 이루어지고 있었던 상황.
그 균형의 축이 무너졌다.
그렇다면 타르타로스에서 어떤 도발을 해올지 알 수 없었다.
“세이룬 역시 내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알고 있습니다.”
세이룬은 지금 모든 학과 일정이 멈춘 상황이었다.
“그 정체불명의 군단장의 정체는 여전히 알 수 없지만…… 머나먼 과거의 군단장일 확률이 높겠죠. 학자들이 문헌을 뒤져본 결과 ‘포이즌 킹 제르디악’ 이 아닐까하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대영웅들이 모습을 드러낸 마당이다.
과거의 군단장이라고 현세에 드러내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렇다면 문제는 그 과거의 군단장이 어떻게 세이룬 한복판에 모습을 드러냈냐는 것이다.
“대영웅…… 과거의 군단장…… 역시나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뿐이겠지. 히어로 레코드일세.”
세드젠의 말에 알테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세이룬 내부의 배신자들이 과거의 군단장을 불러들였을 확률이 높죠. 루메른 역시 검성에 의해 토벌된 군단장이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알테크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루나님의 히어로 레코드 하나가 완전히 소멸했다고 합니다.”
알테크의 말을 듣고 할린드와 세드젠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이 안건을 두고 교직원 회의를 소집을 요청합니다.”
“무슨 안건인가?”
“방학을 좀 더 앞당기는 겁니다. 우선 학생들을 집으로 돌려보내고 루메른 역시 차후에 있을 상황을 위해 재정비해야 한다고 생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