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19)
219
대륙 서부의 패권국, 로드렌의 수도 로렌드의 거리.
인간 제일의 강대국이라 평가받는 나라의 수도답게 거리에는 수많은 인파가 있었다.
최근 들어서는 더욱 많은 인파가 몰렸다.
루메른 입학 통합 시험 장소인 만큼 당연한 현상이었다.
하지만 거리에 활기가 넘친다고 좋은 건 아니었다.
“잡아라!”
“도둑이야!”
“거기 서라!”
로렌드의 외각 거리에서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흥! 서란다고 서겠냐?!”
강도는 히죽- 웃으며 빠르게 골목으로 들어갔다.
제국의 수도답게 로렌드의 치안은 매우 좋다.
하지만 수많은 외지인이 유입되면서 기존 경비병들만으로는 치안을 유지하기 힘들 지경이 되었다.
빛이 밝으면 그림자도 짙은 법.
영웅의 시대라 해도 범죄 집단은 있기 마련이다.
더더욱 영웅들에 의해 토벌 되는 만큼 더욱더 은밀하게 음지로 파고들어 세력을 키운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둑 길드였다.
그리고 지금의 로렌드는 도둑 길드원들의 표적이 되기 딱 좋은 상태였다.
‘이미 이 골목은 훤히 파악해뒀지!’
중심가가 아닌 외곽지역은 상대적으로 근위병의 숫자가 적다.
그렇다 보니 외지에서 넘어온 도둑들이 활개를 치고 있었다.
스윽-!
그때 골목 한가운데 소녀 한 명이 팔짱을 떡- 하니 끼고 서 있었다.
“아앙? 비켜! 죽고 싶냐!”
강도가 단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그런 강도를 보며 소녀는 코웃음을 치더니 지팡이를 들어 올렸다.
‘마법사!’
눈을 번뜩인 강도가 다급히 몸을 틀어 더욱 골목 깊숙한 곳으로 도망쳤다.
도둑 길드 소속으로 오랫동안 강도짓을 해올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상황 판단이 빠르기 때문이었다.
‘흥! 아무리 마법사라도 복잡한 이 골목에서 날 잡을 순 없…….’
“저기, 귀찮은데 그냥 자수하면 안 될까요?”
“커억?!”
옆에서 들려 온 목소리에 강도가 기겁했다.
조금 전 강도의 앞길을 막았던 하늘색 머리카락의 소녀가 시큰둥한 눈빛으로 강도 옆에서 달리고 있었다.
강도가 본능적으로 단검을 휘둘렀다.
화악-!
그 순간 광풍이 불어왔다.
“끄아아아악!”
공중 높이 뜬 강도가 허우적거리며 바닥으로 추락했다.
철퍽-!
“끄억!”
상당한 높이에서 돌바닥에 떨어진 강도가 고통에 몸부림 쳤다.
첼시는 눈빛만으로 마법을 사용했다.
화악-! 철퍽-!
“사, 살려…… 케엑!”
공중에 붕- 뜬 강도는 다시 바닥에 곤두박질쳤다.
손바닥을 가볍게 턴 첼시는 강도가 숨을 쉬지 않는 걸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저씨, 숨쉬어요.”
그런데도 강도의 숨은 멎은 상태.
“숨 안 쉬면 진짜 죽을 높이에서 떨어뜨려 줄까요?”
“쉬, 쉽니다! 숨 쉽니다!”
벌떡 일어난 강도가 무릎을 꿇었다.
첼시는 마법으로 강도의 단검을 구겨 쓸모없게 만들었다.
그리고 스스로 경비병들에게 가게 만들었다.
첼시가 강도를 잡아 오자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비병들이 첼시를 향해 경례했다.
“협력에 감사합니다!”
“아뇨, 루메른 학생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에요.”
첼시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몰려든 구경꾼들은 그걸 보고 웅성거렸다.
“루메른 학생?”
“어쩐지…… 실력이 대단하다 했어.”
“저게 루메른 교복이야?”
“잠깐. 저거 혹시 첼시 르왈린 아니야?”
“첼시 르왈린?”
웅성거리던 구경꾼들이 첼시를 알아보고 환호성을 내질렀다.
첼시는 그런 그들을 보며 빙긋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더더욱 열렬한 반응을 끌어낸 첼시가 그 장소를 떠났다.
잠시 후, 첼시는 자신과 똑같은 교복을 입은 남학생을 발견했다.
다름 아닌 칼이었다.
칼도 첼시처럼 범죄자를 잡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오늘 몇 명이나 잡았어?”
“다섯 명.”
칼이 어깨를 주무르며 푸념을 내뱉었다.
“아니, 이놈의 범죄자들은 어째 줄어들지를 않냐?”
“온갖 잡놈들이 뭐 주워 먹을 게 있는가 싶어서 우리나라로 몰리고 있으니까 그렇겠지.”
사람이 몰리는 곳은 자연스럽게 범죄율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나 이번엔 시험을 보기 위해 여행객들이 늘어난 상황.
여행객의 가장 큰 특징은 돈이 많다는 점이다.
도둑 길드로서는 군침이 도는 대상이었다.
음식에 파리가 꼬이듯 여행객들의 두둑한 주머니를 털어 한몫 챙기려는 도둑들이 로렌드로 몰려들고 있었다.
치안 유지를 위해 루메른에서 취한 조치가 바로 학생 투입이었다.
이번 2학년 진급생 중 특별한 일이 없는 학생은 모두 로렌드에 와 있는 상태였다.
첼시와 칼이 루메른 학생들의 숙소로 돌아왔다.
“방학 때 끌려와서 범죄자들이나 잡고 있어야 한다니!”
“방학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데!”
“우리 학교는 학생들을 너무 부려 먹는다니까!”
루메른에서 제공한 고급 호텔 라운지에 모인 루메른 학생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칼이 문득 킬킬 웃기 시작했다.
“또 무슨 쓸데없는 짓 하려고?”
“보고 있어 봐.”
첼시의 물음에 칼이 큼큼!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소리쳤다.
“할린드 교수님! 안녕하세요!”
“히익?”
“하, 할린드 교수님?!”
불만을 토로하던 학생들이 기겁하며 소리가 들린 쪽을 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진한 공포가 깃들어있었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
칼은 그런 동기생들을 보며 배를 부여잡고 폭소를 터트렸다.
“하하하하하! 컥! 커억?!”
물론 그의 최후는 분노한 다른 학생들에게 몰매를 맞는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보며 첼시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짓는 와중에 호텔 라운지로 두 남학생이 들어왔다.
“그러니까 네놈이 너무 무르다는 거다. 아바드 르왈린.”
“그런가?”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말하자 아바드가 볼을 긁적였다.
“당신은 왜 또 우리 오라버니한테 시비야?”
“아바드 르왈린의 무르기 짝이 없는 안목을 정정해줬을 뿐이다.”
“뭐야? 우리 오라버니 안목이 어때서!”
첼시가 앙칼지게 반응하자 쓰러져 있던 칼이 나섰다.
첼시의 겨드랑이에 손을 집어넣고 들어 올렸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첼시가 버둥거리자 칼이 말했다.
“워- 워- 참아. 우리나라 왕자님 말투가 더러운 게 어디 하루 이틀이야?”
“네놈은 언제나 무례하군. 칼 토마스.”
“사람은 한결같아야지.”
칼이 능글맞게 웃었다.
한쪽은 모이라 공국의 후계자.
다른 한쪽은 그 모이라 공국의 평민.
어찌 보면 극과 극의 신분이지만 듀란과 칼은 사이는 나쁠지언정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지는 않았다.
모이라 왕국은 기사 공국으로 나라 자체는 크지 않기에 인재를 매우 중요시하는 나라였다.
어떤 신분이든 실력만 있으면 대우받을 수 있는 나라다.
그리고 영웅 사관 학교 학생은 최고의 인재.
이유야 어찌 되었든 칼은 2학년 진급에 성공했다.
듀란은 나름대로 칼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래서 자신에게 능글맞게 굴어도 큰 위해를 가하지 않았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칼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자 아바드는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바깥에 입학 후보생들이 잔뜩 와 있었거든. 미래의 선배들에게 잘 보이겠다면서 인사를 한다고 온 모양이야. 선물도 잔뜩 사서 왔더군.”
“선물?”
“무슨 선물?”
“다과 종류가 잔뜩 있었지.”
여학생들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루메른 여학생 대부분은 디저트라면 환장했다.
“후후! 예의가 바른 후배들이군!”
“이 맛에 선배 한다니까~”
여학생들이 들뜬 목소리로 숙소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런 여학생들을 보며 아바드가 쓴웃음을 지으며 덧붙였다.
“지금은 듀란이 전부 쫓아내서 아무도 없어.”
“인사하러 왔는데 왜 쫓아냈어?”
1학년 동안 같은 반이었던 1반 여학생이 툴툴거리자 듀란이 코웃음을 쳤다.
“놈들은 아직 우릴 선배라고 부를 자격이 없다. 그런데도 후배라 칭하는 건방진 놈들이 주는 선물을 받고 싶나?”
“그래도 그중에 후배가 될만한 녀석도 있을 거 아니야?”
“내가 보기에 입학시험을 통과할 만한 녀석은 아무도 없었다. 그런 실력으로 감히 나를 선배라 칭하다니. 무례하기 짝이 없는 것들.”
“쟨 가끔 보면 확실히 왕자님이 맞는 것 같다니까.”
“와…… 왕족만이 가질 수 있는 오만함. 귀족은 흉내도 못 내겠네.”
듀란과 어느 정도 친분 있는 1반 학생들이 자기들끼리 수군거렸다.
그러다가 듀란이 자신들을 바라보자 언제 그랬냐는 듯 시치미를 뗐다.
그렇게 순찰을 나갔던 학생들이 하나, 둘 복귀했다.
로드렌 제국 학생들도 방학을 여기서 보냈다.
학교 친구들이 있을 뿐만 아니라 살인적이기까지 한 방학 숙제를 함께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그나저나 셀리아와 클로에는?”
“아직 안 돌아왔는데?”
“저녁은 바깥에서 먹고 오려나?”
1반 학생들이 돌아오지 않는 반장과 부반장에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숙소로 셀리아와 클로에가 들어왔다.
하지만 두 사람만 온 게 아니었다.
1층에서 숙제를 하던 학생들은 함께 온 세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들도 교복을 입고 있었지만 루메른의 교복이 아니었다.
루세전 때 보았던 루니아, 에이란, 루카.
세이룬 학년 대표들이 방문한 것이다.
“루메른 입학시험 관람을 위해 오늘 손님으로 왔는데 인사를 하러 잠시 들렀데.”
클로에의 설명에 루니아가 한 발 앞으로 나서서 아름다운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루메른 학생 여러분. 루니아 엘 룬드아라고 해요.”
“반가워! 세이룬 학년 대표!”
“세이룬은 어때?”
“수습은 끝난 거야?”
루메른 학생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소심한 편인 에이란은 깜짝 놀라 루니아 뒤에 숨었다.
루카는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네. 여러분 덕분에 세이룬은 원래 모습으로 돌아갔어요. 그때는 경황이 없어 제대로 감사 인사를 전하지 못했는데…… 여러분께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요.”
루니아가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세이룬을 위해 싸워주셔서 감사합니다.”
“루메른과 세이룬은 오랫동안 라이벌 관계였지만 바꿔 말하면 선의의 경쟁을 하는 친구잖습니까?”
“맞아! 그리고 타르타로스의 침공이었는 걸? 힘을 합치는 게 당연하지!”
“감사받을 일은 아니지!”
아름다운 루니아의 모습에 남학생들이 크흠! 헛기침을 하며 점잔을 떨었다.
“하여간. 저것들은 예쁜 사람만 보면 정신을 못 차려요.”
“그나저나 전에도 생각했지만 세이룬의 3등…… 뭐랄까 엄청 귀엽지 않아?”
“응! 지켜주고 싶은 타입이야.”
여학생들이 루카를 보며 꺅- 꺅- 떠들었다.
“니들이 쟤들이랑 다른 게 뭐냐?”
여학생들을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은 칼이 루니아를 바라보았다.
루니아는 완벽한 세이룬의 우등생을 연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칼은 알고 있다.
루니아가 사실 깡패같이 무서운 엘프란 걸 말이다.
그녀의 본성을 떠올리며 칼이 몸서리칠 때였다.
“카, 칼님! 잘 지내셨습니까.”
“오, 에이란.”
에이란은 지금 있는 학생 중 가장 친분이 깊은 칼에게 말을 걸었다.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와중에 에이란이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물었다.
“저…… 그…… 칼님. 레오님은 어디 계신가요?”
“레오는 집안 사정 때문에 여기 없는데.”
그 말에 에이란이 귀를 축 늘어트렸다.
‘레오! 이 부러운 자식!’
칼이 속으로 부르짖었다.
그렇게 세이룬 학생들의 방문으로 루메른 학생들의 숙소가 떠들썩해질 때였다.
“당장 나와아아아앗!! 레오 플로브 이 짜식아아아아아아!”
고막을 찢을 듯한 엄청난 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