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2)
【22】21
루메른의 중앙에 있는 영웅의 탑.
이곳이 바로 루메른의 위대한 학생보다는 교직원들을 위한 곳이다.
그리고 영웅의 탑 꼭대기에 교장실이 있다.
집무 책상에 앉아 느긋한 표정을 짓던 교장 칼리안이 창가로 고개를 돌렸다.
화르르르륵-!
화염과 함께 진홍색 머리카락을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서 오게, 피리나.”
부드럽게 웃으며 피니라를 맞이하던 칼리안의 안색이 순간 돌변했다.
“혹시 침입자가 움직였나?”
5년 전, 루메른 내부에 있었던 침입 사건.
인명피해는 없었기에 대외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고 범인 또한 잡히지 않았다.
하지만 루메른은 단순한 교육 기관이 아닌 히어로 레코드가 보관된 곳.
그런 루메른의 경계망을 뚫고 들어온 것도 모자라 루메른 내부에서 사건을 일으키고도 잡히지 않았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 엄청난 혼란을 초래할 것이 분명했기에 불문으로 붙여졌다.
하지만 범인을 찾는 것을 멈추지는 않았다.
그래서 칼리안은 엘런에게 부탁해 피리나를 루메른에 초청했다.
광활한 루메른 전체의 감시를 맡는데 피닉스만 한 환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건 아니지만 좋은 소식을 가져왔어.”
“좋은 소식?”
“이번에 루메른 학생 중 피닉스의 계약자가 탄생했어.”
“그게 정말인가?”
칼리안이 놀라며 물었다.
“자네와 계약한 건가? 아니면 다른 피닉스와 계약한 건가?”
“이번에 태어난 내 아이와 계약했어.”
“자네의 아이라면 룬드아 가문의 후계자와 계약을 맺을 예정 아니었나?”
“그럴 예정이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됐어.”
“어린 피닉스라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거군…… 그래도 학생의 신분으로 계약을 맺다니! 울타 말고도 5학년 중에 그만한 인재가 있었던가?”
칼리안은 당연히 최고 학년 중 계약자가 탄생했다고 생각했다.
페가수스의 계약자, 울타를 제외하고는 5학년 소환학과 학생은 모두 정령술이 주특기였기에 의외라고 생각했다.
“5학년이 아니야.”
“호오? 4학년인가? 하긴! 지금 4학년 환수 소환술 수석이 몹시 뛰어났지.”
“4학년도 아니야.”
피리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였다.
칼리안 교장의 얼굴이 미묘하게 변했다.
“설마 3학년이란 말인가?”
“아니.”
“…….”
“2학년?”
대답 없이 웃는 피리나를 보며 칼리안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지금 1학년 중 계약자가 탄생했다고 말하는 건가?”
“맞아.”
“누군가?”
“레오 플로브.”
“허허허허. 레오 플로브라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알비가 영웅의 재목으로 추천했던 학생이다.
그래서 다른 교수들의 반대도 무릅쓰고 학년 대표로 정했던 학생이 덜컥 피닉스의 계약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 학생은 기사학 전공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칼리안 교장은 놀라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빠른 시일 내에 만나 봐야겠군.’
***
“수고하셨습니다!”
소환학 수업이 끝나고 힘차게 인사한 1학년들이 우르르 실습장을 빠져나갔다.
어느덧 시간은 늦은 저녁 시간이었다.
성장기인 데다 테이밍 시험까지 친 학생들의 위장은 밥을 달라고 아우성이었다.
1학년들은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빠르게 학생 식당으로 향했다.
“레오 도령. 괜찮다면 저녁 같이 먹을래요?”
“좋아.”
레오도 첸 시아와 함께 강의실을 나서려 했다.
“레오 학생.”
“예.”
“교수님께서 찾으신다.”
카를로가 다가와 말했다.
“아무래도 저녁은 따로 먹어야겠네.”
“어쩔 수 없네요. 그럼 다음 수업 때 봐요. 레오 도령.”
첸 시아가 먼저 강의실을 나섰다.
레오는 카를로의 뒤를 따라 교수실로 향했다.
교수실에 도착한 카를로가 노크하자 안에서 짤막하게 ‘들어 와’ 란 말이 들렸다.
“들어가세요.”
카를로에게 인사한 후 레오가 방으로 들어갔다.
자유분방한 성격과 달리 유라 교수의 교수실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집무 책상에 앉은 유라 교수가 자신의 맞은편 자리를 권했다.
“앉아.”
레오가 자리에 앉자 유라 교수는 기다릴 것도 없다는 듯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어, 레오 학생.”
“네.”
“네가 아까 계약한 환수, 피닉스 맞지?”
‘역시 알고 있었구나.’
“예.”
레오의 대답에 유라 교수가 동요했다.
예상은 하고 있었다지만 레오의 입에서 확답을 들으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 번 보여 줄 수 있겠니?”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 유라 교수를 보며 레오가 교복 안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었다.
피리나는 오늘 밤에 데리러 온다고 했기에 피오라는 아직 레오가 데리고 있었다.
책상 위에 피오라를 올려놓았다.
“설마하니 살아생전 어린 피닉스를 볼 줄이야!”
성체 피닉스도 보기 힘든데 더 보기 힘든 새끼 피닉스를 보았으니 루메른의 교수도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아~! 이 늠름한 자태!”
늠름이고 나발이고 피오라는 병든 병아리처럼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눈이 나쁜가?’
“이름이 뭐지?”
“피오라요.”
“대체 어떻게 발견한 거냐? 환수의 숲에 피닉스가 있다는 건 나도 몰랐던 사실이야.”
루메른에서 교수의 지위는 결코 낮지 않다.
모두 자신의 분야에서 대단한 실력자였으며 유사시 상당한 권한을 가지는 지휘자이기도 했다.
그런 교수에게도 피리나의 존재는 비밀이었다.
그 사실을 피리나에게 들었던 레오는 변명을 준비해 왔다.
“숲을 헤매는 와중에 알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왜 그곳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피닉스의 알이었죠.”
무작정 믿기는 허술한 대답이다.
하지만 우연 말고는 피닉스의 계약을 설명할 길이 없다.
게다가 레오의 말을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피닉스의 알이라는 걸 알아보는 게 쉽지 않았을 텐데?”
피닉스는 그 유명세에 비해 알려진 것이 거의 없는 환상의 환수다.
괜히 관련 정보가 비싸게 거래되는 게 아니다.
“제 외가가 피닉스와 관련된 집안이라 피닉스에 관한 고서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네 외가가 어딘데?”
“제르딩거입니다.”
유라 교수가 놀랐다.
‘하긴…… 제르딩거라면 이해가 가. 그들이 사용하는 오러 불꽃의 근원은 피닉스의 힘이니까.’
소환사로서의 재능만 있다면 피닉스의 계약자로서 그보다 완벽한 조건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이제 고작 열다섯 살의 애송이가 피닉스와 계약을 맺다니.’
유라 교수가 눈을 빛냈다.
아직 의문점은 남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학생의 신분으로, 그것도 입학한 지 하루 만에 피닉스와 계약을 맺은 레오의 재능이었다.
“알겠다. 시간을 내줘서 고맙다. 이제 가보렴.”
유라 교수가 레오를 교수실 입구까지 배웅해주었다.
그리고 문을 열어주기 전, 진지하게 말했다.
“레오 학생.”
“예.”
“피닉스와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은 당분간 비밀로 하는 게 좋겠어. 그 사실이 알려지면 소란스러워질 테니 말이야.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저녁 맛있게 먹고 다음 수업 때 보자고.”
탁탁- 레오의 어깨를 두드려 준 유라 교수가 문을 닫았다.
그리고 자리에 가서 앉아 고민했다.
‘저 원석을 대체 어떻게 가르쳐야 하지?’
유라 교수는 꿈에 부풀었다.
역대급 재능을 가진 소환사가 자신의 제자라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최고의 소환사로 키우고 싶었다.
‘월반이라도 시켜야 하나? 재능 있는 학생을 맡은 것도 고민이네!’
먼 훗날 위대한 소환사로 이름을 날릴 제자를 떠올리며 유라는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레오가 원한다면 개인 수업도 해줄 용의가 있었다.
유라 교수는 레오가 소환학을 주 전공으로 선택할 거란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연하지 않은가? 저만한 재능을 가지고 다른 학과로 간다는 게 가당키나 한 소리란 말인가?
‘후후, 앞으로 5년 동안 최고의 전공학과는 우리 소환학과다!’
유라 교수는 몰랐다.
레오에게 주전공 같은 건 없다는 사실을 말이다.
***
다음 날 아침.
레오는 마법 수업을 듣기 위해 칼과 함께 마법동으로 향했다.
“오! 클로에!”
칼이 앞에서 옆구리에 마법 전공서를 끼고 걸어가는 클로에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었다.
“안녕, 레오, 칼. 하암.”
“아침부터 웬 하품이냐?”
“어제 늦게까지 마법서를 읽어서.”
“그래? 그럼 이건 어때?”
씩 웃은 칼이 품에서 작은 병 하나를 꺼냈다.
“칼 상회의 피로 회복 포션! 단돈 5실링 되겠습니다.”
“이상한 건 아니겠지?”
“여기 라벨에 첨가 성분이랑 인증마크도 다 붙어있어.”
“흐응.”
라벨을 확인한 클로에가 고개를 끄덕이고 피로 회복 포션을 샀다.
그걸 마시며 힐끔, 레오를 보았다.
“정말 마법 수업 듣는구나?”
“듣는다고 했잖아.”
“이 녀석 어제는 소환학 수업까지 들었다니까?”
칼의 말에 클로에가 신기하다는 듯 레오를 보았다.
“넌 어제 무슨 수업 들었어?”
“난 순수 마법사 지망이라서 어제는 수업이 없었어. 그래서 도서관에서 공부했지.”
“와, 진짜 우등생이네.”
세 사람은 소소한 잡담을 나누면서 마법동에 도착했다.
오늘의 수업 장소인 [대강의실]은 500명까지 수용 가능한 커다란 원형 강의실이었다.
강의실을 본 칼이 씩 웃었다.
“명당자리인 맨 뒷자리가 아직 남았잖아? 얘들아 뭐해? 빨리 가야지!”
“무슨 소리야, 명당자리는 맨 앞이지.”
“아무래도 너랑 난 가는 길이 다른 것 같다.”
칼은 미련 없이 클로에를 손절하려 했다.
하지만 그보다 클로에가 칼의 귀를 잡아당기는 게 빨랐다.
“아야야야?!”
“너 뒤에서 졸려고 그러는 거지? 마법학도라면 열심히 수업을 들어야지.”
“야야! 이것 좀 놓고 이야기하자? 응! 야!”
클로에는 기어이 칼을 강의실 맨 앞자리에 앉혔다.
“이러면 졸다가 교수님한테 찍히고 말 거라고!”
절규하는 칼에게 클로에가 웃었다.
“반대로 열심히 공부하면 교수님이 좋게 볼 거야.”
칼이 원망 어린 눈으로 바라봤지만, 클로에는 신경 쓰지 않고 전공서를 펼 뿐이었다.
덩달아 앞에 앉게 된 레오가 큭큭- 웃음을 참았다.
그때 강의실 단상에 한 남자가 올라왔다.
뚜벅- 뚜벅- 뚜벅-
말끔한 정장을 입고 포마드 머리를 한 그는 미남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였다.
몇몇 여학생이 탄성을 내지르는 가운데 단상 가운데로 선 그가 빙긋 웃었다.
“반갑다. 1학년 제군들. 내 이름은 렌 호르스. 1년 동안 여러분에게 마법 이론 과목을 가르치게 된 교수란다.”
렌의 소개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수업 전에 질문 있는 학생 있어?”
여학생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교수님! 여자친구 있으신가요?”
“나이가 어떻게 되세요?”
“좋아하는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나요!”
수업과는 상관없는 쓸데없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렌 교수는 친절하게 웃으며 모두 대답해 주었다.
“미남 교수님이라. 여학생들이 껌뻑 죽겠구만. 그런데 렌 호르스?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인데? 클로에 혹시 아냐?”
펜을 윗입술 위에 올린 칼이 뒤통수에 깍지를 끼며 묻자 클로에가 고개를 저었다.
“나도 들어 본 적 없어.”
사적인 질문이 끝나자 렌 교수가 말했다.
“오늘은 마법 이론의 개론에 대해 수업할 예정이다. 그 전에!”
딱-!
렌 교수가 손가락을 튕겼다.
파라라라락-!
강의실 전체에 종이가 휘날리기 시작했다.
종이 뭉치는 정확하게 학생들의 앞에 도달했다.
“수업에 들어가기에 앞서 간단한 마법 이론 시험을 치도록 하겠다.”
“예에에에?”
“첫날부터 시험이라니~ 선생님 너무해요~”
여기저기서 불만이 쏟아졌다.
애교스럽게 칭얼거리는 여학생들도 있었다.
“참고로 기준점 미달인 학생은 앞으로 그 어떤 마법전공 수업을 듣지 못한다.”
“……!”
가볍던 분위기가 일순간 싸늘해졌다.
그 와중에 한 학생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교, 교수님. 만약 마법학과 학생이 시험을 통과 못 하면요?”
“그야 당연히.”
렌 교수는 뭘 그런 걸 묻느냐는 듯 가볍게 대답했다.
“퇴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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