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23)
223
“어쩌자는 거지?”
아인은 팔짱을 낀 채 미간을 찌푸렸다.
아이나 베이드나.
이번에 입학 후보생 중 명성과 실력 모든 면에서 주목을 받는 신예였다.
검성의 증손녀라는 혈통 때문이 아니다.
그 실력과 재능은 의심할 필요 없는 최고라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증명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레오가 상대라면…… 저건 너무 무모해.’
아인이 눈을 가늘게 떴다.
무모할 수밖에 없다.
상대는 다름 아닌 레오 플로브.
루메른 역사에서도 손에 꼽는 괴물로 평가받는 학생이다.
반면 아이나는 아직 루메른의 학생도 아니다.
누군가는 고작 1년 차이라는 말을 할 때가 있다.
하지만 루메른에서 1년을 보낸 이와 그렇지 않은 이의 차이는 놀라울 정도로 크다.
그렇기에 루메른은 영웅 사관 학교라 불리는 것이다.
할린드는 화면에 비친 그 장면을 보고 피식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아인이 물었다.
“할린드 교수님. 이대로 아이나 베이드나가 저대로 레오에게 당하면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당연한 걸 왜 묻는 거지? 탈락이다.”
시험 총괄 교수가 세드젠이었다면 가능성과 미래를 봐서 통과시켰을지도 모른다.
세드젠은 도전 의식을 높이 평가하는 교수이니 말이다.
하지만 할린드는 아니다.
애초에 할린드가 주어진 상황은 너무도 불합리한 시험이다.
당장에 최하위권 실력자인 칼만 하더라도 수험생들을 사냥할 수 있는 실력자.
아무리 수험생 중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2학년 최고의 실력 자인 레오에게 덤비는 건 무모한 행동이다.
할린드 교수가 이번 시험을 낸 이유는 감당할 수 없는 사태와 마주했을 때 수험생들의 대응이 어떤지 보기 위해서였다.
루메른의 학과 생활은 가혹하다.
입학시험을 통과한 내로라하는 재능 있는 이들도 1학년에서 절반 이상 자퇴 권고받고 학교를 떠난다.
특히나 지금은 마물 여왕의 멸망으로 타르타로스가 어떤 도발을 해올지 알 수 없는 상황.
게다가 지금 황금 세대라 불리는 1학년들은 유독 가혹한 환경에 많이 노출되었다.
올해 신입생들도 그러지 말라는 법이 없다.
그렇기에 ‘살아남는’ 것에 점수를 높이 준 것이다.
살아남을 능력이 없다면 할린드는 올해 입학생을 받아들일 생각이 애초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레오 플로브에게 덤빈다는 건 용기나 도전심이 아닌 ‘만용’ 에 불과했다.
‘물론 아이나 베이드나가 레오를 상대로 도망칠 수 있는 수단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아인이 보기에 레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바로 나이에 걸맞지 않은 노련함이다.
지난 1년 동안 기사학과 연습 대련에서 수많은 학생이 레오의 의표를 찔렀지만, 레오는 단 한 번도 당황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신기하게도 레오는 동기생들과 경험의 레벨이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아인이 팔짱을 꼈다.
‘어떻게 할 거지? 아이나 베이드나.’
***
레오는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무모한 행동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텐데?”
“상관없어요. 나에게는 당신에게 인정을 받는 게 더 중요하니까요.”
“나에게?”
처음 보는 소녀가 느닷없이 자신에게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을 하니 레오로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스릉-!
아이나는 그 의문에 대답하지 않고 검을 뽑았다.
“검을 뽑으세요, 레오 플로브.”
‘이유는 모르겠지만 날 무슨 시험 과제쯤으로 여기고 있군.’
피식 웃은 레오가 말했다.
“네가 뽑게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
“그것도 그렇군요.”
보통 실력에 자신 있는 이라면 레오의 말에 도발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나는 덤덤히 레오의 말을 수긍하며 자세를 낮추었다.
휘익-!
일순간 섬광 같은 찌르기가 레오의 미간을 노렸다.
레오는 몸을 뒤로 젖혀 공격을 피했다.
그리고 반격을 위해 아이나의 팔목을 발꿈치로 걷어차려 했다.
아이나는 레오의 공격을 예상했다는 듯 검을 회수하며 다음 공격을 준비했다.
우웅-
아이나의 몸에서 황금색 오러가 뿜어져 나왔다.
고오오-! 콰가가가가강-
레오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정도의 출력이라고?’
마나의 용량과 마나의 출력은 다르다.
쉽게 설명해서 마나의 용량이 스태미너라고 한다면 마나의 출력은 위력이다.
어떤 클래스가 됐든 마나의 용량과 출력이 커져야 더 강한 기술, 더욱 강한 마법, 더욱 강한 소환수를 소환할 수 있다.
레오가 보기에도 아이나의 마나 출력량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지금 기사학과 2학년 중 순수한 공격력으로 마법사에 비견되는 셀리아와 듀란과 맞먹는 수준.
물론 출력량이 높다고 강한 건 아니지만 놀라운 건 놀라운 일이었다.
패도적인 검격이 레오를 덮쳤다.
화악-!
일순간 검에 변화가 일어났다.
단순히 강한 검격이 아니다.
눈을 어지럽히는 변화무쌍함까지 갖췄다.
검은 사방에서 레오를 포위했다.
레오가 아이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유리한 상황임에도 그 눈은 지독하게 냉정했다.
‘그렇군. 이 녀석은 입학이 목적이 아니야.’
우웅-!
레오의 손에 회색의 오러가 맺혔다.
‘내가 목적이야.’
레오는 망설이지 않고 검격의 회오리 안으로 걸음을 내디뎠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손을 뻗었다.
덥석-!
눈이 어지러운 정도로 흩날리던 검 끝이 레오의 손가락 사이에 잡혔다.
레오와 아이나의 눈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교장님의 손녀야?”
“증손녀에요.”
오러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칼리안과 닮아 있었다.
레오의 물음에 덤덤히 대답한 아이나는 전신에서 강하게 오러를 방출시켰다.
휘몰아치는 오러 폭풍에 레오가 검을 놓치고 말았다.
그리고 빠르게 레오를 압박해오기 시작했다.
후웅! 사악! 삭! 슈사사사삭!
수많은 검격이 빠르게 허공을 갈랐다.
레오는 이어지는 아이나의 공격을 모두 피하거나 막아냈다.
고오오오오-!
일순간 검 끝에 거대한 오러가 일렁였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위력의 검격.
콰가각-!
날카로운 황금색의 검기를 본 레오가 발을 들었다.
콰악-! 콰앙-!
“……!”
레오가 아이나의 검을 밟았다.
아이나의 검이 바닥에 처박혔다.
손에 힘을 주어 레오의 발을 떨쳐내려 했다.
하지만 검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콰각-!
일순간 레오가 발에 힘을 주었다.
파지지직! 콰득-!
아이나의 검이 분질러졌다.
그걸 본 아이나의 얼굴에 처음으로 감정의 동요가 일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레오는 어느새 입가와 눈가에서 피를 흘리고 있는 아이나를 보며 냉정하게 말했다.
“여긴 루메른 입학시험이야. 입학에 관심이 없다면 더 이상 내 시간을 뺏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아이나가 입학 시험에는 조금의 관심도 없다는 사실을 꿰뚫어 본 레오는 냉정하게 말했다.
그에 아이나가 이를 악물었다.
‘실력 차이가 이 정도까지 난다고?’
레오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가장 잘 아는 건 아이나 본인이었다.
그래도 실력을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의 남자는 자신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레오와 아이나의 사이의 격차는 절망적일 정도로 컸다.
‘할아버지…….’
아이나가 철이 들 무렵 조부모와 부모님은 이미 없었다.
마족과의 싸움으로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증조부인 칼리안이 그녀의 유일한 혈육이었다.
칼리안은 아이나에게 있어 선망이자 목표였다.
하지만 몇 달 전. 칼리안 역시 마족과의 싸움에서 목숨을 잃었다.
비록 그 죽음이 명예롭고 고결할지라도 남겨진 이에게는 위로가 되지 못한다.
검성이 쌓아 올린 모든 건 정당한 후계자인 아이나가 계승했다.
한 시대를 호령했던 영웅으로서 남긴 재산은 막대했다.
엄청난 부. 그리고 수많은 무구들.
검성의 후손으로서 안락한 일생을 보낼 수 있었다.
그리고 그걸 손가락질할 이는 없었다.
하지만 아이나는 투쟁을 선택했다.
자신의 혈육의 목숨을 모두 앗아간 타르타로스에 복수를 다짐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뒤늦게 칼리안의 유언장이 발견된 것이다.
유언장의 내용은 간단했다.
[나의 모든 재산을 증손녀 아이나 베이드나에게 ‘조건부’로 상속한다.하지만 타르타로스와의 싸움에 내가 남긴 것들을 사용하는 건 허락할 수 없다.
투쟁의 삶을 원한다면 레오 플로브의 인정받아 클레시스의 주인이 되어라.]
루세전을 위해 세이룬으로 떠나기 전.
칼리안이 남긴 유언장은 효력을 발휘했다.
검성의 상징.
클레시스에 금제가 가해졌다.
강력한 마법의 금제로 인해 클레시스는 아이나 베이드나가 절대 쥘 수 없는 검이 되었다.
금제를 푸는 방법은 바로 레오의 인정을 받는 것.
사랑하는 증손녀가 복수귀의 삶을 살 것을 걱정한 칼리안의 조치였다.
아이나가 이를 악물었다.
그런 아이나를 보며 레오가 손을 들어 올렸다.
화르륵-!
불꽃의 오러가 휘몰아쳤다.
그걸 보고 아이나가 눈을 감은 순간.
콰가각-!
누군가 엄청난 속도로 레오의 등 뒤를 향해 돌격했다.
레오는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뒤를 향해 팔을 휘둘렀다.
퍼엉-!
주르르르륵-!
등을 노린 소년과 부딪힌 레오의 몸이 주욱- 하고 밀려났다.
레오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죄, 죄송합니다아아아악!”
소년은 패닉에 빠진 비명을 내지르고 아이나의 팔목을 붙잡고 달려갔다.
“호오?”
팔에서 느껴지는 상당한 충격에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예상했던 것보다 위력이 강한데? 오러 특성인가?’
손을 쥐락펴락하던 레오는 두 사람이 도망친 쪽을 바라보았다.
피식 웃은 레오가 몸을 날리며 두 사람을 추격했다.
***
“저 녀석은 누구지?”‘
할린드가 무표정한 목소리로 묻자 유라는 빠르게 명단을 확인했다.
조금 전 상황 역시 누가 봐도 절대 개입해서는 안 될 상황이다.
그런데도 소년은 망설임 없이 전투 한복판에 난입하고 아이나를 구했다.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었지만 수험생으로 봤을 때는 감점 요인이었다.
“어디 보자, 루크 엘다군요. 그냥 평범한 시골 출신이네요. 평민 가문인데요?”
유라의 말에 할린드가 턱을 쓰다듬었다.
“왜 그러십니까?”
렌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수험생들에게 무신경하던 할린드가 처음으로 관심을 보였기 때문이다.
허공에 수많은 영웅의 세계 내부 상황이 중계되고 있었다.
할린드는 그 모든 걸 체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여러 화면에서 루크 엘다를 몇 번이고 봤다.
“녀석은 시험 도중에 몇 번이고 남을 도왔다.”
“오. 착한 녀석이네요.”
유라가 감탄사를 터트리며 말했다.
“바보이기도 하지.”
할린드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하지만 강해지기만 한다면 영웅으로서 가장 이상적인 인물상이 될 거야.”
타인을 위할 때 용기를 낼 수 있는 자.
영웅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자 가장 가지기 힘든 마음이기도 했다.
“오, 그럼 통과인가요?”
할린드가 학생을 이렇게 좋게 평가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걸 아는 유라는 감탄하며 물었다.
그 물음에 할린드가 뭐 물을 게 있냐는 듯 유라를 바라보았다.
“아니, 살아남지 못하면 탈락이다.”
유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신념이 가치가 있기 위해서는 그 신념을 행할 힘이 있어야지.”
냉정한 말이지만 교육자로서 학생에게 이상만을 추구하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녀석에게 한계를 뛰어넘을 힘이 있는지 보도록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