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3)
【23】22
“야, 퇴학이라니…… 이건 좀 심하지 않냐?”
칼이 식은땀을 흘리며 말하자 클로에가 물었다.
“불안해?”
“당연하지! 루메른 마법 시험이면 난이도가 장난 아닐 게 분명하잖아!”
“설마 신입생 수준에 벗어나는 문제를 내기야 하시겠어?”
“부럽다, 우등생.”
칼은 입학시험을 턱걸이로 통과했기에 시험 자체가 불안했다.
그런 학생은 그뿐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퇴학이요?”
“그건 너무 하잖아요!”
“교수에게는 학생을 퇴학시킬 권한이 있다. 이 사실은 모두 알고 있을 텐데?”
“저, 정당한 사유가 없으면 퇴학을 시킬 수 없잖아요!”
“물론 정당한 사유가 없이 퇴학은 불가능하지.”
렌 교수가 손가락 끝으로 시험지를 탁-! 쳤다.
“하지만 이 정도 시험도 통과하지 못한다면 루메른에서 마법을 배울 자격이 없어.”
그러자 다른 학과생으로 보이는 남학생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마법을 수업을 듣고 싶은 부전공 학생들은 어떻게 하나요?”
“전공 수업 이외 마법 수업은 들을 수 있다.”
“듀얼 클래스 희망자는요?”
“듀얼 클래스라…….”
렌 교수가 말끝을 흐리며 웃었다.
“나에게 숨겨졌던 마법재능을 임시 수업에서 찾게 될지 모른다.”
느닷없는 말에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에 부전공자들에게도 똑같이 이 시험을 치는 거다.”
움찔- 몇몇 학생이 몸을 떠는 게 보였다.
“마법을 배운 적 없는 사람이 평생 마법에 매진한 사람들과 같은 자리에 서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실례되는 행동 아닐까?”
렌 교수는 웃고 있었지만 눈 만큼은 서늘했다.
클로에는 눈을 반짝이며 열성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험은 100점 만점에 40점 이상을 받으면 통과다.”
여유 있는 커트라인에 학생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렌 교수가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 거대한 모래시계가 모습을 드러냈다.
“시험 시간은 한 시간. 문제를 모두 푼 학생은 시험지를 제출하고 강의실 밖에서 쉬면 된다.”
학생들이 필기구를 꺼냈다.
“그럼, 시작.”
모래시계가 한 바퀴 돌고 모래가 아래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이 깃펜을 들고 시험지를 확인했다.
시험지는 문제지와 답안지, 그리고 술식 풀이용으로 주어진 여러 장의 종이로 이루어져 있었다.
깃펜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시험 문제를 확인한 레오의 얼굴이 굳어버렸다.
‘해당 마법 술식들끼리 합쳐졌을 때 발휘되는 효과를 서술하시오.’
머리가 아파오는 걸 느꼈다.
‘이건 대체 무슨 술식이야?’
카일 시절과 비교해 가장 많이 변화한 능력을 꼽는다면 단연 마법이었다.
마법은 기본적으로 탐구의 영역이다.
기본이 되는 룬어는 똑같지만 술식의 이용 방법은 시대마다 변화를 거듭했다.
특히 지금의 시대는 히어로 레코드에 의해 마법 술식이 엄청나게 발전했다.
환생한 후로는 마법서를 본 적 없는 레오는 지금 시대의 술식에 까막눈일 수밖에 없었다.
옆을 보니 울상을 짓던 칼도 문제를 풀어가고 있었다.
클로에는 빠른 속도로 문제의 답을 적어나갔다.
‘요즘 애들 머리가 좋네. 이 복잡한 술식 조합을 암산으로 푼다고?’
질렸다는 표정을 짓던 레오가 깊게 심호흡했다.
‘그래, 일단 지금 시대의 술식이 어떤지 대충 감만 잡자. 시대마다 술식이 달라도 구도만 알면 얼추 때려 맞출 수 있으니까.’
레오가 마음을 다잡았다.
‘쪽팔리게 첫 수업부터 쫓겨날 순 없다고!’
세상을 구한 대영웅으로서 자존심이 있다!
눈을 번뜩인 레오가 엄청난 속도로 술식을 풀이해 나갔다.
‘다행이다! 다 아는 술식만 나왔어!’
한편, 문제를 풀던 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걱정했던 것과 달리 시험은 아주 어렵거나 하진 않았다.
시험에 나온 술식들도 모두 암기하고 있는 것들이었다.
술식 합산은 꽤 복잡했지만 렌 교수의 말대로 이 정도도 못 풀면 루메른에서 마법을 배울 자격이 없었다.
‘역시 이 녀석 수준이면 술식 합산은 암산으로 해버리는구나.’
풀이 과정도 없이 정답을 써 내려가는 클로에의 모습에 절로 혀가 내둘러졌다.
레오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엄청난 속도로 깃펜을 움직이는 게 보였다.
하지만 그 속도와 다르게 답안지에는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았다.
‘뭐야? 레오 녀석. 듀얼 클래스를 지망이라더니 술식 지식은 부족한 건가?’
이대로라면 레오는 마법 전공 수업을 듣지 못할 게 뻔했다.
같이 마법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에 칼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삼십 분 남았다.”
‘이크, 이럴 때가 아니지. 일단 문제부터 풀자.’
한편 풀이용 종이 하나를 모두 꽉꽉 채운 레오가 깃펜을 멈추었다.
‘어떤 개 같은 놈이 술식을 이따위로 복잡하게 만든 거야!’
시간만 있다면 충분히 해석 가능했다.
문제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다음 문제도 확인해보니 역시나 처음 보는 술식으로 도배 되어 있었다.
머리를 쥐어뜯으며 문제를 확인해 나가던 레오는 마지막 문제에서 시선이 멈추었다.
시험의 문제는 총 50문제.
그중 1번부터 49번까지는 술식 합산 문제였고 마지막 문제는 술식을 해석하여 결괏값을 구하는 문제였다.
술식 자체도 앞의 문제와 비교하면 크게 복잡하지 않았다.
암산으로 답을 구한 레오는 답안지에 답을 적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학생들의 시선이 꽂혔다.
‘포기했구나. 하긴 첫 문제도 아직 못 풀었는데 이 이상은 시간 낭비겠지.’
칼이 조교에게 답안지를 넘기는 레오를 보며 입맛을 다셨다.
‘마법 수업은 때려치자.’
50문제 중 아는 문제가 하나뿐인데 수업을 어떻게 받는단 말인가?
‘독학으로 익히든지 해야지.’
자신의 안일함을 탓하며 강의실을 빠져나갔다.
이후에도 모래시계는 흘러만 갔다.
하지만 자리에서 일어나는 학생은 없었다.
비전공학생들도 안일한 마음으로 왔다고 해도 마법을 부전공으로 선택한 한 만큼 마법에 대한 기본 소양은 있었다.
“시간 끝. 모두 답안지를 조교들에게 제출하도록.”
“끄으~ 힘들다.”
칼이 기지개를 켜며 클로에에게 물었다.
“야, 마지막 문제 답이 뭐였냐? 나 도저히 못 풀겠던데.”
진이 빠진다는 듯 고개를 젓는 칼을 보며 클로에가 불만스럽다는 듯 인상을 찡그렸다.
“시간이 부족해서 나도 다 못 풀었어.”
“그래? 하긴 더럽게 어렵긴 하더라.”
“레오는?”
“언뜻 보니까 한 문제도 못 풀고 있던데?”
‘그래서 나갔구나.’
고개를 끄덕이며 자리에서 일어나 누군가에게 걸어갔다.
칼은 호기심을 느끼고 클로에의 뒤를 따랐다.
“오라버니! 이 문제도 정답이죠?”
“응, 맞아!”
“아싸!”
클로에가 향한 곳은 아바드와 첼시가 있는 곳이었다.
“첼시, 안녕.”
“응? 칼이네? 그 여자는 누구야?”
“이쪽은 클로에 뮐러야.”
“북부 수석?”
첼시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만나서 반가워, 아바드 르왈린. 혹시 마지막 문제 풀었니?”
“시간이 부족해서 못 풀었어. 너는?”
“나도 마찬가지야.”
클로에가 시험지를 꺼냈다.
“내 풀이가 너랑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궁금한데 비교해 볼 수 있을까?”
“마침 나도 궁금하던 참이었는데 잘 됐군.”
클로에의 시험지는 마지막 문제 술식 풀이로 빽빽했다.
아바드의 시험지도 클로에 못지않았다.
칼이 혀를 내둘렀다.
‘역시 수석들은 다르네. 시간만 있었으면 다 풀었겠는데?’
“레오 오빠는?”
“아까 나간 이후로 마법동 자체를 나갔는지 한 보여. 문제를 하나도 못 푼 모양이더라고”
“하긴. 기사가 풀 수 있는 문제는 아니지.”
레오를 뛰어난 기사로 알고 있는 첼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렌 교수가 다시 단상에 올라갔고 학생들은 재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시험 치느라 다들 고생했습니다.”
렌 교수는 깔끔한 미소를 지었다.
“곧 조교들이 채점을 끝낼 거다. 그전까지 내가 맡은 마법 이론 수업에 대해 간략하게 설명해 주겠다.”
렌 교수의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들은 감탄사 할 수밖에 없었다.
렌 교수의 강의 내용은 귀에 쏙쏙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최고의 교수와 만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이런 분의 수업을 들을 수 있다니!’
학생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렌 교수의 말이 끝났을 무렵 남자 조교 한 명이 강의실로 올라왔다.
“교수님. 시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모두 시험 결과를 확인하도록 할까?”
다른 조교들이 강의실 앞에 시험 등수가 적힌 게시판을 가져왔다.
“사실 이번 시험 문제는 1점짜리 마흔아홉 문제와와 51점짜리 한 문제로 이루어져 있지.”
학생들이 웅성거리자 렌 교수가 설명을 이어나갔다.
“이 시험은 마법 전공 수업을 들을 학생을 선별하기 이전에 내 수업의 핵심이기도 해.”
“최근 수백 년간 마법 술식은 급격하게 진보했지. 그 덕분에 원래라면 완벽히 이해해야 사용할 수 있는 술식을 이제는 발동 조건만 암기하면 쓸 수 있게 되었다.”
렌 교수가 손바닥을 펼치자 마력으로 짜인 술식이 발동되었다.
렌 교수는 술식을 콱-! 쥐었다.
술식이 파괴되며 마력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런 술식의 발전이 마법사를 퇴화시켰다!”
느닷없는 외침에 학생들이 깜짝 놀랐다.
“최근 마법사들의 트렌드는 보다 많은 술식을 외우는 것! 확실히 쉽게 마법을 쓸 수 있는 길이지…… 하지만! 그건 진정한 마법사라고 할 수 없다! 마법사의 본질은 암기가 아닌 탐구와 이해! 하지만 지금 어린 마법사들은 뭘 하고 있지? 술식 이해를 등한시한 채 암기에만 매달리기 바쁘다! 술식의 발전이 마법사의 퇴보를 불러온 거야!”
렌 교수가 양손을 머리 위로 펼쳤다.
방대한 양의 마법 술식이 허공에 펼쳐졌다.
“이건 내가 만든 마법 술식의 정수다. 누구나 배우는 발동 수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만들어낸 나만의 술식이지. 요즘 마법사 중 자신만의 술식을 연구하는 자가 있나?”
그건 말 그대로 개인이 가진 독창적인 마법 세계의 정수였다.
마법사의 눈에는 렌 교수의 마법 세계가 매우 아름답게 비추어졌다.
“마법과 마법의 대결은 마력 싸움 이전에 상대 술식을 누가 더 빨리 이해하고 파훼하느냐의 싸움이기도 하다. 발동 수식만으로는 높은 경지로 올라갈 수 없지, 그래서!”
스르르륵-!
렌 교수의 마법 술식이 사라졌다.
“나는 여러분에게 마법 술식 이해도를 높이는 수업을 진행할 거다! 여러분이 진정한 마법사로 거듭날 수 있도록!”
렌 교수는 열성적으로 학생들에게 이야기했다.
그 열정에 감화된 학생들이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진정한 마법사라는 단어는 어린 학생들의 마음을 울리기 충분했다.
열렬한 학생들의 반응에 고개를 끄덕인 렌 교수가 게시판을 가리켰다.
“점수와 등수를 확인해라. 그리고 40점 이하의 학생들은 아쉽지만, 강의실을 떠나주시길 바란다, 이상!”
학생들이 게시판 앞으로 모여들었다.
그윽한 눈빛으로 학생들을 바라보던 렌 교수에게 남자 교수가 다가왔다.
“교수님.”
“왜 부르지? 부교수.”
“50번 문제를 맞춘 학생이 있습니다.”
“100점이 있다고?”
렌 교수가 진심으로 놀랐다.
‘그런 인재가 들어오다니! 아바드? 클로에? 아아! 드디어 나에게도 일생의 제자가 생기는 건가?!’
“100점은 아닙니다.”
“100점이 아니라고?”
렌 교수의 얼굴이 기이하게 변했다.
마지막 문제를 맞힐 정도의 학생이라면 앞선 49개의 문제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런데 100점이 아니라니?
“아하. 마지막 문제를 푼다고 몇 문제를 빠트린 모양이군.”
“그것도 아닙니다. 마지막 문제 빼고는 전부 백지에요. 여길 보세요.”
부교수가 답안지를 렌 교수에게 건넸다.
순백의 답안지를 확인하던 렌 교수가 심각한 얼굴로 물었다.
“……이 학생 누구인가?”
***
게시판을 확인한 클로에는 자연스럽게 가장 앞 등수 쪽으로 시선을 줬다.
그리고 당황하고 말았다.
2등. 클로에 뮐러, 아바드 르왈린.(49점)
3등. 첼시 르왈린(48점)
아무리 봐도 클로에와 아바드는 공동 2등이었다.
그리고 가장 맨 위에 있는 이름은.
1등. 레오 플로브.(51점)
굳은 얼굴로 등수를 확인하던 클로에가 맨 앞자리, 레오가 앉아 있던 자리를 보았다.
그곳에는 레오가 풀던 문제지가 있었다.
다급히 달려가 문제지를 확인했다.
‘이, 이게 대체 뭐야?’
레오가 풀다 포기한 첫 번째 문제의 술식 풀이를 본 클로에는 경악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레오 플로브…… 대체 뭐 하는 녀석이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