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31)
231
제3기숙사 휴게실 창가에 앉은 아바드는 생각에 잠겨 있었다.
‘교수들의 의도가 무엇일까?’
힐끗- 고개를 돌려 앞으로 1년 동안 기숙사를 이끌어가야 할 동기들을 보았다.
듀란 모이라.
엘리자 헤르긴.
기사학과와 소환학과 최고의 우등생들.
문제가 있다면 사이가 나쁘다는 것이었다.
‘제2기숙사도 그래.’
셀리아와 첼시가 기숙사장이다.
‘워레든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는 편이라 트러블은 없겠지만, 반대로 두 사람의 다툼을 중재하지도 않을 거야.’
아바드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지금도 그랬다.
팔짱을 끼고 앉은 듀란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눈을 감고 있었고 엘리자는 평소처럼 손톱 정리를 하고 있었다.
언뜻 보기에는 둘 다 서로에게 무관심한 것처럼 보였지만 두 사람 사이에는 살벌한 기싸움이 진행되는 중이었다.
“일단 기숙사 맴버 선정 이야기부터 할까?”
그 말에 듀란이 한쪽 눈을 떴고 엘리자는 힐끗 아바드를 보았다.
“그 전에.”
듀란이 말했다.
“기숙사 장이 셋이라도 실질적인 리더를 뽑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는군.”
“어머, 말 잘했어요. 제게 그 역할을 맡아달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그랬죠? 걱정 마세요. 헤르긴 가문의 후계자로서 훌륭하게 기숙사를 이끌 테니까요.”
다리를 꼰 엘리자가 손을 뻗어 잘 정리된 손톱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엘리자를 보며 듀란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독선적인 너에게 리더의 자리가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그 말, 그대로 돌려줄게요.”서로를 무섭게 노려보는 둘을 보며 아바드가 웃음을 터트렸다.
‘이걸 어떻게 풀어야 한다? 감도 잡히지 않는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아바드 역시 리더의 자리에서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두 사람이 동의한다면 실력으로라도 그 자리를 차지할 생각이었다.
‘우리 세 사람에게는 공통점이란 게 없는데. 이래서야 앞으로 기숙사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지…….’
거기까지 생각한 아바드가 멈칫했다.
‘공통점?’
아바드가 눈을 빛냈다.
그리고 검과 채찍을 쥐려고 하는 두 사람 사이에 마법을 일으켰다.
화악-!
갑자기 불어닥친 돌풍에 둘은 인상을 찡그리며 아바드를 보았다.
“뭐냐, 아바드 르왈린.”
“그렇군요. 당신도 리더의 자리는 양보하지 못한다는 건가요?”
“맞아, 엘리자. 리더 자리를 순순히 양보할 순 없지. 하지만 그 전에 앞으로의 일에 대해 이야기 했으면 하는데.”
“앞으로의 이야기?”
“그래.”
아바드가 터덜터덜 걸어와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셋에게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어.”
“없는 것 같은데.”
“듀란 모이라의 말에 동의해요.”
시니컬하게 웃는 듀란과 새침한 엘리자를 보며 아바드가 빙긋 웃었다.
“당장 너희 둘만 해도 성격이 나쁘다는 공통점이 있잖아?”
“지금 시비 거는 건가?”
듀란은 인상을 찡그렸고 엘리자는 아바드를 마구 노려보았다.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아바드가 말했다.
“농담이고. 우리 셋의 공통점은 이거야. 바로 레오 플로브를 꺾고 싶어 한다는 점.”
듀란과 엘리자의 눈이 꿈틀거렸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절대 이길 수 없다는 걸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랄까?”
1년 전까지만 해도 웬 듣도보도 못한 무명의 학생이 학년 대표를 차지했을 때는 어이가 없었다.
실제로 레오는 학년 대표로서 부족한 실력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자신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추월하여. 한 발자국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는 저 멀리 앞에 서 있다.
“누가 그걸 인정했다는 거냐?”
듀란이 불쾌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엘리자는 묵묵히 이야기를 들었다.
“듀란, 인정할 건 인정하자고.”
아바드의 눈에 감정이 사라졌다.
듀란이 혀를 찼다.
“하지만 포기할 생각도 없어요.”
엘리자가 딱 잘라 말했다.
“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 거야.”
아바드가 웃었다.
“목표는 같아. 그렇다면 협력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보는데?”
“협력?”
“그래. 어차피 기숙사끼리 경쟁은 기정사실이 됐어. 그렇다면.”
아바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기숙사 경쟁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걸 목표로 삼자는 거지.”
듀란과 엘리자가 생각에 잠기더니 잠시 후 깊게 한숨을 쉬었다.
“당신의 말에 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은 내키지 않지만. 장단에 어울려주도록 하죠.”
“그렇다면 일단 기숙사 멤버들이 중요하겠군.”
이해관계가 일치하자 세 사람은 빠르게 의견을 종합했다.
“기사학과의 하울은 우수한 녀석이다. 꼭 필요하지.”
“소환학과의 쥬레든도 필요해요.”
“무작정 성적이 좋은 학생 위주로 영입하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봐. 기숙사 분위기와도 맞아야 하잖아? 우리 목표는 타도 레오 플로브야. 그 목표 수 있는 학생들 위주로 받는 게 가장 좋다고 보는데.”
“생각해둔 학생이라도 있나요?”
엘리자의 물음에 피식 웃은 아바드가 카드 뭉치를 꺼냈다.
기숙사 학생들의 이름과 사진이 쓰인 카드였다.
“이런 걸 언제 준비했어요?”
“1학년 때부터. 가문으로 영입할 만한 인재를 물색하는 의미에서 만들어 뒀었어.”
빙긋 웃은 아바드가 카드 한 장을 뽑았다.
“우리가 1순위로 영입해야 하는 학생은 바로 이 녀석이야.”
엘리자의 눈이 꿈틀거렸다.
“칼 토마스? 마법학과 최하위 성적자잖아요? 왜 그 사람이 영입 1순위죠?”
“칼의 유용한 점은 너도 잘 알잖아?”
“흥. 유용함과 우수함은 달라요. 우린 레오 플로브의 기숙사를 상대로 이겨야 한다고요. 설마 레오 플로브와의 친분을 이용해 스파이 짓이라도 시킬 생각인가요?”
“설마 그럴 리가.”
아바드가 피식 웃었다.
“칼은 비록 성적은 최하위지만 서포터 지망이라는 특색을 가지고 있어. 다른 학생들과는 명백하게 차별화되는 강점이 있는 학생이야. 게다가 성적 외적으로도 우수하지. 결정적으로 어느 기숙사에 가든 기숙사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자기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사고가 유연한 학생이지.”
“으음!”
“듀란, 네 의견은?”
“쓸 만하긴 하지.”
두 사람의 의견에 엘리자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알겠어요. 그럼 칼 토마스를 우리 기숙사에 받는 걸로 하죠. 그런데 칼 토마스가 오려고 할까요?”
“그건 가봐야 알겠지.”
***
“하.하.하. 날 너무 높게 평가하는 거 아니냐?”
“기죽을 거 없어. 널 필요해서 우리에게 편입시킨 거니까.”
아바드가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리고 레오와 클로에 앞에 서며 말했다.
“우리 기숙사는 목표는 제1기숙사를 이기는 것. 그걸 위해 기숙사장들도 뜻을 모으기로 했어.”
식당 앞에서 아바드는 양팔을 벌리며 동기생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걱정하는 기숙사장들끼리의 다툼은 없을 거야.”
자신만만하게 말한 아바드가 빙긋 웃어주며 듀란과 엘리자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그 말에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듀란과 엘리자의 사이가 걱정되긴 하지만.”
“확실히 레오를 이기는 걸 목표로 한다면 저 두 사람이 힘을 합칠 것 같기도…….”
“그럼 든든할 것 같아.”
학생들이 제3기숙사에 관심을 보였다.
“엘리자랑 같이 기숙사를 할 수 있는 것도 사실 장점 아니야?”
“너 엘리자 팬클럽이냐? 저 도도한 여왕님이 뭐가 좋다고?”
“시, 시끄러! 그래서 멋있는 거거든?”
“일단 아바드와 듀란이 같은 공간에 있잖아?”
“그것만으로도 눈이 즐겁기는 해.”
개인적인 사심을 드러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그런데 저 세 사람에게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는 건 부담스러운데.”
“칼에게 물어볼까?”
“아, 칼도 제 3기숙사지.”
“그래. 편하게 칼에게 물어보자.”
제3기숙사에 대한 관심도가 급증했다.
칼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학생들을 보며 머리를 긁적였다.
‘이런 효과까지 생각했던 거야?’
그 모습을 보며 레오가 피식 웃었다.
“멋지게 한 방 먹었는데?”
칼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선전포고 당한데 이어 선전도구로 이용당하기 까지 했다.
“그러네.”
클로에가 마도서를 옆구리에 꼈다.
덤덤한 듯 보였지만 눈에는 투쟁심이 불이 붙은 것이다.
한편 그 모습을 지켜보던 워레든이 말했다.
“셀리아 제르딩거, 첼시 르왈린.”
“왜 불러? 워레든.”
“언제까지 유치하게 개인감정을 앞세울 거지?”
“뭐?”
“저쪽은 길을 정했다.”
이때까지 관심 없다는 듯 상황을 지켜보던 워레든은 무표정한 얼굴로 제3기숙사를 턱짓했다.
“이대로 있다가는 괜찮은 녀석들은 모두 빼앗기고 어중이떠중이들로 기숙사를 꾸려나가야겠지. 그런 멤버로 저 녀석들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셀리아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네 말은 이해했어, 워레든. 제3 기숙사는 타도 레오를 목표로 기숙사를 꾸리기로 했어. 그럼 우리도 목표가 있어야 해.”
그 말에 첼시가 팔짱을 꼈다.
“난 딱히 레오 오빠를 이기는 걸 목적으로 삼고 싶지는 않은데.”
“그렇겠지. 첼시 르왈린. 넌 1학년 내내 한 번도 최고를 노린 적이 없으니 말이야.”
“으.”
첼시가 골이 난 얼굴로 워레든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반박하지는 못했다.
마법학과에서 최고를 노리기에는 혈육인 아바드가 있다.
반에서 최고를 노리기에는 레오가 있다.
셀리아에게 경쟁심이 있긴 하지만 그건 가문 사람으로서 가지는 반발심에 가까웠다.
“셀리아 제르딩거. 넌 어떤 기숙사를 만들고 싶지?”
“기사학과 위주로 기숙사를 만들고 싶은데.”
“응, 안 돼. 마법사 위주의 기숙사를 만들고 싶어.”
“그래? 그럼 우리 기숙사의 방향성은 정해졌네.”
“뭐?”
셀리아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겼다.
“우리 셋도 공통점이 하나 있어.”
셀리아의 말에 워레든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뭐지?”
그 물음에 셀리아가 말했다.
“난 검술이 마법과 소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해.”
셀리아가 첼시를 가리켰다.
“얜 마법이 검술과 소환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하고 워레든 넌 소환술이야말로 최강의 이능이라고 생각해. 내 말 틀려?”
워레든은 전공 수업은 아니지만, 부전공으로 기사학 수업과 마법 수업을 듣고 있다.
물론 오러의 재능과 마나의 재능은 없다.
하지만 그 능력들을 자신의 정령술을 강화하는데 이용하고 있다.
즉, 워레든에게 무술과 마법은 소환술을 강하게 만드는 도구였다.
그건 기본적으로 소환술이 두 이능보다 뛰어나다는 사고방식을 깔고 있다는 소리였다.
셀리아의 말에 워레든이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과연. 기숙사 내에서 최고의 학과를 가리자는 거냐?”
“맞아. 우리 의견에 동조하는 학생들도 분명 있을걸?”
셀리아가 호전적인 미소를 지었다.
“저 느끼한 버터나 레오 녀석에게 지고 있을 수는 없지.”
“우리 오빠가 왜 버터야!”
첼시가 발끈하며 덤벼들려고 했지만 워레든은 큰 손으로 첼시의 목덜미를 잡았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첼시가 붉어진 얼굴로 워레든에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놔!”
“싸우는 건 다른 학생들이 보지 않을 때 해라. 지금은 겉으로나마 협동하는 모습을 보여라.”
“크으-!”
첼시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반발하지는 않았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레오가 피식 웃었다.
‘저쪽도 생각보다 빨리 방향성을 잡았군.’
레오의 눈이 빛났다.
‘2학년 생활도 재미있겠어.’
***
“벌써? 황금세대라 불리더니 확실히 우수하네.”
교장실에서 보고를 받은 리이나가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난 좀 더 고생을 할 줄 알았는데 말이야.”
“네가 생각하는 것 보다 지금의 2학년들은 우수할 거다.”
“할린드, 네가 그렇게 말하니 기대가 되네.”
리이나는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나저나 걱정입니다. 올해 입학생 숫자가 부족합니다. 300명 정도뿐이지 않습니까?”
이사회에서 온 감사가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아무런 실적도 명성도 없는 루메른의 새로운 교장이 미덥지 못해 이사회에서 보낸 사람이었다.
‘수틀리면 쳐내겠다는 건가? 이사장의 뜻은 아닌 것 같고.’
리이나는 속으로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이미 추가 시험을 치렀으니까요.”
“예?”
다른 이사회 감사 인원이 당황할 때였다.
교장실로 누군가 들어왔다.
“어서와, 알비. 시험은 어땠지?”
알비는 리이나의 명령에 의해 이전 입학시험에서 커트라인이 아슬아슬했던 탈락자들을 모아 추가 시험을 치른 상태였다.
추가 시험에 불필요한 보여주기식 행사는 필요 없다고 판단한 리이나에 의해 전 세계적으로 이슈화가 되지 않았다.
“추가로 100명 정도 합격했습니다.”
“이제 걱정 없죠?”
“아, 예.”
이사회 감사원이 떨떠름하게 대답했다.
그가 떠나고 알비가 입을 열었다.
“리이나님.”
“지금은 교장이야. 알비 교수.”
“교장님.”
“왜?”
“교장님의 추천을 받은 몇몇 신입생들이 이상하더군요.”
“눈치챘어?”
“할린드 교수님과 세드젠 교수님도 아셨습니까?”
“동의했지.”
“그들이 우수하다는 건 알고 있습니다.”
알비가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그림자 후보생들은 근본적으로 ‘영웅 후보생’과 섞일 수 없다는 걸 가장 잘 아는 게 세 분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그림자 후보생들에게도 영웅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
리이나가 턱을 괴고 말했다.
“이게 내가 교장직을 수락하는 조건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