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32)
232
“넌 어느 기숙사로 갈 거야?”
“그래도 제1 기숙사가 낫지 않을까?”
“난 제2 기숙사. 기사학과로서 셀리아와 같은 기숙사가 되는 건 절대 나쁜 선택이 아니니까.”
첫날 기숙사 발표가 났을 때는 제1 기숙사에 가는 것을 원하는 학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하지만 다른 기숙사장들이 기숙사의 방향성을 정하자 다른 기숙사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졌다.
비록 레오가 학년 대표로서 활약하고 학생회장의 자리에 오른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동안 학과생활에서 학생들을 이끌어 온 건 기숙사장들이다.
“이해할 수가 없군!”
기숙사 인원 선정이 시작되고 닷새 정도가 지났을 무렵.
이제 서서히 기숙사의 윤곽이 잡혀가고 있었다.
학과의 자부심이 강한 학생들은 셀리아와 첼시, 워레든이 있는 제2 기숙사를.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학생들은 제3 기숙사에.
그리고 듀얼 클래스를 포함해 학생들끼리 향상 의지가 있는 학생들은 제1 기숙사를 선택했다.
그렇게 삼삼오오 모여 기숙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때, 정원에서 에미오 루찬의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바드에게 따지고 있었다.
“무슨 소린지 이해할 수 없는데.”
아바드는 특유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에미오에게 말했다.
“그 말대로다. 너의 행동이 전혀 이해되지 않는다는 소리다.”
팔짱을 낀 에미오가 턱짓으로 일리아나를 가리켰다.
“이딴 녀석에게는 기숙사에 들어오라는 제의를 하면서 왜 나에게는 한마디 말도 건네지 않는 거지? 레오 플로브를 꺾고 최고의 기숙사가 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제3 숙사는 어중이떠중이만 모으고 있더군.”
“야, 누가 어중이떠중이라고?”
두 사람 사이에 껴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일리아나의 목소리가 험악해졌다.
“호오? 네 실력에 자신이 있다는 건가?”
“마법학과 상위권 성적자라고 눈에 보이는 게 없나 본데? 자신 있냐고? 지금 당장 널 짓밟아서 저기 정원 쓰레기통에 처박아 줄 수도 있거든?”
일리아나가 싸늘하게 웃으며 험악한 말을 내뱉었다.
평소에는 지나치게 저돌적인 성격 덕분에 빈틈이 많아 덤벙대는 일리아나지만 그녀는 명백하게 2학년 전체 학생 중 최상위권의 막강한 실력자다.
자신을 무시하는 발언을 그냥 지나칠 리 없었다.
“건방진 소리를 하는군.”
“지금 당장 붙어봐?”
에미오의 말에 일리아나가 싸늘하게 웃으며 자세를 낮추었다.
그런 일리아나를 보며 에미오가 정색하며 마력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바깥에서 함부로 싸우지 마.”
“으헉?”
레오가 겨드랑이 사이에 손을 넣어 일리아나를 들어 올렸다.
기척 없이 다가와 자신을 들어 올리는 레오의 행동에 일리아나가 기겁하며 다급히 오러와 마력을 거두었다.
“큭?”
에미오는 자기 목덜미에 들이 밀어진 지팡이를 보며 눈을 부릅뜨고 아바드를 바라보았다.
“본격적으로 학기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문제 일으키는 건 그렇지 않아?”평소와 같은 온화한 미소였지만 눈은 싸늘했다.
에미오가 짜증 난다는 듯 혀를 차며 떠났다.
“반장. 내려줘.”
레오가 내려주자 일리아나는 살짝 붉어진 얼굴에 부채질하며 말했다.
“그냥 말리면 될 것이지 왜 깜짝 놀라게 들고 그래?”
“안 그랬으면 정말로 싸웠을 테니까.”
레오와 아바드가 말리든 말든 일리아나는 당장에라도 오러와 마력을 일으켜 달려들 기세였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야?”
“헹! 나는 여기저기서 와달라고 하는데 자기는 아무 데도 와달라는 소리가 없으니 질투 나서 그런 거겠지.”
팔짱을 낀 일리아나가 코웃음을 쳤다.
그 말대로였다.
일리아나는 모든 기숙사에서 들어올 것을 권유받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넌 왜 기숙사 선택을 안 하고 있어?”
“반장이 있는 1 기숙사도 가고 싶고…… 첼시랑 넬라가 있는 2 기숙사도 가고 싶고…… 칼이랑 테이드가 있는 3 기숙사도 가고 싶단 말이야.”
어깨를 축 늘어트린 일리아나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1학년 5반 시절 가장 가깝게 지내던 여섯 사람이 모두 각자 다른 기숙사로 흩어진 상태였다.
“우리 기숙사에 와 줘. 네가 필요해. 듀얼 클래스 애들도 거의 우리 쪽에 왔으니 마검사인 너에게도 좋은 환경일 거야.”
“앗! 반장이 나한테 구애한다?!”
“우리 쪽도 네가 필요해. 일리아나. 넌 마법과 오러, 양쪽에 재능을 가졌으니 나나 듀란이 너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
“크읏! 아바드까지 열렬하게 구애하다니……! 흐흐! 이 맛이야! 듀란도 그렇고 학교 최고 인기남들이 나에게 매달리는 이 맛!”
일리아나가 희열에 몸을 떨었다.
시커먼 속내를 드러내는 일리아나를 빤히 바라보던 레오가 아바드에게 말했다.
“너희가 데려가라.”
“우리도 필요 없어.”
그렇게 이야기를 마친 레오와 아바드가 자리를 떠났다.
그 모습에 일리아나가 흠칫했다.
“알았어! 정할게! 지금 가장 먼저 말 거는 쪽으로 갈게!”
하지만 두 사람은 뒤돌아보지 않았다.
결국 일리아나는 다급히 레오에게 달려갔다.
“잠깐! 반장! 반장네 기숙사에 들어갈게! 멈춰봐!”
마검사인 일리아나로서는 레오가 있는 제1 기숙사에 가는 게 가장 이상적이었다.
하지만 레오는 끝내 돌아보지 않았고 결국 일리아나는 레오의 발목을 붙잡고 애걸복걸했다.
“간 봐서 미안해! 반장! 반장네 기숙사에 들어갈 테니까 용서해줘! 아니! 들어가게 해주세요! 반장님! 레오님! 학생회장님! 제발!”
***
첫날만 해도 텅텅 비어 있던 제1 기숙사는 어느덧 활기로 가득했다.
삭막하던 기숙사 휴게실 여기저기에 학생들의 비품이 하나, 둘 자리를 차지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똑- 똑-
기숙사 정문에 작은 노크 소리가 들렸다.
“누구세요?”기사학과 학생이 의아한 얼굴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현관에 서 있는 이를 발견하고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나 부교수님?”
할린드 밑에서 1학년 5반을 담당했던 세나가 서 있었다.
“반가워요, 제1 기숙사 여러분.”
방 안으로 들어온 세나가 학생들에게 인사했다.
“세나 부교수님!”
“반가워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일리아나를 필두로 5반 학생들이 밝은 얼굴로 인사하자 세나는 입을 막고 후후- 웃었다.
“오늘부터 제1 기숙사의 사감 교수를 맡게 된 세나 틸리아라고 해요. 여러분 잘 부탁드려요.”
“오오!”
“잘 부탁드립니다!”
다른 반 학생들에게도 세나는 인기인이었다.
미인인 데다가 성품도 좋다.
결정적으로 할린드와 언제나 함께 다녔기에 할린드에게 혼나던 학생들은 그녀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렇기에 그녀가 사감이라는 말을 듣고 이들이 반가운 반응을 보였다.
“다들 1년간 잘 부탁드려요.”
“저희야말로 잘 부탁드려요!”
환한 미소를 짓는 학생들을 세나가 에헴! 하고 헛기침했다.
“그럼 공지 사항을 발표하겠습니다. 우선 기숙사 인원이 정해졌으니 기숙사 이름을 정해주셨으면 해요.”
“기숙사 이름요?”
“네. 숫자로 부르는 건 뭔가 딱딱하잖아요? 그러니 기숙사를 대표할 수 있는 멋진 이름을 짓는 거죠.”
“오오…….”
“그리고 내일은 모두 입학식이 있다는 사실을 알죠? 드디어 여러분이 선배가 되는 날입니다.”
세나의 말에 학생들이 혹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선배!
이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단어란 말인가?
지난 1년 동안 선배들에게 도움도 받고 심부름도 했다.
1학년들에게 선배들은 선망의 대상이다.
먼저 영웅 후보생이 되었고 힘든 학과 생활을 이겨내기까지 했다.
그렇다 보니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이들 수밖에 없었다.
“훗. 드디어 선배인가.”
“후배들을 잔뜩 귀여워해 줘야지!”
“3학년 선배들이 이런 기분이었구나.”
잔뜩 들뜬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을 보며 세나가 빙긋 웃었다.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입학식 이후 환영 만찬회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 말에 학생들이 멈칫했다.
자신들의 입학식 때 환영 만찬회가 있었던가?
없었다.
사실 입학하고 1학기가 끝날 때까지 선배에게 할 한마디 걸어보지 못한 학생들도 많았다.
루메른의 선후배 사이는 권위적인 성향이 강했다.
특히 소환학 같은 경우에는 선후배 간의 기강이 강하게 잡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데 후배들을 위한 환영 만찬회라니?
“1학년들은 이미 2학년 입학시험 때 일로 여러분을 충분히 무서워 하고 있잖아요? 게다가 작년 합동 수업 기간 동안 익숙해진 얼굴도 있을 거고요. 굳이 딱딱한 선후배 관계를 고집할 필요가 있을까요? 따뜻하게 맞아줘서 1학년들이 보다 학교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여러분이 잘 이끌어줬으면 하는 것이 신임 교장님의 뜻이랍니다.”
“으음.”
“확실히 나도 1학년 때는 2학년 선배들이 너무 무섭긴 했어.”
“선배님들처럼 떠받들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후배들이랑 친하게 지내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긴 해.”
“맞아. 입학시험 때 제법인 녀석들도 많았잖아?”
학생들이 납득 한다는 표정을 지었다.
한편 세나는 교장의 말을 떠올렸다.
‘아마 평소처럼 1학년들이 들어오면 태반은 버티지 못하고 자퇴 처리될걸?’
교수 회의에서 리이나는 덤덤히 말했다.
‘지금 2학년들은 이름값은 커도 너무 커. 거기에 더해 실력도 대단하지. 직접적으로 비교당하는 세대가 어딜까? 위에 기수와 밑에 기수거든.’
리이나가 턱을 괴었다.
‘위에 기수들이야 그나마 사정이 좋지. 선배들이니까. 하지만 후배들은 아니거든. 끊임없이 비교당하면 좌절하는 애들이 많을 거야. 그러니 평소와는 달리 전체적으로 친분을 쌓았으면 좋겠다는 게 내 생각이야.’
세나의 말을 듣고 레오가 피식 웃었다.
‘교장이 누군지는 몰라도 현명하군.’
“그러니 내일 1학년들을 보거든 따뜻하게 맞이해주세요. 이상입니다.”
공지 사항을 전달한 세나가 레오와 클로에를 불렀다.
“그리고 레오 학생과 클로에 학생은 나와 잠시 어딜 좀 가요.”
그 말에 레오와 클로에가 의아한 얼굴로 세나를 따라 기숙사를 나섰다.
기숙사 정원에서 세나가 말했다.
“이렇게 따로 부른 건 첸 시아 학생 때문입니다.”
“저도 궁금했어요. 시아는 대체 언제 돌아오나요? 개학하고 일주일이나 지났는데 왜 안 오는 거죠?”
클로에의 물음에 세나가 곤란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첸 시아 학생의 집안 사정이 생각보다 많이 복잡한 모양이에요. 학교 측에서도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는데 답변이 없는 모양이에요.”
세나의 말에 클로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첸 시아양 스스로 자퇴를 할 수도 있으니 기사학과 기숙사장 학생들 생각해두셔야 할 것 같아요.”
“예?”
클로에가 눈을 크게 떴다.
레오는 인상을 찡그렸다.
‘자퇴라고?’
***
솨아아아-!
루메른과 루메리아 시티를 오가는 정기선이 호수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배에는 신입생들이 타 있었다.
여러 문화권의 다양한 음식이 뷔페처럼 갑판 위에 차려져 있었다.
귀족 학생들은 음식을 즐기고 있었다.
“역시 루메른이야.”
“후후. 남다른 학교생활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것 같군.”
귀족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평생을 특권을 누리며 살아온 학생들은 이 모든 것들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루메른의 교사라는 저 사람.”
“이름이 전혀 알려지지 않은 무명인데 어떻게 루메른 교수가 된 거야?”
“혹시 낙하산 아니야?”
몇몇 학생이 노골적으로 갑판 한쪽에 앉아 부드럽게 미소 짓고 있는 여인을 바라보았다.
찬란한 은발에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여인이었다.
흠이라면 왼쪽 눈에 안대를 하고 있다는 점 정도.
루메른 교수라고 것 이외에는 조금의 명성도 없는 수상한 여인이라고 신입생들이 수군거릴 때였다.
여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모두 배 여행은 즐겁나요?”
“나쁘지 않네요.”
“우리에게 어울리는 행사라고 생각해요.”
몇몇 학생들이 으스대며 말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그녀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거 다행이군요. 그 전에…… 공지사항이 있습니다.”
모든 학생이 의아한 얼굴로 루메른 교수를 바라보았다.
“원래 루메른에는 중부, 서부, 동부, 남부, 북부. 이렇게 각 지역을 대표하는 수석 학생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이번에는 통합시험으로 치러졌답니다. 그래서 수석 학생이 없죠.”
신입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스럽게 신입생 대표도 뽑히지 못했답니다.”
그 말에 멈칫한 학생들이 몇몇 학생을 바라보았다.
학년 대표가 될법한 명성과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었다.
“하시고 싶은 말이 뭔가요, 교수님.”
북부 마탑 출신이자 강력한 신입생 대표 후보인 쥬엔이 호전적인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그러니 지금부터 신입생 대표를 선출할까 해요.”
웅성웅성-!
신입생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어났다.
“여기서 대체 어떻게 신입생 대표를 선출한다는 겁니까.”
“신입생 대표는 역시 실력으로 정하는 게 좋겠죠. 이해했죠?”
“무, 무슨……?”
검지를 들어 올리며 루메른 교수가 환하게 웃었다.
“지금부터 서로 싸우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