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33)
233
루메른 선착장.
그곳에서 레오는 신입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작년 레오가 입학할 당시에는 아르티안 교수가 인솔을 맡아 왔다.
하지만 루메른에서 원래 신입생들을 맞이하는 건 학생회장의 업무 중 하나였다.
학생회장이 없다면 부학생회장이 이 일을 맡는다.
‘외부에 파견을 나갈 일이 잦은 학생회장과 부학생회장이라는 자리 탓에 교수들이 맡을 때가 많지만.’
작년의 경우에는 리스와 토루아.
두 사람 모두 영웅 던전 공략을 위해 임무를 나가 있었던 상황이기에 아르티안이 대신 나왔던 것이다.
솨아아아아-!
호수 저편에서 정기선의 모습이 보였다.
‘뭐지? 너무 조용한데?’
작년 신입생들은 루메른을 보자마자 환호성을 내지르며 기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입학 첫날부터 수중 몬스터들에게 시달렸기 때문이었다.
신입생들이 입학식에 참석하기 전 신고식을 치르는 건 일종의 루메른의 전통.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고 조용하기만 하다.
이윽고 배가 선착장 앞에 섰다.
하지만 왁자지껄했던 작년과는 달리 배는 인기척 하나 없었다.
레오는 곧바로 점프해 배의 갑판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펼쳐진 광경에 헛웃음을 터트렸다.
갑판 위는 엉망이었다.
신입생들끼리 싸운 흔적이 역력했다.
화악-!
그때 날카로운 검격이 레오를 향해 휘둘러졌다.
탁-!
“……!”
레오는 손가락으로 검을 막았다.
분명 날카로운 힘이었지만 검에는 큰 힘이 담겨 있지 않았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아이나는 레오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눈을 크게 살짝 떴다.
그러고는 검을 거두었다.
“으으…….”
“도, 도와줘…….”
여기저기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그중 실력이 뛰어난 학생들은 가까스로 쓰러지지 않고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다.
하지만 서 있는 건 아이나가 유일했다.
‘서로 싸운 건가?’
“무슨 일이 있었지?”
레오의 물음에 아이나가 입을 열려고 할 때였다.
“내가 설명할게요.”
뚜벅- 뚜벅-
쓰러진 학생들 사이에서 깔끔한 정장을 차려입은 아름다운 은발의 여인이 웃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신입생 대표 선출을 위해 실력의 우위를 가렸어요. 그리고 신입생 대표의 자리를 차지한 게 바로 지금 서 있는 아이나 베이드나 학생이죠.”
모습을 드러낸 루메른 교수를 본 레오는 눈을 크게 떴다.
“안녕하세요. 루메른 마법학과에서 1학년 수업을 맡게 된 멜이라고 해요.”
빙긋 웃으며 멜이 손가락을 튕겼다.
화악-!
밝은 빛이 갑판 전체로 퍼져 나왔다.
바닥에 쓰러져 고통에 찬 신음성을 내뱉던 신입생들은 순식간에 고통이 사라지자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신입생 중에는 상당한 부상을 입은 학생 많았다.
하지만 멜은 간단하게 수백 명의 부상을 순식간에 치유한 것이다.
치유 마법을 전문적으로 익힌 마법사에게도 힘든 일이다.
‘역시 루메른 교수……!’
‘굉장해!’
‘저런 사람에게서 마법을 배울 수 있다니……!’
조금 전 마법이 얼마나 대단한지 잘 아는 마법학과 학생들이 선망의 눈으로 멜을 바라보았다.
“모두 정렬해.”
레오의 말에 학생들이 흠칫하더니 허둥지둥 정렬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레오에 대해 모르는 학생은 없었다.
전대미문의 올 클래스에 루메른 역사상 최연소 학생회장.
레오 플로브!
작년 레오의 활약상은 이미 세계적으로 유명했다.
“입학시험 때는 실물로 못 봤었는데……!”
“대박! 잘생겼어!”
“하아…… 레오 선배님에게도 지도받을 수 있을까?”
여학생들이 꺅꺅거리며 소곤거렸다.
“뭐랄까, 나이 차가 얼마 안 나는데도 박력이 엄청나.”
“이게 루메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천재라는 건가…….”
“하긴, 시작의 영웅 이후에 두 번째 올 클래스니까…….”
남학생들은 긴장된 눈으로 레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학생들이 정렬하는 가운데.
은발에 은색 눈동자를 가진 소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시작의 영웅이 실존? 카일은 가상의 영웅이 아니야?”
소년, 루크의 물음에 주변 학생들이 비웃음 어린 표정을 지었다.
“와, 이런 애가 어떻게 루메른에 입학했데?”
“영웅 후보생이란 게 최신 영웅학 소식에 이렇게 둔감해서야.”
동기생들의 비웃음에 루크가 어깨를 움츠렸다.
“흥. 너희들이 남을 비웃을 처지가 아닐 텐데?”
“뭐라고?”
루크를 비웃던 학생들이 발끈하여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쥬엔을 발견하고는 흠칫했다.
“너희 추가 시험에서 입학한 녀석들이지? 얜 너희랑 다르게 본 시험에서 바로 붙은 애거든? 그리고 나랑 같이 저 학생회장이랑 직접 싸우기까지 했다고. 그치?”
쥬엔이 생글생글 웃으며 루크에게 어깨동무했다.
신입생 최고의 거물 중 한 명이 루크를 두둔하고 나서자 루크를 비웃던 학생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멀리 가버렸다.
“흥. 같잖은 것들.”
“도와줘서 감사해요.”
“됐어~ 영웅학에 조금 둔감하면 뭐 어때? 어차피 학교에서 다 배울 건데.”
“그나저나 카일이 동화 속 인물이 아니었다는 건 정말 놀랍네요.”
“응. 작년에 루메른과 세이룬에서 공동 발표를 하기도 했고…… 루세전 사건 당시에 성운의 시조님과 시작의 영웅님이 현세에 모습을 드러내셔서 마물 여왕을 쓰러트리면서 실존했었다는 사실이 완전하게 밝혀졌지.”
“대영웅님이 현세에 모습을 드러냈다고요? 그리고 마물 여왕이 쓰러졌어요?!”
깜짝 놀라는 루크를 보며 쥬엔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너 진짜 어디 신문도 배달 안 되는 외지에서 살다 왔어?”
“네. 우리 마을은 바깥 신문도 몇 달 전 게 간간이 들어오는 게 전부거든요.”
“와, 완전 깡촌이네.”
루크가 머리를 긁적이며 어색하게 웃었다.
게다가 입학시험이 끝난 이후에는 바로 고향으로 돌아갔기에 루세전 소문을 접할 일이 없었다.
혀를 내두르던 쥬엔이 빙긋 웃었다.
“어쨌든 정식으로 내 소개를 할게. 내 이름은 쥬엔 토르비나. 15살이고 남부 마탑 출신이지~!”
“루크 엘다라고 해요. 14살에 동부 시르네 마을 출신이에요.”
“그래, 루크. 잘 부탁해. 후후후- 입학시험 때 너 끈질기더라? 나는 마법사라 전방을 책임저줄 고기방…… 가 아니라 동료가 꼭 필요하거든.”
그 말에 루크가 환하게 웃었다.
“전 많이 부족해서요. 쥬엔 양의 동료가 되어 줄 다른 뛰어난 분들이 많을 거예요.”
“왜 거절하는 거야? 남부 마탑의 유망주인 내 동료가 되는 건 너에게도 도움이 엄청 될 걸?”
“그치만 방금 고기 방패라고 했잖아요!”
루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쥬엔에게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쥬엔은 그런 루크를 붙잡으며 사악하게 웃었다.
“우히히히히, 못가.”
“사, 살려줘요!”
“조용히 하고 줄 서.”
그때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쥬엔은 진하게 웃었다.
“아이나 베이드나.”
쥬엔이 할짝- 입술을 적셨다.
“이번에는 학년 대표 자리를 빼앗겼지만, 마법사랑 기사 특성상 네가 유리했던 건 알지? 다음 번에는 그 자리를 뺏어 가겠어.”
“……좋을 대로.”
아이나는 관심 없다는 듯 선두에 섰다.
선두로 가기 전 루크와 눈이 마주쳤다.
루크가 어색하게 웃었지만 아이나는 그대로 획- 가버렸다.
“뭐야! 나 같은 건 안중에도 없다는 거야? 검성의 후계자라고 진짜 도도하게 구네! 흥! 큰 코 다치게 해주겠어!”
쥬엔이 호승심을 불태우는 가운데 신입생들이 배에서 내렸다.
그리고 인솔자인 레오를 따라 에레크 연병장으로 향했다.
학교를 걸으며 연신 감탄을 쏟아냈다.
“어머나, 풋풋해라. 아이들답게 다들 열정적이고 힘이 넘치네요. 후후후. 벌써부터 청춘이 느껴지는 기분이에요.”
그 모습을 힐끗 보며 멜이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쟤들이랑 한 두 살 밖에 차이 안 나는데?”
레오가 심드렁하게 말하자 멜이 웃었다.
“겉모습은 소년이라도 속은 아저씨잖아요.”
신입생들에게 대화가 들리지 않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나저나 기분이 어떠세요? 이제는 세상의 모든 사람이 카일 님의 실존을 믿잖아요?”
“기분이랄 게 있어? 원래 당연했던 건데.”
시큰둥하게 대답하며 레오가 멜을 바라보았다.
“그나저나 뜬금없이 웬 교수야?”
“……시대가 시대니까요. 새로운 영웅들이 많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드래곤들은 알고 있어?”
“아니요. 제 본체는 여전히 드래고니아에 있어요. 이건 제가 만들어낸 아바타에요.”
멜의 정체는 다름 아닌 드래곤 로드 멜리나였다.
생글생글 웃는 그녀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마침 잘됐네.”
“시키실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레오의 말을 듣고 멜이 공손하게 물었다.
남들이 들었다면 기이한 눈으로 봤을 모습이지만 지금 신입생들에게는 두 사람의 대화가 들리지 않았다.
“첸 시아에 대해 좀 알아 와 주겠어?”
“알겠습니다.”
이유를 묻지 않았다.
눈앞의 소년은 위대한 대영웅.
이 세상의 모든 이들은 그에게 구원받았다.
그 사실을 아는 건 이 세상에 오직 그녀 한 사람뿐.
위대한 영웅의 업적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어떠한 명령이라도 따라야 한다고 멜은 생각하고 있었다.
***
레오를 따라 신입생들이 에레크에 등장했다.
신입생들은 긴장된 표정을 지으며 정렬했다.
레오는 2학년 자리로 가 앉았다.
“지금부터 입학식을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있겠습니다.”
그 말에 재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개학식 당시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교장이 드디어 모습을 드러낸다니.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교장의 등장은 신입생들의 관심뿐만 아니라 기존 재학생들의 관심까지도 모으기 충분했다.
터벅- 터벅-
그런 가운데 단상 위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생각 이상으로 젊은 교장을 보며 모든 학생이 놀란 표정을 짓는 가운데.
리이나가 입을 열었다.
“만나서 반갑다, 루메른 학생 제군들. 내 이름은 리이나 플릭스. 이번에 루메른의 교장직을 맡은 사람이다.”
“리이나?”
“들어 본 적 있어?”
“아니.”
모든 학생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루메른 교장은 명성이 높은 영웅이 하는 게 보통인데…… 저분은 대체 뭐 하시는 분이지?”
클로에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역대 루메른 교장들은 모두 당대 최고의 영웅들이 맡아 왔다.
그런데 리이나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었다.
“나에 대해 모르는 것도 이상한 건 아니다.”
리이나가 황금색 눈동자를 번뜩였다.
“일평생 그림자로 살아왔다. 너희들이 몰라도 이상할 게 없지.”
학생들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림자.
동족을 배신하고 타르타로스의 세력으로 넘어가 버린 배신자들을 색출하는 자들을 의미한다.
그들 역시 세계의 평화를 지키는 한 축.
하지만 그들은 철저하게 그림자 속에 살아야 했다.
영웅은 단순히 시대의 수호자가 아니다.
세계를 변혁을 주도하고 사람을 이끄는 위대한 자를 의미한다.
하지만 그림자는 아니다.
그들은 철저하게 배신자와 그들과 관련된 세력을 색출하고 말살시키는 임무를 맡았다.
문제는 그 손속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점이었다.
“그림자들이라면 과거에 몇 번이나 실수로 영웅들을 죽였잖아?”
“역사 속에서 멸망된 왕국도 많아.”
“그런 그림자가 교장이라고?”
학생들은 당혹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런 학생들을 보며 리이나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영웅 후보생들.”
신입생들을 물론이고 재학생들까지 훑어본 리이나가 자리로 돌아갔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가운데.
“신입생 대표의 연설이 있겠습니다. 신입생 대표, 아이나 베이드나.”
진행자의 말에 학생들이 침묵했다.
그리고 단상 위로 오르는 아이나를 주목했다.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저 자리에서 학생들을 다독여주던 검성의 후계자.
“존경하는 교수님들, 그리고 선배님들. 이렇듯 신입생인 우리를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신입생들은 이제부터 자랑스러운 루메른의 사람으로서…….”
단상 위에 오른 아이나는 연설문을 읽어내려갔다.
“신입생 대표, 아이나 베이드나.”
짝짝짝짝-
박수 소리가 쏟아졌다.
“환영한다! 아이나 베이드나!”
“넌 분명 훌륭한 영웅 후보생이 될 수 있을 거야!”
이례적으로 고학년들 사이에서 응원과 격려의 목소리도 터져 나왔다.
작년 칼리안이 아니었다면 이곳에 있는 많은 이들이 죽었을 것이다.
게다가 수십 년 동안 루메른의 교장직을 수행해 온 만큼 고학년들은 수년 동안 칼리안을 봐 온 사이다.
검성의 후계자의 존재는 루메른 학생들에게 매우 남다른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열렬한 환영을 받는 가운데 진행 교수가 말했다.
“아이나 학생. 마지막으로 신입생 대표로서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그 말에 아이나가 잠시 고민하더니 입을 열었다.
“레오 선배님.”
일순간 모두의 시선이 레오에게 꽂혔다.
“전 꼭 당신의 인정을 받고 말겠어요.”
그 선언에 모두가 오오! 감탄사를 터트렸다.
“뭐야! 레오! 너 쟤랑 무슨 사이야?”
“입학시험 이후에 따로 만난 거야?”
“무슨 사이길래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널 언급해?”
주변 동급생들이 흥분된 반응을 보였다.
작년 레오의 신입생 대표 인사가 지나치게 파격적이었다면 이번 신입생 대표의 인사는 다른 의미에서 파격적이었다.
“쟤랑 무슨 일이 있었어?”
클로에가 의아한 얼굴로 묻자 레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글쎄, 입학식 때도 나한테 계속 집착하던데.”
레오는 아이나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조만간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