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45)
245
채앵-!
어둠 속에서 검이 교차하는 소리가 울렸다.
카가가각-!
힘겨루기가 시작되었다.
레오의 붉은 눈이 어둠 속에서 가늘게 떠졌다.
카각-! 화악-!
팽팽하던 힘의 균형이 순식간에 무너졌다.
자신 쪽으로 기우는 레오의 검을 본 시안은 그대로 레오의 검을 흘려보내며 몸을 빼냈다.
콰앙-!
레오의 검이 대리석 바닥을 후려갈겼다.
투두둑-
대리석 조각이 사방으로 튀었다.
파괴된 대리석 바닥에서 레오가 검을 회수하며 몸을 일으켰다.
‘엄청난 힘이군. 순수한 완력으로 이 정도 힘을 발휘하다니.’
“최고의 영웅 후보생이라는 말이 허언은 아니었군.”
시안이 눈을 빛내며 검을 레오에게 겨누었다.
“더더욱 너를 쓰러트릴 가치가 있겠어.”
그 말에 레오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대답할 가치가 없었다.
‘하지만 실력은 진짜로군.’
검을 맞대는 것으로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시안의 실력은 어중이떠중이는 절대 아니었다.
휘오오오오-!
시안의 주변에서 바람이 불었다.
‘바람의 오러.’
물의 오러를 사용하는 첸 시아와 달랐다.
‘샨의 황제는 불꽃의 오러였지.’
세 사람은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오러 심법을 공유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하지만 사용하는 속성은 전혀 달랐다.
‘비하르의 후손이라면…… 과연. 그렇게 된 건가?’
레오는 자신의 제자에게 전수해준 오러 심법을 떠올렸다.
왜 세 사람이 다른 속성의 오러를 사용하는지 알아챈 레오가 피식 웃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시안이 말했다.
“올 클래스의 힘을 보여줬으면 하는군.”
시안의 말에 레오가 어깨에 검을 걸쳤다.
“그럴 가치가 있을까?”
“뭐?”
“번거롭게 마법이나 소환술까지 쓸 상대가 아니라는 소리야.”
“자신감이 지나치네. 그 정도면 오만이라고 생각되지 않아?”
“딱히.”
웃으면서 묻는 시안에게 레오는 싸늘하게 웃었다.
그런 레오를 보며 시안의 눈이 꿈틀거렸다.
‘이 자식.’
시안은 천재였다.
그림자로서의 자질도.
영웅으로서의 자질도.
모든 것을 품은 천재.
어려서부터 유일한 경쟁 상대라고 할 수 있는 건 같이 천재라 불렸던 쌍둥이 첸 시아 뿐이었다.
하지만 시안은 그런 시아 조차도 뛰어넘었다.
‘시아는 반쪽짜리지.’
첸 시아는 오롯이 그림자의 재능만을 타고났다.
‘철저하게 어둠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운명이지, 가엾게도.’
자신을 죽이려고 한 쌍둥이를 시안은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측은했다.
‘그렇게 살 수밖에 없는 하찮은 운명이지.’
하지만 자신은 달랐다.
‘그림자 따위가 되어서 내 능력을 낭비할 수 없어.’
그 누구보다 위대한 영웅이 될 수 있는 그릇을 타고났다.
어려서부터 시안은 칭송의 대상이었다.
그를 가르친 많은 이들이 그의 재능에 탄복하여 눈물을 흘렸다.
영웅과 그림자 전체의 역사를 통틀어 시안과 같은 재능은 없을 거라며 칭송받았다.
실제로도 그러했다.
시안은 지금까지 좌절 따위는 해본 적 없었다.
남들이 벽이라고 느끼는 모든 난관들을 손쉽게 허물었고 남들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너무나 손쉽게 거머쥐었다.
실제 샨을 떠난 이후 시안은 강해졌다.
타르타로스의 힘을 이용해 수많은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고 그들의 힘을 계승했다.
그토록 원하던 영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몸을 떨었다.
‘내 생각이 맞았어.’
영웅이라 불리는 자들의 시련을 손쉽게 이겨낸 자신은 말 그대로 영웅에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한편으로는 생각했다.
‘영웅들의 시련조차 이토록 손쉽다니 역시 나는 대영웅이 될 수 있어. 나는 선택 받은 인간이야.’
시안은 스스로가 천재라는 사실을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부정해 본 적이 없었다.
남들 위에 서는 게 당연한 인간.
그런데…… 그런데…….
“마음에 들지 않는군.”
마치 까마득히 높은 곳에서 자신을 내려다보는 듯한 레오의 시선이 거슬렸다.
알 수 있었다.
눈앞의 소년이 자신은 안중에도 없다는 사실이.
모든 것을 자신의 아래로 내려다보며 살아온 시안은 그 눈빛이 진정으로 거슬렸다.
“마치 나는 안중에도 없다는 그 태도. 너는 내가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흐음.”
레오는 턱을 쓰다듬었다.
잠시 고민하던 레오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덤덤히 대답했다.
“치워야 할 쓰레기?”
시안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그렇잖아? 넌 세계를 배신하고 타르타로스에 붙었어.”
“나는 영웅이 되기 위해 타르타로스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시안은 당당히 말했다.
“나도 당당하게 루메른에 입학하고 싶었어. 하지만 이 나라는 틀렸어. 나 같은 천재에게 그림자나 되라고 강요하다니 말이야.”
“이 나라의 방식이 틀렸다는 건 동의해. 하지만 그게 타르타로스와 손을 잡는 이유는 되지 못해.”
레오의 눈에서 서늘한 빛이 흘러나왔다.
“영웅이 되기 위해 타르타로스를 이용한다는 것도 헛소리에 불과하지.”
“너는 이해 못 할 거다. 하지만 나는 힘을 키워서 타르타로스를 토벌할 거야.”
그 말에 레오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참았다.
“뭐가 그렇게 웃기지.”
“너 같으면 안 웃겠어?”
레오의 시선에 경멸감이 어렸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너 같은 녀석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말을 하는지.”
“뭐라고?”
“너 같은 얼간이들을 보는 게 한두 번이 아니라서 말이야.”
재앙의 시대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진 자들이 많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타르타로스의 편에 섰다.
이유는 한결같았다.
‘타르타로스를 토벌하기 위해 타르타로스를 이용한다.’
“자기 한계를 인정하지 못하고 뛰어넘을 능력도 의지도 없는 자기도취에 빠진 녀석들은 너 말고도 셀 수없이 많았어.”
스윽-
레오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런 헛소리는 이제 지긋지긋해.”
레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그리고 천재?”
한때 레오도 스스로를 천재라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카일 시절.
무술이 됐든 마법이 됐든 소환술이 됐든.
곧잘 습득하는 자신이 천재라는 걸 믿어 의심치 않았다.
‘정작 진짜 천재들은 따로 있었지만.’
지금은 대영웅이라 칭송받는 친구들.
각자의 분야의 궁극에 이른 진짜 천재들.
레오가 최후의 대영웅으로서 에레보스를 토벌할 수 있었던 것도 동료들이 이룩했던 수많은 것들을 빌렸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조차도 기적에 가까웠지.’
그런 친구들을 옆에서 지켜봐 왔기에 레오는 스스로를 천재라 칭하지 않았다.
레오가 보기에 그런 상황에서 자신이 대단한 것마냥 재능을 떠벌리는 시안은 가소로울 뿐이었다.
자신을 비웃는 레오를 보며 시안의 눈에 살기가 어렸다.
처음 레오를 쓰러트리고 싶었던 이유는 간단했다.
그를 쓰러트리고 자신이 최고의 영웅 후보생이라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이후에는 레오가 그림자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거슬려서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 녀석은 내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있어.’
휘오오오오오-!
시안의 몸에서 마나가 휘몰아쳤다.
그건 시안이 사용하던 바람의 오러가 아니었다.
‘히어로 어빌리티로 얻은 능력들인가?’
레오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영웅의 세계를 공략해 얻은 능력이라는 게 훤히 느껴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콱-! 화악-!
온몸에 마나가 깃든 장신구와 방어구가 생성되었다.
‘히어로 웨폰. 당연한 일이겠지만 히어로 스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되겠군.’
영웅 후보생들도 본격적으로 영웅의 세계를 공략하기 시작하는 건 2학년 때부터다.
그런데 고작 배신자에 불과한 시안이 만큼의 공략 보상들을 가지고 있다는 건…….
‘타르타로스에서도 히어로 레코드를 모으고 있는 건가?’
물론 히어로 레코드만 있다고 해도 영웅의 세계를 오픈할 수 없다.
‘하지만 히어로 레코드 안에는 에레보스의 조각이 봉인되어 있지. 그리고 놈들은 그걸 이용할 수 있어.’
루나의 세계에 잠들어 있던 에레보스의 파편을 현실 세계로 불러오거나 과거의 군단장 제르디악을 현세에 강림시키는 등.
타르타로스는 히어로 레코드의 능력을 확실히 이용하고 있었다.
마족은 공략을 한다 해도 공략 보상을 받을 수 없다.
하지만 히어로 킬러들이라면…….
‘에레보스의 조각에 영향을 받는 히어로 레코드를 오픈해서 히어로 킬러들이 강해질 수 있도록 지원한 건가. 이런 일을 주도할 만한 건…… 사령왕이겠지.’
타르타로스의 총사령관.
최강 최흉의 군단장이라 불리는 사령왕 헬 카이저.
화르륵-!
거대한 화염을 내뿜는 붉은색 곡도를 쥔 시안이 낮게 중얼거렸다.
“간다.”
그런 시안을 본 레오가 피식- 웃으며 오러를 일으켰다.
화르르륵-
불꽃이 맹렬하게 타올랐다.
화악-! 콰가가강-!
두 사람이 동시에 돌격했다.
그와 함께 거대한 불꽃이 주변을 집어삼켰다.
콰가가강-!
연쇄적으로 폭발하듯 불꽃은 복도 전체를 메우며 어둠을 깡그리 날려 버렸다.
까드득-!
순간 시안이 들고 있는 히어로 웨폰에 금이 갔다.
그걸 본 시안이 눈을 부릅떴다.
“아니……!”
시안은 다급히 레오를 밀쳐냈다.
그와 함께 레오를 향해 손을 겨누었다.
화악-!
손에서 뿜어져 나온 바람의 칼날이 레오를 덮쳤다.
히어로 스킬.
영웅이 사용하던 기술답게 강력한 힘을 담고 있었다.
후웅-!
레오의 손에서 바람의 오러가 휘몰아쳤다.
퍼버버버벙-!
공격이 상쇄되며 강한 풍압이 휘몰아쳤다.
그와 함께 복도의 창문이 모조리 깨져나갔다.
그리고 풍압에 휩쓸린 시안이 날아갔다.
사뿐-
가볍게 바닥에 착지한 시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레오를 바라보았다.
‘바람의 오러와 대지의 오러.’
여러 속성의 오러를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히어로 어빌리티로군.”
“틀렸어.”
레오가 피식 웃었다.
촤르륵-! 치이이이익-!
레오의 손에서 뿜어져 나온 물의 오러가 불꽃을 꺼트렸다.
“네가 익힌 오러 심법과 근본적으로는 같을걸?”
지금 쓰고 있는 건 비하르에게 선물한 오러심법이었다.
‘기본은 아르온이 만들고 세부적인 건 내가 만들었지.’
두 대영웅의 손에서 탄생한 오러심법은 비하르에게 맞춰진 심법이었다.
비하르는 선천적으로 4대 속성을 모두 다를 수 있는 마나 특성을 타고 태어났다.
‘세대를 거듭하면서 오러 심법이 바뀌었겠지.’
타고난 속성에 특화되도록.
그렇기에 같은 오러 심법을 익히고 있다고 해도 다른 속성이 발현되는 것이다.
형태는 달라졌지만, 그 근본은 같다.
‘내가 만들었지만, 녀석만큼 잘 쓰기 힘들군.’
여러 속성에 대응하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쓴 능력이지만 비하르만큼 자유자재로 쓰기는 힘들었다.
레오가 검을 고쳐 쥐었다.
“그래서.”
“……?”
“이게 끝이야?”
시안의 얼굴이 굳었다.
“뭐 대단한 걸 사용할 것처럼 떠들더니 기껏 사용한다는 게 남의 능력을 빌려오는 거냐?”
“건방진…….”
콰앙- 화르르륵-!
일순간 레오의 검이 시안의 목을 노리고 휘둘러졌다.
가까스로 그것을 받은 시안이 눈을 부릅떴다.
빠드득- 채앵-!
금이 갔던 히어로 웨폰이 부러졌다.
시안이 다급히 고개를 숙였다.
후앙-!
레오의 검이 살벌한 기세로 그의 목이 있던 곳을 훑고 지나갔다.
퍼억-!
“컥?”
레오의 무릎이 고개를 숙인 시안의 안면에 꽂혔다.
공중에 붕 뜬 시안을 보며 레오가 무릎을 굽혔다.
쩌적-!
레오가 도약하자 바닥이 푹-! 하고 꺼졌다.
쉬익! 서걱-!
“컥?”
레오의 검이 시안의 옆구리를 베었다.
그걸 시작으로 레오는 좁은 복도를 이용해 엄청난 속도로 도약하며 사방에서 시안을 난도질했다.
허공에 뜬 시안의 몸에서 피가 튀기 시작했다.
본능적으로 급소를 피하며 저항했지만, 레오의 검에 무력할 정도로 베였다.
어둠 속에서 레오의 안광이 번뜩였다.
부악-!
시안의 오른팔이 허공을 갈랐다.
털썩-! 푸확-!
시안이 가까스로 바닥에 착지했다.
“이럴 리 없어…… 난…… 난 대영웅이 될 몸이라고!”
시안이 넋을 놓은 것처럼 중얼거렸다.
자신을 압도한 레오의 존재를 그는 믿을 수 없었다.
그런 시안의 목을 치기 위해 레오가 다가갔다.
“불공평해! 넌 루나님의 세계를 공략했기 때문에 강한 힘을 얻은 거야! 그래서 나보다 강한 거라고!”
“난 너와 싸우면서 마법은 전혀 쓰지 않았는데?”
현실을 부정하는 시안을 보며 레오는 비웃음을 날렸다.
“나도 대영웅의 힘을 계승하면 대영웅! 이 나라에서 보관되는 카일과 관련 있다는 검을 손에 넣어서 그 세계를 공략하면……! 대영웅의 힘을 손에 넣으면 강해질 수 있어!”
넋을 놓고 악을 쓰는 시안을 보며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내 검이라고?’
알려진 샨 제국의 역사는 4000년.
그리고 비하르가 이들의 선조라는 걸 생각한다면 샨의 역사는5000년에 달한다.
‘나랑 연관된 물건이 있어도 이상할 건 없군.’
“이런 보잘것없는 영웅들의 능력이 아닌 시작의 영웅의 능력을 이어받게 된다면!”
“영웅들의 능력이 보잘것없는 게 아니라 네가 형편없다는 생각은 안 해 봤어?”
“이 자식!”
시안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레오는 그런 시안의 목숨을 끊기 위해 검을 들어 올릴 때였다.
고오오오오-
그 순간.
시안의 그림자에서 무언가 꿈틀거렸다.
화악-!
그림자를 뚫고 나온 거대한 뼈의 칼날에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헬 카이저의 사령술이군.’
따닥- 따다닥-
그림자를 뚫고 나온 스켈레톤은 입을 딱딱- 거렸다.
그러고는 검붉은 안광을 번뜩이며 레오를 바라보더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레오 플로브님.”
정중한 목소리에 레오의 눈이 꿈틀거렸다.
낯익은 목소리였다.
하얀 뼈에서 살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윽고 살아 있는 인간의 형태를 취한 키가 2m는 될법한 사나운 인상의 거한은 그 인상과 달리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당대 최고의 영웅 후보생이라 불리는 당신을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인은…….”
하얀 이를 드러낸 남자가 자신을 소개했다.
“장송의 대공, 아트칸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