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49)
249
“그림자의 서……?”
샤우는 눈앞에 히어로 레코드를 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순한 페이지나 조각이 아닌 세계에 다섯 개밖에 없는 것으로 알려진 온전한 히어로 레코드였다.
3000년 전.
재앙의 재림 이후 히어로 레코드는 다섯 개로 나뉘었다.
이후 모든 종족은 자기 종족의 기록으로 히어로 레코드의 페이지를 채워왔다.
그런데 여섯 번째 히어로 레코드가 나타난 것이다.
그것도 그림자의 히어로 레코드란 이름으로.
일순간 가짜인가? 라는 생각해보았다.
그러나 샨의 황제로서 히어로 레코드를 여러 번 본 적 있다.
눈앞의 히어로 레코드가 진품임을 부정할 수 없었다.
떨리는 손으로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가장 첫 번째 페이지에 기록된 이름을 확인하고는 숨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시작의 영웅, 카일]그림자의 서라고 적힌 히어로 레코드의 첫 페이지.
그곳에 시작의 영웅 카일의 이름이 있었다.
카일의 이름을 손가락으로 건드렸다.
그러자 히어로 레코드 페이지에 파문이 일어나며 카일의 기록이 떠올랐다.
‘이건…….’
샤우의 눈이 흔들렸다.
‘초대 그림자의 정체가…… 시작의 영웅이었단 말인가?’
5000년 전.
지상에 히어로 레코드가 모습을 드러낸 이후.
비하르가 히어로 레코드에서 따로 빼내 와 자신의 후손들에게 맡겼던 최초의 그림자의 기록.
이름을 알 수 없었던 그 기록의 주인은 다름 아닌 시작의 영웅 카일이었던 것이다.
“대영웅이…… 그림자였다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샤우를 보며 레오가 말했다.
“영웅이라던가, 그림자라던가 그 시대에는 그런 구분이 없었겠죠.”
샤우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기에 시작의 영웅은 그 일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
샤우는 카일의 기록을 닫고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비하르라는 이름을 보고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림자의 서라는 이름을 보고 설마설마했다.
‘이건…… 그림자들의 히어로 레코드.’
비하르뿐만 아니다.
어둠 속에서 살아가며.
세계를 위해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던 그림자들의 기록이 쓰여 있다.
샨이 오랫동안 기록해온 그림자들의 모든 행적이 히어로 레코드에 기록되어 있었다.
“왜 갑자기…….”
“신들의 작은 변덕이거나. 그게 아니라면.”
레오는 샤우를 바라보며 웃었다.
“이제 그만 스스로 비관하는 것을 멈추라는 뜻일 수도 있고요.”
“…….”
“자신조차 믿지 않는 자를 신들이 인정해줄 리 없으니까요.”
“후후…… 후후훗.”
샤우가 얼굴을 감싸 쥐었다.
“우하하하하하!”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었다.
자신들의 어둠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 영웅 후보생의 신랄한 일침이 너무도 사무쳤다.
그림자들은 각자의 이유로 어둠에 발을 들인다.
샨의 그림자들처럼 태어날 때부터 그림자였던 자들도 있다.
혹은 각자의 이유로 그림자가 되는 것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
그들 모두 신념으로 피의 웅덩이에 발을 담근다.
그것을 후회하는 이는 없다.
하지만…….
‘결국에는 신들의 인정을 받지 못한다는 사실에 한탄하지.’
누군가는 신을 원망하고.
누군가는 그림자가 된 걸 비관하며 눈을 감는 경우도 많다.
그렇지 않은 자들도 그림자는 신들의 영광에서 분리된 자들이라고 스스로를 비관한다.
샤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렇겠지. 신이 그런 자들을 인정할 리 없지.’
수 천 년의 역사를 지닌 샨은 히어로 레코드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면서도 영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왔다.
그림자의 방식으로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집착을 버리지 못했다.
‘모순이지.’
그걸 알고 있음에도 부정해왔다.
끝내 히어로 레코드를 본 후에야 그걸 인정할 수 있었다.
“어리석었어.”
샤우는 주먹을 꾹 쥐었다.
그리고 레오를 보았다.
“레오여. 그대는…… 정체가 무엇인가?”
이미 레오에 대한 보고는 받았다.
‘어둠 속에서 그림자처럼 움직였다고 했다. 게다가 선조님의 봉인을 풀었다.’
오직 비하르의 적통 후계자만 풀 수 있는 오러의 봉인을 풀었다.
‘최초의 그림자의 정체는 시작의 영웅 카일님이었어. 그리고 레오 플로브는 카일님 이후 두 번째 올 클래스.’
샤우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게다가 레오 플로브가 만졌을 때 지워졌던 히어로 레코드가 이름을 되찾았다. 그리고 그가 만졌을 때…… 그림자들은 비로소 히어로 레코드에 이름을 올리게 되었지. 이게 과연 우연일까?’
영웅의 시대가 시작된 이후.
전대미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소년.
레오의 붉은 눈을 바라보던 샤우는 레오의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바라보았다.
샤우는 그 미소가 장난스럽게 느껴졌다.
하지만 레오 또래 소년들이 짓는 장난기 어린 미소가 아니었다.
어른 같은 능글맞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
샤우는 눈을 크게 떴다.
하지만 이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심호흡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뜻을 받들겠다는 듯, 고개를 조아렸다.
“그대는…… 샨의…… 아니, 모든 그림자들의 은인일세.”
샤우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샨의 힘이 필요하면 언제든 이야기하게. 우리는 모든 걸 걸고 자네를 돕겠네.”
“호의에 감사합니다.”
레오는 고개를 숙여 보이고 알현실을 나섰다.
털썩-
자리에 주저앉은 샤우는 땀으로 흥건한 손을 내려다보았다.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되었다.
‘……신이로군. 그림자의 신.’
샤우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시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이유를 알아차렸다.
‘세계는 대격변을 맞이할 거야.’
마물 여왕의 토벌.
그리고 그림자의 히어로 레코드의 탄생.
‘그리고 대영웅의 부활.’
이 사실이 세간에 알려진다면 대혼란을 맞이할 게 분명했다.
‘당분간은 그림자의 서에 관한 건 비밀로 하는 게 좋겠어.’
히어로 레코드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림자의 서를 통해 영웅의 세계를 구현하기는 극히 어려웠다.
많은 그림자가 후손은커녕 유품도 남기지 않고 세상에서 모습을 감춘다.
그런 만큼 힘을 계승할 영웅의 세계를 열 열쇠도 적었다.
‘하지만 차차 계승할 세계가 늘어나겠지.’
샤우의 눈이 빛났다.
‘레오 플로브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전까지. 샨은 그의 그림자로 남는다.’
그렇게 생각하며 샤우가 고개를 들었다.
뚜벅-
달빛을 받으며 나타난 첸 시아를 바라보며 샤우가 쓴웃음을 지었다.
“네게는 몹쓸 짓을 했구나.”
“제가 선택한 길이었는 걸요?”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 딸을 보며 샤우가 그림자의 서를 내려놓았다.
“이 어리석은 아비가 할 말은 아니지만…… 이제라도 꿈을 좇거라.”
“그럴 생각이에요.”
“하지만 이것만은 기억해라.”
샤우는 딸의 눈을 직시했다.
“언젠가 샨은 너의 것이 될 것이다. 그 사실만은 잊지 말거라.”
“네.”
빙긋 웃은 첸 시아는 어둠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며 샤우는 달빛을 바라보았다.
“그림자들에게도 여명이 다가오는 건가.”
***
“아아! 레오 선배님의 활약상을 이 두 눈으로 지켜보지 못했다니! 이리도 비통할 수가!”
“그만 좀 오버하지?”
레오의 방 안에서 프리츠가 바닥에 머리를 찧고 있었고 제인은 그런 프리츠를 한심하다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타르타로스는 레오의 손에 시안이 죽은 이후 그대로 사라졌다고 했다.
‘시안이 죽은 이상 더 있어 봤자 이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뜻이겠지.’
레오는 아공간을 열어 책상 위에 상처를 치료할 붕대와 포션을 꺼냈다.
그 모습을 본 프리츠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레오 선배님, 제가 레오 선배님의 상처를 치료할 영광을……!”
프리츠가 안경을 고쳐 쓰고 눈을 번뜩일 때였다.
똑- 똑-
작은 노크 소리와 함께 방문이 열리고 첸 시아가 들어왔다.
“황녀님!”
제인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첸 시아에게 다가갔다.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너도 무사해서 다행이야. 제인.”
울먹이는 제인의 머리를 토닥여준 첸 시아는 프리츠를 바라보았다.
“당신도 무사했군요.”
“선배님 덕분입니다.”
프리츠가 고개를 숙였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빙긋- 미소 지은 첸 시아가 레오를 바라보았다.
“표정이 한결 볼만한걸.”
“레오 도령 덕분이에요.”
환하게 웃은 첸 시아가 프리츠와 제인에게 말했다.
“두 사람, 잠시 레오 도령과 단둘이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예, 황녀님!”
“전 레오 선배님의 상처 치유를 도와야 하는 의무가…….”
“건방지게 어디서 토를 달아! 따라와!”
제인이 프리츠의 멱살을 붙잡고 끌고 갔다.
프리츠는 제인의 손아귀를 떨쳐내려고 했지만, 마법학과인 그가 기사학과인 그녀의 힘을 떨쳐낼 순 없었다.
“무식한 힘이로군.”
“너 말 다 했냐!”
“아직 다 못 했다만?”
제인이 도끼눈을 뜨고 왁! 왁! 소리쳤고 프리츠는 싸늘하게 웃었다.
탁-
문이 닫히고 단둘만 남게 되자 첸 시아가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상처 치료 도와줄까요?”
“그럴래?”
레오는 상의를 벗었다.
첸 시아는 사건이 일단락된 후 곧바로 힐러에게 치유를 받았지만, 레오는 샤우와의 면담을 위해 그러지 못했다.
장송의 대공, 그림자의 언데드, 그리고 시안까지.
연달아 이루어진 전투에 레오의 몸은 엉망이었다.
몸 여기저기에 피딱지가 엉겨 붙어 있었다.
그걸 본 첸 시아는 물의 오러를 이용해 레오의 몸을 정성껏 씻겨주었다.
레오가 의자에 앉자 포션병을 열어 수건에 적셨다.
“나도 넬라 양처럼 치유의 오러가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요.”
“없는 능력을 아쉬워하는 성격이 아니었잖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물의 오러는 치유 능력이 각성되기 좋은 속성이니까요.”
레오의 등 뒤 상처를 조심스럽게 닦아주며 첸 시아가 쓰게 웃었다.
“앞으로 레오 도령은 상처를 많이 입을 것 같아서요.”
“많이 입겠지. 너랑 같이 싸울 일도 많을 거고.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다고 네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넌 너야.”
‘언제나 레오 도령의 바로 등 뒤에 서고 싶은걸요.’
레오의 말을 듣고 첸 시아가 속으로 쓰게 웃었다.
“시안을 막아 줘서 정말 고마워요, 레오 도령.”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야.”
그대로 내버려 뒀으면 시안은 많은 영웅을 위협하는 악인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상대가 악인이라도 혈육이 혈육을 처단하는 모습을 보는 건 입맛이 썼다.
“고마워할 필요 없어.”
“아니요. 그것 말고도 고마워할 일이 잔뜩 있는걸요.”
첸 시아의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고마워요. 나조차 부정하던 내 꿈을 긍정해줘서.”
첸 시아의 손이 멈추었다.
“고마워요. 나한테 앞으로 나아갈 빛을 보여줘서.”
레오에게는 별일 아닐지 몰랐다.
하지만 레오는 첸 시아를 어둠 속에서 꺼내주었다.
“레오 도령은 제 은인이에요.”
“그런 거창한 단어는 사양할래. 괜히 부담스럽거든.”
레오는 시큰둥하게 대답했다.
그 말에 첸 시아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1년을 알고 지냈지만 참으로 무심한 사람이었다.
첸 시아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레오의 상처를 조심스럽게 포션으로 적신 수건으로 닦은 후 붕대에 포션을 발라 레오의 몸에 감았다.
‘처음 봤을 때는 큰 차이가 없었는데.’
레오를 처음 이야기를 나눴을 때가 작년 이맘때쯤이었다.
1년 전에는 레오 역시 어린 소년티가 났다.
그런데 새삼 이렇게 보니 1년 사이에 훌쩍 컸다는 생각이 들었다.
‘레오 도령은 왜 날 구하러 왔을까?’
새삼 궁금증이 일었다.
친구라서?
‘그 이유가 가장 크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금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아니면 친구 이상으로 조금 특별하게 생각해서?’
레오와는 지난 1년 동안 굉장히 가깝게 지냈다.
“레오 도령은 왜 날 데리러 온 건가요?”
조금의 기대를 담아 물었다.
그 말에 레오는 뒤를 돌아보았다.
레오와 눈이 마주친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건방지잖아.”
“네?”
전혀 예상치 못한 답변에 첸 시아는 당황하고 말았다.
“아직 쪼그만 게 얼마나 세상을 살아 봤다고 건방지게 나는 영웅이 될 수 없니마니 하는 팍팍한 소리를 해?”
첸 시아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난 레오 도령보다 연상인데요?”
“나이가 많으면 뭐 해? 하는 짓이 애인데.”
피식 웃은 레오가 몸을 일으켰다.
“그게 날 데리러 온 이유예요?”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짓는 첸 시아를 보며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능글맞게 웃는 레오를 보며 첸 시아가 한숨을 쉬었다.
“생각보다 어처구니가 없는 이유라 힘이 빠지네요.”
뚱한 표정을 지은 첸 시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첸 시아를 돌아본 레오가 손가락 끝으로 첸 시아의 이마를 툭 쳤다.
“애는 애답게 꿈을 꾸면 되는 거야.”
생각보다 강한 충격에 이마를 감싸 쥔 첸 시아가 뒷걸음질 쳤다.
그때 새벽이 가시고 동이 트기 시작했다.
환한 새벽빛을 등진 레오는 어른스럽게 웃고 있었다.
연하이면서도 자신을 잔뜩 어린애 취급하는 레오를 보며 첸 시아는 순간 얼굴을 잔뜩 붉혔다.
“레오 도령, 지금 엄청 아저씨 같은 거 알아요?!”
“그래, 꼰대처럼 보이겠지.”
“아니…… 그런 의미가 아니라…….”
‘뭔가 어른의 향기라고 할까, 댄디하다고 할까. 그런 느낌이 잔뜩…….’
왜인지 모르게 여명을 등진 레오가 엄청나게 자극적이라고 생각하며 첸 시아는 허탈하게 웃었다.
‘나 연상 취향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