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62)
262
레오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난쟁이를 내려다보았다.
‘누드 모델?’
어처구니가 없었다.
“무슨 헛소리야? 넌 누군데?”
“내 이름은 드리아나! 드웨로니아가 낳은 최고의 예술가지!”
‘드웨노다.’
드워프 입장에서는 드웨노와 함께 세계를 구한 대영웅 카일의 환생인 레오의 드웨노와 똑같다는 평가는 무한에 가까운 영광일 수도 있다.
하지만 레오에게 드웨노라는 말은 변태와 동의어였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자칭 아름다움을 찬양했던 찬미가.
무기를 만드는 것보다는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만드는 것에 관심이 남달랐던 괴짜.
자신을 드리아나라고 소개한 이 드워프는 그런 드웨노의 성향과 매우 닮아 있었다.
드리아나는 양팔을 쭉 펼쳐 양손의 검지와 엄지를 펼쳐 맞대어 사각형을 만들었다.
그리고 한쪽 눈만 뜬 채 그 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다.
“순백 같은 하얀 머리카락. 거기에 루비 같은 눈동자. 출중한 외모의 소년이지만 그 속에는 어딘지 모르게 연륜까지 느껴져.”
드리아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대를 모델로 작품을 만든다면 분명 멋진 예술작품이 완성될 테지.”
드리아나의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인 레오는 망설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변태는 상종하지 않는 게 최고다.
게다가 드웨노와 같은 부류의 드워프라면 말이 통하지 않을게 분명했다.
가차 없는 레오의 반응에 드리아나는 허둥지둥 레오 옆으로 다가왔다.
“잠깐, 기다려 보게. 물론 공짜로 해달라는 게 아니야.”
인간과 드워프의 키 차이 덕분에 레오가 성큼성큼 걷자 드리아나는 종종걸음으로 따라왔다.
“그대는 루메른의 학생이지? 이번에 전속 스미스 때문에 데미안으로 왔겠지.”
드리아나가 빙긋 웃었다.
“내가 그대 전속 대장장이가 되어주지! 이래봬도…… 어엇! 이보게! 멈춰 보게!”
드리아나는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레오의 뒤를 향해 다급히 소리쳤다.
하지만 드리아나의 외침은 허망하게 울려 퍼질 뿐이었다.
드리아나를 따돌린 레오는 거리 한복판에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이상한 녀석이랑 엮이게 되었군.’
심상치 않던 드리아나의 눈동자를 떠올리며 레오가 혀를 찼다.
‘말하는 걸 보니 데미안의 학생인 것 같던데?’
물건을 만드는 스미스로서는 능력이 어떨지 의문이었지만 풍기는 기세로 봤을 때 드리아나는 굉장한 실력자가 분명했다.
“나이도 내 또래 같았고. 그 내 또래에 그 정도 실력의 드워프라면 데미안 학생이 분명하겠지.”
드리아나의 정체를 추측한 레오는 데미안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것이라 생각할 때였다.
“레오!”
다급한 칼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야?”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짓자 칼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큰일이야! 큰일! 지금 우리 학교랑 아조니아 사이에 싸움 났어!”
“뭐? 왜?”
“놈들이 클로에를 납치했데!”
그 말에 레오가 얼굴을 찡그렸다.
“아조니아 녀석들이 왜 클로에를 납치해?”
“그거야 모르지! 어쨌든 소식을 듣고 셀리아랑 첸 시아, 듀란이 곧바로 아조니아 애들 임시 숙소로 쳐들어가서 날뛰고 있어!!”
레오의 눈이 가늘게 떴다.
각 영웅 사관 학교에는 각 학교를 상징하는 교칙이 있다.
루메른은 한계에 도전하고 그 한계를 뛰어넘어야 한다.
세이룬은 누구보다 고고해야 하며 고결해야 한다.
데미안은 절대 꺾이지 않는 강철과도 같은 의지.
마지막으로 아조니아는…….
‘투쟁.’
투쟁을 통해 궁극적인 강함을 손에 넣는 것.
그것이 아조니아의 학칙이다.
아르는 일전에 레오에게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었다.
‘아조니아는 결코 패배를 비웃지 않아. 패배하더라도 다시 싸운다면 그건 패배한 게 아니야. 용기 있는 전사라 칭송받지.’
아르는 팔짱을 끼며 콧방귀를 흥-! 하고 끼었다.
‘반대로 한 번 졌다고 전투에서 도망치면 겁쟁이라고 비난받아.’
거기까지 말한 아르는 눈을 반짝였다.
‘아르온님은 단 한 번도 도망치시지 않으셨으니까!’
‘아르온은 그 누구보다 많이 도망쳤는데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한 레오가 말했다.
“일단 클로에부터 찾아야 할 것 같네.”
“그래. 그런데 이 넓은 드웨로니아에서 클로에를 찾는 게 쉬…….”
쩌저저저저저저적-!
그때 레오와 칼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대한 얼음 기둥이 높게 치솟았다.
그걸 본 칼이 입을 뻐끔거렸다.
“찾았네.”
레오는 피식 웃으며 얼음기둥이 솟은 곳으로 향했다.
주변에는 수많은 인파가 모여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래?”
“여기는 아까 수인들이 드나들던 여관인데?”
드워프들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도시 한 복판에서 이만한 규모의 마법이 발동되었음에도 구경꾼들은 태연했다.
“하루에도 무기 제작 때문에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더니.”
문제의 장소로 달려온 칼은 태연한 드워프들의 반응에 혀를 내둘렀다.
이 부유도시 드웨노리아는 세계 최대의 마도구 생산지이기도 했다.
장인 종족이라고도 평가받는 드워프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시도하는 종족이기에 마법에 의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았다.
‘괜히 렌 교수님이 가고 싶다고 애걸복걸한 게 아니지.’
칼이 렌에 대해 떠올리며 드워프 인파를 헤쳐나갔다.
“실례합니다. 실례할게요.”
많이 커야 가슴팍밖에 오지 않는 드워프 인파를 헤쳐 나가는 건 의외로 쉽지 않았다.
‘아니, 무슨 바윗덩어리들 사이를 지나가는 것 같잖아.’
선천적으로 타고난 근력이 상당한 드워프들이었기에 칼은 하반신이 아파 올 정도였다.
“너 뭐 하냐?”
칼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곳에 플라이 마법으로 몸을 띄운 레오를 보며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가끔 첼시 말이 맞는 것 같아 슬프다.”
“무슨 말?”
“걸핏하면 나보고 바보라고 하잖아.”
씁쓸한 표정을 지은 칼이 플라이 마법을 이용해 제일 앞으로 향했다.
벌컥- 사박- 사박-
쩌저적-
그때 여관 문이 열리고 클로에가 나왔다.
“흥! 까불고 있어.”
“내 걱정 물어 줄래? 이럴 줄 알았으면 걱정 안 했지.”
그 모습을 본 칼이 툴툴거리자 클로에는 빙긋 웃었다.
“너도 저 녀석들처럼 냉동 인간으로 만들어줄까?”
클로에의 물음에 칼이 샥- 레오 뒤로 숨었다.
“납치됐다고 들어서 걱정했는데 무사해서 다행이야.”
“납치는 무슨. 괜히 소란스러워질 것 같아서 순순히 따랐을 뿐이야.”
클로에가 코웃음을 쳤다.
그런 클로에를 보며 레오가 빙긋 웃었다.
“그래도 걱정은 되지.”
그런 레오의 미소를 본 클로에가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호오? 호오? 우리 차가운 얼음 여왕님께서 수줍은 공주님이 되셨…….”
“얼려 달라는 거지?”
쩌저적-
“으허허허헉! 용서를!”
클로에의 손에 무시무시한 서리가 맺히자 칼이 기겁하며 용서를 구했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말했다.
“칼, 너는 빨리 우리 학교 애들에게 알려. 클로에는 무사하다고.”
“넌?”
“난 아조니아 녀석들 숙소로 갈게.”
“안 돼. 레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넌 당분간 아조니아 학교 쪽으로 가면 큰일 나.”
“왜?”
“아조니아에서 너에게 상품을 걸었어.”
“상품?”
“응.”
클로에가 순순히 웨른에게 잡힌 이유는 단순히 거리 한복판에서 소란을 일으키지 않는다거나 본거지에 잠입해서 쓸어 버리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아조니아 녀석들은 미끼까지 써서 레오를 끌어들이려고 했어.’
아조니아 학생들의 단순 무식함이야 루메른에서도 유명하다.
클로에 역시 마법학과 선배들에게 아조니아 학생들에 대해 많이 들어 그들의 성향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아무리 단순하다고 해도 2학년 대표를 노리려고 미끼까지 잡으려 하는 건 보통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학생 간의 대련이 아닌 학교 간의 문제로까지 커질 수 있는 문제.
‘벌써 문제가 커진 상태지만.’
클로에는 자신이 있던 여관을 바라보았다.
‘난 잘못 없어.’
그냥 건방진 수인들을 냉동인간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응. 이건 누가 봐도 정당방위야.’
어쨌든 그런 위험을 감수하고서까지 레오와 싸우려 했다.
그리고 클로에가 웨른을 살짝 찌르자 그는 왜 아조니아 학생들이 레오를 노리는지에 대해 다 떠들었다.
“아조니아 교장이 널 가장 먼저 쓰러트리는 학생에게 ‘용자의 세계’를 공략할 특권을 주기로 했데.”
“용자의 세계?”
칼이 뜨악한 표정을 지었다.
“그쯤 되면 걔들은 스미스 전속 계약이 아니라 너에 대한 관심이 더 크겠는데?”
“그래도 가야 해. 지금 그쪽에서 세 사람이 신나게 날뛰고 있으니까. 데려와야지.”
“세 사람?”
클로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셀리아, 첸 시아, 듀란이 널 구하기 위해 아조니아 애들 숙소로 처들어 갔어.”
“아……!”
클로에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내가 갈게!”
“됐어. 넌 우리 학교 애들에게 얼굴을 비춰서 일단 우리 애들을 진정시켜.”
“혼자서 가도 되겠어?”
칼이 걱정스럽다는 듯 묻자 레오가 피식 웃었다.
“걱정 마. 수인을 다루는 법은 잘 아니까.”
“수인을 다루는 방법? 그게 뭔데?”
칼의 물음에 레오는 왼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쥐었다.
“설마…….”
“그래.”
레오가 싸늘하게 웃었다.
“주먹이야.”
***
파지지직-!
듀란의 몸에서 번개의 오러가 휘몰아쳤다.
그런 듀란을 향해 거대한 덩치를 가진 수인이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번쩍-! 콰가가가가가강-!
듀란의 롱소드에서 뿜어져 나온 뇌전이 아조니아 학생을 감전시켰다.
“호오? 인간치고는 기개가 있는 놈이로군! 과연 루메른 황금 세대라는 말이 헛것은 아닌 모양이야!! 하핫! 이거 흥분되는데!”
듀란 보다 머리가 반 정도 더 큰 호랑이 수인은 거대한 호랑이 꼬리를 살랑였다.
“하지만 말이야. 아쉽군. 너랑 나는 상성이 안 좋아.”
아조니아 2학년 서열 5위, 보르만이 히죽 웃었다.
“내 오러 특성은 무장.”
보르만의 몸이 강철로 변했다.
“네 친구들의 오러 특성인 불이나 물이라면 모를까, 뇌전은 나에게 흡수될 뿐이야.”
파지직-
보르만의 대검에 뇌전이 휘몰아쳤다.
마치 피뢰침처럼.
보르만의 몸속에 흐르던 뇌전이 한군데로 모였다.
보르만은 그 공격을 듀란에게 돌려보냈다.
파지지직-!
듀란의 몸에 황금색 스파크가 휘몰아쳤다.
치이이익-
감전된 듀란의 몸에서 연기가 피어올랐다.
듀란은 무표정한 얼굴로 검을 겨누었다.
그 모습을 본 보르만이 감탄했다.
“오랜만에 피가 끓는군.”
대검을 어깨에 걸친 보르만이 눈을 가늘게 떴다.
“하지만 넌 이미 한계야. 게다가 상성도 나쁘지. 그만 친구들에게 뒷일을 맡기는 게 어때?”
“누가 친구라는 거냐?”
듀란이 특유의 시니컬한 미소를 지었다.
“뭐?”
“저 녀석들은 쓰러트려야 할 적이다.”
듀란의 말에 보르만이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루메른도 우리처럼 ‘투쟁’을 하는 거야?”
“흥. 그런 무식하기 짝이 없는 걸 할 것 같나?”
듀란이 비웃음을 날렸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조니아의 여학생이 말했다.
“말리지 않아도 되나요?”
여우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온 그 여학생은 여우 꼬리를 가랑이 사이로 빼 배 앞으로 가져와 의자로 이용해 앉은 후 꼬리의 끝자락을 다듬었다.
“저 멍청이는 단순 무식해요. 흥분해서 진심으로 덤빈다면 오러 상성이 나쁜 저 잘생긴 미남은 위험해질 텐데요?”
그 말에 셀리아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단순 무식한 애들끼리 잘 만났네.”
“저 미남이 단순 무식한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는데요?”
셀리아의 말에 르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말에 첸 시아가 웃었다.
“듀란 군은 우리 기사학과 동기들 중 가장 무식하죠.”
“상대가 바보같이 만용을 부리면 그냥 베어 버리고 가볍게 승리하면 그만인데 똑같이 만용을 부린다니까. 한심해.”
셀리아가 코웃음을 쳤다.
그 말에 르웬이 듀란을 바라보았다.
아조니아 서열 5위 보르만.
혈통 특성으로 온몸을 강철로 만드는 오러 능력을 지닌 학생이었다.
그리고 번개를 다루는 듀란에게 있어서는 말 그대로 천적과도 같다고 할 수 있었다.
‘어디서 만용을 부린다는 거야?’
보르만 역시 눈을 가늘게 떴다.
“라이벌이라도 도움을 받는 게 좋을걸?”
“흥. 첸 시아라면 오지랖을 부려서 도울 수도 있겠지. 그 녀석은 건방지게 연장자처럼 구니까.”
“어머, 난 실제로 듀란 군보다 연상인데 말이죠.”
첸 시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하지만 진짜 위험하다고 해도 녀석은 날 돕지 않을 거다.”
듀란이 싸늘하게 웃었다.
“내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멋지군.”
보르만이 감탄했다.
“더욱 쓰러트릴 맛이 나겠어. 레오 플로브와 붙어 보기 전에 좋은 상대를 만나 기쁜데?”
“어리석은 말이군.”
“뭐?”
보르만이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네놈들은 레오 플로브 이외에는 안중에도 없는 모양이더군.”
보르만은 듀란을 레오와 싸우기 전의 애피타이저 정도로밖에 생각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불쾌감이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해해. 놈은 그럴 가치가 있는 놈이니까.”
듀란은 불쾌감이 들지 않았다.
그저…….
“그래서 기대가 돼.”
특유의 오만한 눈으로 듀란은 보르만을 바라보았다.
“레오 플로브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네놈들이 얼마나 나락으로 빠져들지 말이야.”
듀란이 아조니아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흥. 그 정도의 강자라면 오히려 환영이다. 우리는 용자 아르온의 후예.”
보르만이 코웃음을 쳤다.
“압도적인 강자는 언제나 환영이다. 하지만 넌 레오 플로브에 절망감을 느낀 모양이군. 한순간이나마 널 높이 평가했었다, 듀란 모이라. 우리와 같은 전사일지 모른다고. 하지만 압도적인 강함에 겁을 먹은 겁쟁이었다니. 한심하군!”
듀란은 보르만의 조롱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았다.
그렇다고 발끈하지도 않았다.
‘그래. 절망했지.’
파지직-
‘보이거든.’
파지지지직-
‘선명하게 보여. 발버둥치면 칠수록.’
번쩍-!
‘놈과 나의 격차가 점점 더 벌어지는 게.’
“말귀를 못 알아듣는 녀석이군.”
덥석-!
“……?”
보르만의 조롱에 듀란이 손을 뻗어 그의 안면을 감싸 쥐었다.
‘평생 뛰어넘을 수 없을지 몰라. 하지만.’
파지지지지지직!
‘포기할까 보냐.’
“끄어어어어어억!”
듀란의 몸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휘몰아쳤다.
핏줄이 선명하게 섰다.
하지만 듀란은 웃었다.
“자만해서 빈틈투성이가 된 네놈을 베어 버리는 건 몹시 간단한 일이다. 그런데도 내가 왜 굳이 네놈을 ‘오러’ 로 상대했는지 아나?”
듀란은 눈을 까뒤집고 기절한 보르만에게 말했다.
“격이란 걸 보여주기 위해서다.”
쿵-! 털썩-!
보르만이 입에 거품을 물고 기절했다.
제대로 싸웠다면 이런 망신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보르만은 상대를 얕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용기와 만용은 다르다. 자칭 용자의 후예.”
듀란이 비웃음을 날릴 때였다.
“저 녀석도 참 대단해. 포기를 몰라. 끈질겨.”
셀리아가 듀란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듀란 군은 포기 안 할 거예요. 셀리아 양도 마찬가지잖고 계속 좇아갈거잖아요?”
“당연하지.”
“좇아간다는 건 레오 플로브를 말하는 거죠?”
르웬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말 대단한가 봐요?”
“그런 표현으로는 부족해요. 옆에서 보고 있으면 절로 기가 질릴 정도예요. 아마 평생을 노력해도 불가능할지 몰라요.”
첸 시아는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는다라, 의지가 대단하네요.”
듀란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이들이 얼마나 강한지.
‘레오 플로브는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괴물인 모양이네.’
“용자님의 용기는 수인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는데 여러분을 보니 그것만이 아닌 모양이네요.”
르웬의 말에 첸 시아는 빙긋 웃었다.
“우리의 마음가짐은 용기와는 조금 다르지 않을까요?”
“네.”
“용자님은 수인분들의 대영웅이잖아요. 어려서부터 줄곧 존경해왔고 지금도 존경하지만 우리 인간이 배워야할 분은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아.”
르웬은 첸 시아가 누굴 말하는지 알아차렸다.
“시작의 영웅.”
“네. 시조님께서 말씀해주셨거든요.”
첸 시아는 듀란을 바라보며 말했다.
“불가능한 전투가 시작될 때 가장 용기를 내는 사람은 아르온님이었고 끝없는 싸움에서 최후까지 믿을 수 있는 건 드웨노님의 무구였으며 불가능한 전장을 승리로 이끈 건 리시나스님의 지혜였고 불리한 전장을 뒤집은 건 자신이셨다고요.”
르웬의 눈이 크게 뜨였다.
시조 강림.
지금까지도 온 대륙을 떠들썩 하게 만드는 대사건.
“그리고.”
셀리아가 힐끗- 뒤를 돌아보며 놀리듯 말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은 사람이 카일님이래. 넌 그때 못 들었지?”
“루나가 그런 말을 했다고?”
느닷없이 모습을 드러낸 레오를 보며 르웬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어느 틈에?’
“응. 우린 다 들었다? 부럽지?”
셀리아가 키득키득 웃으며 레오를 놀렸다.
그 모습에 레오는 쓴 웃음을 지었다.
‘그 바보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이지?’
“아조니아의 영웅 후보생이 아르온님의 유지를 잇는다면. 우리 루메른의 영웅 후보생은 카일님의 유지를 이어야죠.”
첸 시아가 레오를 돌아보며 빙긋 웃었다.
“우리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레오 도령의 뒤를 좇는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