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66)
266
“세이룬에서도 그런 요청이 있는데 말이야.”
아인의 말에 베르가가 코웃음을 쳤다.
“놈은 기사학과일 텐데? 그렇다면 세이룬 보다는 우리 아조니아에 보내는 편이 좋지.”
“그렇긴 하군.”“저기요. 죄송한데 레오 플로브는 소환학과인데요?”
두 사람의 대화에 유라가 냉큼 끼어들었다.
렌까지 있었다면 난리가 났을 상황이었지만 다행스럽게도 이번에는 렌 대신 멜이 온 상태였다.
‘교장님은 이걸 예상하고 렌을 이번 학과 일정에서 제외한 건가?’
유라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환영회는 더더욱 무르익어 갔다.
어느새 학교 간의 어색한 분위기도 사라진 상태였다.
그때 디그네스가 홀 중앙으로 나와 헛기침했다.
“흠흠!”
그에 파티 분위기가 가시고 모두가 디그네스를 주목했다.
“기왕이면 세이룬도 온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너무 소식이 없네.”
디그네스는 빙긋 웃었다.
“이번에 스미스 전속 계약 기간 중 우리 데미안의 2학년들은 루메른, 아조니아, 세이룬. 이렇게 세 학교의 학생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보고 싶었어.”
디그네스는 루메른과 아조니아 학생들을 보며 말했다.
“결론부터 말할게. 우리는 최고의 영웅 후보생과 계약을 맺고 싶어. 물론 너희 입장에서는 우리가 너흴 평가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쁠 수도 있을 거야.”
그 말에 루메른과 아조니아 쪽에서 짜증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하지만 우리 입장도 이해해줬으면 해. 우리 데미안의 2학년들은 최근 수십 년 이래로 최고의 대장장이들이 모였다고 평가받고 있거든.”
디그네스가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우린 영웅 후보생들이기 이전에 스미스야. 우리가 만든 작품이 최고의 실력자들에게 쥐어지는 것만큼 영광스러운 일이 없지.”
디그네스가 주먹을 꾹 쥐었다.
“그러니 우리는 최고의 영웅 후보생들에게 최고의 무구를 만들어주고 싶다고 생각했어. 루메른도 아조니아도 세이룬도. 모두 최고의 세대라고 불리고 있는 만큼 모두와 만나서 대장장이로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어.”
그 말에 루메른과 아조니아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앞으로 이 주일간 함께하면서 파트너를 정하게 될 거야. 그래도 이것 하나만큼은 약속할게! 우리가 너희를 고른 만큼! 우리는 너희에게 전투에서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무구를 제작해 줄 거야! 우리가 최고를 고른 만큼 최고의 작품으로 보답해야 하니까!”
디그네스의 연설이 끝나자 루메른과 아조니아 학생들에게서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그 모습을 보며 첸 시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여우네요.”
“응? 뭐가?”
일리아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데미안의 2학년 대표는 방금 연설로 루메른과 아조니아의 반감을 잠재우면서 자연스럽게 경쟁을 붙였어요.”
영웅 후보생이 아닌 스미스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호오, 잔머리 잘 굴리는 게 칼 같네.”
일리아나가 감탄사를 터트렸다.
그러는 사이 디그네스가 말했다.
“자, 그럼! 앞으로 2주 동안 잘 지내자는 의미에서 학년 대표들끼리 건배할까?”
그 말에 레오와 아르가 일어났다.
그리고 잔을 들고 디그네스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디그네스 쪽으로 가면서 아르는 빤히 레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검은 토끼가 하울링을 어떻게 쓴 거지? 하울링은 수인의 능력인데. 아무리 검은 토끼가 만능이라도 종족의 벽을 뛰어넘는 게 가능한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혹시 내가 착각한 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아르가 순간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레오는 그런 아르를 보며 피식 웃었다.
왜 그런지 이해한다는 듯한 그 웃음에 아르는 확신했다.
‘검은 토끼는 하울링을 쓴 게 확실해.’
아르의 눈이 호기심으로 물들었다.
‘대체 어떻게?’
그러는 사이 디그네스가 잔을 들어 올렸다.
“자, 건…….”
쾅-!
그때 홀의 문이 열렸다.
그리고 세이룬 학생들이 등장했다.
선두에 선 세이룬의 선생은 홀 내부를 쭉- 훑어보더니 작게 중얼거렸다.
“경박하군.”
아주 작은 중얼거림.
하지만 이곳에 그 말을 듣지 못할 이는 한 명도 없었다.
몇몇 세이룬 학생들이 흠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특히나 그의 오른쪽에 서 있던 루니아는 깜짝 놀란 얼굴로 그 남자를 올려다보았다.
루니아의 뒤편에 서 있던 에이란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
그의 왼편에 서 있던 세이룬의 선생, 헤르디움은 천장을 바라보며 작은 탄식을 내뱉었다.
남자의 이름은 레베르. 세이룬의 2학년 총괄 선생이었다.
“그런 표정을 짓지 마라, 루니아 룬 엘드아.”
레베르는 힐끗- 루니아를 보며 말했다.
“세이룬의 학년 대표로서 우아한 마음가짐을 잃지 말도록.”
“우아한 마음가짐이란 게 대체 뭐죠? 데미안에서 우리를 위해 준비한 환영회를 가리켜 그런 말을 쓰는 게 우아한 건가요?”
“헤르디움 선생.”
“예, 레베르 총괄 선생님.”
“루니아 학생은 1년 동안 자네가 담당한 것으로 알고 있네만?”
“예.”
“교육이 잘못된 것 같군. 감히 총괄 교수에게 이런 무례한 언사를 내뱉다니.”
“송구합니다.”
“흥. 우수한 선생이라더니. 실망스럽기 짝이 없군.”
코웃음을 치는 레베르를 보며 루니아가 주먹을 쥐었다.
그 손등에는 힘줄이 솟았다.
‘빌어 처먹을 총의회의 낙하산!’
원래 2학년 총괄 선생은 헤르디움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임 교장, 베니트가 교장직에서 물러서고 임시 교장의 자리에 르하겐이 앉게 됨으로서 그 일은 없던 것이 되었다.
‘들이박아 버릴까?’
개학한 이후부터 레베르는 엘프의 우월함을 찬양했다.
루니아도 자신이 긍지 높은 엘프라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위대한 성운의 시조 역시 존경했다.
하지만 과도한 종족주의자들은 혐오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동족들조차 혐오한다.
다른 종족을 무시하는 태도는 더욱 심했다.
‘레오에 대해 알지도 못하면서.’
그는 개학 이후 레오를 노골적으로 폄하 해왔다.
그런 그의 태도에 의해 루니아의 이성을 조금씩 깎여 나가고 있었다.
루니아의 붉은 눈동자가 위험스럽게 번뜩일 때였다.
덥석-!
뒤에서 작은 손이 루니아의 손을 붙잡았다.
고개를 돌린 루니아와 에이란이 눈이 마주쳤다.
에이란은 겁에 질린 얼굴로 살짝 고개를 저었다.
그런 에이란을 보며 루니아가 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크흠! 세이룬에서 체벌이 없어진 것이 안타깝군. 원래라면 학년 대표라도 일벌백계하여 기강을 바로잡았을 텐데 말이야.”
‘미친놈. 500년 전에 사라진 체벌을 왜 운운하고 지랄이야!’
헤르디움이나 에이란이 들었다면 기겁했을 생각을 속으로 내뱉으며 루니아가 심호흡했다.
“레베르 선생. 우리 학교 학생들이 세이룬 학생들을 환영하기 위해 모처럼 준비한 환영회오. 참석해주면 고맙겠소만?”
세이룬 학생들은 안내한 데페토가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
“성의를 무시하면 세이룬이라 할 수 없지요.”
레베르가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세이룬의 선생들과 함께 교직원들의 자리인 앞 좌석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앞에 나와 있던 레오와 눈이 마주쳤다.
“흥, 시조님의 이름을 더럽히는 사기꾼 같은 녀석.”
그는 레오를 지나치면서 마치 들으라는 듯 작게 중얼거렸다.
“뭐야? 뭐래는 거야? 저 작자는?”
아르가 으르렁거렸다.
“냅둬.”
레오는 덤덤히 말했다.
‘이거 생각보다 더한 꼴통들인데?’
일전의 루나의 세계를 공략할 때 만났던 하이 엘프들이 떠오를 정도였다.
디그네스는 특유의 쾌활함을 발휘해 루니아에게 다가갔다.
“루니아 엘 룬드아 맞지?”
“응, 맞아.”
“우리 네 학교가 모인 의미에서 축배를 들려고 했거든. 학년 대표로서 참석해주면 안 될까?”
“그래, 좋…….”
“세이룬의 학년 대표로서 그런 격 떨어지는 술에 입을 대는 건 용납할 수 없다.”
다시 한번 홀 전체가 싸늘하게 변했다.
모두의 시선이 레베트에게 향했다.
“미안, 저 작자 무시하고 싶은데……. 분위기를 더 망칠 것 같아.”
루니아는 미안한 얼굴로 말하자 디그네스가 고개를 저었다.
“신경 쓰지 마. 고생이 많네.”
“분위기 망쳐서 미안.”
루니아는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감돌때였다.
“흥!”
아르는 그대로 잔에 있는 맥주를 원샷했다.
“맛만 좋구만.”
그리고 들으라는 듯 코웃음을 쳤다.
“얌마, 너 혼자 마시면 어떻게.”
“아차!”
아르가 머리를 부여잡으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 모습에 루메른과 아조니아, 데미안 측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
레오는 힐끗 레베트를 보며 건배를 한 후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냉각된 분위기는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얼마 뒤 세이룬 선생들과 학생들은 연회장을 떠났다.
미안한 기색을 내비치는 학생들도 있었지만 레베트처럼 격 떨어지겠다는 듯한 반응을 보이는 학생들도 있었다.
“심하네. 이번 이 주일이 걱정인데.”
칼이 혀를 내둘렀다.
분위기가 어색해진 가운데도 연회는 이어졌다.
하지만 아까처럼 떠들썩한 분위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때였다.
“레오 학생.”
누군가 레오에게 말을 걸었다.
멜이었다.
“멜 교수님.”
“여기요.”
멜은 품에서 편지를 꺼내 레오에게 건넸다.
그리고 눈웃음을 치고 자리를 떠났다.
“오? 뭐냐?”
칼이 관심을 보였다.
“별 것 아니야. 전에 부탁한 게 있었거든. 그거인 모양이야.”
레오는 태연하게 거짓말을 하며 편지를 품에 갈무리했다.
“흐흐흐- 혹시 연애편지인데 변명하는 거 아니야?”
“푸훕!”
“콜록-! 콜록-!”
칼이 레오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며 말하자 음식을 먹던 첼시와 클로에가 사례가 들린 듯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크~ 연상의 교수님과의 연애!”
“그런 거 아니야.”
레오는 태연하게 웃으며 말하자 칼이 툴툴거렸다.
“재미없네. 넌 인기도 많은 녀석이 어째 연애 하나 한 번 안 하냐?”
“우등생인 레오 오빠가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어?”
“맞아. 괜히 이상한 바람 넣지 마.”
첼시와 클로에가 칼을 힐난했다.
그런 두 사람의 반응에 칼이 능글맞은 표정을 지었다.
‘잘들 노는군.’
그 모습을 보며 레오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
연회가 끝나고 데미안 학생들은 루메른과 아조니아 학생들을 각각 숙소로 안내해주었다.
“크- 2인 1실이라.”
칼은 짐을 정리하며 감탄했다.
“뭐랄까. 기숙사 생활 같아서 두근거리지 않냐?”
“우리가 하는 건 기숙사 생활 아니냐?”
“그렇긴 한데. 각방이잖아.”
칼은 키득거렸다.
“자고로 룸메이트가 있어야 뭔가 기숙사 같지 않냐? 뭐 우리 학교도 귀족 학생들이 많아서 2인 1실을 불편해할 학생은 많겠지만. 끙차!”
칼이 웃으면서 침대에 누웠다.
그러는 사이 레오는 품에서 편지를 꺼냈다.
편지는 용언으로 되어 있었다.
“흠. 칼.”
“왜?”
“아무래도 나 나가봐야겠다.”
그 말에 칼이 벌떡 일어났다.
“야! 진짜 너 멜 교수님이랑 밀회야?!”
“그런 거 아니야.”
“이 오밤중에 통금까지 어기는 게 데이트 말고 또 있냐?!”
데미안에는 통금 시간이 있었다.
그렇기에 늦은 시간에는 나갈 수 없었다.
레오는 창문을 열었다.
“오래는 안 걸릴 것 같으니까 말 좀 잘 해줘.”
“오케이!”
칼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그렇게 레오가 떠나고 잠시 후.
똑- 똑-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벌컥-
“누구세요?”
“칼, 레오 안에 있지? 내가 제작 의뢰를 할 마도 지팡이에 관해서 레오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거든.”
“전 따라 놀러 왔어요.”
문 앞에는 한방을 쓰는 클로에와 첸 시아가 있었다.
“어음. 일단 들어 올래.”
칼이 볼을 긁적이며 두 사람을 방 안으로 초대했다.
방 안에 레오가 없자 두 여학생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레오 도령은요.”
“음.”
‘적당히 둘러댈까?’
칼이 고민했지만 기다리겠다고 하면 그건 또 곤란했다.
괜히 나중에 거짓말했던 게 들통나면 자신만 피곤해진다.
‘뭐, 클로에랑 시아가 소문 같은 걸 퍼드릴 녀석들은 아니니까.’
다른 사람이었다면 적당히 둘러댔지만, 입이 무거운 두 사람에게는 말해도 상관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반응이 궁금하기도 하고.’
속으로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칼이 말했다.
“멜 교수님을 만나러 몰래 나갔어.”
“이 밤에요?”
첸 시아가 미간을 좁혔다.
“응. 뜨거운 밤을 보내지 않을까?”
칼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클로에를 힐끔 바라보았다.
클로에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칼을 바라보았다.
그 무덤덤한 반응에 칼이 의아한 표정을 지을 때였다.
퍽-!
“꺼억!”
클로에가 들고 있던 책을 떨어트렸다.
두꺼운 책에 발등을 찍힌 칼이 펄쩍 뛰며 바닥을 뒹굴었다.
***
“이 밤에 무슨 일이야?”
약속 장소에 도착한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벤치에 앉은 멜은 다리를 까딱거리며 빙긋 웃었다.
“레오님과 야밤에 데이트를 할까 하고요.”
“언제는 할아버지 같다며?”
“제가 그랬나요?”
레오의 말에도 멜은 태연한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사실 레오님께 보여드리고 싶은 게 있어서예요.”
멜은 레오 앞으로 다가왔다.
“사실 지금 갈 곳은 외부인은 절대 갈 수 없는 장소지만요.”
“그런데 어떻게 가는 건데?”
“후후. 로드로서의 특권이랄까요? 데미안의 교감에게 열쇠를 받아 왔어요.”
‘……. 분위기를 보니까 강탈해온 것 같은데?’
레오가 한숨을 쉬었다.
멜은 귀엽게 웃으며 손으로 데미안 성의 꼭대기를 가리켰다.
“저곳에 있는 건 어떤 의미에서 레오님의 것이라고 해도 무방하니까요.”
그렇게 말한 멜이 품에서 열쇠를 꺼내 허공에 꽂아 넣었다.
그러자 문이 생겼다.
‘데미안 내에서 어디서든 이동할 수 있는 워프 게이트인가?’
레오가 의아한 표정을 짓는 사이 문을 연 멜이 손짓했다.
“어서요, 레오님.”
레오가 안으로 들어갔다.
문 너머의 공간은 각양각색의 무구들이 안치된 무기고였다.
그리고 보관된 무구들은 하나 같이 낡고 녹슬어 있었다.
그중 레오의 시선이 한 곳으로 향했다.
벽에 걸린 무기.
검날 부분은 절반 넘게 녹아 사라진 상태였다.
이제는 검이라고 부르기 민망한 수준의 검의 잔해.
하지만 레오에게는 잊을 수 없는 검이었다.
“내 검…….”
드웨노가 마지막으로 카일에게 남겼던 검.
그 외에도 이 장소에 있는 건 모두 드웨노가 만든 물건들이었다.
“이곳에 있는 모든 무구는 지난 5000년 동안 드워프들이 모은 드웨노님의 유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