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67)
267
까앙-! 깡-!
망치가 뜨겁게 달구어진 금속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작은 거인.
드웨노는 망치에 혼을 담고 있었다.
그 모습은 어느 때보다 진중했다.
화르르륵-!
드웨노의 손에서 샛노란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황금색으로도 보일 수 있는 불꽃.
“검은 불꽃을 베어낼 수 있을 정도로 날카롭게.”
드웨노가 중얼거렸다.
깡! 깡!
“검은 불꽃에 지지않을 정도로 단단하게.”
평소 아름다움을 찬양하는 드웨노는 자신의 무구도 최대한 아름답게 만들었다.
하지만 지금 만드는 검은 외관에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검신에 아름다운 문양을 새기지도 않았다.
칼날이 영롱한 빛을 내뿜지도 않았다.
그가 검에 담은 것은 단 하나.
재앙의 불꽃에 사용자가 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화륵-!
드웨노를 상징하는 샛노란 불꽃이 환하게 빛났다.
그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카일은 마치 그 빛이 황금처럼 보였다.
이윽고 불꽃이 잦아들었다.
드웨노가 손을 뻗었다.
검은 아직도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드웨노는 개의치 않았다.
불의 사랑을 받는 드워프인 그는 불에 대한 강력한 내성을 가지고 있었다.
텁-!
검날을 아래로 향하게 한 드웨노는 검을 카일에게 내밀었다.
“쥐어 보게.”
그 말에 카일이 멈칫했다.
열에 대한 내성을 지닌 드웨노야 뜨겁게 달구어진 검의 열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지 모르지만 카일은 아니었다.
잠시 망설이던 카일은 곧 손을 뻗었다.
덥석-
손에서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화아아아아악-!
하지만 그것도 잠시.
열기는 곧 온기로 바뀌었다.
벌겋게 달아오른 검이 이내 투명한 은색으로 변했다.
드웨노가 만들었다고는 믿기지 않는 투박한 롱소드.
하지만 검은 완벽했다.
손에 쥐는 순간 몸의 일부분이 된 것만 같았다.
우웅-!
검이 검명을 토해냈다.
카일의 손길에 반응한 것이다.
“자네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만든 검일세.”
“나한테는 영감을 얻을 게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아름다움을 숭배하는 드웨노는 모든 아름다운 것에서 영감을 얻는다.
특히나 리시나스와 루나에게서 가장 많은 영감을 얻었다.
둘 만큼은 아니지만 아르온에게서도 영감을 얻었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카일에게서는 영감을 얻은 적이 없다고 했다.
“그랬지. 자네에게는 영감을 얻을 수 없다고 생각했지.”
드웨노가 낮게 웃음을 터트렸다.
“자네에게는 꿈이란 게 없어 보였거든.”
드웨노가 말하는 아름다움이란 단순히 겉모습만을 말하는게 아니었다.
그는 사람이 어떤 꿈을 추구하고 추구하는 바를 이루어가는 과정이야말로 최고의 아름다움이라 여기는 드워프였다.
리시나스는 세계를 구원하겠다는 거대한 염원을 품고 있었다.
루나는 꽃으로 만개한 세계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아르온은 세상의 많은 아이가 불행하지 않은 세상을 꿈꿨다.
드웨노 역시 아름다운 예술작품을 남기겠다는 꿈이 있었다.
하지만 카일에게는 아무것도 없었다.
“내 눈에 자네의 내면은 타고 남은 잿더미처럼 보였거든.”
“틀린 평가는 아니네.”
카일이 큭큭- 웃음을 터트렸다.
에레보스를 토벌하겠다는 리시나스의 계획을 들었을 때.
루나는 리시나스를 정신 나간 사람 취급하면서도 그 염원을 비웃지 않았다.
아르온은 겁에 질렸지만 이내 리시나스에게 믿음과 신뢰를 보냈다.
드웨노는 어이없어하면서도 그 원대한 뜻에 힘을 보탰다.
하지만 카일은 달랐다.
처음 리시나스가 찾아왔을 때 비웃었고 함께 여정을 시작하는 그 순간까지도 리시나스의 꿈을 비웃었다.
지금에 와서는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나에게는 꿈이 없으니까.’
하루하루를 발버둥 치며 살아왔다.
그래서 얻은 칭호가 살아남는 영웅이다.
동료가 된 모든 이들이 죽는 저주받은 영웅.
추구해야 하는 이상도 목표도 없이 그저 하루하루 사는 게 목적인 사람.
그게 자신이라고 카일은 생각했다.
“사실 자네의 그런 점이 정말 싫었지.”
드웨노가 씁쓸하게 웃었다.
“그래서 더더욱 자네에게서 눈을 돌렸을지도 모르네. 자네에게는 아름다운 점이 없다고 생각하고 외면했던 거지.”
“그건 좀 너무한데.”
“그래. 형편없고 추악한 짓이었네.”
드웨노가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자네의 회색빛이…… 과거의 나를 떠올렸거든.”
“과거의 너라고?”
“그래.”
드웨노가 주먹을 쥐었다.
“사람들은 나를 보고 불의 사랑을 받는 남자라고 이야기하지. 하지만 나에게 있어 이 능력은 저주였네.”
어릴 때 능력을 각성한 이후.
드웨노는 손에 닿는 모든 걸 불태웠다고 했다.
드웨노의 주변에는 모든 것이 황폐했었다.
“드워프로서는 불행이었지. 내 불꽃은 모루와 망치조차 녹였거든.”
불의 대정령과 피닉스조차 두려워하는 불꽃을 내뿜었던 불의 괴물.
모든 것을 잿더미로 만드는 저주받은 드워프.
“주변에 모든 것들이 남아나지 않았다면서 어쩌다가 아름다운 거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정신 나간 드워프가 된 거야?”
“정신 나간 드워프는 빼줬으면 하는군.”
“루나처럼 변태 드워프라고 안 부른 걸 고맙게 여겨.”
불만스럽게 카일을 바라본 드웨노가 말했다.
“어느 날, 보게 된 걸세. 아름다운 엘프 여인을.”
“그래서 유독 루나 녀석에게 모델이 되어 달라고 집착하는 건가? 옛날에 봤던 엘프가 떠올라서?”
“그녀와 루나를 비교하지 말게. 그건 그녀에 대한 모독일세.”
드웨노는 드물게 정색했다.
실제로 드웨노가 루나에게 모델 요청을 많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입만 닫고 있으면 정말 아름다운 엘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화가였지. 세계의 아름다운 풍경을 그림 속에 담는 예술가였네.”
“유명한 화가였나 봐?”
“아니, 그냥 떠돌이 화가였네. 엘프 사회가 지긋지긋해서 동족들을 떠난 여자였지.”
드웨노는 희미하게 웃었다.
“하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들은 정말 아름다웠네.”
그때가 드웨노가 아름다움이 매료된 순간이었다고 했다.
“아름다운 것들을 헤치지 않기 위해 힘을 제어하려 노력했네. 그리고 성공했지.”
드웨노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았다.
“나는 힘을 주체 못 하던 시절의 나를 혐오하네. 자네에게서 눈을 돌렸던 건 과거에서 눈을 돌리려는 내 추악한 마음 때문이었지.”
드웨노는 카일을 바라보았다.
“최근에서야 자네라는 인간을 똑바로 바라보게 되었네.”
“그래서? 어때? 뭔가 영감이 될만한 꿈같은 게 보였어?”
“아니, 자네는 여전히 회색빛투성이네. 하지만 보이지 않던 게 보이더군.”
“그게 뭔데?”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네가 나아가는 걸 멈추지 않는다는 것일세.”
드웨노의 눈이 부드럽게 휘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우리를 위해서라는 것도 알게 되었네.”
드웨노의 눈에 비친 카일은 자신의 것은 짊어지지 않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동료의 것은 묵묵히 짊어졌다.
“그걸 깨닫게 되니 알겠더군. 자네 역시 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이란 걸.”
드웨노가 빙긋 웃었다.
“리시나스가 자네를 선택한 것도, 루나가 자네를 가장 의지하는 이유도, 아르온이 자네처럼 되고 싶어 했던 것도. 마음에 들지 않는 자에게는 무구를 만들어주지 않는 내가 자네에게만큼은 무구를 제작해 줬던 것도.”
드웨노가 빤히 카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미학자인 이 몸이 본능적으로 자네의 아름다움을 꿰뚫어 보고 있었기 때문이겠지.”
드웨노가 우쭐했다.
“그러니 그 검은 내가 만든 최고의 걸작일세.”
카일은 조금 놀란 눈으로 손에 쥐어진 검을 바라보았다.
드웨노는 자신이 만든 무구를 ‘작품’ 이라 칭하지 않는다.
드웨노는 무구를 만드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냥 투박한 롱소드를 걸작이라 칭했다.
“그 검은 자네와 똑같네. 어떠한 마나도 담겨있지 않네. 다른사람에게는 그저 단단하고 날카로운 쇠막대기지.”
드웨노가 만든 검치고는 지나치게 초라했다.
드웨노는 무엇이든 화려한 걸 좋아한다.
“하지만…… 자네가 손에 쥐는 순간, 그 검은 무엇이든 될 수 있네.”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으며 막강한 마도 지팡이도 될 수 있다.
혹은 소환수를 소환하는 촉매도 될 수 있다.
“이 세상 유일한…… 올클래스만을 위한 검이지.”
카일은 검을 내려다보았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검이 반응하는 게 느껴졌다.
“검의 이름은?”
“포스테리타스.”
레오의 물음에 드웨노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미래라는 뜻일세.”
***
“이 검이 카일님의 검이었군요.”
레오의 중얼거림에 멜이 감탄했다.
“이 검을 후대 사람들은 어떻게 평가해?”
“드웨노님께서 남기신 실패작이 아닐까? 하고 드워프들이 예상하고 있답니다”
드웨노의 무구들은 하나같이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게다가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물론 드웨노의 최고의 역작들이라고 평가받는 최후의 원정 당시 사용된 무구들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남아 있다 하더라도 치열한 전투로 망가지기 직전이지만 가까스로 그 형태는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 검은 투박한 롱소드의 모습을 한데다 아무런 힘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기에 더해 형태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은 검이다.
검에 대한 역사는 더더욱 알 수 없기에 드워프들은 이 검을 드웨노가 만든 실패작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설마하니 레오님이 사용했던 검이었다니.”
멜이 감탄하자 레오가 덤덤하게 말했다.
“이건 드웨노가 만든 마지막 검이기도 해.”
“네?”
‘검을 완성한 다음 전투에서…… 드웨노는 목숨을 잃었지.’
레오의 눈이 가라앉았다.
‘나아가게, 카일. 뒤따라올 자들을 위해…… 길을 만들어주게. 그 검은 그걸 위한 검일세.’
하반신이 불타 사라져 목숨이 꺼져가는 와중에도 드웨노는 불꽃같이 타오르는 눈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그 뜻을 이어받아.
이 검은 미래로 가는 길을 여는 데 성공했다.
“설마 드웨노님의 마지막 무구였다니…….”
멜은 몰랐던 사실을 알고 감탄했다.
마치 옛날이야기를 듣는 소녀처럼 눈을 빛내던 멜이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잠깐만요. 그렇다는 이야기는…….”
“그래.”
레오는 검에 손을 뻗었다.
우웅-!
이미 검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지만 주인의 부름에 5000년 동안의 침묵을 깨고 응했다.
“이 검은 에레보스를 토벌한 검이야.”
화악-! 탁-!
벽에 걸려 있던 검이 레오의 손으로 날아왔다.
수천 년 만에 주인의 손에 쥐어진 사실이 기쁜 듯.
검이 계속해서 공명했다.
그와 동시에…….
우웅-! 우웅-!
무기고에 보관된 드웨노의 유산이 반응하기 시작했다.
멜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무기고를 둘러보았다.
화르륵-!
레오의 손에서 노란색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폴리움에 깃든 피브아의 신력이 각성시켜준 드웨노의 불꽃이었다.
이 불꽃 속에서 여기 있는 모든 무구들이 탄생했다.
‘드웨노는 자신이 만든 무구를 작품이라 부르지 않았어.’
레오가 드웨노의 유산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애정을 쏟지 않은 건 아니야.’
드웨노는 무구를 만들 때도 마음을 담았다.
드웨노가 신의 대장장이라고 불리는 이유.
그건 무구들이 의지를 가졌기 때문이다.
에고소드 같은 마법 공학으로 만들어진 의지가 아니다.
순수하게 무기에 깃든 의지.
그 의지가 무언가를 외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아마 이 무구들은 길게는 수천 년, 짧게는 수백 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렇게 전시되어 있었을 테지.’
드워프들 입장에서는 위대한 신의 대장장이가 남긴 유산이니 소중하게 보관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녹슬어 가는 걸 이 무구들이 원할까?
화르르륵-
무구들이 샛노란 불꽃을 토해냈다.
그리고 일순간 과거의 찬란했던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그 광경에 멜은 입을 벌렸다.
“그렇군.”
그 모습에 레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일전에 루나가 왜 자신이 만든 무구들을 작품이라고 부르지 않았는지 이유를 물은 적이 있었다.
그에 드웨노는 이렇게 대답했다.
‘무기의 본질은 결국 싸움의 도구일세.’
드웨노는 무기를 치며 입버릇처럼 말했다.
‘결국 전장에서 싸워야 하는 물건이지. 그래서 작품이라고 부를 수 없네.’
드웨노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 아이들은…… 언젠가 전장에서 사라질 운명이니까. 그게 이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큰 행복일지도 모르지.’
“너희는 아직…… 싸울 수 있다는 거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