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68)
268
다음 날 아침.
데미안으로부터 배정받은 기숙사 건물 옆에 붙은 식당에 루메른 2학년들이 모였다.
아침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어제 세이룬 애들이 우리 쪽을 엄청나게 노려보는 것 같지 않았냐?”
“2학년 총괄 선생은 아주 눈에서 광선이 나올 기세던데?”
“대체 왜 그런 거야?”
대부분 이야기의 주제는 어젯밤에 있었던 세이룬의 태도였다.
루메른과 아조니아 학생들은 데미안에서 준비한 연회를 대부분 즐기고 있었다.
물론 거리의 술집에서 볼 법한 분위기의 연회에 거부감을 느낀 귀족 학생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숫자는 많지 않았으며 있다고 해도 겉으로 티를 내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늦게 도착한 세이룬이 연회를 망쳤으니 데미안 학생들은 물론이고 루메른이나 아조니아에서도 그들을 고운 시선으로 볼 리 만무했다.
거기에 더해 세이룬은 루메른 쪽에 굉장한 적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루세전을 통해 세이룬 학생들을 경험한 적이 있는 2학년들로서는 당혹스러운 경험이었다.
루세전 때와는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몇 달 사이에 갑작스럽게 돌변한 분위기에 화가 나는 한편으로는 의아함도 느꼈다.
“렌 교수님 때문이겠지.”
“렌 교수님? 렌 교수님이 왜? 이번에 오시지도 않았잖아.”
“이번에 렌 교수님이 발표한 마법 이론이 엘프님들의 심기를 거슬렀겠지.”
마법학과 학생의 말에 타학과 학생들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렌 교수님이 발표한 마법 이론?”
“그 별의 마법과 관련된 마법 이론을 말하는 거야?”
“그게 왜?”
“어휴? 설명을 해줘야 해?”
2학년 1학기 마법 학과 첫 수업 때 렌은 자신이 완성한 최신 마법 이론을 학생들에게 공개했다.
[별의 마법 입문서]엘프 외에도 마법에 소양이 있는 자라면 누구나 별의 마법에 입문할 수 있게 해주는 신개념 마법 이론이었다.
실제로 첫 수업에서 2학년 마법학과 최고 우등생 중 한 사람인 클로에가 곧바로 별의 마법 입문에 성공했다.
말 그대로 마법계의 판도를 바꿔버릴 수도 있는 마법 이론이었다.
실제로 렌의 논문이 발표되고 마법계는 들끓었다.
하지만 엘프 마법계의 최중심인 세이룬은 다른 의미에서 들끓었다.
종족별로 가장 보수적인 마법학계를 꼽으라면 엘프들이 꼽힌다.
엘프의 고유 마법이라고 평가받는 별의 마법.
성운의 시조 루나가 남긴 위대한 유산은 지금까지 엘프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가끔 뛰어난 재능을 가진 다른 종족의 마법사들이 별의 마법을 익히기는 하지만 그건 극소수.
실제 렌 교수가 [별의 마법 입문서]를 발표하기 전 2학년 마법사 중 별의 마법에 입문한 건 레오뿐이었다.
엘프 외에는 극소수만이 익힐 수 있었기에 엘프들이 그런 이들까지 신경 쓰지는 않았다.
하지만 [별의 마법 입문서] 많은 마법사를 별의 마법사로 만들 수 있다.
수천 년 동안 엘프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던 별의 마법이 엘프의 전유물이 아니게 된 것이다.
별의 마법은 엘프들이 마법의 종족이라고 불리는데 지대한 공언을 한 마법이기도 하다.
엘프들은 [별의 마법 입문서]를 자신들의 전통에 대한 침범과 위협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었다.
마법학과 학생의 설명을 들은 기사학과 학생이 팔짱을 꼈다.
“그런 건가?”
“근육 바보인 너한테는 어려운 이야기였나 보네.”
“뭐? 말 다했냐?”
왁-! 왁-! 아침이 소란스러웠다.
그러는 사이.
“클로에, 무슨 일 있니?”
셀리아는 조심스럽게 클로에에게 물었다.
클로에는 어딘지 넋이 나간 모습으로 포크로 스프를 떠먹고 있었다.
잠시 클로에를 바라보던 셀리아가 옆에 있던 첸 시아에게 물었다.
“시아, 무슨 일 있었어?”
“별일 없었어요.”
“진짜?”
“없었다니까요.”
“어음…….”
셀리아는 살짝 떨떠름한 얼굴로 첸 시아를 바라보았다.
‘건드리면 안 될 것 같은데.’
평소와 같은 얼굴로 웃고 있었지만 분위기는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
셀리아가 첸 시아의 눈치를 보고 있을 때였다.
“그러니까, 그 기분 나쁜 시선은 대체 뭐냐고?”
짜증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식판을 든 첼시가 칼에게 짜증을 내며 걷고 있었다.
“아니, 그냥. 말하면 안 되는데 알게 되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해서.”
능글맞은 미소를 지으며 첼시를 놀리던 칼이 셋 여학생을 발견하고는 인사했다.
“오! 좋은 아침!”
“칼 군. 여기 앉을래요?”
“좋지~”
첼시는 셀리아를 힐끗 보며 새침하게 말했다.
“난 오라버니한테 갈래.”
“야, 그냥 여기 앉아. 어차피 아바드도 듀란이랑 같이 있을 텐데.”
첼시가 삐죽 입술을 내밀고 우아한 손짓으로 셀러드를 먹는 셀리아를 한 번 바라보고는 셀리아와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나저나.”
칼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클로에와 첸 시아를 바라보았다.
“아가씨들. 밤잠을 설친 모습인데?”
“잘 잤어요, 칼 군.”
“진짜?”
칼이 키득- 키득-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첸 시아는 그런 칼을 보며 빙긋- 미소 지으며 물었다.
“그나저나 레오 도령은요?”
“좀 더 잔다고 했어. 피곤한 모양이더라.”
“어제 늦게 잤나 봐요?”
“늦게 잤지. 아~ 주 늦게 잤어.”
“별일이네. 레오 오빠가 늦잠을 다 자다니.”
“그러게. 걘 체력이 괴물 같아서 늦게 잔다고 해서 늦게 일어날 애가 아닌데.”
어젯밤 레오가 무단으로 숙소를 나갔다는 사실을 모르는 셀리아와 첼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뭐, 피곤할 정도로 열심히 무언가를 했을 수도 있지. 난 잘 모르겠지만.”
“그게 뭔데?”
“같은 방 썼으면 뭘 했는지 알 거 아니야.”
“얘들한테 물어봐. 얘들은 알 수도 있어.”
칼이 킬킬거리며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깡-
‘깡?’
빵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나자 칼은 빵을 입에서 빼내었다.
빵을 쥔 손도 아플 정도로 차가울 정도로 빵이 꽁꽁 얼어 있었다.
칼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여기서 이런 짓을 할 사람이라면.
“…….”
클로에 쪽으로 시선을 돌리니 새빨개진 얼굴로 어깨를 들썩이며 칼을 노려보고 있었다.
“칼 군.”
“예, 아가씨.”
“내가 칼 군이랑 친구지만 연상인 건 알고 있죠?”
“물론입죠, 누님.”
“그리고 난 그림자 출신이에요. 여러 가지 고문법도 배웠답니다.”
첸 시아는 깍지를 낀 손에 턱을 올렸다.
자세를 반듯하게 잡고 허리를 꼿꼿하게 세운 채로 앉은 칼의 등 뒤에서 식은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놀리면 돼요? 안 돼요?”
“안 됩니다! 죄송합니다! 다시는 안 그렇겠습니다!”
칼이 절도 있게 대답했다.
그런 칼을 보며 첸 시아가 진한 미소를 지었다.
“… 무슨 일이래?”
“난들 알아?”
첼시가 떨떠름하게 묻자 셀리아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좋은 아침.”
식판을 든 레오가 하품하며 자리에 앉았다.
그런 레오를 보며 클로에가 움찔 했다.
첸 시아 역시 자세를 풀고 힐끗- 레오를 바라보았다.
“별일이네. 네가 늦잠을 자고.”
“어젯밤에 일이 조금 있었어.”
“일? 무슨 일.”
셀리아의 물음에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밤늦게 멜 교수를 만날 일이 있었거든.”
“푸웁!”
물을 마시던 첼시가 자신도 모르게 뿜었다.
“무단으로 숙소를 나가서 멜 교수님을 뵈었다고?”
셀리아가 미간을 좁히며 물었다.
“왜?”
밤늦게 무단 외출하면서까지 교수를 만날 일이 뭐가 있단 말인가?
게다가 멜은 상당한 미녀의 젊은 교수였다.
클로에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였다.
첼시는 잔뜩 당황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했고 첸 시아는 언제나처럼 웃는 얼굴이었지만 눈은 살짝 굳어 있었다.
“세이룬 애들이랑 엮이지 말라고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해주던데? 엘프들에 관한 주의점에 대해서도 알려줬고?”
레오는 덤덤히 말했다.
“렌 교수님 대신 이번에 자신이 온 것도 세이룬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래.”
“아~”
셀리아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렌 교수님이 발표한 [별의 마법 입문서] 에 공동 저자로 레오 오빠 이름도 이름이 올라가 있었지?”
이야기를 들은 첼시는 평소처럼 히히- 웃었다.
클로에는 평소와 같은 얼굴로 돌아왔고 첸 시아는 빙긋 웃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칼이 능글맞게 말했다.
“상상력들이 풍부하네~ 대체 무슨 생각을… 으허헉! 클로에! 안 그럴게!”
식판의 모든 음식이 얼어붙기 시작하자 칼이 비명을 내지르며 용서를 구했다.
“대체 무슨 생각들을 한 거야?”
레오의 물음에 첸 시아가 빙긋 웃었다.
“밤늦게 예쁜 멜 교수님이랑 만난다고 하니… 뭐, 그런 일이 있었지 않을까? 하고 걱정하고 있었어요.”
“남학생이랑 여교사가 밤에 데이트한다고 생각했다고?”
레오가 혀를 찼다.
“요즘 애들은 상상력이 건전하지 못하네.”
“너도 요즘 애면서 무슨 헛소리야?”
“레오 도령. 방금 엄청 아저씨 같았던 거 알아요?”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셀리아와 첸 시아를 보며 레오는 속으로 생각했다.
‘너희들이 어른이라고 생각하는 멜도 날 아저씨로 취급하는데 뭐.’
***
아침 식사가 끝난 후.
루메른과 아조니아, 세이룬의 학생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데미안 2학년들이 수업을 듣는 대강당에 모인 각 학교의 학생들은 자기들끼리 앉은 상태였다.
“세이룬에 싸워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 녀석 없을까?”
“없어 보이는데? 차라리 루메른 애들이랑 붙는 게 더 재미있을 거야.”
“난 빨리 레오 플로브랑 한번 붙어보고 싶은데.”
루메른과 세이룬 가운데 앉은 아조니아는 양쪽 학교를 바라보며 눈을 빛냈다.
“흥, 머리에 싸움밖에 없는 것들.”
“소문으로 들었던 것과 다를 게 없군요.”
세이룬 학생들은 그런 아조니아 학생들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쟤들 어째 위험해 보이지 않냐?”
“수인과 엘프는 서로 사이가 상극이니까. 우리가 가운데 앉을 걸 그랬네.”
칼이 걱정된다는 듯 혀를 차자 첼시가 한숨을 쉴 때였다.
끼익-! 쿵-!
대강당의 문이 열리며 데미안의 2학년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어제처럼 격식 있는 교복이 아니었다.
각자의 작업복을 입은 데미안 학생들은 대강당 강의실 앞에 착석했다.
뚜벅- 뚜벅-
그리고 대강당의 단상 위로 드워프 한 명이 올라섰다.
“다시 만나서 반갑네, 영웅 사관 학교의 학생들이여.”
단상에 올라선 이는 2학년 총괄 스미스 데페토였다.
“오늘 이 자리를 마련한 건 우리 데미안의 스미스들과 자네들이 전속 계약을 맺기 위해서지.”
데페토는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5000년 전.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님께서는 동료 대영웅님들의 무구 제작을 책임지셨네. 그 전통을 이어받아 우리 드워프들은 대대로 영웅들의 무구를 제작해 왔지.”
데페토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오늘. 우리 데미안의 학생들은 대장장이로서 자네들을 평가하는 자리를 가질 예정이라네.”
데페토의 말에 루메른에서 일리아나가 손을 번쩍 들었다.
“거기, 청순해 보이는 예쁜 여학생, 뭐가 궁금한가?”
“어머, 어머. 나보고 청순해 보인데.”
일리아나가 몸을 꼬며 부끄럽다는 듯 얼굴을 붉혔다.
“웩!”
“속이 울렁거려.”
물론 주변의 반응은 냉혹했다.
자신을 놀리는 남학생들을 걷어찬 일리아나가 말했다.
“루메른의 일리아나 라덴이라고 합니다! 데미안의 학생들이 우릴 평가한다고 하셨는데 어떤 방식으로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별거 아닐세. 우리 데미안 학생들에게 의뢰하고 싶은 무구를 발표해주게.”
그 말에 모든 영웅 사관 학교 학생이 멈칫했다.
“재료는 무엇을 쓸 것이며, 무기의 강도나 마나 출력. 혹은 부가적인 인챈트가 무엇인지. 어떤 특징을 가진 무기이며 어떤 장단점을 가졌는지.”
데페토는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무구의 스펙을 구체적으로 생각해서 발표해주게. 데미안의 학생들은 그걸 보고 자네들을 선택할 걸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