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69)
269
“우리가 사용할 무구에 대한 구체적인 스펙?”
“음…… 딱히 생각해본 적이 없는데?”
루메른 학생들은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일반 학생들뿐만 아니라 각 학과의 최우등생들조차도 난색을 보였다.
“내가 사용하는 마도 지팡이의 스펙에 관해서는 대략 알고 있는데.”
첼시는 품에서 지팡이를 꺼냈다.
아바드와 클로에의 경우에는 자신의 키만큼 긴 롱 스태프를 사용했지만, 첼시가 주력으로 사용하는 지팡이는 30cm 정도의 숏 스태프였다.
물론 지팡이의 종류별로 장단점이 있는 만큼 첼시 역시 롱 스태프 마도 지팡이도 가지고 있었다.
칼이 깍지를 낀 손을 머리에 대며 말했다.
“네가 즐겨 사용하는 지팡이는 르왈린 가문의 가보 중 하나잖아?”
“응, 맞아. 5대 가주님께서 사용하셨던 플라멘이야.”
플라멘.
셀리아의 애검인 ‘플레임 스톰’ 과 같은 등급으로 분류되는 무구였다.
무기의 등급은 크게 다섯 가지로 나뉜다.
[일반], [마법], [영웅], [전설].그리고 마지막으로 [신기].
[일반]의 경우에는 일반적인 대장장이가 생산한 강철로 만든 병장기를 의미한다.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무기이며 특별한 힘이 없었다.
[마법] 등급부터는 마법 공학에 일가견이 있는 대장장이에 의해 만들어진 무구.마법 공학을 이용한 특별한 공정 가정을 거치거나 마나를 품은 무구의 등급이 [마법]이다.
[영웅]은 마법 등급에서도 특별한 힘을 가져 영웅급의 인사가 사용하는 무기.그 위의 전설은 히어로 레코드에도 이름을 남긴 무구를 의미한다.
마지막으로 [신기].
신의 솜씨로 만들어진 무구.
역사상 [신기] 등급의 무구를 만들 수 있는 건 단 한 사람.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 뿐이었다.
셀리아의 플레임 스톰도 첼시의 플라멘도 등급은 [전설].
제르딩거와 르왈린을 상징하는 무구들이었다.
“볼 때마다 부럽긴 하다.”
칼은 플라멘을 보며 감탄했다.
평범한 마법사는 평생 노력해도 얻기는커녕 구경조차 하기 힘든 무구다.
“그러고 보니 우리 학년 중에는 전설 등급 무기를 가진 사람이 넷이었던가?”
유서 깊은 역사를 자랑하는 영웅 명가 출신인 셀리아, 아바드, 첼시, 엘리자.
제르딩거와 르왈린, 헤르긴 가문은 보통의 영웅 명가들과 그 역사와 지명도가 남달랐다.
듀란 조차도 가문의 역사가 짧아 [전설] 로 분류되는 무구가 가문에 있지 않았다.
‘그런 거 보면 새삼 내가 어쩌다 얘들이랑 친구인가 싶다니까.’
칼이 혀를 내두르는 사이.
클로에가 물었다.
“그 정도 되는 마도 지팡이라면 굳이 다른 지팡이가 필요 없는 거 아니야?”
“꼭 그렇지만도 않아. 플라멘이 강력한 마도 지팡이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만능은 아니야. 내 특기 마법인 바람 마법과는 궁합이 잘 맞지만, 그 이외의 마법과는 영 궁합이 안 맞아.”
첼시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어떠한 지팡이보다 강한 힘을 지닌 지팡이는 맞지만 그래서 내가 완벽하게 다루지 못해. 내가 지팡이에 맞춰야 해. 그러니 나에게 맞춤 마도 지팡이가 필요한 거야.”
강력한 힘을 품은 무구는 그만큼 다루기 힘들다.
첼시는 뛰어난 마법사이지만 아직까지는 경험이 미숙한 열다섯 살.
플라멘의 주인이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다룰 수는 없었다.
그건 셀리아나 아바드, 엘리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마도 지팡이 제작을 의뢰하는데 무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냐는 거야.”
“그래. 데페토님의 말은 단순히 사용할 무구의 스펙이 아니라 사용할 무구 그 자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한 것처럼 말씀하셨어.”
첼시의 말에 클로에 역시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일 때였다.
“알아야 해.”
그때 레오가 마법 학과 학생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와 말했다.
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알면 이점이 크나?”
“이점이 매우 크지.”
레오의 말에 멀리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에미오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디 얼마나 이점이 큰지 학생회장님의 조언을 들어보도록 할까?”
“아, 저거 또 나대네.”
첼시가 짜증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첼시를 보며 에미오가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시비 거는 거냐?”
“시비는 네가 먼저 걸었거든?”
첼시가 혓바닥을 쏙 내밀었다.
“자자, 그만 싸우고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아바드는 둘 사이에 끼어들었다.
“흥!”
첼시가 코웃음을 쳤고 에미오는 얼굴을 일그러트리며 고개를 돌렸다.
“레오. 네 생각을 말해줄래?”
아바드의 물음에 레오가 품에서 광석 하나를 꺼냈다.
“미스릴?”
연금술에 능한 칼이 단번에 미스릴 광석을 알아보았다.
“맞아. 데페토 스미스에게 빌려 왔어.”
레오는 정제되지 않은 미스릴 광석을 탁- 탁- 들었다 받으며 말했다.
“루메른에서는 기본적으로 마법 공학에 대해 배우니까 미스릴의 특성에 대해서는 말 안 해도 알겠지?”
“마나 전도율이 높고 마나 증폭 효과가 있잖아.”
“맞아. 그래서 마도 지팡이의 기본 재료로 가장 많이 채택돼.”
“흥, 그런 기본적인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뭔가 대단한 것처럼 말한 주제에 그런 상식적인 이야기를 하러 온 건가?”
에미오의 삐딱한 반응에 레오가 미스릴 광석을 에미오에게 던졌다.
탁-!
“이걸 가지고 뭘 하라는 거냐?”
“그 광석에 인챈트를 걸 수 있겠어?”
에미오는 코웃음을 치며 인챈트 마법을 걸었다.
화르륵-!
불꽃이 활활 타오르는 미스릴 광석을 보며 주변에서 감탄사를 터트렸다.
단순히 인챈트 마법을 걸어서가 아니다.
‘마력 손실이 거의 없잖아?’
‘아무리 미스릴 광석이라도 불순물이 많이 섞인 광석에 인챈트를 걸면 마력 손실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뛰어난 마력 컨트롤 능력이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여기 있는 마법학과 학생 중 태반이 이런 불순물 높은 광석에 마법을 걸면 마나 손실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미스릴이 함유되었다면 불순물이 많아도 마력 손실을 거의 없앨 수 있다.’
“너무 쉬워서 하품이 날법한 과제를 내주는 이유가 뭐지?”
에미오가 마법이 걸린 미스릴을 광석을 그대로 레오에게 던졌다.
탁-
레오는 별 어려움 없이 미스릴 광석을 낚아챘다.
에미오의 마법이 순식간에 해제되었다.
“훌륭해. 하지만 미스릴의 특성은 다 살리지 못했어.”
“지금 내 인챈트 마법에 트집을 거는 거냐?”
“트집이 아니라 아쉬운 부분을 이야기했을 뿐이야.”
화르르륵-!
“……!”
에미오의 눈이 부릅떠졌다.
레오가 미스릴 광석에 인챈트를 걸었다.
그러자 에미오의 불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강력한 화력을 내뿜었다.
사용한 마법도 똑같고 사용된 마력도 똑같았다.
그런데도 레오의 마법은 더욱 강한 위력을 내뿜었다.
“특별한 마법 술식이라도 쓴 거냐? 눈속임이라니. 치졸하군.”
“애석하게도 이건 네가 사용한 마법과 똑같아.”
레오는 보란 듯이 불이 붙은 광석을 내밀었다.
아무리 봐도 에미오가 쓴 마법과 같은 술식이었다.
그걸 보고 에미오가 얼굴을 일그러트렸다.
클로에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어떻게 한 거야?”
“미스릴의 특성 중 마나 증폭 특성을 살린 거야.”
“순도가 높지 않은 광석으로는 그 특성을 살리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 않아?”
클로에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자신이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탐구심을 드러냈다.
“쉽지는 않지. 하지만 이 광석에 미스릴 함유량이 어느 정도인지만 알면 가능해.”
레오가 마법을 거두었다.
“무기도 마찬가지야. 어떤 재료로 만들어졌는지. 어떤 특성을 가졌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를 좀 더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어. 이건 기사나 마법사, 소환사 모두에게 해당 되는 이야기야.”
레오의 말에 첼시가 손을 들었다.
“레오 오빠, 그런데 그렇게 구체적으로 알지 않아도 우리는 모두 우리가 사용하는 마도 지팡이를 자유자재로 다루는걸? 자기가 사용하는 무구는 모두 능력을 100% 활용하는 걸?”
첼시의 말에 학생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아바드와 클로에는 고민하더니 말했다.
“우리 모두가 모두 지팡이의 능력을 100%까지 활용하는 건 맞아. 하지만 극한까지 사용하는 사람은 있어?”
아바드의 말에 첼시가 멈칫했다.
“그야…… 없지.”
“맞아. 너무 과하게 사용하면 과부하가 걸리니까.”
“하지만 레오는 방금 전 미스릴 광석에 매우 안정적으로 인챈트를 걸었어.”
클로에가 말을 이어받았다.
“저 미스릴 광석을 마도 지팡이라고 생각한다면 별 무리 없이 우리가 사용하는 지팡이의 능력을 극한까지 사용한 샘이 돼.”
마법학과 학생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그 말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사실 이건 딱히 마법 기술과는 관계없어. 그저 물건을 잘 다루는 기술이니까. 평상시에는 크게 도움이 되거나 하지는 않아, 하지만.”
레오가 덤덤히 말했다.
“극한의 상황에서는 이걸 할 줄 아느냐, 모르냐의 차이는 커. 목숨이 오갈 수도 있어.”
레오의 말에 마법학과 학생들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2학년이 되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목숨이 오가는 학과 생활이 시작된다.
그렇기에 레오의 입에서 언급된 ‘목숨’ 이라는 말은 무게감이 남달랐다.
“영웅 후보생으로서 한 단계 높은 곳을 바라보고 싶다면 무구의 스펙을 완벽하게 파악하고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은 필수겠군.”
아바드의 중얼거림에 레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리고 대장장이들은 의뢰인이 어떤 무구를 원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누가 그래?”
“아는 대장장이가 그러더라.”
레오는 웃으며 말했다.
“난 이거 돌려주고 올게.”
레오는 광석을 들고 데페토에게 향했다.
마법학과 학생들은 레오의 말을 듣고 의욕을 생각해온 무구의 스펙을 공책에 적기 시작했다.
“아바드, 뭐해?”
칼은 레오의 뒷모습을 빤히 바라보는 아바드에게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니, 새삼 격차가 느껴져서.”
아바드가 주먹을 쥐락펴락하며 중얼거렸다.
‘재능의 차이라던가…… 이런 느낌이 아니야.’
아바드는 혼란스럽다는 듯 손을 내려다보았다.
‘경험이 다른 느낌이야.’
“새삼스럽게.”
살짝 굳어 있는 아바드를 보며 칼이 말했다.
“레오를 이기겠다고 날 기숙사로 끌어들였잖아? 난 원래 레오네 기숙사에 가서 평안한 학교생활을 즐겼을 몸이라고. 그런데 네가 날 끌어들였잖아? 그런 네가 자신 없는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지!”
“그것도 그렇군.”
칼의 말에 아바드가 특유의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잘생기긴 기똥차게 잘생겼군.’
칼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의미에서 칼. 레오는 어떤 무구를 의뢰하는지 알아봤어?”
“그건 왜 묻는데?”
“타도 대상에 대한 체크라고나 할까?”
“스파이로 안 써먹는다면서?”
“친구끼리 가르쳐 줄 수 있는 거잖아?”
아바드가 친근하게 어깨동무를 해왔다.
칼은 그런 아바드에게 말했다.
“나도 몰라. 보여 달라고 했는데 자기는 아무 준비를 안 했다던데?”
“설마?”
레오는 확실한 우등생이다.
그렇기에 학과 준비에 관해서는 철저하다.
그런 레오가 아무런 준비를 안 했다는 말은 아바드로서는 믿기 힘들었다.
“클로에. 레오가 어떤 물건을 데미안에게 의뢰하려는지 혹시 알고 있어?”
“아무런 준비를 안 했데.”
클로에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 말에 아바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
2시간의 시간이 주어진 후.
발표가 시작되었다.
발표는 학교 별로 번갈아 가며 진행되었다.
그리고 발표에서 버벅거린 건 루메른과 세이룬의 학생들이었다.
학과 공부 성과에 대한 발표에는 익숙했지만, 전혀 모르는 분야의 발표기에 애를 먹는 학생이 많았다.
구체적인 스펙에 관해서는 잘 설명했지만 역시나 발목을 잡은 건 재료였다.
학생들을 발표를 보며 데페토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훌륭하군. 특히나 이번 발표에서 데미안이 무얼 원하는지 다들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어.’
자기가 사용할 무구를 이해한다는 것.
그건 자신이 사용하는 무구의 능력을 완벽하게 끌어내는 것을 의미한다.
‘이 세상에는 강대한 무구들이 많지.’
그리고 무구에 휘둘리는 자들은 얼마든지 있다.
그리고 그 강력한 무구들 대부분이 바로 데미안에서 만들어진다.
데미안의 학생들과 졸업생.
위대한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의 유지를 이어받은 대장장이들은 드웨노의 영역에 닿기 위해 무구를 만들고 또 만든다.
‘장인은 자신이 만든 물건을 완벽하게 다루어 줄 수 있는 자를 원하지.’
과분한 무구는 돼지 목의 진주나 마찬가지다.
대부분 데미안 학생들은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에 대장장이들은 자신의 이상에 맞는 사용자를 원한다.
‘특히나 이번 2학년들은 손재주가 너무도 뛰어나.’
그만큼 스미스로서의 프라이드 역시 높았다.
‘뭐, 괴짜 한 명이 섞여 있긴 하지만.’
데페토의 눈에 눈을 반짝이며 무언가를 열심히 메모하는 데미안 여학생이 보였다.
‘드리아나 녀석, 또 발표하는 무구가 아닌 발표자의 매력을 품평하고 있군!’
예술병에 걸린 드리아나를 보며 데페토는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호오?”
그때 데미안 학생들 사이에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루메른의 마법학과 남학생이 발표하고 있었다.
‘어디 보자, 마탄 전용 마도 지팡이군. 발표자는…… 칼 토마스?’
무구의 컨셉이 흥미로웠다.
‘적을 쓰러트리기 위한 무구가 아니라 적을 견제하기 위한 무구라…… 과연, 서포터 지망인가? 저 나이에 서포터 지망이라니. 진로를 일찌감치 잡았군.’
무구의 방향성만 봐도 어떤 보직을 지망하는지 알 수 있다.
영웅 후보생으로는 매우 드문 서포터 지망.
다른 학교 학생들은 심드렁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기발함에 데미안 학생들은 눈을 반짝였다.
스미스인 만큼 장인 정신을 자극시키는 기발한 아이템에는 열렬한 관심을 보였다.
‘재료 공학에도 어느 정도 일가견이 있어 보이고…… 손님이라기보다는 제작 파트너로서 어울릴 친구로군.’
데페토는 재미있다는 듯 칼을 바라보았다.
데페토 뿐만 아니라 데미안 학생들은 칼에게 큰 관심을 보였다.
그러는 사이.
실력자들의 발표가 시작되었다.
각 학교의 실력자들의 경우에는 그 실력에 걸맞게 무구의 요구 스펙도 상당했다.
“아다만티움 70%, 미스릴 15%, 오리하르쿤 5%의 합금에 블랙 아이언으로 코팅된 배틀 엑스.”
아조니아의 2학년 2인자, 특대 수인 디온 덴은 자신이 원하는 무구에 관한 것을 완벽하게 데미안 학생들에게 요구했다.
디온 덴뿐만 아니다.
의외로 세 학교 학생 중 이번 발표를 가장 잘 하고 있는 건 아조니아였다.
그들의 요구는 모두 간결했지만 확실했다.
무대 뒤편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셀리아가 팔짱을 꼈다.
“의외네. 이렇게 완벽하게 발표를 하다니.”
셀리아의 말에 뒤에서 듣고 있던 아르가 콧바람을 불었다.
“전사에게 있어 자신이 사용할 무구를 완벽하게 파악하는 건 기본 중의 기본!”
“과연, 그 점은 배워야겠네.”
셀리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검은 토끼에게 물어볼 게 있는 데.”
“레오는 맨 마지막이야. 다다다음이 네 차례고. 발표 끝나고 물어봐.”
“검은 토끼 사촌은 깐깐하네.”
‘얜 대체 레오를 언제까지 검은 토끼라고 부를 거야? 하얀 토끼면 또 몰라도.’
검은 토끼라고 하니 괜히 자기가 신경 쓰이는 셀리아였다.
그렇게 발표는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맨 뒤에 서 있던 레오는 팔짱을 낀 채 발표를 진지하게 바라보는 데미안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뭐, 자신이 만든 물건이 물건에 걸맞는 사람이 쓰길 원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지. 드웨노도 그랬으니까.’
드웨노는 무구를 만드는 것에 큰 관심을 가지지는 않았다.
하지만 무언가를 만드는 자로서 ‘자격’ 이 있는 이에게만 물건을 만들어주는 장인 기질은 어김없이 발휘하던 인물이었다.
드웨노가 토벌대에 합류한 첫날.
그는 선언하듯 말했다.
‘자네들은 내가 만들어주는 무구 이외에는 절대 쓰지 말게.’
‘난 폴리움을 쓰는데?’
‘그건 신이 직접 만든 지팡이가 아닌가?’
드웨노는 루나를 한 번 바라보고는 말을 이었다.
‘난 예술가이지만 그 이전에 물건을 만드는 장인일세. 내가 인정한 자들이 다른 장인이 만든 물건을 쓰는 걸 용납할 수 없네.’
드웨노는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쩔 수 없이 써야 할 상황이 온다면 이것 하나는 확실하게 하게. 자네들은 나 드웨노가 인정하고 맞춤 무구를 제공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러니…….’
“레오 플로브.”
마지막, 레오의 차례가 되었다.
뚜벅- 뚜벅-
레오가 단상 위로 올라갔다.
전대미문의 올클래스의 등장에 데미안 학생들이 관심을 보였다.
데미안 학생들이 눈을 빛냈다.
올 클래스는 과연 어떤 무구를 발표할지 궁금했다.
그런 가운데 레오가 말했다.
“어떤 무구든 완벽하게 다룰 자신이 있습니다.”
레오의 말에 데미안 학생들이 멈칫했다.
“그러니 잘 만들어 와줬으면 합니다.”
모든 학생이 벙찐 표정을 지었다.
이 자리는 데미안 학생들이 다른 영웅 사관 학생들을 평가하는 자리였다.
그 자리에서 레오가 선언한 것이다.
‘자네들이 평가받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네. 그런 멍청한 추태를 보이는 녀석이 있다면 망치로 머리를 깨부숴버릴 테니 그렇게 알도록!’
“평가는 내가 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