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endary Hero is an Academy Honors Student RAW novel - Chapter (278)
278
루니아가 대강당에 도착했을 무렵에 에이란은 이미 한참 레오에게 ‘아니무스의 검’ 의 술식에 대해 배우고 있을 때였다.
“에이란. 먼저 갈 거면 이야기해주지 그랬어?.”
“루, 루니아양? 여기에는 왜?”
“무슨 소리야. 아까 같이 가기로 했었잖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짓는 루니아를 보며 에이란이 흠칫 어깨를 떨었다.
“그, 그렇죠! 같이 가기로 했었죠! 제가 깜빡하고 말았네요!”
어색하게 웃으며 얼버무리는 에이란을 빤히 바라보던 루니아가 말했다.
“에이란, 너 또 이상한 상상을 한 건…….”
“와악!”
얼굴이 빨개진 에이란이 루니아를 붙잡고 입을 틀어 막았다.
에이란을 떨쳐낸 루니아는 짓궂게 웃으며 그런 에이란을 놀렸다.
“왜? 또 무슨 생각을 한 건데? 혹시 레오랑…….”
“루니아양! 레오님께서 오해하실지도 몰라요! 그런 생각 안 했어요! 안 했어요!”
울상을 지으며 루니아의 입을 틀어박은 에이란이 마구 고개를 저었다.
“읍!? 읍! 읍!”
에이란이 손으로 입은 물론 코까지 가리자 루니아가 마구 발버둥 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소환 마법사인 루니아가 마검사인 에이란을 완력으로 떨쳐 낼 수 있을 리 만무했다.
“이상한 말 하면 안 돼요? 알겠죠? 알겠죠?”
그런 루니아의 상태에 대해 파악하지 못한 에이란은 눈을 꼭 감고 마구 고개를 저으며 루니아의 숨구멍을 막은 손에 더더욱 힘을 줬다.
그 모습을 빤히 바라보던 레오가 말했다.
“에이란.”
“네, 넵! 레오님!”
“그러다 정말 죽겠는데?”
“네? 무슨…… 허억?!”
에이란은 어느새 몸을 푹 늘어트리고 있는 루니아를 발견하고는 기겁했다.
“루니아야아아아앙!”
절규하듯 외치며 루니아를 마구 흔드는 에이란을 보며 레오가 중얼거렸다.
“사이가 좋네.”
***
“흐우…….”
루니아는 자신의 앞에 무릎을 꿇고 앉은 채 귀를 축 늘어트리고 있는 에이란을 보며 손사래를 쳤다.
“너무 신경 쓰지 마. 내가 놀리다 그렇게 된 건데.”
그러고는 레오를 바라보았다.
“에이란에게 먼저 가르쳐주고 있었다면 복습 하는 의미에서 같은 수업을 들어 볼까?”
“괜찮아. 너랑 에이란은 다른 마법을 익히게 될 테니까.”
“다른 마법?”
“그래.”
레오는 에이란에게 해주었던 설명을 루니아에게도 이야기 해주었다.
샨 제국의 이야기를 들으며 루니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얜 대체 정체가 뭘까?’
레오는 늘 오랫동안 그 누구도 닿을 수 없었던 세계의 비밀을 파헤친다.
‘루나님과 관련된 것만 해도 그래.’
레오가 해낸 것들을 본다면 이미 영웅 후보생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뛰어넘었다.
루니아가 복잡한 눈으로 레오를 바라볼 때였다.
“너한테도 종언 말고도 성운의 시조가 남긴 마법을 알려주려고 해.”
“시조님께서 남긴 마법?”
“그래. 아니무스의 검과 같이 기록된 마법이었어.”
“그 마도서, 한 번 보고 싶네.”
“애석하게도 나도 샨 제국에서 열람은 허락받았지만 반출은 허락 받지 못했거든.”
루나의 마법이 기록된 마법은 샨의 유산이라고 거짓말을 해놓은 상태다.
샨은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대제국.
그런만큼 이런 식으로 적당이 둘러대기 알맞았다.
‘이거 참 편하네.’
레오는 속으로 씩- 웃었다.
살짝 의구심이 담긴 눈으로 레오를 바라보았지만 샨 제국을 들먹이니 더 이상 의문을 표할 수도 없었다.
“그래. 나에게는 어떤 마법을 알려 줄 거야?”
루니아는 슬쩍 에이란을 보았다.
그 얼굴에는 부러움이 담겨 있었다.
‘설마 에르퀸트가 지금까지 남아 있을 줄이야.’
에르퀸트.
히어로 레코드를 통해 실존했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지만, 그 실물은 찾을 수 없었던 전설의 검이다.
신의 대장장이 드웨노가 성운의 시조 루나를 위해 만들었으며 루나는 그 검을 제자인 페어리 나이트 베르키아에게 물려주었다.
하지만 진품은 재앙의 시대 당시 유실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에르사르 가문에도 영웅의 세계 공략 보상인 히어로 웨폰으로 밖에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엘프 사이에서도 인지도가 거의 없는 고대의 검이었다.
물론 대영웅의 행적에 대해 깊게 연구한 이라면 그 존재를 알고 있다.
그 전설 속의 검이 에르사르 가문의 후계자에게 돌아온 것이다.
이건 엘프 사회가 발칵 뒤집힐 일이었다.
‘혹시 레오는 에이란을 조금 특별하게 여기는 걸까?’
생각을 해보면 등교 거부를 하던 에이란을 다시 학교에 나오게 한 것도 다름 아닌 레오였다.
성격 역시 자신과 다르게 얌전하고 조용하며 무엇보다 귀엽다.
루니아가 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에 빠져 있을 때였다.
“불꽃 마법.”
“불꽃 마법?”
“그래.”
레오는 마법 손바닥을 펼쳐 루나가 만든 오리진 마법 중 하나의 마법진을 마력의 실로 그려냈다.
“마법의 이름은 염제.”
레오가 루니아의 타오를 것 같은 눈동자를 보며 진지하게 말했다.
“이론상으로는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이야.”
루니아의 눈이 크게 뜨였다.
루니아 뿐만 아니다.
에이란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꺼지지 않는 불꽃.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태초의 악.
세계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전율스러운 재앙.
에레보스의 검은 불꽃은 절대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유명했다.
‘루나는 끝내 그 불꽃을 뛰어넘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지.’
지금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는 루나의 최후.
오직 그 자리에 있었던 레오만이 알고 있는 친구의 죽음.
[꽃을 피우는 마법]은 루나가 정말로 만들고 싶었던 마법이다. [스텔라 라디우스]는 루나 그 자체를 상징하는 마법이며 [종언]은 눈앞의 가로막는 모든 것을 물리치려는 의지가 담긴 마법이다.그리고 [염제]는 루나가 많은 것을 앗아간 그 증오스러운 검은 불꽃에 대항하기 위해 만든 마법이었다.
‘끝내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루나가 만들었지만 루나와는 맞지 않는 마법이었다.
‘드웨노가 별의 마법을 익혔다면 익혔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레오가 아는 한 에레보스를 제외하고 가장 강력한 불꽃을 사용했던 자가 드웨노였다.
‘나와도 맞지 않았지.’
루나의 마력과 드웨노의 불꽃을 이어 받았던 카일도 완성 시킬 수 없었던 마법이다.
드웨노의 힘을 이어받은 레오였지만 레오에게 드웨노의 불꽃은 양날의 검이었다.
드웨노의 불꽃은 강력하다.
일정 화력을 넘어서는 순간 자신조차 불태운다.
레오는 드웨노처럼 선천적으로 불꽃에 대한 내성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루니아는 염제의 마법 술식을 바라보았다.
“이 마법…… 미완성이구나.”
“맞아. 에이란에게 알려 줄 아니무스의 검도 마찬가지야. 완성은 너희가 해야 해.”
루나는 어디까지나 오리진의 틀만 만들었을 뿐이다.
거의 완벽하게 만들어진 마법이지만 틀만으로는 마법이 발동하지 않는다.
발동시켜야 하는 건 배울 본인.
이노센트 마법 역시 최종적으로 완성시킨 건 레오였다.
“어쩌면 종언보다 익히기 힘들지도 몰라. 위험할지도 모르고.”
제어하기 힘든 불꽃이 얼마나 위험한지는 레오가 가장 잘 안다.
레오는 마법 술식을 거두며 루니아를 바라보았다.
그에 루니아가 코웃음을 쳤다.
“상관없어. 루나님이 꺼지지 않는 불꽃을 만들었다면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엘프인 내가 가장 잘 알아.”
루니아 역시 루나의 뜻을 읽었다.
“만약 이게 미완성인 마법이라면…… 루나님은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의미겠지.”
루니아가 심호흡했다.
“레오, 넌 루나님의 소망이라고 할 수 있는 꽃을 피우는 마법을 복원해서 우리 엘프들에게 돌려줬어. 만약 루나님께서 살아계셨다면 엄청 기뻐하셨겠지.”
루니아의 붉은색 눈동자가 활활 타오르듯 빛났다.
“그러니 나도 루나님의 뜻을 이루어드리고 싶어.”
루니아가 가슴을 활짝 폈다.
“우리는 위대한 성운의 시조의 후예니까. 그분의 뜻을 이루어야 할 의무가 있어.”
그 말에 레오는 빙긋 웃었다.
“아마 루나가 그 말을 들었다면 엄청 기뻐했을 거야.”
“흐흥! 당연하지.”
루니아가 살짝 얼굴을 붉히며 새침하게 대답했다.
“그래서! 일단 술식 해석부터 해볼까?”
“아니, 그 전에 익혀야 할 두 가지 마법이 있어.”
“뭔데?”
“꽃을 피우는 마법을 배워야 해.”
꽃을 피우는 마법.
언뜻 보기에는 단순히 꽃을 피우는 게 끝인 마법이다.
‘실제로도 그게 끝인 지극히 단순한 효과의 마법이지.’
하지만 난이도로만 놓고 본다면 별의 마법 중 가장 어렵다.
말 그대로 루나의 정수가 담긴 마법.
“아직 엘프 중에 꽃을 피우는 마법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지?”
“네. 없어요.”
에이란이 귀를 축 늘어트렸다.
꽃을 피우는 마법이 어려운 이유.
그건 ‘탄생’ 의 영역에 들어선 마법이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서 아무런 제약 없이 꽃이라는 생명을 피우는 마법이다.
마법을 넘어선 기적.
신의 영역에 반쯤 발을 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대단한 마법이다.
‘그 천재성을 가지고 기적의 영역에 들어선 마법의 효과가 고작 꽃을 피우는 것이라는 점에서 그 녀석의 괴팍함이 드러나지만.’
루나가 들었다면 멱살을 잡고 미친 듯이 흔들어줬을 생각을 하며 레오가 말했다.
“우선 꽃을 피우는 마법을 사용할 수 있게 되면 어떤 별의 마법이든 익힐 수 있게 될 거야. 그 마법은 말 그대로 별의 마법의 정수거든.”
레오의 말에 루니아는 레오가 룬드아 가문의 비전 마법을 자신에게 맞게 고쳐 쓰던 걸 떠올렸다.
‘비전 마법이라고 해도 결국에는 별의 마법. 그래서 이 녀석이 어설프게나마 내 마법을 따라 했던 거구나.’
의문 하나가 풀리는 걸 느끼며 루니아가 말했다.
“그럼 그때까지 우리는 아니무스의 검과 염제를 배우는 건 보류하는 건가?”
“아니. 따로 연습은 할 수 있어. 에이란은 이 녀석에게 요정의 마력을 컨트롤 하는 방법을 배워.”
레오가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소환진이 열리며 키르안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몸, 등장.]“키르안님, 오랜만이에요.”
[오! 오랜만이야! 음란 엘프!]“왜, 왜 제가 음란 엘프라는 건가요!”
[왜긴. 너 레오랑 저기 성격 나쁜 엘프가 같은 방에 들어간 것만으로 이렇고 저런 짓을 했다고 생각…….]“왁! 왁! 왁!”
에이란은 키르안을 붙잡고 마구마구 흔들었다.
[으어어어어!]붙잡힌 키르안은 탈곡기에 들어간 것 마냥 에이란의 손에서 허우적거렸다.
“저 방정맞은 요정은 여전하네.”
키르안을 힐끗 본 루니아가 우쭐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피오라처럼 우아하고 늠름해야지. 그래서, 레오. 난?”
“넌 지금 보다 더 불꽃에 친숙해질 필요가 있겠지. 우선은 피오라의 불꽃에 익숙해지는 훈련부터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렇게 말한 레오가 이번에는 피오라를 소환했다.
“…….”
루니아는 멍한 얼굴로 레오의 손바닥 위에 모습을 드러낸 피오라를 바라보았다.
삐약-!
피오라는 반가운 듯한 쪽 날개를 들어 올렸다.
삐약-! 삐약!
피오라의 뇌리에 루니아는 맛있는 걸 주는 사람으로 각인 되어 있었다.
그렇기에 무언가를 원하듯 마구 삐약거리더니 루니아에게 날아가기 위해 날개를 파닥이며 레오의 손바닥 위에서 뛰어내렸다.
파닥-! 파닥! 툭-! 떼구르르르르-!
그리고 날아오르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추락해서 루니아의 발치로 굴러갔다.
삐약-! 삐약!
“너 우리 피오라에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
루니아가 눈을 부릅뜨고 레오의 멱살을 잡았다.
레오가 말했다.
“확실하게 말해두겠는데. 난 아무 잘못 없어. 얘가 우리 학교 소환학과 애들한테 간식 받아먹으러 다닐 줄 내가 알았겠냐?”
피오라는 현재 제대로 날지도 못할 정도로 살이 찐 상태였다.
삐약- 삐약-!
살찐 병아리가 되어 공처럼 굴러다니는 피오라를 보며 루니아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버둥거리던 피오라가 중심을 잡고 일어나 루니아의 발치에서 간식을 달라고 마구 삐약- 거렸다.
“피오라, 걱정 마. 언니가 꼭 다이어트 시켜줄 테니까.”
피오라를 꼭 품에 안으며 다짐하는 루니아를 보며 에이란의 손에서 빠져나온 키르안이 중얼거렸다.
[일주일 정도 맡기면 1.5배는 불어 있겠군.]그 말에 레오는 한숨을 쉬었다.
‘비만 피닉스, 장난치다가 요정왕에게 쫓겨난 페어리 프린스, 변태 페가수스. 어째 내 소환수들은 하나같이 이 모양이냐.’
레오는 그나마 엘시가 정상적이라 다행이라 생각했다.